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살아있는 시는 류행에 매달리지 않고 시대를 초월한 시이다...
2017년 09월 02일 00시 18분  조회:2069  추천:0  작성자: 죽림

대중적인 인기를 가진 시들의 약점들 

최동호(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쉽게 쓰여진 시가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러한 대중시는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그러한 쉬운 시의 영향으로 누구나 젊은 시절 한 때 시인이 되고 싶어한다. 좋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꾸게 할 수 있다면 대중시도 그리 나쁜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를 계속 좋아하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젊은이들은 한 때 시원한 청량음료처럼 시를 좋아하다가 탄산수의 거품처럼 금세 사라지는 시적 정취를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게 된다. 이제 그들은 시보다 무협지나 판타지 또는 대하소설에 관심을 빼앗겨버린다. 

그들이 한 때 좋아했던 그 유행가 같은 시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말 그게 시였을까? 좋은 시는 사는 동안 가슴에 묻어둔 비문과도 같은 것이어야 한다. 언제 어느 때 꺼내어 그 반짝이는 언어를 담아봐도 싫지 않을, 그런 진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쉽게 써진 시는 우선 감정의 처리가 값싸 보인다. 그저 말하기 좋은 고독, 이별, 사랑, 죽음, 슬픔 등의 주제에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주제는 사실 모든 문학작품의 근원적인 문제로 많이 다뤄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약 시인의 깊은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기보다 독자들의 인기에 영합하려고 끌어다 붙인 말초적인 감각에 의존한 것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결과 읽기 쉬운 시가 되어버린 이것들이 다른 이의 정서를 위축시키고 동적인 삶의 체험을 정태적으로 둔화시키는 역할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쉽게 쓴 시의 특징은 시인의 감정 처리가 안이하다. 편의주의에 감상만을 가미하여 시적 효과를 둔화시키고 자신의 감정을 국화빵처럼 찍어내듯 드러낸다. 그런 까닭에 누구나 접하기 쉬울 만큼 표현이 평범하다. 이는 지적 실험의식을 내세운 난해시의 불필요한 난삽성을 반박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우선 읽혀진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시는 긴장이 너무 이완되고 정서적 깊이가 얕아, 잘 쓰여진 산문에 못 미치는 꼴이 되므로 경계해야 한다. 

미숙한 시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적절하지 않은 수사를 반복으로 감추면서 음악적 효과를 지닌 것처럼 만드는 점에 있다. 단순 반복의 리듬감이 시적 능숙함과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화감으로 곡해되어 독자들에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위안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이것이 참으로 우려될만한 점이다. 

다원화 시대에 민중시 또는 순수시만이 의의가 있다는 주장은 억지이고 독선적인 논리일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시가 졸렬하다는 생각도 역시 획일적인 생각이다. 나쁜 시는 유행가처럼 일회성을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 읽혀지는 시는 결코 나쁜 시가 될 수 없다. 시는 인간으로 하여금 진실한 삶의 가치를 눈뜨게 하고 완성시켜주는 예술적 양식이기에 진정한 가치를 가진 시는 어느 시기에건 그 가치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시가 생명으로 숨쉬는 것이기에 살아있는 한 결코 외면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시는 어떤 시일까? 

살아 있는 시는 유행에 매달리지 않고 시대를 초월한 시다. 시가 정서적 이유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으면 건강하지 않은 시다. 그러나 세상살이를 정직하고 진지하게 노래한 것이라면 그 건강이 시의 향기가 되어 나타난다. 그런 시는 영혼의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다. 

끝으로 우리가 시를 쓰면서 경계할 이념들을 살펴보려 한다. 

가장 먼저 순수주의를 경계할 일이다. 순수 지상주의는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독자적인 시 세계를 개척하듯 보이지만 김소월이나 윤동주같은 시 세계를 답습하는 꼴일 수 있다. 현실을 부정하고 비판하지 않으며 온갖 서정성만 그럴듯하게 발라내기로 자족하는 순수시는 게으른 삼류시와 같은 것이다. 

둘째는 지나친 민중주의를 경계할 일이다. 특정 이념에 자신의 사상을 고정시켜 놓은 시각은 위험하다. 그것이 왜곡된 신념이라면 특히 위험한 일이다. 민중주의는 그릇된 역사를 바꾸고 싶어하는 정의감에 사로잡혀 다양성이 있어야 할 삶의 근본을 박탁하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것은 또 다른 기회주의와 다름이 없다. 

