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인은 언어란 이 괴물을 쉽게 휘여잡을줄 알아야...
2017년 05월 01일 01시 51분  조회:2337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인에게 기교는 무엇인가 - 이창배 


워즈워스가 장황하게 시인론을 펴면서도 시의 기교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가 시는 일상인의 일상어로 써야 한다든지, 조작된 장식어를 쓰지 말 것 등을 주장했겠지만 그렇게 주장한 본뜻은 "시는 힘찬 감정의 자연스런 표출"이어야 하지 인위적으로 조작해서는 안 된다는 감정 우위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기교를 경시하고 감정을 쏟아내는 데 주력하는 경우와 기교에 주력하는 경우는 시론상의 차이 이상으로 작시과정에서는 시의 성패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대체로 고전주의 시학쪽으로 기울어진 현대시학에서는 시인을 제작자(maker)로, 그리고 시를 제품(art)으로 본다. 그래서 시를 기교(형식)의 산물로 본다. 특히 포스트모던 시학에서는 텍스트를 벗어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의미'는 텍스트에서의 언어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본다. 똑같은 소재를 갖고서도 좋은 항아리를 빚어내는 도공과 그렇지 못한 경우는 그 도공의 솜씨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시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 그것을 느낌이라고 해도 좋고, 아픔이라고 해도 좋고, 실상(리얼리티)이라고 해도 좋고, 주제라고 해도 좋다. 그 '주제'는 언어 이전의 추상, 즉 없음의 상태이다. 시의 출발을 감정이라고 한다면 그 감정은 모양도 이름도 없는 구름 같은 것이다. 그것이 언어를 갖게 되므로써 비로소 모양을 갖추고 생명을 얻게 된다. 주제에 생명을 부여하는 데 쓰이는 언어를 주무르는 시인의 솜씨를 기교라고 한다. 시인은 이때 주제와 언어와의 타협점을 찾고자 괴로운 '시의 병'을 앓게 된다. 그 주제를 감정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감정과 이성의 싸움이고, 또한 그것은 로고스(의미)를 로고스(언어)로 포촉하는 싸움이다. 시인은 말을 고르고 행을 바꾸는 하나하나의 과정에서 '주제'의 눈치를 살피고 그 간섭과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모양도 없고 이름도 없는 막연한 존재이지만, 시인을 붙잡고 괴롭히는 주제는 쉽게 언어로 휘어잡을 수 없는 괴물이다. 이 괴물이 공룡처럼 가공할 만한 존재일 수도 있지만, 시인에 따라서는 생쥐 정도의 경미한 존재일 수도 있다. 대시인과 이류시인의 차이는 일차적으로 시인이 도전하는 대상이 공룡이냐 생쥐냐의 차이에서 결정되고, 이차적으로는 그 대상과의 싸움이 성공하여 잘 연주되는 멜로디처럼 화음의 선율을 들려주느냐에 달려 있다. 엘리엇은 주제와 언어와의 관계에 언급하여 "낡은 방법에 의한 우회적인 공부는 항상 말과 의미와의 견딜 수 없는 싸움"을 자아낼 뿐이라고 말한 일이 있고, 그보다 앞서 그 양자의 조화롭지 못한 경우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말이 
의미의 짐을 싣고 긴장할 때면 터지고, 때로는 깨어지며 
부정확할 때엔 벗어나고, 미끄러지고, 소멸하고 썩는다. 
결국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고요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비명의 목소리, 
힐책, 조롱의 목소리, 또는 단순히 지껄이는 목소리는 
항상 말을 공격한다. 
-[번트 노튼] 중에서 


엘리엇은 특히 표현과 내용의 조화로운 상태를 강조하여 그 경지를 '고요'라 했다. 그는 그것을 선의 경지와 같은 예술의 극치로 생각했다. 그는 시에서 말이 내용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빈약한 내용에 말만 잘 다듬어진 기교주의 시를 이류시로 생각했다. 
기교파 시인이라고 불리우는 시인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지용이 그 대표적이고 영국과 미국에서는 17세기의 소위 왕당파 시인이라고 불리우는 로버트 해릭, 에즈먼드 윌러 등, 그리고 20세기 초의 조지왕조파 시인들, 그리고 에즈라 파운드 등 寫像派 시인들이 그에 속한다. 이들 시인의 시는 대체로 일상 사물이나 사소한 체험을 정확하고 기발한 비유로 형상화하는 데 그쳤을 뿐, 시인의 감정의 심도와 강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음에 정지용의 시 한 편과 같은 계열의 시인 김광균의 시 한 편을 인용해 본다. 


