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0월 2024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를 쓰라...
2016년 10월 25일 22시 00분  조회:3653  추천:1  작성자: 죽림

시는 이미지가 말을 한다
/이창배
      

 

아 달이여, 참 슬픈 걸음으로 너는 하늘을 오르고 있구나 
저렇게 말없이, 저렇게 파리한 얼굴로, 
아니 하늘나라에서도 저 분주한 활쟁이 큐핏(Cupid)이 
그 매서운 활을 쏘는 일이 있는가. 
그렇다. 오랫동안 사랑에 익숙한 눈으로 
사랑을 판단컨대 너는 사랑의 병을 앓고 있다. 
나는 너의 표정에서, 너의 슬픈 용모에서 그것을 읽는다. 
똑같은 병을 앓고 있어 나는 너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 달이여, 동병상련의 정에서라도 내게 말해다오. 
하늘나라에선 일편단심의 사랑이 어리석음의 소치라고 여겨지는지, 
하늘나라의 미인들도 지상에서처럼 교만한지, 
그곳에선 사랑을 받기 위해서 사랑하면서 
연인들이 사랑에 사로잡힌 사람을 경멸하는지, 
곧은 절개를 보람없는 일이라고 하는지. 

With sad steps, O Moon, thou climgb'st the skies, 
How silently, and with how wan a face! 
What, may it be that even in heavenly place 
That busy archer his sharp arrows tries? 
Sure, if that long-with-love acquainted eyes 
Can judge of Love, thou feel'st a Lover's case; 
I read it in thy looks; thy languished grace, 
To me that feel the like, thy states decries. 
Then even of fellowship, O Moon, tell me 
Is constant love deemed there but want of wit? 
Are beauties there as proud as here they be? 
Do they above love to be loved, and yet 
Those lovers scorn whom that love doth possess? 
Do they call virtue there ungratefulness? 

이 시를 읽기 위해서 사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 시가 쓰여진 16세기 무렵의 연애시에서는 일률적으로 남자는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로 사랑을 하소연하지만, 여자는 한결같이 교만하여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아 남자를 점점 애태우게 만든다. 그런 페트라르카(Petrarca)풍의 연애시의 패턴을 따른 이 시에서 시인은 교만한 애인을 두고 짝사랑의 하소연을 한다. 다음으로는 이 시의 주요 이미지로 쓰인 큐핏은 희랍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다. 미소년 큐핏은 금빛 날개를 달고 활과 화살을 지니고 다닌다. 사랑의 과녁을 향하여 쏘는 화살은 빗나가는 일이 없는 바, 금빛 활촉의 화살은 戀心을 고취시키고, 은빛 활촉의 화살은 구애를 물리치도록 되어 있다 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방적인 사랑을 달에게 하소연하면서, 한편 그 애절하고 처참한 심정을 달의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보이고 있다. 달이 말없이 슬픈 걸음으로 하늘을 걸어오르고 있다고 형용함으로써, 시인은 독자에게 그 이미지를 통하여 사랑에 버림받은 이가 창백한 얼굴로 하염없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 심정을 읽게 한다. 시인은 달에 대한 비유를 확장하여 달의 창백한 용모를 보면 달도 사랑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상황을 추정하고, 그렇다면 큐핏이 사랑의 과녁을 빗쏘는 일이 없는 그 하늘, 일편단심의 변함없는 사랑만이 있을 법한 하늘나라에도 지상과 똑같이 사랑의 변절이 있고, 여인들은 교만하여 남자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냐고 반문한다. 이렇게 반문함으로써 자기는 한결같고 변함없는 사랑을 바치고 있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짝사랑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이며 원망스럽기만 하다는 감정의 논리를 편다. 시의 중심 이미지인 달에 대한 적절한 비유와 논리적인 전개를 통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애절한 사랑의 감정이 설득력있게 전해진다.  

======================================================================

 

 

길 ―김기림(1908∼?)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 )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시인 김기림은 과수원집 아들이었다. ‘무곡원’이라는 이름의 과수원집에는 여섯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중에서 유일한 아들이자 막둥이가 김기림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1910년대 함경북도 학성군, 지금 지명으로는 김책시의 한 집안에서 김기림이 얼마나 사랑받고 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의 유년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가 이 시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에 잘 나와 있다.
 

