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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은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련금사...
2016년 08월 12일 19시 19분  조회:4861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07월 20일 02시 55분 ]

 

 

드론스타그램(Dronestagram)의 제3회 드론 사진대회 수상 작품


[32강] 시와 비유(比喩).3 

강사/김영천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시와 비유에 대해 더 알아보겠습니다. 

3.비유의 힘과 효과 

비유는 우리가 외출할 때 아름답게 화장을 하듯 글을 아름 
답게 꾸미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을 닦아서 
인간 자체를 아름답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계 기구의 활용법을 잘 알아야 
그 것들을 이용하기 쉽듯이 비유의 진정한 힘과 효과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비유는 무엇입니까? 
아마 오늘까지 강의를 들으셔서, 쉽게 설명하긴 어렵더라도 
마음 속으로는 이 것이다고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예, 
바로 그 것이지요. 
사물, 상황, 세계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 즉 추상적이고 불투명한 
관념까지를 가장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지름길 
입니다. 

이제 우리가 학문적으로 다루니까 그렇지 시가 아니고도 
우리 일상생활 가운데도 얼마나 많은 비유를 사용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눈이 작은 사람보다 간재미 같은 눈, 단추구멍 같은 눈이라 
한다던지, 꾀꼬리의 목소리라 하는 것, 바람처럼 사라지다 
라는 영화제목, 아마 말의 종류만큼 많을 것입니다. 
또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질 것입니다. 

저는 기독교 교인인데요. 
성경말씀에도 비유라는 말이 있는데 그 구절 말고도 수많은 
비유로 사람들을 알으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 
뿐 아니고 다른 종교의 경전들도 그렇다하니, 비유는 우리 
에게 보다 알아먹기 좋게 하는 표현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 
습니다. 

불교의 초기 경전 가운데 그 형식의 대부분이 시적 형식을 
취한 <숫타니파타>의 한 구절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물 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 번 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성경도 비유문학이라 할 정도로 비유가 많이 쓰이고 있습 
니다. 성경은 여러분의 곁에 있어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 일일이 예를 들지 않으니 여러분께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위의 비유는 무엇일까요? 
어떠한 집착이나 망상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가는 
창조적인 삶의 모습을 제시하는 불교의 가르침이 비유를 통해 
간결하고도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비유는 아주 
장황스러운 설교조의 말보다 휠씬 호소력이 있습니다. 그 것 
은 비유를 통해 보다 다양하고 풍부하게 그 뜻을 함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교회에 가면 목사님들의 설교도 그렇구요. 
티비에 나오는 유명 강사들의 강의도 마찬가지인데요. 
모두 다 좋은 비유를 통해 청중들이 쉽게 알아먹게 하려고 
애 쓰는 것을 역력히 알 수 있지요. 

그렇듯 시 역시 시인의 통찰력과 인지력, 그리고 시인의 
정신이 생동하는 언어로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비유는 
시 세계를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으로 태어나게 하면서 독자 
들을 시인의 세계 속으로 흡인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시인이 의도하는대로 비유가 시 속에서 강력히 
힘을 발휘하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러한 기능과 에너지가 
최대한 살아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좋은 비유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집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비유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드러내줍니다. 비유에 의해 사물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우리에게 안겨줍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의 삶과 세계를 확대 심화시켜 나감으로 
우리의 인습과 고정관념의 무지와 타성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까지 말 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시가 지니는 리얼리티(사실성)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고 
볼 수가 있겠지요. 

둘째) 좋은 비유는 시인의 독창적이고 구체적인 인식을 쉽게 
가시화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권대웅님의 <가을 산>을 한 번 읽어보시지요. 

술취한 아버지 대낮에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어딜 그렇게 올라 가세요. 
낙엽 긁어 모으며 바람 불면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계곡 
녹슨 세월의 송전탑 
숨은 아들 대답하지 않는데 
되돌아오는 메아리만 가슴을 태우는 山 
자꾸 뭐하러 올라가세요 
그게 아니다 애야 그런게 아니라고 
붉은 손 흔들어 길 막는 너도밤나무 
온통 아픈 울음 가득 토해내도 
아버지 넘어지며 자꾸 넘어지며..... 

아마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는 비유이지요. 
술 취해 발갛게 달아오른 아버지의 얼굴로 가을 산을 
비유했습니다. 
왜 이 시가 좋은 시가 되냐하면요. 
우리는 보통 가을 산이라하는 시를 쓰거나 내용에 가을 산이 
들어가게 되면, 불타오르는 산, 불꽃 같은 산, 열정, 열애 등 
을 금방 떠 올리거나 그렇게 표현하기 쉽지만은 이 시인의 
독창적인 눈으로는 아주 색다른 비유로 아버지의 술 취한 
얼굴로 비유한 것입니다. 

