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인공지능 "벤자민" 쓴 각본으로 8분짜리 단편영화 나오다...
2017년 06월 02일 03시 07분  조회:5344  추천:0  작성자: 죽림
 

인공지능 시나리오 작가 "벤자민", 묘한 시인

1

 
 
 

여기저기에서 여러 잡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진짜 직업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건 에스에프(SF) 작가다. 지금은 토성 궤도에서 벌어지는 우주전쟁 이야기를 쓰고 있는 중인데 며칠째 꽉 막혀서 진도가 안 나간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걸 나 대신 해줄 누군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무언가가.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 하나가 생각난다. 소설가 지망생인 잘 나가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소설을 쓰는 기계를 만들었다. 플롯, 단어, 대사는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있고 사람은 의자에 앉아 기기를 조작하며 소설을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작가들을 한 명씩 포섭해 문학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한다.

대부분 에스에프 테크놀로지가 그렇듯, 달이 상상한 기계도 연구 중이다. 이미 썩 그럴싸하게 신문기사를 쓰는 프로그램이 나와있다. 조금 더 발전하면 소설이라고 못 쓸까.

 

얼마 전에 재미있는 시도가 있었다. <한겨레>에도 뉴스가 실렸는데, 8,90년대 에스에프 영화를 읽고 공부한 '벤자민'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쓴 각본을 바탕으로 <선스프링>이라는 8분 정도 되는 단편영화가 나왔다. 유튜브에서 '선스프링(sunspring)'으로 검색해서 직접 확인해보시라.

영화는 오싹하면서도 친숙하다. 벤자민이 쓴 대사와 지문들은 의식없는 기계가 사람을 흉내내는 티가 역력하다. 의미도 없고 방향은 무작위적이다. 글자로 만들어진 좀비이고 유령인 셈이다. 글 쓰는 인공지능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이 묘하게 친숙하다면 그건 <선스프링>의 시도가 옛날 초현실주의자들의 실험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런 친숙한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건 벤자민이 아니라 이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벤자민의 텍스트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치 어떤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해석한다. 텍스트는 여전히 죽어있지만 여기에 인간의 의식이 개입되는 것이다. 눈물까지 흘려가며 마지막의 긴 독백을 읊는 배우 엘리자베스 그레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참 싱숭생숭해진다.

그리고 벤자민은 형편없는 에스에프 작가이긴 하지만 종종 그럴싸한 시인이기도 하다.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시인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노래의 가사는 솔직히 그렇게 이상한 걸 모르겠다. 그보다 말도 안 되는 가사는 지금도 얼마든지 있다. 중간에 나오는 엉뚱한 행동들, 그러니까 입으로 자기 눈알을 뱉어내는 행위 역시 브뉴엘의 무성영화에서 나왔을 법한 구경거리다. <선스프링>이 무성영화였다면 더 사람들을 쉽게 속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용이라면 더 손쉬웠을 것이고.

<선스프링>의 작업은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다. 벤자민은 막 작가로서 첫 걸음을 내디딘 아기지만 우리가 미래에 같이 일하게 될 인공지능은 결국 우리의 이해를 초월할 것이다. 우린 그들에게 절대복종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인간성을 최대한 반영해야 할 것인가. 조금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나쁠 것 없을 것이다.