 

어린 시절, 김기림은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다. 어머니의 상여는 언덕길을 돌아 사라졌는데 처음에 어린 아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몰랐기 때문에 기다렸다. 하지만 와야 할 사람은 오지 않고 대신 다른 것들만 돌아왔다. 노을에 젖은 빈 마음이 돌아왔고,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만 열심히 돌아왔다. 어린 아들은 언젠가 어머니가 갔던 길로 내려와 제 뺨을 쓰다듬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결국 이 아들은 자라서 어떻게 했을까. 그가 언덕에서 만난 모든 의미들은 결코 답안지를 채워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길을 따라 떠날 수 있을 나이가 되자마자 떠났을 것이 당연해 보인다. 스스로 어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 떠나는 그의 가슴에는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라는 보퉁이가 안겨 있었다. 그리고 이 보퉁이가, 기억이, 어머니가 어린 과수원집 아들을 시인 김기림으로 만들었다. 

이 시가 반짝거리는 이유는 한 시인의 탄생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탄생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아픔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763 인생은 비극이라 생각할 때 비로서 살기 시작하는것... 2016-11-06 0 4507
1762 미국 현대시인 - 월리스 스티븐스 2016-11-06 0 3792
1761 따옴표(" ")가 붙은 "시인"과 따옴표가 붙지 않는 시인 2016-11-06 0 4564
1760 모더니즘 경향의 시인들 시를 알아보다... 2016-11-06 0 3850
1759 모더니즘시, 현대 문명을 비판하다... 2016-11-06 0 4700
1758 김기림 모더니즘시 리론작업, 정지용 모더니즘시 실천작업 2016-11-06 0 4067
1757 모더니즘 문학과 도시의 문학 2016-11-06 0 3956
1756 한국 모더니즘 시의 흐름은 어떠한가... 2016-11-06 0 3419
1755 [자료] - 포스트모더니즘을 알아보다... 2016-11-06 0 3340
1754 [자료] -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알아보다... 2016-11-06 0 4171
1753 詩人 되기 먼저 자기자신을 완전히 깨닫는것, 곧 구리쇠 잠깨어 나팔 되기 2016-11-06 0 3478
1752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감상하기 2016-11-05 0 4188
1751 詩란 자연과 함께 인간의 덕성을 말하는것이다... 2016-11-05 0 4158
1750 너무나 많은 라침판이여,-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이라... 2016-11-03 0 3554
1749 詩는 "만드는것"이 아니라 생체를 통한 "발견"이다...... 2016-11-02 0 3970
1748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와 시인들 2016-11-01 0 4048
1747 죽은지 10여년 지나서야 시적 가치를 찾은 "악의 꽃" 2016-11-01 0 3994
1746 프랑스 상징파 시인, 모험가 - 랭보 2016-11-01 0 4002
1745 프랑스 상징파 시인 - 베를렌느 2016-11-01 0 4635
1744 詩란 우연스러운 "령감들의 모음집"이 아니라 언어행위이다... 2016-11-01 0 4158
1743 파블로 네루다 시모음 2016-11-01 0 6070
1742 칠레 민중시인 - 파블로 네루다 2016-11-01 0 4753
1741 詩쓰는것이 돈벌이 된다면 어렵다는 말은 사라질것이다... 2016-11-01 0 3446
1740 조기천시인과 김철시인 2016-11-01 0 4097
1739 백두산은 말한다... 2016-11-01 0 3862
1738 "백두산"과 조기천 2016-11-01 0 4004
1737 "백두산", 완결물이 아니라 미완물이다... 2016-11-01 0 4853
1736 체코 문학을 알아보다... 2016-10-31 1 5812
1735 시인이 된다는것은... 2016-10-31 0 3676
1734 "풀"의 시인 김수영을 다시 떠올리다... 2016-10-31 0 5061
1733 "곰팡이는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것처럼..." 2016-10-31 0 4057
1732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하고 있는것을 아는 모양이다"... 2016-10-31 1 3691
1731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2016-10-31 0 4153
1730 한국적 모더니즘 대변자 김수영 작품 공자에 젖줄 대다... 2016-10-31 0 3820
1729 변변한 불알친구 하나 없어도 문학이란 친구는 있다... 2016-10-31 0 3795
1728 니체은 니체로 끝나지만 공자는 공자로 지속되다... 2016-10-31 0 3472
1727 詩란 사자의 울부짖음이다... 2016-10-31 0 3716
1726 참말이지 과거는 한줌 재일 따름... 2016-10-30 0 3577
1725 정지용, 김기림과 "조선적 이미지즘" 2016-10-30 0 4038
1724 김기림, 그는 누구인가... 2016-10-30 0 4286
‹처음  이전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