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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하늘근처에만플랫폼소리가공예는하나의플랫폼옆에성장(중략)/
하늘에대해공장맞은편에보고한환경을보고약간의구름’(153의공간)
‘153의공간’은 시인이자 건축가 이상의 시를 닮았다.
떠도는 무의식의 창조적 힘을 예술로 표현하기 위해 등장했다는 자동기술법은 전위적인 실험주의자 이상이 즐겨 쓰던 기법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의식의 흐름을 담아 띄어쓰기를 무시한 채 쓰인 시는 독해의 시간을 지체시킨다. 내용을 곧바로 지각할 수 없으니 기술하는 대상은 낯설게 다가온다. 난해한 문체 덕분에 메시지는 복잡하고 모호해진다. 해석이 분분하다.
오늘의 서울도 그에게 다채로운 시상을 제공할 텐데. 오늘을 담은 그의 시도 매우 흥미로울 텐데 시인은 1937년 세상을 떠났다. 할 수 없지. 작가 권두영은 컴퓨터에게 이상의 문체를 가르쳐서 이상처럼 시를 쓰기로 했다. 자본의 판타지가 집적돼 있는 백화점의 풍경을 담았다고 알려진 시 <건축무한육면각체>가 주요 교재였다. 작가는 일단, 온·오프라인에서 수집한 익선동에 대한 방대한 시각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빅데이터 기술, 공간과 장소를 구조화하고 처리하는 지능형 공간기술을 동원하여 컴퓨터 안에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의 공간을 구현했다.
이상의 문체를 배운 인공지능은 하나의 ‘점’이 되어 가상의 익선동 골목을 돌아다녔다. ‘점’은 골목 곳곳에서 마주한 시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 처리해서 시어를 추출했다. 시각 정보뿐 아니라 장소의 명칭, 기능도 컴퓨터에게 시상을 주었다. 이상의 문체를 배운 ‘점’은 시어와 시어를 마치 이상이 익선동에 대한 심상을 자동기술하듯 연결하면서 시를 출력했다. 일주일간 가상의 익선동을 돌아다닌 ‘점’은 ‘153의공간’을 비롯한 천여 편의 시를 창작했다. 왕성한 창작열이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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