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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詩는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눈물...
2016년 10월 28일 00시 38분  조회:4647  추천:0  작성자: 죽림
 

                                         니자르 카바니  詩

 

 

 

 

 

다마스쿠스, 너는 나에게 무엇을 하고 있나

 

우마이야 모스크 마당에 들어서면

모두가 서로 인사를 한다

모퉁이는 모퉁이에게, 타일은 타일에게, 비둘기는 비둘기에게

쿠피 경전이 새겨진 정원을 걷는다

신의 말로 이뤄진 아름다운 꽃들을 잡아당겨보고

모자이크의 소리, 기도하는 이들의 마노 구슬을 눈으로 듣는다

미나레트의 계단을 오르면 내게 와 닿는 소리

자스민 꽃으로 오세요, 자스민 꽃으로 오세요.

 

 

 

 

 

 

 

 

 

 

 

그림에서 얻는 교훈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는 숲 속의 나무들도 시민군이 되고 장미도 방탄복을 입는단다

무장한 밀의 시대엔 새들도 무장을 하고 문화도 무장을 하고 종교도 무장을 한단다

숨겨진 총을 찾아내지 못하고서는 빵 한 덩어리 살 수 없단다

얼굴에 생채기를 내지 않고서는 들판의 장미를 꺾을 수 없단다

손마디가 폭탄에 날아가지 않고서는 책 한 권 살 수 없단다

아들아 네가 자라서 아랍의 시를 읽게 되면 말과 눈물은 쌍둥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랍의 시는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눈물이라는 걸 알게 될 거란다.

 

 

 

 

 

 

 

 

 

 

...시들이 너무 아름다워 두꺼운 내 마음도 찔려 수액을 두어 방울 떨어트렸다. 

다른 언어로 옮겨 놓아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아랍어로 읊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


저항의 로맨티시즘 

아랍의 '망명시인'으로 유명한 니자르 카바니는 1923년 3월 21일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태어났다. 스물한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다마스커스대학 법과를 졸업하고 1945년 외교관의 길에 들어섰지만, 시에 대한 열정 때문에 후일 그만뒀다. 

카바니는 관능적이고 로맨틱한 산문들을 써서 아랍의 다양한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카바니가 아랍어 신문인 Al Hayat에 실었던 기사와 시들은 12권짜리 묶음으로 나와있다). 반면 그의 시들은 일상언어로 구성돼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집트의 소설가 겸 주간 '문학뉴스' 편집장인 가말 엘 기탄티는 "엘리트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시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카바니의 업적을 평가한다. 또다른 이집트 소설가 모나 헬미는 "카바니의 위대함은 남녀 사이의 로맨스 뿐 아니라 지배자와 피지배자, 압제자와 피압제자의 관계를 묘사할 때에도 아름다운 시어들을 구사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평했다. 

첫 번째 시집 The Brunette had Told Me (1944)에는 고향인 다마스커스가 강력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The Jasmine Scent of Damascus"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카바니의 시는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 쪽으로 향하게 된다. 

아랍세계 전역에서 애송됐던 2행시 "O Sultan, my master, if my clothes are ripped and torn it is because your dogs with claws are allowed to tear me"에는 독재 혹은 공포정치에 대한 저항정신, 그리고 아랍인들이 공유했던 좌절감 따위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2행시 연작 형식으로 돼 있는 이 싯구는 '패배의 書' Hawamish 'ala Dartar al-Naksah 의 일부분이다). 
아마도 카바니가 '술탄'이라 부르며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시리아의 독재자 하페즈 알 아사드였을 것이다(아사드는 2000년에 죽었고 지금은 그의 아들 바샤르가 대통령직을 물려받았다). 어쨌든 이 시를 발표한 뒤 카바니는 시리아 뿐 아니라 아랍 전역에서 숭배의 대상이 됐다. 시리아든 이집트든 상황은 비슷했을테니까. 


