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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사 최초의 선시리론자 - 김종한
2016년 10월 21일 19시 03분  조회:4111  추천:0  작성자: 죽림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

김종한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 가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 조각이 떨어져 있는 윤사월(閏四月)

 

아주머님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 놈일까요?

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두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두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전설만 길어 올리시네

 

언덕을 넘어 황소의 울음 소리도 흘러 오는데

물동이에서도 아주머님 푸른 하늘이 넘쳐 흐르는구료.

 

- <조선일보>(1937)

 

 

❒ 작품 해제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한 곳에 정착하여 오랜 세월을 두고 살아온 한 집안의 깊은 연륜(年輪)과 그윽한 분위기이다. 이 시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능수버들, 낡은 우물가, 푸른 하늘, 윤사월, 뻐꾸기' 등이 봄이라기보다 초여름에 가까운 계절적 배경과 어울려 평화로운 감상을 자아낸다.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심상 : 시각적, 청각적, 공감각적 심상

✴어조 : 전원의 평화롭고 그윽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는 서정적 어조

✴특징 :

① 오래된 우물이 있는 고가(古家)의 그윽한 정취와 아늑한 분위기가 우리의 고유한 언어로 묘사되어 있다.

② 각 연이 2행으로 구성되어 단아하고 절제된 느낌을 자아낸다.

③ 제3연의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물 긷는 동작이 느릿하면서도 규칙적인 리듬감을 자아낸다.

✴시상 전개 :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제시된 뒤 푸른 하늘(전설)을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시는 아주머니의 정결한 행동이 묘사된다.

✴제재 : 낡은 우물이 있는 전형적인 시골의 풍경

✴주제 : 평화와 그윽함이 넘치는 시골 고가(古家)의 풍경

✴구성

① 윤사월의 낡은 우물가 풍경 (1연)

② 박꽃처럼 웃으시는 아주머님 (2연)

③ 푸른 하늘과 푸른 전설을 두레박이 넘쳐 흐르도록 길어 올리시는 아주머님 (3연)

④ 물동이에 넘쳐 흐르는 아주머님의 푸른 하늘 (4연)

 

 

 

❒ 시인 김종한(金鍾漢,1916~1945)

호는 을파소(乙巴素). 함북 경성 출생. 일본 대학 예술과 졸업. 재학중(1936)동아일보에 ’망향곡‘을 발표하였으며, 193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1939년 「문장」지에 추천되어 시인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그의 시는 정지용(鄭芝溶)이 추천사에서 지적한 그대로 ‘솔직하고 명쾌하고 단순’했으며, ‘비애를 기지(機知)로 포장’하는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1939년 《문장》지에 발표한 〈나의 작시설계도(作詩設計圖)〉에서 ‘최고의 순간’을 표현하는 단시(短詩)를 주장하였는데 이는 한국 현대시사에 등장한 최초의 선시이론(禪詩理論)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한 주장은 1940년에 발표한 《살구꽃처럼》에서 그대로 시화(詩化)되었다. “전쟁은 살구꽃처럼 만발했소”에서 시작하여 “전쟁처럼 살구꽃이 만발했소”로 끝나는 이 시는 전쟁을 낙화(落花)로 미화한 ‘최고의 순간’의 미학적 표현이다. 1942년 《국민문학》의 편집을 담당하면서 친일문학자로 전향하였다. 〈시문학(詩文學)의 정도(正道)〉 등 순수시론(純粹詩論)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며, 일본 도쿄[東京]에서 《이인(二人)》이라는 시동인지를 발간하여 민요풍의 서정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네이버]

 

 

 

❒ 이해와 감상 1

김종한은 정치나 사상에 예속된 작품과 문명 비판을 기도하는 주지시를 비판하면서 표현주의 입장을 표방하는 시인이나, 그의 작품은 한 가지 경향에 머무르지 않고 매우 다양하다. 이미지즘에 집착한 흔적이 뚜렷하면서도 민요와 전통적 서정을 추구한 작품을 많이 쓰기도 했다. 이 작품도 우리 나라의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소재인 우물가를 통해서 고유한 서정을 매우 새롭게 조명해 내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화창한 윤사월 봄날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능수버들의 부드럽게 늘어진 모습과 낡은 우물에서 느끼는 토속적인 정서는 매우 안정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우물 안에 떨어져 비치는 푸른 하늘 한 조각이 회고적인 향수를 자아낸다. 이러한 그림 같은 배경 속에서 작중 화자가 물을 긷는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지금 우는 뻐꾸기가 작년에 울던 그 새일까요라고. 그러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아주머니는 ‘박꽃처럼’ 웃기만 한다.