그 것도 술에 취해 대낮에도 벌겋게 달아오른 아버지, 울면 
서도 자꾸만 넘어지는 아버지의 슬픈 초상입니다. 
여러분은 이 시를 읽으시면서 아들이 아무리 붙잡아도 
자꾸만 높은 산으로 올라가시는 세월의 산을 느끼시지 않습 
니까? 늙어가시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정이 생기지 않습 
니까? 

셋째)좋은 비유는 풍부한 시적 의미를 암시해주는 것입니다. 
비유는 어떤 모양일까요? 그 것은 하나의 점이나 선일까요? 
평면이나 어떤 도면 같은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비유는 입체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그 해석이 다양해집니다. 

우리는 장님과 코끼리에 대한 비유를 잘 아십니다. 
보이지는 않고 코끼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코를 만진 사람, 
다리를 만진 사람, 꼬리나 배를 만진 사람의 코끼리에 대한 
설명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듯이 
독자들이 그 시를 읽는 상황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다양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시가 일단 발표되면 이젠 독자의 몫이 된 
다고 늘 강조하는 것은 나의 해석과 다른 사람의 해석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이성복님의 <당신은 짐승, 별>을 읽어보겠습니다. 

당신은 짐승, 별, 내 손가락 끝 
뜨겁게 타오르는 정적 
외로운 사람들이 따 모으는 꽃씨 
외로운 사람들의 죽음 
순간과 머나먼 곳, 
異邦(이방)의 말이 고요하게 시작됩니다 
당신의 살같 밑으로 大地(대지)는 흐릅니다 
당신이 나타나면 한 개의 물고기 비늘처럼 
무지개 그으며 내가 떨어질 테지만. 

좀 어려운 시이네요.그러나 분석해보지요. 
여기서 원관념은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신'입니다. 
그 원관념에 대한 보조 관념이 '짐승', '별', '정적'.'꽃씨', 
'정적', '죽음','순간','머나먼 곳','내 손가락 끝' 등 
여러가지이지요. 

원관념에 대한 보조관념의 동일성에 대해서는 작가의 의도를 
우리가 짐작해 볼 수 밖에 없지만 이 시에서는 당신이란 
원관념에 대해 다양한 보조관념으로 전이시키면서 '당신'의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거기에 결합하는 보조관념의 대상들까 
지도 하나의 의미로만 규정지을 수 없는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넷째)좋은 비유는 우리에게 정서적 충격을 주는 힘이 있습 
니다. 
사실, 우리에게 정서적 충격을 주지 않는 시는 좋은 
시가 아니지요. 시를 읽어서 아무런 감동을 주지 않는 시 
라면 그 것은 죽은 시 아니겠어요? 

요즘은 젊은 시인들 사이에서 실험적인 경향이 있어 현재 
의 시경향을 해체시켜버리려는 의도도 있고요. 감동보다는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효용론에 입각한 주장도 있지만 저는 
일단 시는 감동을 주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좋은 비유로 쓴 시는 마치 수문을 열면 물이 쏟아져 나오듯 
우리의 감동이, 정서가 밀려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이대흠의 <봄은>이라는 시의 전문을 읽겠습니다. 

조용한 오후다 무슨 큰일이 닥칠 것 같다 나무의 가지들 세 
상 곳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숨 쉬지 말라 그대 언 
영혼을 향해 언제 방아쇠가 당겨질지 알 수 없다 마침내 그 
곳에서 탕, 탕, 탕, 탕 세상을 향해 쏘아대는 저 꽃들 피할 
새도 없이 하늘과 땅에 꽃들 전쟁은 시작되었다 전쟁이다. 

너무 잘 쓴 글입니다. 봄을 '전쟁'과 결합시킨 이 당돌한 
비유는 놀라운 발상입니다. 봄을 맞은 나무들이 꽃망울을 
머문 것은 장전한 총이고 마침내 사격 개시와 더불어 사방 
의 꽃들이 나무들이 꽃을 피워내는 것을 탕, 탕, 탕, 탕 
사격하는 것으로 비유해냈습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힘은 
우리의 정서를 강한 충격으로 때려줍니다. 우리가 전쟁이 
라 하면 혐오하지만 이러한 꽃들의 전쟁에는 함께 하고싶지 
않으십니까? 

다섯째) 좋은 비유는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습니다. 

성원근님의 <이슬>전문을 읽어 보겠습니다. 

밤에 
눈물이 많았던 누군가 
목선을 타고 
바다로 간 것일까? 
풀잎마다 가득 
바람을 먹고 있는 
돛자락들. 

