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답다. 일찌감치 샅바 매고 한판 붙자는 그분. 초장(初場)부터 기를 꺾어놓고 싶은가 보다. 앞으로 내내 씨름해야 할 맞수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1일 "중국이 무역 등의 문제에서 우리와 협상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 북핵과 무역 문제 등에서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수중(水中) 드론 낚아채기로 맞섰다. 이 양강(兩强)의 전초전 결과 말고 궁금한 점이 또 있다. '하나의 중국'은 영어로 'one China(policy)'다. 우리말로는 '한 중국'이 옳지만 어색하다. 만약 넷으로 쪼개진 중국이라면? '넷의 중국'보다 '네 중국'이 자연스럽다. 어찌 된 영문일까.
우리는 흔히 '한 잔의 커피'라고 쓴다. 영어 'one(a) cup of coffee'를 고스란히 옮긴 표현이다. 허울만 한국어일 뿐, 영락없는 영어다. 입으로는 아직 '커피 한 잔'이라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직역(直譯) 딱지가 신문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세 명의 학생, 20억원의 비용, 두 곳의 업체, 10발의 미사일…. 자연스러운 우리말에서 웬만하면 안 쓰는 조사(助詞) '의'가 어김없이 들어간다. 자연스럽지 않은 어순(語順·수관형사+단위명사+보통명사)이니 그럴 수밖에.
제대로 한번 써보자. 세 학생(학생 셋, 학생 세 명), 20억원, 두 업체(업체 둘, 업체 두 곳), 미사일 10발…. 단위명사나 보통명사 성격이나 수량에 따라 '수관형사+보통명사' '수관형사+단위명사' '보통명사+수관형사+단위명사' 식으로 어순이 다양하다. 때로는 '학생 셋'처럼 수관형사를 수사(數詞)로 바꿔도 된다. '거액의 탈세를 했거나→거액을 탈세했거나'처럼 아예 표현 자체를 달리해야 할 때도 있다. 간추려 보면 토씨 '의'가 굳이 낄 일이 없다.
영어는 진작 '두 잔의 커피(two cups of coffee)'에서 '커피 두 잔/커피 둘(two coffees)'로 흐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모습만으로는 한국어를 좇는 셈이다. 정작 우리는 오래도록 역주행(逆走行)하고 있다. '여러 사람'을 '여러 명의 사람들'이라고 쓰는 엉뚱한 사고(事故), 그만 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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