당신의 미친 개가 내 옷을 짖어버렸소 

카바니의 시에서 아랍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이스라엘과의 '6일 전쟁'에서 아랍권이 대패한 뒤부터다. '패배의 서'에 딸린 노트에는 카바니의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전쟁의 패배로 카바니는 연애담 대신 아랍-이스라엘 분쟁과 같은 정치적인 주제 쪽으로 시각을 돌리게 됐다. 그는 이 치욕적인 패배의 탓을 아랍의 무능한 지도자들에게 돌렸다. 아랍인들은 자기 생각을 말할 자유도, 자발적으로 형성된 시민사회도 갖고 있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들고나온 카바니의 시는 아랍 문학계에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비평가들은 "여자들에게 바치는 헌시, 사랑 얘기 따위나 써온 작자가 국가적인 문제를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아냥거렸고, 어떤 이들은 이슬람 세계의 '점잖은 기풍'에 맞지 않게 관능적이고 감각적이었던 그의 시가 청소년의 도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고리타분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또다른 사람들은 카바니가 패배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아랍인들에게 손가락질이나 해대는 사디스트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즉 그는 '아랍 군대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이적분자'라는 것이었다. 이집트의 작가들은 카바니를 비난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카바니는 가말 압둘 나세르 이집트대통령에게 위협에서 보호해주도록 청원하는 편지를 써야했을 정도였다. 


적은 우리의 나약함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카바니가 아랍인들의 사랑을 받은 동시에 지탄을 받았던 것은, 그가 패전의 원인으로 아랍 내부의 문제를 들고나왔기 때문이었다. '패배의 서'에서 카바니는 말한다. 

The Jews did not come across our borders, 
but they crept in like ants through our defects. 
우리의 적은 우리의 국경선을 넘지 않았다 
적들은 개미처럼 우리의 나약함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1948년 팔레스타인의 상실(이스라엘 건국)과 1967년 전쟁의 패배라는 두 가지 치명적인 패배에 대해 카바니가 보인 첫 번째 반응은 충격과 상실감이었지만, 그는 곧 미래에 대한 신념과 희망을 찾는 의지력을 회복한다. 

O (our) children 
rain of the spring, buds of hopes! 
you are fertile seeds in our barren life; 
you are the generation that will vanquish the defeat. 
어린이들은 봄비, 희망의 싹들 
너희들은 불모의 삶에 풍요로운 씨앗을 내려 
패배의 그늘을 가시게 해줄 세대 


(Palestine and Modern Arab Poetry 수록) 

카바니가 눈에 띄는 또하나의 지점은 여성을 보는 그의 시각이다. 팔레스타인 작가 Salma Khadra Jayyusi의 말을 들어보자. 

"보수적인 교육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던 카바니는 여성문제를 한때의 유행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구적인 여성관(女性觀)을 갖고 있던 그는 아랍권에 페미니즘이 유행하기도 전에 자신만의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그가 쓴 에로틱한 산문들에는 그가 생각했던 '자유' 개념이 드러나 있다. 자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총체'로서의 자유를 추구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여성의 몸과 영혼을 해방시켜라 

정치적 자유를 논했던 시인은 카바니 이전에도 아랍세계에 많이 있었다. 정치적 자유와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투사들만이 시인으로서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아랍에는 출신국 정부의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한 시인과 작가들이 넘쳐났다. 망명시인의 시대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카바니가 거둔 성과는 두드러진다. 이는 그가 정치적 억압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랍 문화의 금기들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의 '관능'이었다. 

그는 수세기동안 이어져 내려온 억압적인 규율로부터 육체와 영혼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특히 여성들의 섹슈얼리티와 신체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사회의 금기로부터 여성들을 빼내어 여성들로 하여금 잔인한 성적 차별을 자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번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더 이상 기만은 있을 수 없다. 광신도들의 역습이 종교, 명예라는 이름 아래 시작됐지만 보수파들의 반격이 카바니의 언어를 왜곡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미 자각되기 시작한 것을 완전히 씻어낼 수는 없었다. 카바니가 외쳤던 것들은 미약한 형태로나마 지금까지도 아랍인들의 정신 속에 살아 있다. 그의 시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영혼의 나팔소리다.