이 시에 대한 조태일님의 해설을 옮겨봅니다 
"우리가 '이슬'이라는 대상을 생각할 때 맑고 투명한 것, 영 
롱하게 빛나는 것을 떠올린다. 그런데 위 시에서는 이 '이슬' 
에서 '돛자락'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돛' 
은 바람을 받아 배를 가게하기 위하여 돛대에 높게 펼쳐 매단 
넓은 천인데, 이슬을 돛자락에 비유함으로 예전에는 결코 느 
낄 수 없었던 광활하고 자유로운 이미지를 이슬에서 발견하 
게 된다. 마치 푸른 바다의 한 가운데서 펄럭이는 흰 돛자락 
인 양 '이슬'이 한없이 크고 넓게 느껴지기 조차 한다." 

마지막으로 
여섯째)좋은 비유는 시적 대상을 보다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내는 힘이 있습니다. 
역시 시를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이동주님의 <강강술래> 전문입니다. 
고정희, 김남주 시인의 고향인 해남이 고향이신 
이동주님의 시로 해남 대흥사 입구에 시비로 서있습니다. 
다음에 해남 대흥사에 가시는 분들은 주차장 앞에 이 시 
비를 보시면 강의를 받던 기억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레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 밭에 
공작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두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달빛 아래에서 열심히 강강술래를 돌고 있는 모습이 한 폭 
의 그림처럼 떠오르지요? 
그들을 여울에 몰린 은어떼로 비유하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발상입니까? 

달빛에 비추인 가녀린 팔목들을 여린 삐비꽃의 하얀 속살로 
비유한 것이라던지, 강강술래의 원을 하늘에 떠 있는 달무리 
로 비유하는 것이라든지 하는 비유들은 훨씬 더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특질을 선명하게 드러내줍니다. 

또한 '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나 '열두발 상모가 돈다'나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등의 비유는 춤을 추는 
모습을 실제로 보는 듯 할 뿐만 아니라 그 춤의 역동성을 
잘 나타내주어 독자로 하여금 절정감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좋은 비유가 얼마나 시를 살려주는가 위의 여러 예들로 
잘 아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시를 쓸 때에 보이는 것을 보이는대로 옮겨 표현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비유를 독창적인 것으로 창조해 표현 
한다면 여러분들도 분명 좋은 시를 쓰시게 될 것입니다. 

좋은 비유와 죽은 비유에 대해서는 대충 이해하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가 아니고도 우리가 보통 잘 쓰는 죽은 비 
유를 몇 개 더 들어볼테니 여러분도 더 찾아보시고, 이런 
류의 죽은 비유를 시에 사용하시면 안되겠습니다. 

-사랑의 불꽃, 교통 전쟁, 입시 지옥, 증권 파동, 무거운 
침묵, 달콤한 말, 자연의 숨결 등 예를 들자면 한이 없습 
니다. 이런 은유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고 처음엔 아주 
멋진 표현이며 살아있는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듯 은유는 언어를 새로 창조하는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 
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 시인은 언어의 창조자가 되겠지요. 

==========================================================

 

 

      

 
환상의 빛 
―강성은 (1973∼)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세기 전의 장면을 그리워하며
단 한 번의 여름을 보냈다 보냈을 뿐인데


 
내게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이
조용히 우거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단 한 번의 여름’이라면 한평생을 사계절로 나눴을 때의 여름, 청춘을 뜻하는 것이겠다. 나무로 치면,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보고, 왕성한 식욕으로 햇빛을 빨아들이고, 폭풍도 뇌우도 제 생장의 기폭제로 삼아 더욱 싱싱해지고, 이윽고 열매를 맺기 시작할 시기. 그런데 화자는 오직 ‘옛날 영화를 보다가/옛날 음악을 듣다가’ 그 시기를 보냈단다. 

 
입맛에 맞는 영화를 보고, 음악이나 들으면서 몽롱하게 시간을 보내는 건 세상 편하고 달콤한 일이다. 앗,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보다 내가 더 나이를 먹어버렸구나! 화자는 화들짝 놀라며 자기가 현실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음’을 깨닫는다. ‘내게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 연애도 취직도 장래를 위한 공부도, 따라서 실연도 어떤 실패도 좌충우돌도 없이, 아무짝에도 쓰이지 않은 청춘이 ‘조용히 우거지고 있다’. 우두커니 우거지는 그 현실을 미처 보지 못했네. 몇 세기 전 사람과 몇 세기 전 장면, 그 환상을 사랑하고 그려서. 그 빛이 눈을 가득 채워서!

이제 더이상 자기가 젊지 않다는 깨달음은 꽤 기를 죽인다. 젊음에 대한 안달과 젊음을 헛되이 보냈다는 이런저런 자책과 회한이 유난히 가슴을 찌르는 시기가 있다. 시인이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그 고뇌를 삭일까. 혹은 새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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