포탄으로 뚫은 듯 동그란 船窓으로 
눈썹까지 부풀어오른 水平이 보이고, 

하늘이 함폭 나려앉아 
크낙한 암탉처럼 품고 있다. 

투명한 魚族이 행렬하는 위치에 
흔하게 차지한 나의 자리여 

망토 깃에 솟은 귀는 소랏속같이 
소란한 무인도의 魚笛을 불고- 

해협 오전 2시의 고독은 오롯한 圓光을 쓰다. 
서러울 리 없는 눈물을 소녀처럼 짓자. 

나의 청춘은 나의 조국! 
다음 날 항구의 개인 날씨여 

항해는 정히 연애처럼 비등하고 
이제 어드메를 달밤의 태양이 피어오른다. 
- [해협] 전문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갈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연기를 내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半圓을 긋고 잠기어간다. 
-[秋日抒情] 전문 


정지용의 [해협]은 (어쩌면 판부연락석을 타고 일본으로 가는) 기선의 선창으로 내다본 해협의 인상을 그려낸 풍경화이다. 주로 직유로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나열한 이 시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하늘이...... 크낙한 암탉처럼 품고 있다"든지, "귀는 소랏 속같이 / 소란한 무인도의 어적을 불고"와 같은 기발한 비유들이라 할 수 있고, 가을날의 시골 풍경을 그려낸 김광균이 시의 수법과 유사하다. 1910년대의 영국에서 한창이던 이미지스트 시풍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이 시편들은 서정시라기보다는 즉물시, 혹은 서경시라 할 수 있어서 마치 투명유리를 통해서 보는 수묵화 같기도 하고 먹물로 찍어낸 탁본글씨 같기도 하여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시인의 생명력이 전달되지 않는다. 이 시편들에 대하여 시인 서정주는 이 '기발한 비유'들이 마치 "졸부네 따님 금은보석으로 울긋불긋 장식하고 나오"는 것 같아서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나는 [花蛇]와 한 무렵에 쓰여진 일군의 시들을 쓸 때에 내가 탈각하려고 애쓴 것은 정지용의 형용수사적 장식적 시어조직에 의한 심미가치 형성의 지양에 있었다. 내 이때의 기호로는 졸부네 따님, 금은보석으로 울긋불긋 장식하고 나오는 듯하는 그따위 장식적 심미는 비위에 맞지 않을 뿐더러, 이미 치렁치렁 거북스럽고 시대에도 뒤떨어져 보여, 그리 말고 장식하지 않은 純裸의 미의 형성을 노렸던 것이다. ......무엇처럼 무엇처럼 등의 형용사구 부사구의 효력으로 시를 장식하는 데 더 많이 골몰하는 것들은 인생의 진수와는 너무 멀리 있는 것으로 내게 보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30년대의 정지용, 김광균 등 시인들은 1910년대 영국의 이미지스트 시인들의 영향을 받은 시인들로서 그들은 시에서 감정을 배제한 고담한 시를 쓰고자 노력한 시인들이다. 그들은 소위 일컫는 모더니즘 시운동의 선언문을 통하여 시인은 이미지를 통하여 말할 것이며, 그 이미지는 견고하고 (hard and dry), 정확하고(exact), 구체적(concrete)이어야 할 것이지, 정서적이고 추상적이고 막연해서는 안 된다고, 이전의 감상적이고, 상징적인 시의 기법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나, 영국에 있어서나 모더니즘 시대의 기교 위주의 이미지스트 시인들은 비록 그들의 시가 크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지만 낭만주의 시대의 축축하고 불확실하고 막연한 감정의 시를 초극하는 단계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90 시인의 고향 룡정에서 반세기만에 첫 기념회를 열었던 때가 ... 2017-02-27 0 1989
289 시가 스스로 울어야 독자들도 따라 운다... 2017-02-27 1 2438
288 시의 창으로 넘나드는 시어는 늘 신선해야... 2017-02-27 0 2279
287 "알파고"와 미래의 조선족 2017-02-24 0 2373