작품 세계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뻐꾸기 소리, 소박하고 담담한 태도 속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넉넉한 박꽃같은 웃음, 그리고 황당하기까지 한 동심의 질문. 이 모든 것들이 청각과 시각을 자극하면서 작품을 더욱 선명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말없이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아주머니는 물을 길어 올린다. 그런데 길어 올리는 것은 물만이 아니라 ‘푸른 하늘’이기도 하고 ‘푸른 전설’이기도 하다. 그것들이 ‘넘쳐 흐르는’이라는 구절을 통하여 하늘의 평화로움과 전설의 풍성함을 듬뿍 느끼게 한다. 또한 동일하게 반복되는 통사 구조에 의해 물 긷는 동작의 느릿하고도 규칙적인 움직임을 연상하게 해 주기도 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감각적 이미지들의 절묘한 조화에 의해 ‘평화로운 풍경의 극치’를 만끽하게 된다. 나지막하고 게으른 듯한 황소의 울음 소리는 ‘여유’와 ‘한가로움’을 느끼게 하고, 시각적 심상을 유동 심상으로 전이시켜 표현한 하늘의 ‘평화로움’과 물의 ‘풍요로움’은 박꽃같은 아주머니의 ‘소박’한 심상과 어울리면서 읽는 이의 가슴에 충만한 서정을 넘쳐나게 한다.

전통적 정서와 고유한 풍경을 그윽한 평화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세계의 모습으로 완성시킨 작품으로, 주제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우물가의 경치’이다.

[상징사전]

 

 

 

❒ 이해와 감상 2

같은 사물을 대하면서도 사람들이 읽어 내는 의미나 분위기는 서로 다를 수 있다. 가령 한가로운 농촌의 모습에서 어떤 사람은 억센 노동 뒤의 휴식을 찾아 내고, 어떤 사람은 한없는 단조로움과 권태를 읽을지 모른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무한한 평화와 그윽한 아름다움을 보고 있다. 그에 알맞게 작품은 '능수버들 아래 낡은 우물이 있는 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집은 그 내력이 매우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윤사월의 청명한 하늘 조각이 깊은 우물 속에 비치는 가운데 뻐꾸기 소리조차 한가롭게 들리는 전형적인 전원 농가의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그려져 있다. 아마도 종가의 맏며느리일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는 호젓한 우물가에 서서 하염없이 물을 길어올린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화자는 아주머니에게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이 아니겠느냐며 말을 걸어 보지만, 아주머니는 박꽃처럼 화사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없이 두레박질만 한다. 여기에서 뻐꾸기는 작품 세계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떤 상황의 고요함은 아무 소리가 없을 때보다 그 속에 어떤 평화로운 소리가 간간히 끼어들어 올 때 잘 나타나는 법이다.

초여름의 한적한 오후에 들리는 뻐꾸기, 황소 울음 소리는 농촌의 한가함을 한결 돋우어 준다. 삼라만상의 움직임이 일순 정지해 버린 듯한 고요와 정적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뻐꾸기와 황소의 울음소리이다. 나지막하고 게으른 듯한 자연의 소리, 그 속에서 두레박으로 푸른 하늘과 푸른 전설을 넘치도록 길어 올려 물동이에 이고 일어선 아주머니, 출렁이는 물동이에 담긴 윤사월의 시리도록 푸른 하늘... 이러한 소재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그윽한 평화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전원 풍경을 완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머니가 길어 올리는 물은 그냥 물만이 아니라, 푸른 하늘이기도 하고 푸른 전설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 푸른 하늘을 길어 올린다는 구절은 드레박의 물에 푸른 하늘이 비쳐 있다는 사실이 시적 표현이겠지만, 푸른 전설을 깁어 올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물음을 푸는 열쇠는 '낡은 우물'이라는 데에 있다. 아마도 그 아주머니는 오래 전부터 이 곳에서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여러 대에 걸쳐서 그 집안이 이 마을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할 때 이 우물은 그들이 대대로 물을 길어 올렸던, 그리하여 이 평화로운 세계의 삶을 영위했던 생활의 근원이다. 그 물은 그래서 푸른 전설처럼 그윽하고 옛스러우며 아름답다.