 



Nizar's Life

March 23 1923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출생
Dec 28 1941 시리아 독립
1944 첫 시집 "The Brunette Told Me" 발표
1945 다마스커스대학 법학과 졸업, 외교부 근무 시작
1947 첫번째 엔솔로지 Childhood of a Breast 발표
1947-49 팔레스타인 전쟁, 이스라엘 시나이반도, 서안, 예루살렘 점령
May 15, 1948이스라엘 건국
1954 Bread, Hashish and Moonlight 발표
1956 수에즈 전쟁
1957 Poems For Nizar Qabbani 출간
1961 My Beloved Published 발표
1963 Poetry is a Green Lamp 발표
1965 스페인어로 된 Five Letters to My Mother 발표
1966 외교관직 사직, 런던 이주. Drawing in Words 출간
1967 6일전쟁. 이스라엘, 골란고원 점령. '패배의 서' 초안 작성
1968 The Diary of a Blase Woman, Palestine Liberation Movement, Poets of the Occupied Land 발표
1970 The Book of Love, Commando Graffiti on the Walls of Israel 발표
1972 A Hundred Letters, Outlawed Poems 발표
1973 Balquis al Rawi 와 결혼, 맏아들 사망. 4차 중동 전쟁 발발
1976 시리아군, 레바논 북부 점령
1979 미-이스라엘 평화조약 체결, 이란에서 호메이니 집권
1981 부인 Balquis, 친이란계 게릴라 공습으로 사망
1982 이스라엘, 레바논 침공
1987 Modern Arabic Poetry An Anthology 발표
1990 Abu Jahl buys Fleet Street 퇴고
1998 On Entering the Sea: The Erotic and Other Poetry of Nizar Qabbani 발표

1998.5.1 런던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빵, 해시시, 그리고 달

 


Nizar Qabbani

 


동쪽에서 달이 태어날 때
흰 지붕들 위로 잠든채 표류해갈 때
높이 떠오른 빛덩이 아래로
사람들이 가게 문을 닫고 떼지어 행진해간다
달을 만나러
빵과 라디오를 들고 산꼭대기로
환각제를 들고서
거기서 사람들은 마약을 사고판다
그리고 이미지들,
달이 생명을 얻을 때 사람들은 죽어간다
저 빛나는 원반이 내 고향의 무엇이런가
예언자의 땅,
검소한 사람들의 땅
담배를 씹고 마약을 팔아대는 사람들의 땅
달이 우리에게 해주는 것이 무어가 있나
용기를 탕진하면서
천국을 구걸하는 우리들에게
게으르고 나약한 이들에게
천국이 무슨 필요가 있나
달이 생명을 얻을 적에
사람들은 시체로 변해간다
그리고 성인들의 무덤을 파헤치면서
밥과 아이들을 내놓으라 한다
세련되고 우아한 깔개를 펼치고서
'운명' 혹은 '숙명' 이라는 이름의
마약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내 조국,
달빛이 내리꽂힐 때 
나약함과 부패가 사람들을 붙들어매는 땅
깔개들, 수천개의 바구니들,
찻잔들, 그리고 언덕 위에서 맹세한 어린아이들
어리석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빛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내 조국
모두가 장님으로 살아가고
기도하고 
간음하고
체념한 채 살아가는 곳
그들에겐 언제나
초승달 뿐이다
"오 초승달이여!
기적의 신이 기다리고 계시네!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당신은 언제나 우리를 위해 동녘에 계시네
감각을 잃은 군중을 위한 
다이아몬드 한 무더기"

달이 저물어가는
동쪽의 밤
동녘은 명예와 활력을
모두 빼앗겨 버리다
네 명의 아내를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심판의 날을 믿는 
맨발의 군중들
꿈속에서만
빵을 먹을 수 있는 수백만의 사람들
집안에서 기침으로 밤을 새던 사람들
약이라고는 구경 한번 못 해보고
불빛 아래 시체처럼 쓰러지는 사람들