셋째는 미욱한 자의 달관주의다. 달관주의는 신선사상에 근거한다. 그들은 삶의 궁극을 제대로 파악도 못했으면서 달관한 체 하기 쉽다. 이것은 극단적인 허무주의가 모습을 달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파괴주의이다. 모든 존재는 모순으로 무너지면서 진화 발전하고 다시 생성된다. 새로운 발전을 위한 파괴는 언제나 유혹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생성을 모르는 파괴란 무의미하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90 시인의 고향 룡정에서 반세기만에 첫 기념회를 열었던 때가 ... 2017-02-27 0 1989
289 시가 스스로 울어야 독자들도 따라 운다... 2017-02-27 1 2438
288 시의 창으로 넘나드는 시어는 늘 신선해야... 2017-02-27 0 2290
287 "알파고"와 미래의 조선족 2017-02-24 0 2373
286 인공지능 번역기가 없다?... 있다!... 2017-02-24 0 2579
285 인공지능이 영화대본을 못쓴다?... 썼다!... 2017-02-24 0 3833
284 시도 모르는 비인간적인 사회는 배부른 돼지들만 사는 세계 2017-02-24 1 2617
283 인공지능이 천여편의 시를 못쓴다?...썼다!... 2017-02-24 0 2478
282 중국 연변 룡정 동산마루에 "별의 시인" 윤동주묘소가 있다... 2017-02-24 0 2532
281 시인은 궁핍(窮乏)으로 시인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 2017-02-24 1 2265
280 윤동주 시와 이육사 시를 재조명해 보다... 2017-02-23 1 8829
279 책을 그렇게도 사랑했던 덕화 남평 길지籍 허봉남 문학가 2017-02-23 0 2498
278 시는 꽃씨와 불씨와 꿈을 지닌 여백(餘白)의 미학이다... 2017-02-23 0 2398
277 "하이쿠시"는 불교, 도교, 유교의 종합체이다... 2017-02-22 1 2716
276 덕화 남평의 "마당형님"이였던 허충남 문학가 2017-02-22 0 2225
275 시는 예쁜 포장지속에 들어있는 빛나는 보석이여야... 2017-02-22 0 2279
274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4)... 2017-02-22 0 3320
273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3)... 2017-02-22 0 2308
272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2)... 2017-02-22 0 2648
271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 2017-02-21 0 2656
270 세계가 기리는 100년의 시인... 2017-02-21 0 2219
269 진정한 시는 "찾아지는 감춤"의 미덕과 미학의 결과물이다... 2017-02-21 0 2634
268 안도현 시론을 재정리하여 알아보다... 2017-02-21 0 3154
267 시 안에서 "잔치"를 벌리라... 2017-02-21 0 2628
266 시는 발효와 숙성의 간고하고 처절한 시간과의 결과물이여야... 2017-02-21 0 2770
265 시인이여,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아라... 2017-02-21 0 3381
264 시어는 "관념어"와 친척이 옳다?... 아니다!... 2017-02-21 0 2778
263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가 "이미지"를 말하다... 2017-02-20 0 3275
262 애송시가 되는 비결은 우리 말로 우리 정서를 표현해야... 2017-02-20 0 2348
261 창조적 모방을 위하여 // 트럼블 스티크니 / 정지용 2017-02-19 0 4010
260 "아버지가 서점이고, 서점이 곧 아버지였다" 2017-02-19 0 2941
259 한국 최초의 번역시집, 최초의 현대 시집 / 김억 2017-02-19 0 4471
25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즈려밟다" 와 "지르밟다" 2017-02-19 0 3738
257 아르헨티나 극단주의적 모더니즘 시인 - 보르헤스 2017-02-19 0 4545
256 "내 시가 독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죽어도 쉬지 않으리라" 2017-02-19 0 2222
255 시작은 탈언어화로부터 시작하라... 2017-02-19 0 2317
254 "낯설게 하기"를 처음 제시한 사람 - 러시아 작가 쉬클로프스키 2017-02-19 0 2443
253 시는 언어의 건축물이다... 2017-02-19 2 2444
252 시작을 낯설게 하기도 하고 낯익게 하기도 하라... 2017-02-19 0 2178
251 시인은 재료 공급자, 독자는 그 퍼즐맞추는 려행자 2017-02-19 0 2286
‹처음  이전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