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서정주 - 동천
2016년 05월 01일 18시 46분  조회:4369  추천:0  작성자: 죽림
  
'冬天(동천)'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일러스트 / 잠산

 
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차갑고 이빨은 시리다. 문득 궁금해진다.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은 왜 한천(寒天)에 사랑의 일과 사랑의 언약과 사랑의 얼굴을 심어 두었을까. 손바닥으로 쓸어보아도 온기라고는 하나 없는 그곳에 왜 하필 사랑을 심어 두었을까. 매서운 새조차 '비끼어 가'는 사랑의 결기를 심어 두었을까.

생심(生心)에 대해 문득 생각해본다. 처음으로 마음이 생겨나는 순간을 생각해본다. 무구한 처음을, 손이 타지 않아서 때가 묻지 않은 처음을. 부패와 작파가 없는 처음을. 신성한 처음을. 미당이 한천을 염두에 둔 것은 처음의 사랑과 처음의 연민과 처음의 대비와 처음의 그 생심이 지속되기를 바랐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심어 놨'다고 한 까닭도 생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심는다는 것은 생육(生育)한다는 것 아닌가. 여리디 여린 것, 겨우 자리 잡은 것, 막 숨결을 얻은 것, 젖니 같은 것 이런 것이 말하자면 처음이요, 생양해야 할 것들 아닌가. 미당은 초승달이 점점 충만한 빛으로 나아가듯 처음의 사랑 또한 지속되고 원만해지기를 기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당의 시에는 생명 없는 것을 생장시키는 독특한 영기(靈氣)가 서려 있다. 그는 시 '첫사랑의 詩'에서 '초등학교 3학년때 /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 너무나 좋아해서요. /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깎고, /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 / 그러면서 산에가선 산돌을 줏어다가 / 국화밭에 놓아 두곤 / 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라고 하지 않았던가. 산돌을 주워 와서 물을 주어 길렀듯이 이 시에서도 미당은 '고은 눈썹'을 생장시키는 재기를 보여준다. 

미당의 시에는 유계(幽界)가 있다. 그는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라며 황홀을 노래했지만 그는 우주의 생명을 수류(水流)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흘러가되 윤회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 운행에서 그는 목숨 받은 이들의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노래했다. 목숨 없는 것에는 목숨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미당의 시의 최심(最深)은 삶 너머의 이승 이전의 유계를 돌보는 시심에 있다. 이 광대한 요량으로 그는 현대시사에수많은 활구(活句)를 낳았다.[문태준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003 민요詩, 詩人, 讀者... 2016-01-14 0 8573
1002 시의 구석진 곳에서 시인을 만나다 - 오상순 시인 2016-01-14 0 5998
1001 시의 구석진 곳에서 시인을 만나다 - 朴龍喆 시인 2016-01-14 0 4352
1000 시의 구석진 곳에서 시인을 만나다 - 변영로 시인 2016-01-13 0 5180
999 아방가르드 영화 3인 감독 2016-01-13 0 4651
998 영화 <<시인의 피>> 2016-01-13 0 4346
997 영화 <<죽은 詩人의 사회>> - 현재를 즐겨라... 2016-01-13 0 4663
996 시인 윤동주, 영화 <<동주>>로 살아오다... 2016-01-13 0 4252
995 시인 김수영 비사 2016-01-13 0 5201
994 詩人들의 모양과 의미도 百人百色 2016-01-13 1 4685
993 詩작법 살살살... 2016-01-12 0 4779
992 詩작법 끄매매... 2016-01-10 0 4582
991 詩작법 똥그랑... 2016-01-10 0 4673
990 詩작법 타다닥... 2016-01-10 0 4716
989 詩작법 펑펑펑... 2016-01-10 0 5688
988 詩작법 찌르르... 2016-01-10 0 4611
987 詩작법 까르르... 2016-01-10 0 4255
986 詩작법 뇨뇨뇨... 2016-01-10 0 5141
985 詩작법 팔팔팔... 2016-01-10 0 4454
984 詩작법 아이구... 2016-01-10 0 4949
983 詩작법 어마나... 2016-01-10 0 4435
982 詩작법 줄줄줄... 2016-01-10 0 4122
981 詩작법 저너머... 2016-01-10 0 4863
980 詩작법 으으응... 2016-01-10 0 5230
979 詩작법 시시시... 2016-01-10 0 5500
978 詩작법 뽕구대... 2016-01-10 0 6327
977 詩작법 삐삐삐... 2016-01-10 1 4727
976 시인들이여, 상상은 우주 너머 맘껏 펼쳐라... 2016-01-10 0 4110
975 詩작법 빵쭉쭉... 2016-01-10 0 4354
974 시인들이여, - 시를 재미있게 쓰라... 2016-01-10 0 5308
973 시인들이여, 시의 제재를 잘 잡아라... 2016-01-10 0 5721
972 詩작법 쭉빵빵... 2016-01-10 0 4705
971 시인들이여, - 말의 연금사가 되라... 2016-01-10 0 5666
970 詩작법 총총총... 2016-01-10 0 4375
969 시인들이여, - 진짜배기 시인답게 좋은 시써라... 2016-01-10 0 4344
968 시인들이여, - 주변의 소재로 그리라... 2016-01-10 0 4412
967 白石은 伯席이다... 2016-01-10 0 5113
966 시인들이여, - 매순간의 부산물로 시써라... 2016-01-10 0 4179
965 시인들이여, - 만 가지 시작법을 배우라... 2016-01-10 0 5305
964 시인들이여, - 육화된 산 언어를 잡아라... 2016-01-10 0 4748
‹처음  이전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