어리석은 울음소리
죽어가는 흐느낌만이 있는
내 조국
초승달이 뜰 때마다
눈물이 늘어나고
형편없는 류트 혹은
'밤'의 노래곡조에 감동하는 곳
내 조국, 
검소한 사람들의 땅,
끝없는 노래를 길게 늘여 불러
동녘을 소비하고 파괴하는 곳
동녘은 역사를 씹어대고 
무기력한 꿈과
공허한 전설을 씹어대면서
아부 자이드 알 힐랄리의 피카레스크에서
영웅주의의 총합을 본다


1954

==============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I am with terrorism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장미와 여인들, 위대한 문학과 푸른 하늘을 보호하려 들면.
점령지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물도 없고 공기도 없다
천막도 없고 낙타도 없다
짙은 아라비아 커피조차도 남아있지 않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우리 내장과 
발키의 머리카락, 
메이순의 입술을 지키려 들면.
힌드와 다드, 루브나와 라바브, 
거짓을 폭로하듯 그들의 채찍에서 흘러나오는
코흘의 강물을 보호하려 들면.
나는 더이상 비밀스런 시, 
비밀스런 구호,
혹은 문 뒤에 숨겨둔 책들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베일을 쓰고 거리를 걷는 
시와 함께 하지도 않을 것이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파괴되고 찢겨지고 사그러진 고향, 
아무 주소도 없고
이름도 빼앗겨버린 나라에 대해 쓰면
 
나는 고향의 흔적들을 찾는다
위대한 시들은 더이상 남아 있지 않은,
칸사의 탄식 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고향을.
 
빨강, 파랑, 혹은 노랑
자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점령지의 지평선을 찾는다
 
고향에서 우리는 신문을 사 볼 수도,
뉴스를 들을 수도 없다
새들의 지저귐마저 
금지된 점령지
테러에 물든 고향땅에서
작가들은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길들여져갔다
 
고향의 시는 고향의 땅을 닮았다
공허한 말들
리듬도 없고
기형적인 얼굴과 혀를 가진 수입된 아잠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사람들의 걱정과는 아무 상관없는
어머니 대지와 
인간의 위기
 
명예도 없고
편자도 없이
평화협상으로 가는
점령지.
 
남자들은 그릇에 오줌을 누고
여자들은 명예를 짓밟혀버린 고향
 
우리 눈에 소금
우리 입술에 소금
우리 말에 소금
자아가 이토록 메마를수도 있구나
불모의 카흐탄에서 물려받은 유산이런가
우리 나라에는 무와이야도, 아무수피얀도 없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체념에 빠진 얼굴
그들은 우리의 집과 빵과 올리브기름을 빼앗아
빛나는 역사를 흔한 잡동사니로 만들었다
 
우리 삶에는 어떤 시도 남지 않았다
술탄의 침대에서 순결을 잃은 뒤로
 
그들은 비천한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모든 것이 타락해버렸을 때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역사서를 찾는다
일족을 이끌고 솀족을 정복했던 우사마 빈 알문키트와
우크바 이븐 나피
오마르, 함자
그리고 할리드를.
잔인한 강간과 불길에서 
여성들을 구했던
무스타심 빌라흐를 찾는다
 
나는 후대의 사람들을 찾는다
겁에 질린 고양이들 사이에서
새앙쥐같은 술탄의 치세 때부터
스스로의 영혼을 겁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을 본다
 
온 나라가 장님이 되었나
색깔조차 구별할 수 없는 것일까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우리 땅을 찢고
우리 역사를 찢고
우리의 복음을 파괴하고
쿠란을 찢고
예언자들의 무덤을 파헤치는
이스라엘의 불도저 밑에서
죽기를 거부하면.
그것이 우리의 죄라면
그렇다면, 보라, 테러리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무굴과 유대와 바바리안의 손에서 
말살되기를 거부하면,
제왕 중의 제왕이 주재하는
안보리의 유리창에 
돌을 던지면.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늑대와 협상하기를 거부하면
매춘부와 손 맞잡기를 거부하면
 
