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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라침판이여,-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이라...
2016년 11월 03일 23시 07분  조회:3734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11월 03일 09시 48분 ]

 

 

2016년 올해의 사진...

[ 2016년 11월 03일 09시 48분 ]

 

 

ㅡ ‘2016년 올해의 사진’
[ 2016년 11월 03일 09시 48분 ]

 

 

... ‘2016년 올해의 사진’

[ 2016년 11월 03일 09시 48분 ]

 

 

@@ ‘2016년 올해의 사진’

[ 2016년 11월 03일 09시 48분 ]

 

 

===‘2016년 올해의 사진’
[ 2016년 11월 03일 09시 48분 ]

 

 

]]] ‘2016년 올해의 사진’

다채로운 레파토리 - 유종호  

김수영처럼 노래하는 소재가 광범위한 시인도 드물 것이다.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소재를 붙잡아다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노래한다. 시집『달나라의 장난』 속에 수록되어 있는 40편을 보더라도 그 레파토리는 굉장히 다채롭다. 「달밤」「눈」과 같은 소박한 심경토로가 있는가 하면 「자」「봄밤」「예지」「광야」와 같은 우아한 반속적 에피그람이 세계가 있다. 「달나라의 장난」「생활」과 같은 자조적인 생활의 노래가 있는가 하면 「헬리콥터」「백의」등 寓意의 세계가 있다.

「자장가」「체소밭 가에서」와 같은 동심의 세계가 있는가 하면 엉뚱하게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국립도서관」「아버지의 사진」과 같은 세계가 있다. 이렇게 분류를 하다 보면 한량이 없다. 

그 다채로운 레파토리의 기조를 이루고 있는 것을 굳이 한정해 본다면 도시인의 생활의 페이소스다. 그는 결코 슬픈 표정을 내세우려 하지는 않지만 또 감상-----여기서의 감상이란 부여된 상황에 대한 과도한 감정적 반응이란 의미로 쓴다-----은 본래 타기하는 터이지만 시편 곳곳에는 의외로 허탈한 페이소스가 빈번히 흐르고 있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달나라의 장난」


그러나 <그때는 그때이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구태여 달과하고 있는 지금의 내 마음에 
샘솟아나오려는 이 설움은 무엇인가 
모독당한 과거일까 
약탈된 소유권일까 
그대들 어린 학도들과 나 사이에 놓여있는 
연령의 넘지못할 차이일까...... -----「국립도서관」


이러한 생활인의 페이소스 곁에 공존하고 있는 것은 퓨리턴한-----어떤 경우엔 동심적이기까지 하다-----反俗정신이다. 이 반속정신은 우아한 에피그람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우화의 전개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조적 분노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예리한 사회비판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작품 소재이 레파토리가 다채로운 것처럼 그의 언어구사도 다채롭다. 대체로 시인이 시어는 그의 작품세계에 따라서 한정되고 이에 따라 '입버릇'이 생기기 마련인데 수영에게는 그러한 자체 한정이 없다. 저널리즘이 언어가 흔히 광범위하게 동원되지만 그의 반속정신은 이러한 언어에서 속기(俗氣)를 말끔히 씻어낸다.


울고 간 새와 
울러 올 새의 
적막 사이에서 -----「동맥」


너무나 많은 나침반이여 
밤이 산등성이를 넘어내리는 새벽이면 
모기의 피처럼 
시인이 쏟고 죽을 오욕의 역사 -----「광야」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봄밤」


이러한 기발한 이미지가 직유 그리고 화술의 묘기 바로 옆에는 다음 구절과 같은 지극히 평범한 회화체의 구절이 묘기를 발산하고 있다.


언어는 원래가 유치한 것이다 
나도 그렇게 유치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리배」


그는 '자연이 하라는대로 나는 할 뿐이다 /그리고 자연이 느끼라는대로 느끼고 나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섹스의 待望(대망)을 노래한 「사치」속에 적어 놓지만 일견 무방법의 방법 같은 그의 시학이 비밀은 이 구절 속에서 찾을 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영의 시에 완벽에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도 그가 이렇게 '자연'에 붓을 의탁하는 데서 오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이 일종의 루우즈한 시풍은 '하.......그림자가 없다'의 마지막 스탠자가 나타내고 있듯이 독특한 묘미를 가지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서는 수영의 시는 가끔 가다가 매력적인 멜로디가 있는 얼마간 지루한 음악과 같다. 그러나 설령 여타의 부분이 아무리 지루한 것이라 할지라도 간간히 삽입되어 있는 매력적인 멜로디는 그것을 상살(相殺)하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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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1901∼1989)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양보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응답하라 1988’이 한창 인기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서울 쌍문동이다. 그런데 원래 쌍문동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함석헌이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은 함석헌 선생이 말년에 살았던 곳이고, 2015년에는 그 자리에 함석헌 기념관이 개관하기도 했다. 
 

 

‘함석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씨알사상과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떠올린다. 특히 이 작품은 어렵지 않고 감동적이어서 대중적으로 친숙해질 수 있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읽으면 첫째, 함석헌 선생의 사상과 생애가 떠오르면서 이내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둘째, 나에게는 ‘그 사람’이 있는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끝으로, 나는 과연 다른 누군가에게 ‘그 사람’인지 생각하면서 참회의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새해는 언제나 극단적이다. 그것은 희망이나 포기로 출발하게 된다. 그러나 지레짐작 희망이나 포기를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보다 힘써 선택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이 되는 일, ‘그 사람’을 가지고 지키는 일에 있다. 다시 2017년 벽두가 되어 이 시를 읽을 때에는, 지금보다 덜 부끄럽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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