이러한 시상의 흐름에 평화로운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가 마지막 연에 나오는 '황소의 울음'이다. 나지막하고 게으른 듯한 황소의 울음 소리, 그 속에서 물동이를 이고 일어서는 아주머니, 물동이를 출렁거리는 맑은 물과 거기에 비친 하늘 .... 이러한 모습으로 그윽한 평화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세계의 모습이 완성된다. 다시 한번 천천히 읽으며 상상의 그림을 그려 보면 이 점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해와 감상 3

이 시는 윤사월의 어느 날, 낡은 우물가에 비친 모춘(暮春)의 정경과 그 곳에서 시적 자아가 한 아낙에게 물을 얻어 먹으며 느끼는 순수한 인정미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시적 자아는 능수버들에 둘러싸인 낡은 우물가를 지나다 우물 속에 비친 푸른 하늘을 본다. 마침 그 곳에서 물을 긷던 한 아낙에게 물 한 모금을 부탁하자 아낙은 아무 말 없이 두레박을 우물 속으로 드리운다. 그 때 마침 멀리서 뻐꾸기 울음 소리가 한가롭게 들려 온다.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남녀가 인적 드문 우물가에서 그냥 우두커니 물을 떠 주고, 받아 마시는 행위가 쑥스럽게 느껴지자, 시적 자아는 아낙에게 공연히 뻐꾸기를 화제로 말을 건낸다. 한가롭고 조용한 봄날 오후에 들려 오는 뻐꾸기 울음 소리는 적막한 봄날의 정경을 이끌어 주는 동시에 어색한 두 남녀 사이에 끼어들어 대화를 열어주는 기능을 갖는다.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 놈일까요?’라는 어리석은 질문에 아낙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조용히 웃으며 두레박이 넘치게 시원한 물을 길어 그에게 건낸다. 그녀가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것은 푸른 하늘이 비친 맑은 우물물이자, 푸른 하늘처럼 맑고 깨끗한 그녀의 정성스런 마음이며 푸른 전설이다. 낡은 우물이 있는 그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온 그 아낙이 길어올린 것은 다름 아닌 푸른 전설처럼 그윽하고 옛스런 물이요, 그것은 바로 마을의 평화와 안식의 삶을 열어 주던 풍요로운 근원인 셈이다. 이러한 정겨운 분위기에 어울리게 황소의 울음 소리가 멀리서 나직하게 들려 올 때, 아낙이 머리에 이고 가는 물동이의 찰랑이는 물에서도 시적 자아는 푸른 하늘이 비쳐져 있음을 본다.

낡은 우물과 푸른 하늘, 푸른 전설과 황소의 울음 소리로 이어지는 평화로운 어느 농촌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시는 당시 우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시인 특유의 재치와 섬세한 고유어를 적절히 구사하여 잔잔한 감흥을 전해 주고 있다.

[양승준, 양승국 한국현대시 400선]

 

 

