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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는 날마다 숙제를 하듯 쓰는 습관을 가져야...
2016년 07월 11일 21시 22분  조회:4091  추천:5  작성자: 죽림

[6강] 多作-많이 써라 

강사/김영천 

오늘은 우선 구양수의 3多 중의 마지막인 "多作" 즉 
많이 쓰는 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달란트를 주셨다했는데 여기서 
달란트는 영어로 탈렌트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여러분 
나름대로의 각기 재능이 있는데 
대부분은 그 재능을 알지도 못하고 살아갑니다. 

지금 여기에 들어오셔서 강의를 받으시는 분들은 
분명 시에 대한 재능이 있으십니다. 꼭 지금이 아니라도 
예전부터 시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나, 비록 작품 
수는 적더라도 시를 써보았거나, 아무튼 시라면 무작정 
좋고 스스로 한번 써보았으면 하는 분들은 모두 시에 
대한 달란트가 있으신 것입니다. 

이제 전시간의 강의대로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보고 
어떠한 마음을 갖어야 하는가를 알았는데 거기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말아버린다면 무슨 의의가 있겠 
습니까? 옛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고 했듯이 여러분 마음 속에 아무리 좋은 시상이 있 
거나, 좋은 시어들이 샘솟아도 시를 쓰지 않으면 
아무 필요없습니다. 

다 아는 소리이지요? 그러나 귀한 시간 내어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인들 중에 시를 쓰지 못하는 시인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래서 어디선가 작품을 청탁받으면 안절 
부절하는 것이지요. 갑자기 쓰려니 안되고 써놓은 건 
없고요. 
그러니 숙제를 하듯 날마다 쓰는 습관을 갖어야 합니다. 

중국 진나라 때의 명필 왕희지의 필체는 힘차고 아주 
생동감이 있는 신기에 가까웠다 합니다. 
하루는 어느 젊은이가 찾아와 선생님의 필력의 비법을 
물었습니다. 왕희지는 젊은이를 뒷뜰로 데리고 가서 
후원에 있는 엄청나게 큰 물독 열여덟개를 가리키며 
저 물독 속에 내 서예의 비법이 있다 하였습니다. 
저 물을 다 쓴 후에야 비로소 내 말을 알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많은 물로 먹을 갈아 글을 써야한다니 얼마나 
피나는 수련을 해야한다는 것이겠습니까? 

좋은 시도 그렇지요. 

여기서 김춘수의 꽃을 한 편 읽고 계속 하지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참 좋은 시이지요.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나는 시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라고 이런 시를 못쓰란 법은 없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열심히 씁시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경제는 경제인에게 맡기고 
우린 우선 시를 씁시다. 


시는 고도의 언어예술이기 때문에 물론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수사적 기교나 방법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손이나 머리에서 나오는 재주나 방법상의 기교 
만으로는 좋은 시를 쓸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좋은 시 같으나 깊이가 없는 시이기 
쉽습니다. 

하나의 고려청자를 빚기 위해서 도공의 정성, 그의 
숨결, 영혼까지 깃들이게 한 것처럼, 좋은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사랑, 창작에 투신하는 
혼신의 마음, 좋은 시를 쓰려는 정신력 이런 것들이 
먼저 필요한 것입니다. 

혹자는 밤낮 아는 소리만 하지 말고 
시적 기교나 방법을 강의하라고도 하겠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강의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기 쉽기 때문에 총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입니다. 

좋은 시 하나 더 읽겠습니다. 
박재삼의 <千年의 바람>입니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 
바람에 비해서 사람은 얼마나 탐욕적이며 
변화무쌍하며, 쉬이 지치는지 
천년을 여일한 바람을 두고 시인은 노래한 
것입니다. 
우리가 늘 보는 장면을 가지고 우리는 이런 
시를 쓰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 시인은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요? 
그동안 강의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했지만 이런 좋은 시를 많이 
읽고, 아, 나도 써봐야겠다는 충동을 받는 
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좋은 시를 복사하듯이 흉내를 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시인의 시각처럼 내가 보아서 시를 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즉각 실행에 옮기라는 
것입니다. 

옛날에 과거시험이 시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멋드러진 시 한편 쓴다고 
과거 급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제 하나를 
올바르게 원하는대로 쓸려면 수많은 한서들을 
백번 천번 읽고 써야 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글 쓰는 솜씨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척 필요한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독서를 많이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 쓰는 법을 가르쳐야 
감성지수의 발달은 물론 논술을 잘 쓰는 법을 배웁 
니다. 요즘은 사회생활에서도 글을 잘 쓰는 것이 
매우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글 쓰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의 최선이 
엄마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엄마가 글 쓰는 모습 
은 아이의 평생에 깊이 각인될 것입니다. 
엄마가 아이와 같이 쓰면 더 좋겠지요. 

