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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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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 독자들이 밑줄을 긋도록 써라...
2016년 11월 26일 22시 27분  조회:2982  추천:0  작성자: 죽림

   마야꼬프스끼의 시에서 밑줄 그은 구절들
*
나는 장님이 되어가는 사람의
하나 남은 눈처럼 고독하다!
(나)



*
저녁이 녹슨 오보에를 연주할 때
(나)



*
채색된 글자가 나를 뚫고
청어색 달빛 속을 뛰어다녔다
(거리의 움직임)



*
병원처럼 앓아누운 남자들과
속담처럼 닳아빠진 여자들
(바지를 입은 구름)



*
나에게
<나>는
너무 작다
누군가가 나로부터 자꾸만 찢겨 나간다
(바지를 입은 구름)



*
심장에 붙은 불은 애무로 꺼야 한다
(바지를 입은 구름)



*
파우스트가 내게 무슨 소용인가!
나는 안다-
내 장화 뒤축에 박힌 못이
괴테의 환상극보다 더 무섭다는 걸!
(바지를 입은 구름)



*
나,
가장 빛나는 황금의 입
내 말은
육체에 이름을 지어 주고
영혼을 소생시킨다.
(바지를 입은 구름)



*
우리 영혼에 침전된 황금을 보았더라면
태양도 빛을 잃었으리라!
(바지를 입은 구름)



*
사십 년을 입어 나달나달한 옷 같은 눈동자
(바지를 입은 구름)



*
내 심장은 꽃피는 5월까지
살아 본 적이 없소
내 삶에는 오로지
백 번의 4월만 있을 뿐이오
(바지를 입은 구름)



*
우주는
별들이 진드기처럼 박힌
거대한 귀를
앞다리에 처박은 채
잠자고 있다
(바지를 입은 구름)



*
내 비명 소리를 깎아 다음어 다이아몬드의 시(詩)로 만들었다.
(등골의 플루트)



*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씹어 온
부드러운 핑크빛 살점은 내 입맛에 안 맞아
(등골의 플루트)



*
나는
다리 밑 센 강에 풍덩 빠진 채
썩은 이를 드러내고
너를 부른다
(등골의 플루트)



*
벌거벗은 몸을 달빛에 태우며
(등골의 플루트)



*
나는 벼랑에 로프로 영혼을 매단 채
말재간으로 속임수를 쓰며 앞뒤로 흔들거렸다
(등골의 플루트)



*
비단옷 속의 수줍은 날개가 부풀어 오르도록
저 여자를 때려 주시오
(등골의 플루트)



*
나는 오로지 극약만을 원한다
시의 극약만을 마시고 또 마시고 싶다
(등골의 플루트)



*
저 작은
몸 속에
태양과
강과
산을 위한
공간이 있을까?!
(나는 사랑한다)



*
날마다 해를 보는 사람들은
배부른 소릴 하지,
< 저 햇빛을 다 어디에 쓰지?>
그러나 그때 나는
벽에 비치는
한 줄기 해 그림자를 위해
세상 전부를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았어.
(나는 사랑한다)



*
간판을 책 삼아
강철과 양철 페이지를 넘기며
알파벳을 익혔지
(나는 사랑한다)



*
심장을 다스릴 기력이 내겐 없다
(나는 사랑한다)



*
아, 도대체 몇 개나 되는지,
달구어진 육체에
봄처럼 설레는
심장이
스무 개나 박혔다!
(나는 사랑한다)



*
나의 짐(심장)은 너무 무거워 들 수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들고 간다
버리고 싶다
그러나
버리질 못한다!
갈빗대는 휘어지고
새장 같은 가슴은 그만 터져 버렸다
(나는 사랑한다)



*
시란
    라듐의 채취와 같은 거죠
1그램을 채취하기 위해
                     일 년 동안 수고해야 합니다
한 개의 낱말을 위해
                  천 톤이나 되는
언어의 광석을
              소비해야 합니다
(세르게이 예세닌에게)



*
시인은
     언제나
           우주의 채무자,
슬픔의
     이자와
          연체료를
                 지불하지요
(세르게이 예세닌에게)



*
우리는
      당신네 환희를
                  이해할 수 없어요
(좋아!)



*
얼음장 위에
           누워서
이빨을
     덜덜
         떨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담요와
     애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공기가
      과즙처럼
              달콤한 땅은
실컷 돌아다니다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
         꽁꽁 얼었던
      땅에 대한 애정은
                     영원히
                         식지 않는다
여위고 준엄한
            그 겨울은
꿈나라로
       영원히 가버린
                   모든 이를
                           덮어 주었다
(좋아!)




*
시력을
     회복하려면
온기가
     필요하고
녹색 채소가
          필요하단다
집에 가서
        수프나 먹을 수는 없지
나는
    사랑하는 이를
                 찾아간다
녹색 꼬리가 달린
               당근
두 뿌리를
        들고서
그녀에게
        과자니 꽃다발이니
                        수없이 선물을 했었다
그러나
     내 기억에
             그 어떤
                   선물보다
                          고귀한 선물은
당근과
     반 쪽짜리
             자작나무 땔감이었다
나는 눅눅하고
            볼품없고
빼빼 마른
         장작을
겨드랑이에 끼고
               들어갔다
그녀의 뺨엔 살아나는 홍조
그녀의 눈에 어리는
                  비단의 광휘
녹색과
     애무가
그녀의 눈을 치유했구나
(나는 사랑한다)



*
나는
   이
     땅을
        사랑한다
언제 어디서
          창자와
위를
    채웠는지는
잊을지언정
          함께 배곯았던
                       땅은
결코
   절대로
        잊을 수 없다!
(나는 사랑한다)




*
『조국』지가 도착했다. 나는 겉장을 열자마자 그림을 발견하곤 소리쳤다 : 「정말 우스워! 웬 아저씨가 아줌마랑 뽀뽀하고 있잖아.」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부록이 도착하여 진짜 웃어야 할 때가 되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전에는 나를 두고 웃었던 것이다.
(나 자신)




*
산수는 있을 법하지 않은 공부처럼 여겨졌다.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사과와 배를 셈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제나 나에게 세지 않고 주었으며 나 역시 언제나 세지 않고 주었다.
(나 자신)



*
4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머리통이 돌에 맞아 깨진 덕분이었다(리온 강가에서 싸우다가). 재시험을 치룰 때 시험관이 동정을 했던 것 같다.
( 나 자신)



*
앞날은 뻔했다. 평생 올바르긴 하지만 나의 생각이 아닌 생각을 책에서 끄집어 내고 삐라 문구나 적으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나 자신)



*
깊이 없이 예쁘기만 한 것은 참지를 못했다.
(나 자신)



*
M. 고리끼. 그에게 「구름」의 일부를 읽어주었다. 깊이 감동한 고리끼는 마구 눈물을 흘려 내 조끼를 흠뻑 적셔놓았다. 나의 시가 그의 기분을 뒤흔들어놓았나 보다. 나는 하마터면 우쭐댈 뻔했다. 그러나 얼마 후 고리끼는 조끼를 입은 시인만 보면 우는 습관이 있다는 게 밝혀졌다. 어쨌든 조끼는 아직도 잘 간수하고 있다.
(나 자신)



*
「구름」은 누더기가 되어 나왔다. 검열관이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놓았던 것이다. 여섯 페이지나 온통 점으로 찍혀 나왔다.
이때부터 나는 점과 쉼표를 미워하게 되었다.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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