❒ 이해와 감상 4

이 시는 윤사월의 어느 날, 낡은 우물가에 비친 모춘(暮春)의 정경과 그 곳에서 시적 자아가 한 아낙에게 물을 얻어 먹으며 느끼는 순수한 인정미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시적 자아는 능수버들에 둘러싸인 낡은 우물가를 지나다 우물 속에 비친 푸른 하늘을 본다. 마침 그 곳에서 물을 긷던 한 아낙에게 물 한 모금을 부탁하자 아낙은 아무 말 없이 두레박을 우물 속으로 드리운다. 그 때 마침 멀리서 뻐꾸기 울음 소리가 한가롭게 들려 온다.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남녀가 인적 드문 우물가에서 그냥 우두커니 물을 떠 주고, 받아 마시는 행위가 쑥스럽게 느껴지자, 시적 자아는 아낙에게 공연히 뻐꾸기를 화제로 말을 건낸다. 한가롭고 조용한 봄날 오후에 들려 오는 뻐꾸기 울음 소리는 적막한 봄날의 정경을 이끌어 주는 동시에 어색한 두 남녀 사이에 끼어들어 대화를 열어주는 기능을 갖는다.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 놈일까요?’라는 어리석은 질문에 아낙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조용히 웃으며 두레박이 넘치게 시원한 물을 길어 그에게 건낸다. 그녀가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것은 푸른 하늘이 비친 맑은 우물물이자, 푸른 하늘처럼 맑고 깨끗한 그녀의 정성스런 마음이며 푸른 전설이다. 낡은 우물이 있는 그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온 그 아낙이 길어올린 것은 다름 아닌 푸른 전설처럼 그윽하고 옛스런 물이요, 그것은 바로 마을의 평화와 안식의 삶을 열어 주던 풍요로운 근원인 셈이다. 이러한 정겨운 분위기에 어울리게 황소의 울음 소리가 멀리서 나직하게 들려 올 때, 아낙이 머리에 이고 가는 물동이의 찰랑이는 물에서도 시적 자아는 푸른 하늘이 비쳐져 있음을 본다.

낡은 우물과 푸른 하늘, 푸른 전설과 황소의 울음 소리로 이어지는 평화로운 어느 농촌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시는 당시 우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시인 특유의 재치와 섬세한 고유어를 적절히 구사하여 잔잔한 감흥을 전해 주고 있다.

 

 

 

❒ 이해와 감상 5

이 작품에서 시인은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통해 무한한 평화와 그윽한 아름다움을 보고 있다. 그에 알맞게 작품은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능수버들과 낡은 우물이라는 사물들은 매우 온화하고도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때는 봄도 거의 지나가는 윤사월,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이 한 조각 비쳐 있다.

여기서 물을 긷는 아주머니에게 작중 화자는 묻는다. 지금 우는 뻐꾸기가 작년에 울던 그 새일까라고. 여기서 뻐꾸기는 작품 세계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떤 상황의 고요함은 아무 소리가 없을 때보다 그 속에 어떤 평화로운 소리가 간간히 끼어들어 올 때 더 잘 나타나는 법이다. 아주머니는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박꽃처럼' 웃기만 한다. 그 웃음 속에는 이 한가로운 세계에서 있는 대로의 삶을 누릴 뿐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는 소박하고도 담담한 태도가 스며들어 있다. 그 말없는 웃음이 이 시가 그리는 세계의 평화로움을 더욱 부드러운 것이 되게 한다.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물을 길어 올린다. 이 부분은 문장의 구조가 똑같은데, 그것은 물 긷는 동작의 느릿하고도 규칙적인 움직임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두 행에 같이 들어 있는 `넘쳐 흐르는'이란 구절에서는 어떤 풍성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해서 아주머니가 길어 올리는 물은 그저 물만이 아니라, 푸른 하늘이기도 하고 푸른 전설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상의 흐름에 평화로운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가 마지막 연에 나오는 `황소의 울음 소리'이다. 나지막하고 게으른 듯한 황소의 울음 소리, 그 속에서 물동이를 이고 일어서는 아주머니, 물동이에 출렁거리는 맑은 물과 거기에 비친 하늘…… 이러한 모습으로 그윽한 평화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세계의 모습이 완성된다. 다시 한번 천천히 읽으며 상상의 그림을 그려보면 이 점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설: 김흥규]

 

 

 

❒ 이해와 감상 6

4연으로 된 자유시.

김종한은 전통적인 소재를 택하여 쓰면서도 그 배경, 표현 방법이 독특하고 새로우며, 시각적인 공간성을 최고로 추구한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민요적・회화적・음악적 요소가 우세하게 나타난다.

이 시는 이 땅의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물 가를 통해서 고유한 서정을 매우 새롭게 조명해 주는 점이 있다. 그 시적 의미의 파악도 동심적이면서 독특한 것이다.

제 1 연 : 능수버들(수양버들)이 파수병처럼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 그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이 내려와 그림자져 있는 윤사월.

