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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예술인들 윤동주를 기리다...
2017년 03월 12일 09시 25분  조회:4197  추천:0  작성자: 죽림
지난 2월 13일 오후 3시, 스물일곱의 나이로 순국의 길을 걸은 조선 청년 윤동주를 기리는 한국과 일본 시인들의 뜻깊은 추모회가 윤동주가 다니던 교토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윤동주시비' 앞에서 열렸다.

윤동주시비 교토 도시샤대학 구내에 있는 윤동주시비에는 헌화가 가득하다
▲ 윤동주시비 교토 도시샤대학 구내에 있는 윤동주시비에는 헌화가 가득하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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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매화 윤동주시l비 앞 예배당의 붉은 매화가 활짝 피었다
▲ 붉은 매화 윤동주시l비 앞 예배당의 붉은 매화가 활짝 피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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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매화 화답하듯 흰매화도 활짝
▲ 흰매화 화답하듯 흰매화도 활짝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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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에는 아직 찬 겨울바람이 볼을 스치고 있었지만 붉은 매화, 흰 매화꽃이 활짝 피어 봄이 머지않았음을 알렸다. 이런 가운데 '일본ㆍ한국ㆍ재일코리언 시인 공동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모임'이 열린 것이다.

'오오, 푸름이 윤 씨 동주여! 그대가 그렇게 끔찍하게 목숨을 앗기지 않았더라면 다섯 해 뒤, 열해 뒤에는 더 많은 좋고 훌륭한 글 노래들을 지어 냈을 것이어늘...' - 김리박 '바람과 별과 시와 믿나라 -무르익은 시인 윤 씨 동주를 돋구어 본다(風と星と詩と祖国, 青年詩人尹東柱を思い遺っ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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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본한국문학회 회장인 김리박 시인이 푸름이(청년) 윤동주를 위한 자작시를 낭송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시인들이 잇달아 윤동주를 그리는 시를 낭송했다. 올해 다섯 번째인 이날 행사를 주최한 사람들은 모두 시인들로 자신의 자작시 또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일본어와 한국어로 낭송하여 도시샤대학 교정을 수놓았다.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 내 이름 석 자를 써보고 / 흙으로 덮어 버렸습니다" 

한국 시인으로 참석한 나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낭송하다가 그만 목에 메어 버렸다. 멀고 먼 북간도에 계시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차마 어찌 그립다고만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자 눈물이 핑 돌았다. 비행기가 수시로 뜨는 지금도 여전히 북간도는 멀고도 먼 곳이 아니던가?

시 낭송이 있기 전 사회를 맡은 오오하시아유도(大橋愛由等) 시인은 "단지 한국어로 시를 쓴다는 이유 하나로 체포되어 몇 달 뒤면 맞이할 조국의 광복(1945년 2월 16일 옥중 순국)을 보지 못하고 떠난 윤동주 시인을 그리며 같은 문학인으로서 깊은 연대감을 느낀다. 지금 한일간의 관계가 암울하지만 시인 윤동주를 통해 그가 추구하던 표현의 자유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일본ㆍ한국ㆍ재일코리언 시인 공동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모임' 공동 대표인 김리박 시인은 "조국을 사랑하고 모국어로 시를 썼던 윤동주는 아직도 우리 가슴에 남아있는 위대한 시인이다. 윤동주 시인을 통해 한일 두 나라의 문학인들이 앞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추모회 인사를 했다.

추모행사 한일시인들이 윤동주시비 앞에서 시낭송으로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 추모행사 한일시인들이 윤동주시비 앞에서 시낭송으로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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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1 시낭송을 경청하는 모습
▲ 시낭송1 시낭송을 경청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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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시인들 시낭송을 하는 모치츠키시코, 홍명미, 후쿠다도모코, 김리박, 오오하시아유도, 한남수, 이윤옥, 우에노미야코 시인(왼쪽부터 시계방향)
▲ 시낭송 시인들 시낭송을 하는 모치츠키시코, 홍명미, 후쿠다도모코, 김리박, 오오하시아유도, 한남수, 이윤옥, 우에노미야코 시인(왼쪽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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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기념 추모회에 참석한 시인과 일부 한국인들
▲ 추모제 기념 추모회에 참석한 시인과 일부 한국인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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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줄임) 당신을 생각할 때 / 자신을 돌이켜 보고 / 당신을 그리워할 때 / 부끄러움으로 가득 찹니다 /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 아니 살고 있습니다 / 우리 가슴속에..." -리방세,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 오사카 지부 '백년이 지나도(100年の光陰)- "