* /<한겨레>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517 [문단소식] - 김응준 시백 "희비 쌍곡선" 그리다... 2018-11-15 0 3357
2516 표절현상은 원작자, 독자, 팬들까지 큰 상처를 준다... 2018-11-15 0 3804
2515 [세상만사] -일년간 주워 모은 동전과 각자 주머니 돈=쌀 기부 2018-11-15 0 3440
2514 [세상만사]-환경미화원 134명 2년간 모은 락전 260만원=기부 2018-11-15 0 3512
2513 [세상만사] - 환경미화원 청소하다 주은 현금 주인을 기다리다 2018-11-15 0 4226
2512 [세상만사] - 1년동안 주어 모은 동전 저금통 8개 10만 = 기부 2018-11-15 0 3943
2511 [세상만사] - 7년간 주은 동전 15kg 20만 = 기부, 기탁, 지원... 2018-11-15 0 3381
2510 [세상만사] - 주웠던 물건 삼키려 해도 법노름 하다... 2018-11-15 0 4227
2509 [동네방네] - 훈민정음 상주본 살리는것 세계적 문화재 보호... 2018-11-14 0 3549
2508 [동네방네] - 117년만에 고향 돌아오는 종(鐘) 2018-11-14 0 3556
2507 [고향자랑] - 사과배엿... 된장술... 그리고 연길... 2018-11-14 0 3137
2506 [민속유산] - 연길에서 장훈아,- 멍훈아,- ... 2018-11-14 0 3382
2505 [문단소식] - 고향 상지인 한춘 ''세상돌이'' 하다 고향 돌아오다 2018-11-14 0 3075
2504 [이런저런] - 불상과 벌집 2018-11-13 0 2953
2503 [민족자랑] - 조선말로 경극 부른 60대 연길 할머니... 2018-11-13 0 3492
2502 [회음벽 회초리] - 조선어, 말보다 "말행동"이 더 앞장서야... 2018-11-13 0 3602
2501 [민족자랑] - 조선족 영화감독 장률 영화에 미치다... 2018-11-13 0 4205
2500 [민족자랑] - "길림신문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취재 보도하다 2018-11-13 0 3220
2499 "통일의 풍산개", "통일의 송이", "통일의 귤",통일아 어서 오라 2018-11-13 0 3555
2498 [동네방네] - 땔감으로 쓰던 나무가 억대 나무라니... 2018-11-13 0 3974
2497 [민족의 자랑] - "아리랑고개 넘어가고, 넘어오고..." 2018-11-13 0 4381
2496 력사와 세월과 력사과 시간과 그리고 세월이 약,ㅡ 그리고 ... 2018-11-13 0 4101
2495 [동네방네] - "훈민정음 상주본"은 어디에?... 또 어디로?... 2018-10-29 0 4251
2494 [사색의 여울] - 돕는다는것은 마음이며 행동이다... 2018-10-26 0 3467
2493 [고향자랑] - 북경에 "아리랑" 울러퍼진다... 2018-10-26 0 3564
2492 [동네방네] - 기부는 쉽지 않다... 오로지 기부는 행동이다... 2018-10-26 0 3265
2491 [동네방네] - 조선족 민속 무형문화재 얼쑤ㅡ 절쑤ㅡ... 2018-10-24 0 3335
2490 [이런저런] - 싸구려, 싸구려... "슈퍼 돼지" 싸구려... 2018-10-24 0 3283
2489 [이런저건] - 운남 송이버섯왕 2018-10-24 0 3338
2488 [쉼터] - 자작(봇나무)나무숲에 묻히고지고... 2018-10-24 0 3737
2487 [작문써클선생님께] - "곳간"이냐... "곡간"이냐... 2018-10-18 0 4396
2486 {자료} - 사투리는 사투리이고, 방언은 방언이다... 2018-10-15 0 4365
2485 {자료} - 여러 지방의 방언들을 알아보기 2018-10-15 0 3728
2484 [고향문단소식]- 동시인 김득만과 "고드름" 동시비 2018-10-15 0 3228
2483 [세상만사] - "별을 헤는 시인"의 얼굴을 먹칠하는 눔들... 2018-10-14 0 3739
248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해양쓰레기", 남의 일이 아니다... 2018-10-13 0 3907
2481 룡정.윤동주연구회가 걸어온 길도 벅찼지만 가야 할 길도 멀다 2018-10-13 0 3334
2480 아버지 김철호 "하얀 심장" 쓰다, 아들 김휘 "빨간 심장" 그리다 2018-10-13 0 3481
247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인산인해"란 말 인제야 실감한다... 2018-10-13 0 3711
247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영원히 산이 된 "산사람"들... 2018-10-13 0 3992
‹처음  이전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