--시의 서두로서, 시의 배경과 때는 화창한 윤사월 봄날임을 밝히고 있다. 회고적이며, 향수를 자아내는 풍경이다. 특히 ‘낡은 누물 가’하고 ‘낡은’이라는 형용사를 구태여 쓴 것은 ‘흔하고 오래된’의 토속적 의도의 배려로 보인다. ‘윤사월’도 음력에서 쓰이는 것이니 만큼 토속적, 회고적인 의미가 가미된 표현.

제2∼3연 : ‘어주머님, 지금 들려오고 있는 저 뻐구기 울음소리는 작년에 울던 그 놈일까요?’하고 (내가 물었으나), 조용하신 아주머님은 박꽃처럼 정결하고 순박하게 웃으시면서, (대답은 않고) 두레박에 넘쳐 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푸른 전설만 길어 올리시네.

--대화가 직접 쓰인 표현이며, 우문으로서 소년적인 점이 보인다. 그리고 2연의 3행은 문맥으로 보아 3연에 붙이어야 할 것이나, 2연에 포함시킨 것은 3연의 뜻을 시각적으로도 높여 주려는 의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는 뻐구기를 ‘작년에 울던 그 놈일까요?’하고 ‘작년의 뻐뀌’에 비교한 것은 현실적으로는 우문이나 시적인 우문임을 유의해야 한다. 아주머님의 웃음을 ‘박꽃’에 직유한 것도 전통적인 미의식의 발로이며 적절한 표현이다. 3연의 ‘넘쳐 흐르는 푸른 하늘’이나, ‘푸른 전설’도 매우 시적인 발상에 근거한다. 우물물이 계속 고이듯, 박꽃처럼 웃는 아주머님은 넘쳐 흐르는 ‘푸른 하늘・푸른 전설’을 길어 올린다는 것은 얼마나 참신한 시적인 회화인가.

제 4 연 : 언덕을 넘어오는 황소의 울음 소리도 가까이 이곳으로 오는지 들려 오는데,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가는 아주머님의 물동이에서도 찰랑찰랑 푸른 하늘이 담긴 물이 넘쳐나는 구료.

이 시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한 고유의 아름다운 자연이며 풍경이다. 또 순수한 시정이 비단결처럼 곱다. 당시 ‘문장’의 선자였던 정지용은 그의 시를 평하여 ‘당신의 시는 솔직하고 명쾌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절로 쉬운 말로 직절한 센텐스와 표일한 스타일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문장」 8호, 1939)라고 하였는데, 이 시에서도 그 진솔한 바탕이 시미를 깊게 하고 있다.

 

 

 

❒ 이해와 감상 7

이 시는 김종한의 데뷔작이다. 그는 이념적, 사회적 경향의 시를 배격하면서 섬세한 언어 감각과 지적인 재치가 번득이는 작품을 즐겨 썼다. 이 시에서도 우리 고유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전원의 한가한 풍경을 재현시켜 놓았다.

능수버들 아래 낡은 우물이 있는 집은 그 내력이 매우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윤사월의 청명한 하늘 조각이 깊은 우물 속에 비치는 가운데 뻐꾸기 소리조차 한가롭게 들리는 전형적인 전원 농가의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그려져 있다. 아마도 종가(宗家)의 맏며느리일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님은 호젓한 우물가에 서서 하염없이 물을 길어 올린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화자는 아주머니에게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이 아니겠느냐며 말을 걸어 보지만, 아주머니는 박꽃처럼 화사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 없이 두레박질만 한다.

초여름의 한적한 오후에 들리는 뻐꾸기, 황소 울음 소리는 농촌의 한가함을 한결 돋우어 준다. 삼라 만상의 움직임이 일순 정지해 버린 듯한 고요와 정적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뻐꾸기와 황소의 울음 소리이다. 나지막하고 게으른 듯한 자연의 소리, 그 속에서 두레박으로 푸른 하늘과 푸른 전설을 넘치도록 길어 올려 물동이에 이고 일어선 아주머니, 출렁이는 물동이에 담긴 윤사월의 시리도록 푸른 하늘…

이러한 소재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그윽한 평화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전원 풍경을 완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김동환의 '웃은 죄'와 비교해 볼 만한 작품인데, 이 작품은 그보다 한 해 먼저 발표된 것이다.