"(앞줄임) 당신은 남들이 만들어 내는 일 / 꾸며내는 일을 하지 않았소 / 거짓의 등불을 들고 행진하지 않았소 / 대열(隊列)에 밟힌 길가의 초라한 제비꽃을 위해 새벽까지 / 하늘을 우러러 / 당신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오 / 당신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오... - 키타하라치요 '태초의 아침 시인에게(太初の朝の詩人に)-"

" 시인이여 / 오늘은 어디에서 / 누구의 가슴에서 살아있는지요 / 시인이 떠난 자리에 꽃이 피고 / 죽어 가는 모든 이들에게 검은 옷을 입혀주시오 / 살아갈 모든 이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 푸르른 햇살 속에 펼쳐지는 / 말 꽃 / 독과 같이 / 나팔소리와 함께. -후쿠다도모코 '눈과 꽃과 하늘과 시(雪と花と空と詩)- "

이 밖에도 모치츠키시코(望月至高), 오오하시아유도(大橋愛由等) , 우에노미야코 (上野都) 등의 시인들이 윤동주를 기리는 시를 낭송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에 앞서 일본의 중견시인 우에노미야코(上野都)씨와 함께 윤동주가 도시샤대학 시절 학우들과 놀러가서 사진을 남겼던 우지강(宇治川)에 다녀왔다. 푸른 물이 넘실대는 우지강의 나무다리는 아마가세댐(天ヶ瀨) 하류 지역에 줄다리(밧줄로 당기는 모습의 다리, 츠리바시 '吊り橋') 모습으로 놓여있었는데 윤동주 시인이 이곳을 찾은 것은 순국하기 2년 전인 1943년 5월, 신록이 우거진 무렵으로 추정된다.

윤동주 송별회  교토 우지강에서 열린 윤동주 송별회 사진. 현존하는 윤동주 최후의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현대문학》 2006년 9월호 발표)
▲ 윤동주 송별회 교토 우지강에서 열린 윤동주 송별회 사진. 현존하는 윤동주 최후의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현대문학》 2006년 9월호 발표)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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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강의 나무다리  교토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윤동주가 학우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우지강의 나무다리
▲ 우지강의 나무다리 교토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윤동주가 학우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우지강의 나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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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미야코 시인  윤동주의 하숙집이 있던 다카하라에 세워진 시비 앞에 선 우에노미야코 시인
▲ 우에노미야코 시인 윤동주의 하숙집이 있던 다카하라에 세워진 시비 앞에 선 우에노미야코 시인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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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한 우지역(京阪 宇治駅)에서 천천히 걸어 20여 분 거리에 있는 우지강 다리에 이르는 오솔길은 월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74년 전 윤동주 시인도 기자가 걷는 이 오솔길을 걸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무언가 모를 그리움이 와락 밀려든다. 시인은 학우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이 오솔길을 걸었을까?

윤동주의 시에 매료되어 30년 넘게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우에노미야코 시인은 2년 전 윤동주의 시 170여 편을 일본어로 뒤져서 <空と風と星と詩(도쿄 코르삭사 출판, 2015)>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다. 시인의 섬세한 언어로 일본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우에노 시인과 기자는 우지강변의 오솔길을 걸으며 청년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오후 3시에 있을 도시샤 대학의 추모회에 참석하기 위해 교토로 돌아온 우리는 잠시 짬을 내어 윤동주 시인의 옛 하숙집을 찾았다.

이곳은 현재 교토조형예술대학 다카하라 캠퍼스가 들어서 있어 하숙집은 온데간데없이 헐렸지만 그 자리에는 시비가 서 있다. 도시샤대학에 이은 두 번째 시비다. 윤동주는 1942년 9월 도시샤대학으로 유학 온 뒤 1943년 7월 14일 치안유지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가모가와경찰서(下鴨警察署)로 잡혀갈 때까지 약 2년 간 교토에서 지냈다.

기자는 그의 발자취를 찾아 하숙집과 가모가와강변 그리고 학우들과 모처럼 놀러나갔던 우지강변 등을 두루 둘러보았다. 그리고 오후 3시부터 열린 추모회에 참석했다.