아메리카
여러 민족의 문화를 말살시켜
아무런 문화도 없고
여러 문명을 말살시켜
아무 문명도 갖고 있지 못한
아메리카
벽이 없는
강력한 건축물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미국이 헤브루의 옷을 입고
더욱 바보스럽고 부유해지고 강력해져가는
이 시대를 거부하면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예루살렘에
알 할릴에
가자에
나스라에
장미를 집어던지면
포위된 트로이에
빵과 물을 가져다주면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종교에 빠진 지도자들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면
통합주의자들은 모두
브로커로 변해버렸다
 
우리 문화에 맞서 가증스런 범죄를 행하면
위대한 칼리프의 질서에 맞서 혁명을 일으켜
그들의 자리를 노리면
정치의 법률을 공부하고
신을 부르면
알 파타의 글, 정복의 장(章)을 읽으면
금요일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모두 테러리즘에 익숙해진 자가 된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먼지 쌓인 명예와
우리 땅을 지키려 들면
우리를 강간하는 사람들
우리 중에 강간하는 사람들에게 맞서려 하면
사막의 야자나무와
하늘에 반짝이는 마지막 별 하나
어머니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마지막 젖 한방울을 지키려 하면.
이것이 우리의 죄라면
테러리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테러가 러시아와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에서 온 자들로부터
나를 구해줄 수만 있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에 들어와
우리 어깨를 짓밟고
알 쿠드의 첨탑과
아크사 사원의 문을 빼앗고
아라베스크와 돔을 도적질했다
 
메시아, 나자렛의 예수,
동정녀 마리암 베툴라
그리고 성스러운 도시를 
죽음과 파괴의 사절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지난해
민족주의자들의 거리는 끓어올랐다
야생마처럼
강물은 젊은 영혼으로 넘쳤다
 
그러나 오슬로 이후
우리에겐 더이상 이빨이 없다
우리는 길잃은 눈먼 사람들이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전력을 다해
시의 유산과
화려한 문명과
산들 사이로 흐르는 피리소리와
거울처럼 비치는 검은 눈을 지키려 들면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엘 아주레의 바다를 묘사한
잉크 냄새를 지키려 들면
말할 자유와
신성한 책들을 지키려 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테러가 사람들을 독재자의 폭정에서 
구해줄 수만 있다면
인간의 잔인함에서 인간을 구해주고
레몬과 올리브나무, 레바논 남쪽의 새들과
골란고원의 웃음을 돌려줄 수 있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테러가 우리를 예후다의 카이사르와
로마의 카이사르로부터 
구해줄 수 있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아메리카와 이스라엘이
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나눠쥐고 있는 한
 
도살자들이
이 새로운 세계를 손에 쥐고 있는 한
내 모든 시와
내 모든 말과
내 모든 이를 걸고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미국 상원이
자기네 법과 포고령을 가지고
상벌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나는 이르하브(테러리즘) 편이다
이 신세계질서가 아랍의 냄새마저도 증오하는 한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이 신세계질서가
내 자식들을 학살하고
내 자식들을 개들에게 보내려 하는 한
 
이 모든 것을 위해
 
나는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London, 15 April 1997. 
 
/번역 딸기

The face of Qana 카나의 얼굴


1

카나의 얼굴
예수의 얼굴처럼
4월의 바닷바람처럼, 창백한.
빗물처럼 흐르는 피, 그리고 눈물.

2

숯덩이가 된 우리 몸을 짓밟고 그들이 카나로 들어왔다
이 남쪽땅에 나치의 깃발을 올리며
폭풍의 한 장을 열어젖힌다
히틀러는 가스실에서 그들을 불태웠고
이제 그들은 히틀러의 뒤를 이어 우리를 불태운다
히틀러는 그들을 동유럽에서 내쫓았고
이제 그들은 우리를 우리 땅에서 내쫓는다