 

 

 

❒ 형성 평가

✸ 이 시의 중심 소재를 쓰고, 그 소재가 전달하는 분위기를 30∼40자(띄어쓰기 포함) 정도로 쓰라.

 낡은 우물

 대대로 이어오는 시골 집안의 평화롭고 그윽하며 예스러운 분위기

 

✸이 시의 청자인 아주머님의 화사하고 원숙한 모습을 상징하는 시어를 찾아 쓰라.

✍ 박꽃

 

✸이 시의 지배적인 두 심상은 어떤 것인가? 또, 그런 심상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삶은 어떤 것인가?

✍ 시각적 심상 : 푸른 하늘, 푸른 전설

청각적 심상 : 뻐꾸기 소리, 황소 울음 소리

✍ 전원의 그윽하고 평화로운 삶

 

✸이 시가 쓰여진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푸른 전설'이 암시하는 바를 간략히 밝히라.

 조국의 독립과 희망찬 미래에 대한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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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처럼

김종한

 

 

살구꽃처럼

살구꽃처럼

전광(電光뉴스대() 하늘거리는

전쟁은 살구꽃처럼 만발했소.

 

음악이 혈액(血液)처럼 흐르는  .

 

살구꽃처럼

살구꽃처럼 흩날리는 낙하산부대,

낙화ㄴ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음악이 혈액처럼 흐르는  .

 

청제비처럼 날아오는 총알에

맞받이로 정중선(正中線) 얻어맞고

살구꽃처럼불을 토하며

살구꽃처럼 떨어져가는 융커기().

 

음악은 혈액처럼 흐르는데,

 

달무리같은

달무리같은 나의 청춘과

마지노선과의 관련말씀이죠?

제발 그것만은 묻지 말아주세요.

 

음악은 혈액처럼 흘러 흘러,
 

 

고향집에서 편지가 왔소.

전주 백지(白紙속에 하늘거리는

살구꽃은

살구꽃은 전쟁처럼 만발했소.

 

음악이 혈액처럼 흐르는  ,

 

살구꽃처럼 차라리 웃으려오.

음악이 혈액처럼 흐르는  .

전쟁처럼

전쟁처럼 살구꽃이 만발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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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영화 <<죽은 詩人의 사회>> - 현재를 즐겨라... 2016-01-13 0 4737
996 시인 윤동주, 영화 <<동주>>로 살아오다... 2016-01-13 0 4340
995 시인 김수영 비사 2016-01-13 0 5294
994 詩人들의 모양과 의미도 百人百色 2016-01-13 1 4756
993 詩작법 살살살... 2016-01-12 0 4917
992 詩작법 끄매매... 2016-01-10 0 4752
991 詩작법 똥그랑... 2016-01-10 0 4743
990 詩작법 타다닥... 2016-01-10 0 4814
989 詩작법 펑펑펑... 2016-01-10 0 5780
988 詩작법 찌르르... 2016-01-10 0 4788
987 詩작법 까르르... 2016-01-10 0 4342
986 詩작법 뇨뇨뇨... 2016-01-10 0 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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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 詩작법 뽕구대... 2016-01-10 0 6390
977 詩작법 삐삐삐... 2016-01-10 1 4829
976 시인들이여, 상상은 우주 너머 맘껏 펼쳐라... 2016-01-10 0 4165
975 詩작법 빵쭉쭉... 2016-01-10 0 4395
974 시인들이여, - 시를 재미있게 쓰라... 2016-01-10 0 5421
973 시인들이여, 시의 제재를 잘 잡아라... 2016-01-10 0 5819
972 詩작법 쭉빵빵... 2016-01-10 0 4858
971 시인들이여, - 말의 연금사가 되라... 2016-01-10 0 5737
970 詩작법 총총총... 2016-01-10 0 4469
969 시인들이여, - 진짜배기 시인답게 좋은 시써라... 2016-01-10 0 4468
968 시인들이여, - 주변의 소재로 그리라... 2016-01-10 0 4463
967 白石은 伯席이다... 2016-01-10 0 5259
966 시인들이여, - 매순간의 부산물로 시써라... 2016-01-10 0 4381
965 시인들이여, - 만 가지 시작법을 배우라... 2016-01-10 0 5377
964 시인들이여, - 육화된 산 언어를 잡아라... 2016-01-10 0 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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