올해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한국과 일본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뜻 깊은 행사가 많이 열린다고 한다. 그 가운데 윤동주 시인이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 교토 도시샤대학에서의 추모제는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기자는 3회 때 한번 참석을 한 적이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번 모임이 시인들의 추모회라고는 하지만 한국에 알려지지 않아 한국 쪽의 참가자는 기자 혼자였다는 사실이다. 다른 곳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에 견주면 조촐한 행사지만 윤동주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마음만은 그 어느 행사 못지않게 뜨거웠다.

추모회를 마치고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마음은 뒤풀이로 이어졌다. 교토역 앞의 아담한 한국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시인들은 막걸리를 나눠 마시면서 못 다한 시낭송을 하며 윤동주 시인의 짧은 생을 기렸다.

모임을 마무리 하는 자리에서 한 말씀을 해달라는 주최 측의 주문에 기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일본인들의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마음에 감사한다. 한국인으로 한마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윤동주 시인이 스물일곱의 나이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둔 것은 일제국주의의 분명한 만행이었다. 윤동주 시인이 사랑한 것은 일제에 강탈당한 조선(한국)이었으며, 한국어요, 한국 혼이었음을 일본인들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의 죽음은 조선 침략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윤동주를 단순한 한 사람의 시인으로만 기억하지 말길 바란다."

이날 도시샤대학에서 열린 추모회에는 '윤동주를 노래하는 가수' 재일 동포 이용보씨의 공연도 함께 했다. 그는 윤동주의 서시를 한 점 부끄럼 없는 마음으로 한국어와 일본어로 노래하는 재일동포 가수다. 이날 추운 날씨에도 기타를 치며 윤동주의 서시(序詩)에 직접 작곡한 노래를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들려준 이용보 가수에게 한일 두 나라 시인들은 아낌없이 손뼉을 쳤다.

가수 이영보 윤동주를 노래하는 재일동포 가수 이영보 씨도 함께 했다
▲ 가수 이영보 윤동주를 노래하는 재일동포 가수 이영보 씨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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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시비 찾은 한국인들 때마침 윤동주 시비를 찾은 한국인들과 가운데 한복 입은 기자 그리고 두루마기를 입은 김리박 시인
▲ 윤동주시비 찾은 한국인들 때마침 윤동주 시비를 찾은 한국인들과 가운데 한복 입은 기자 그리고 두루마기를 입은 김리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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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비를 찾은 한국인 2 윤동주 시비를 찾은 한국인들과 함께
▲ 윤동주 시비를 찾은 한국인 2 윤동주 시비를 찾은 한국인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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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시샤대학에 윤동주 시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교토 방문길에 이곳에 들러 마침 추모회를 하고 있는 자리에 동참했던 대학생과 회사원 곧 이규원, 신동님, 유제일, 안재우, 김건식, 양승규, 박세익 씨들과 이름을 밝히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추모회 자리를 지켜준 한국인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윤동주 시인은 1945년 2월 16일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순국의 길을 걸었지만 그는 영원히 가슴 속에 지지 않는 별이 되어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을 것으로 믿는다.

올해로 5회째 '일본ㆍ한국ㆍ재일코리언 시인 공동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모임'은 내년에도 변함없이 제6회를 열 것이다. 부디 내년에는 한국의 뜻있는 시인들과 일반인들이 많이 참석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윤동주의 체취가 가득한 도시샤대학 교정을 나왔다./이윤옥

* 재일한국시인, 일본시인 공동 윤동주 추모회 문의
일본 : 090-8147-7689, ribak@hera.eonet.ne.jp
한국 : 02-733-5027,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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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노래를 통해서 한·일 간 문화교류의 가교(架橋)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1월 한국에 갔을 때 연세대학교의 윤동주 시비 앞에서 '서시(序詩)' 노래를 불렀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2001년부터 한국어강좌에 등록했는데 이때 재일본문학회장인 김리박 시인을 알게 되었고 윤동주 시인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음악과 함께 한 세월은 올해로 41년이지만 재일동포로서 이영보(李榮寶)라는 이름(전에는 기무라 시게보 '木村榮寶')으로 활동한 것은 16년째입니다."

윤동주를 노래하는 재일동포 가수 이영보씨를 만난 것은 그제(13일, 월) 교토 도시샤대학 윤동주 시비 앞에서였다. 마침 이 날은 <일본·한국·재일코리언 시인 공동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모임>이 오후 3시부터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이영보씨는 윤동주의 서시(序詩)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기타 반주를 넣어 불러 큰 호평을 받았다.