3

그들이 카나에 들어왔다
굶주린 늑대처럼
메시아의 집을 불태우고
후세인의 옷과
남쪽 땅을 짓밟는다



폭격을 맞은 밀밭과 올리브나무, 담배밭,
그리고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
폭격을 맞은 카드모스
폭격을 맞은 바다와 갈매기들
폭격을 맞은 병원들, 아이를 돌보던 어머니들, 학생들
폭격을 맞은 남쪽지방의 아름다운 여인들
달콤한 눈 속엔 짓밟힌 정원들



우리는 알리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걸 보았고
피묻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 속에
기도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누가 카나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 곳은 두 번째 카르발라였다고
양피지에 새겨줄 수 있을까



카나는 숨겨져 있던 것의 베일을 벗겼다
우리는 아메리카를 보았다
유대 랍비의 오래된 옷을 입고
학살을 이끌며
이유 없이 우리 아이들을 폭격하고
이유 없이 우리 아내들을 폭격하고
이유 없이 우리 나무를 폭격하고
이유 없이 우리의 생각을 폭격하는
아메리카, 세계의 여왕
그들은 헤브루에서 아랍을 깔아뭉개라는 포고령을 내린 것일까



아메리카의 지배자는 매번
우리를 죽이기 위해 대권을 얻는 것인가
우리, 아랍을 죽이기 위해



우리는 하나의 아랍이 나타나
우리 목을 찌르는 가시덩쿨을 빼내주기를 기다렸다
한 명의 영적인 지도자,
한 명의 왕,
한 명의 돈키호테,
한 명의 영웅이 나타나 수염을 깎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기를 기다렸다
우리는 할리드, 타리크 혹은 안타라를 기다리면서
허튼 수다만 늘어놓고 있었다
학살이 끝나고 나서
그들은 팩스 한 장을 보냈다
기도를 마친 우리는 그것을 읽었다

10 

우리의 절규에 이스라엘이 무슨 두려움을 느끼랴?
우리가 팩스를 보내면 이스라엘이 두려워하랴
팩스의 지하드는 성전 중에서도 가장 나약한 성전이다
우리가 쓴 단 하나의 텍스트는
우리를 떠나간 순교자들,
그리고 우리에게 올 모든 순교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11 

알 무카파, 자리르, 그리고 파라즈다크.
이스라엘이 그들의 무엇을 두려워하랴
무덤 입구에서 시를 집어던지는 칸사.
타이어를 불태우고
코뮤니케에 서명하고
상점을 부수면 그녀가 두려워할까
우리에겐 전쟁을 승리로 이끌 왕이 없다는 걸,
우리에게 있는 것은 수다장이들 뿐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는데

12 

북을 친다고 해서,
옷을 찢고
뺨을 긁어댄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무엇을 두려워하랴
아드와 타무드의 이야기를 듣는다 해서 
이스라엘이 무엇을 두려워하랴

13 

우리 민족 모두가 코마상태에 빠져 있다
정복의 시대 이래로
우리는 한 통의 편지도
받지 못했다

14 

우리는 덜 익은 밀가루반죽 같은 사람들이다
이스라엘이 학살과 테러를 계속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게을러지고 냉담해져간다

15 

질식할 것 같은 점령
점점 추해져가는 사투리
격리돼 가는 녹색 땅들
메말라가는 여름의 나무들
그리고, 변덕스럽게 이전의 경계선들을 잡아먹어가는
경계선들.

16 

이스라엘이 우리를 모두 학살할거야. 못할 까닭이 없지.
이스라엘은 히샴, 지야드, 알라시드를 죽일거야. 못 그럴 이유가 없지.
왜 아니겠어? 바누 타흘라브를 죽이고 그들의 아내를 빼앗을거야.
왜 아니겠어? 바누 마젠을 죽이고 그들의 자식들을 빼앗아가고.
왜 아니겠어? 바누 아드난의 바지를 무릎으로 끌어내리고
입술과 목을 갈망할지도!

17 

이스라엘이 무엇때문에 아랍세계를 두려워하겠어
그들이 예후다가 되었는데


1996 


번역 딸기

++ 카나 대학살: 199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카나(Qana)에 있는 UN 캠프를 폭격, 107명을 학살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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