시를 쓰려면 맑은 감성을 갖어야 된다고 지난 시간 
말씀드렸읍니다만,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이성적 지수 
즉 IQ만 강조가 되는 세상이었지요. 
그러나 미래의 세상은IQ보다는 EQ가 중요한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미 현재도 그렇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조태일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창조화시대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개인의 
창조성이며 창의성이다. 그런데 감성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무한한 창조성의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각 개인마다 독특하게 지니고 있는 
고유성이며, 끊임없이 사물과 부딪쳐서 다양한 새로움 
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성 
의 창조성이 가장 큰 구실을 하는 곳이 바로 문학이며. 
그 중에서도 '시'이다."고 하였습니다. 


좋은 시 두 편 더 소개 하고 마치겠습니다. 

막 잎 피어나는 
푸른 나무 아래 지나면 
왜 이렇게 그대가 보고 싶고 
그리운지 
작은 실가지에 바람이라도 불면 
왜 이렇게 난 
그대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지 
생각해서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고 
암만 그대 떠올려도 
목이 마르는 
이 푸르러지는 나무 아래 

-김용택 <푸른나무> 全文 

어린 눈발들이 다른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들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 <겨울 강가에서> 全文 

아마, 이 두 시를 읽고 여러분은 아하,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그러면 나도 쓸 수 있겠다 하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서 빨리 펜을 잡으십시오. 
그리고 노트를 펼치십시오. 
이제는 여러분들이 쓰실 차례입니다. 

날마다 강의를 듣고 한 편씩 써나가는 습관을 
들이면 여러분은 분명 1년 후엔 좋은 시인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

 

 

 

와온(臥溫) 
―송상욱(1939∼)

마을 뒷산이 누워 계신 와불(臥佛)같다

품 안의 젖내음 나는

짐승들 누운 산이 따스하다

빈 속 쓸어내는 저녁답, 이맘때면 으레 그러듯

 

 

동네 삽살개 한 마리가 나룻배 닿는 갯가로 내려가

저만치서 뻘밭을 나오는 아낙들을 마중한다

바다 건너 화포 마을 포구에는 닻을 내린 어부들이

막사발 부딪는 소리, 뱃전에 끼륵이는 갈매기들 소리

귓전에 아련히 들려오다 파도에 쓸린다

해 저물어 누울

바다의 잠 자리 와온(臥溫)

속옷 갈아입는 듯

맨살 드러낸 뻘밭에 바닷물이 든다

갯펄에서 조개를 잡던 아낙들이

갯가로 나온 갯바구니 속, 바지랭이들이

뻘물 짜뜰름에 숨결 보챈다

밤이 되면 포구에 든 바다는

밤새 깊은 고뇌에 찬 듯 쏴아 쏴아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

 

 

아침이면 고기잽이 배들 제 등에 둥둥 싣고 떠난다


소박하고 조용한 바닷가 마을 풍경이다. 하루 일을 마친 아낙들 개펄에서 나오고, 동네 삽살개 더펄거리며 갯가로 마중 가는 저녁 때. 고기잡이배들도 돌아올 테다. ‘바다 건너 화포 마을 포구에는 닻을 내린 어부들이/막사발 부딪는 소리, 뱃전에 끼륵이는 갈매기들 소리.’ 와온은 순천만 산기슭 아래 있는 포구마을. 만(灣)이란 ‘바다의 일부가 육지로 휘어들어가 있는 부분’이니 바다 건너편에 다른 포구마을들이 있을 테지. 바다 건너에서 막사발 부딪는 소리가 실제로 들릴 리 없고, 상상이다. 그 소리와 고기잡이배들에 몰려든 갈매기들 울음소리를 상상의 힘으로 끌어당겨 소리와 풍경의 입체감이 증폭된다.

‘속옷 갈아입는 듯/맨살 드러낸 뻘밭에 바닷물이 든다’니 근사한 비유다. 속옷을 갈아입으려면 일단 벗어야 한다. 그래서 뻘밭은 맨살을 드러내는 것이다. 바닷물이 들다 나다 하는 것을 ‘속옷 갈아입는 듯’하다니! 시 속의 시간은 고정돼 있지 않고, 저녁에서 밤으로, 아침으로 흘러간다. ‘밤새 깊은 고뇌에 찬 듯 쏴아 쏴아/한숨을 내’쉬는 바다. 시인은 파도소리에서 고뇌에 찬 한숨소리를 듣는다. 시인 자신의 고뇌? 아니면 시인이 포구마을 사람들 삶에서 느낀 고뇌? 인생살이에 짜뜰름거리며 따라붙는 이런저런 자잘한 고뇌들…자잘한 거면 좋으련만…마지막 행이 좋다. 어쨌든 다행스러운, 아침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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