286 인공지능 번역기가 없다?... 있다!... 2017-02-24 0 2568
285 인공지능이 영화대본을 못쓴다?... 썼다!... 2017-02-24 0 3823
284 시도 모르는 비인간적인 사회는 배부른 돼지들만 사는 세계 2017-02-24 1 2617
283 인공지능이 천여편의 시를 못쓴다?...썼다!... 2017-02-24 0 2471
282 중국 연변 룡정 동산마루에 "별의 시인" 윤동주묘소가 있다... 2017-02-24 0 2532
281 시인은 궁핍(窮乏)으로 시인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 2017-02-24 1 2265
280 윤동주 시와 이육사 시를 재조명해 보다... 2017-02-23 1 8826
279 책을 그렇게도 사랑했던 덕화 남평 길지籍 허봉남 문학가 2017-02-23 0 2498
278 시는 꽃씨와 불씨와 꿈을 지닌 여백(餘白)의 미학이다... 2017-02-23 0 2398
277 "하이쿠시"는 불교, 도교, 유교의 종합체이다... 2017-02-22 1 2716
276 덕화 남평의 "마당형님"이였던 허충남 문학가 2017-02-22 0 2225
275 시는 예쁜 포장지속에 들어있는 빛나는 보석이여야... 2017-02-22 0 2276
274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4)... 2017-02-22 0 3316
273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3)... 2017-02-22 0 2301
272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2)... 2017-02-22 0 2648
271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 2017-02-21 0 2656
270 세계가 기리는 100년의 시인... 2017-02-21 0 2219
269 진정한 시는 "찾아지는 감춤"의 미덕과 미학의 결과물이다... 2017-02-21 0 2634
268 안도현 시론을 재정리하여 알아보다... 2017-02-21 0 3149
267 시 안에서 "잔치"를 벌리라... 2017-02-21 0 2620
266 시는 발효와 숙성의 간고하고 처절한 시간과의 결과물이여야... 2017-02-21 0 2770
265 시인이여,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아라... 2017-02-21 0 3381
264 시어는 "관념어"와 친척이 옳다?... 아니다!... 2017-02-21 0 2776
263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가 "이미지"를 말하다... 2017-02-20 0 3268
262 애송시가 되는 비결은 우리 말로 우리 정서를 표현해야... 2017-02-20 0 2340
261 창조적 모방을 위하여 // 트럼블 스티크니 / 정지용 2017-02-19 0 4003
260 "아버지가 서점이고, 서점이 곧 아버지였다" 2017-02-19 0 2938
259 한국 최초의 번역시집, 최초의 현대 시집 / 김억 2017-02-19 0 4464
25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즈려밟다" 와 "지르밟다" 2017-02-19 0 3737
257 아르헨티나 극단주의적 모더니즘 시인 - 보르헤스 2017-02-19 0 4545
256 "내 시가 독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죽어도 쉬지 않으리라" 2017-02-19 0 2215
255 시작은 탈언어화로부터 시작하라... 2017-02-19 0 2309
254 "낯설게 하기"를 처음 제시한 사람 - 러시아 작가 쉬클로프스키 2017-02-19 0 2432
253 시는 언어의 건축물이다... 2017-02-19 2 2438
252 시작을 낯설게 하기도 하고 낯익게 하기도 하라... 2017-02-19 0 2174
251 시인은 재료 공급자, 독자는 그 퍼즐맞추는 려행자 2017-02-19 0 2285
‹처음  이전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