재일동포 2세인 이영보씨는 부모님이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강제 연행된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부모님은 일본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는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풍토를 우려하여 일본말 우선으로 공부시켰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한국말과 멀리 하게 되고 본의 아니게 한국의 문화와 멀어지게 되었다.


 
이십대부터 음악에 미쳐 가수 지망생을 꿈꿀 때만 해도 이영보씨는 일본인 이름인 기무라 시게보(木村榮寶)로 활동했다. 그러던 그가 아버지의 성인 이(李)를 되찾고 영보(榮寶)라는 이름으로 재일동포 사회에 당당하게 선 것은 '시인 윤동주'와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한글로 시를 쓴다는 이유로 유학하던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재학 중 잡혀가 27살의 꽃다운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진 시인 윤동주와 가수 이영보와의 만남은 어쩜 운명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이영보 윤동주를 노래하는 재일동포 가수 이영보와 부인 스가와라 유카리 씨
▲ 이영보 윤동주를 노래하는 재일동포 가수 이영보와 부인 스가와라 유카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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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노래를 통해 한일 문화 교류를 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윤동주를 노래할 때처럼 행복한 때가 없다고 하는 남편의 꿈은 한국에서 윤동주를 노래하는 것입니다. 올해 윤동주 탄생 100주년 되는 해를 맞이하여 지난 2월 11일 오사카 이쿠노쿠(生野區)에서 '윤동주를 노래하다(尹東柱を歌う)'라는 음악회를 성황리에 열었습니다." 

이영보씨 부인은 기자와의 대담에서 남편의 음악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당당히 말했다. 원래 일본인인 부인 스가와라 유카리(菅原ゆかり)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으로 친정과 시댁 두 집안으로부터 극한적인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러나 첫 아들을 낳고 난 뒤 겨우 양가의 허락을 받을 만큼 어려운 결혼 생활을 극복하고 딸 둘에 아들 셋을 둔 다복한 가정을 이룬 이영보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심어주기 위해 모두 한국 국적을 갖게 했으며 막내딸은 올해부터 경희대 관광학과에 유학한다고 귀띔했다.

"아시겠지만 재일동포의 몸으로 일본 땅에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본과 한국 사회 모두 재일동포의 삶을 이해해주고 따뜻이 받아들여 주는 곳은 없습니다. 그런 만큼 피나는 노력이 필수적이었지요. 남편도 그런 노력가 중에 한 사람입니다."


이영보 음악회 지난 2월 11일 오사카 이쿠노쿠에서 열린 ”윤동주를 노래하다“ 음악회 포스터(왼쪽), 오는 3월 24일 오사카 히가시나리쿠 구민센터 대형홀에서 공연할 음악회 포스터
▲ 이영보 음악회 지난 2월 11일 오사카 이쿠노쿠에서 열린 ”윤동주를 노래하다“ 음악회 포스터(왼쪽), 오는 3월 24일 오사카 히가시나리쿠 구민센터 대형홀에서 공연할 음악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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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6살인 부인 유카리씨는 앳된 소녀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재일동포 가수의 아내로, 한국인 며느리로, 다섯 자녀의 어머니로의 삶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짐작이 간다. 그러나 매우 밝고 긍정적인 표정이 남편인 가수 이영보를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이영보는 오사카 이쿠노쿠에서 태어난 재일코리안 2세로 싱어송라이터이다. 기타를 치면서 시를 읊듯 노래하는 스타일로 라이브 콘서트 중심으로 40년간의 경력을 자랑한다. 자연과 우정을 테마로 한 작품이 많은 이영보는 베이비붐 시대(団塊時代, 1947~51)세대로부터 중고생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곡인 '보라, 봄이 왔다(ほら!春が來た)'는 살아있음의 기쁨이 용솟음치는 곡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3월 24일 오사카 히가시나리쿠 (東成區) 구민센터 대형홀에서 열리는 홍보 전단에 나오는 이영보씨에 대한 간략한 약력이다. 그제 13일 교토 도시샤대학 윤동주 시비 앞에서 열린 '윤동주 100주년 추모회'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윤동주의 '서시'를 노래한 가수 이영보! 이날 행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누는 시인들의 모임에도 함께 참석한 이영보씨는 '윤동주를 통해 한일간의 문화 교류와 더 나아가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교류의 폭'을 확대하길 바랐다.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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