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이런저런] -마광수님은 "얄궂은 한 시절 모퉁이를 돌아갔다"...
2017년 09월 09일 02시 46분  조회:3480  추천:0  작성자: 죽림
 
올 1월 마광수 교수의 모습.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중앙포토]

올 1월 마광수 교수의 모습.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중앙포토]

 ‘마광수’가 죽었다.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외람되게도 부고에서 이름 석 자만 쓴 것은 마광수라는 이름이 우리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기호였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대뇌의 언어로 말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성기의 언어로 말하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던 1990년대 들머리, 마광수는 스스로 시대를 드러내는 아이콘이었다.  
 명문 대학 교수가 “야한 여자가 좋다”고 떠들고 다녀서, 또는 “장미여관으로 가자”고 뭇 여성을 꼬여서 마광수에 열광했던 것은 아니다. 고지식하고 점잖은(혹은 그러한 척만 하는) 사회와 혼자만의 방식으로 맞장을 뜬 혈혈단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응답하라’로 시작하는 TV 드라마가 동화처럼 어여쁘게 그려낸 그 시절, 마광수는 문화 게릴라였고 민주화 투사였다. 마광수를 기억하는 세대에게 그의 황망한 부고는 씁쓸하다. 하필이면 페미니즘 열기가 뜨거운 즈음이어서 얄궂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또 한 시절이 모퉁이를 돌아갔다.  

마광수 전 연대 교수 집에서 숨진 채 발견, 경찰 자살 추정
92년 『즐거운 사라』로 필화사건 겪은 뒤 우울증 시달려

문화 민주화 열기 뜨거웠던 90년대 초반 시대의 아이콘
‘야한 여자론’으로 고지식하고 점잖은 척 사회 비아냥

 
 ◇유언장 남겨=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서울 동부이촌동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 낡은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경찰은 “목을 멘 것 같다. 오후 1시51분쯤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마 전 교수의 방에서 지난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언장이 발견됐다. 유언에는 재산을 이복누나에게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그는 오랜 세월 어머니와 둘이서 살았다. 어머니는 지난해 돌아갔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지난해 8월 정년 퇴임한 뒤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발표했지만, 마 교수의 병력은 오래됐다. 2000년에도 그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때도 그는 심하게 낯을 가렸고 손을 떨었다.  
 퇴임한 뒤에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연금을 받고 있지만 집안일을 봐주는 아주머니에게 월급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투덜댔다”고 한다. 출판사도 더 이상 원고 청탁을 하지 않아 그는 틈틈이 그렸던 그림을 팔려고 내놨다. 그러나 화랑에서도 마광수는 외면당한 이름이었다. 
 그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중간에 8년을 놀아(교수직에서 해임됐던 기간) 연금도 얼마 안 된다”며 “외로운 독거노인”이라고 신세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예순여섯 살이었다.
 
 ◇야한 여자 사라=지금은 뜨악해 할지 모르겠다. 마광수가 ‘야한 여자론’을 들고 나온 80년대 끄트머리 여성운동가 상당수는 여성운동의 하나로 길거리에서 담배를 물었다. 민주화 열기가 문화 영역으로 확장되던 시절이었다. 마광수는 바로 그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89년 1월 발표한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그는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대가도 혹독했다. ‘프리섹스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프리페팅을 즐기자’는 식의 주장은 여성을 성의 도구로 인식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그는 전공과목 강의에서 배제됐다.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

 생전의 마광수는 “한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그의 인생을 망친 여자가 ‘사라’다. 마광수는 92년 여대생 사라의 문란한 성생활을 다룬 소설 『즐거운 사라』를 발표했고, 그해 10월 29일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즐거운 사라』를 발간한 ‘청하’ 출판사의 장석주(62) 당시 대표와 함께 구속 수감됐다. 두 달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대학에서는 쫓겨났다. 장 전 대표는 “감옥에 갔다온 뒤 회복할 수 없어 출판사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98년 그는 사면 복권됐다. 대학에도 돌아갔고 『즐거운 사라』도 재출간됐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마광수가 죄인이었던 시절 『즐거운 사라』가 일본에서 번역 출간됐다. 일본에서 『즐거운 사라』는 8만 부 이상 팔렸다. 그러나 “표현 수위에 실망했다”는 독후감이 대부분이었다.
 
마광수 교수의 그림.

마광수 교수의 그림.

 ◇우리들의 우울한 영웅=마광수는 2005년 ‘13년 만에 내놓은 야한 소설’이라는 요란한 광고 문구와 함께 소설 『광마잡담』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대 이하였다. 소설은 야하지 않았다. 표현의 수위나 상상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광수에 따르면 ‘야하다’는 표현은 일탈과 모반의 기운을 동반해야 했다. 소설은 다만 음란할 뿐이었다.  
 마광수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변한 것은 사회였다. 젊은 여성의 반짝이는 긴 손톱에서 성적 상징을 읽어냈던 90년대 초입 마광수는 ‘변태’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네일아트는 젊은이들의 지배적인 문화 코드가 된 지 오래다. 아무도 섹스를 말하지 않던(또는 못하던) 시절이어서 마광수는 야했다. 2007년 그는 제자들의 시를 거의 그대로 제 시집 『야하디 알라숑』에 실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올해는 시인 마광수가 등단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77년 청록파 박두진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마광수는 국내 윤동주 박사 1호이기도 하다. 83년 윤동주 연구로 박사 학위를 땄다. 마광수는 올 1월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윤동주 모두 솔직한 시인”이라고 말했다.  

DA 300

 

 마광수는 한국 문학 최초로 여성에 성 주체성을 부여한 작가였다. 90년대 여성단체 대부분이 마광수를 비난했지만 검찰은 사라가 끝내 도덕적으로 반성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의 지식인 사회가 거대 담론에서 허우적거릴 때 개인의 가장 내밀한 욕망에 관하여 발언했다. 
 마광수를 시대를 앞서간 지식인이었다고 기억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마광수는 죽기 전까지도 야한 여자를 찾았다. 그는 다만 획일적이고 답답한 세상이 싫었을 뿐이었다. 그의 넥타이 맨 모습이 기억에 없다. 그의 가는 목을 감싼 건 늘 스카프였다.


[출처: 중앙일보] '우리들의 우울한 영웅' 마광수의 마지막 가는 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157 [이런저런] - "괴물 오징어" = 2.4M 2018-04-10 0 3552
2156 그대들도 "부디 잊지 말기만을"... 2018-04-10 0 5312
215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장난감화살총",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4-10 0 5643
2154 [이런저런] - 뻐꾸기는 "엄마"가 옳은가... 2018-04-10 0 6860
2153 [이런저런] - 초대형 자라 얼마 살수 있을가... 2018-04-10 0 10265
2152 [쉼터] - 해빛, 달빛, 별빛을 끌어들여라... 2018-04-10 0 3223
2151 [그것이 알고싶다] - "두동강 나는" 아프리카 대륙 2018-04-09 0 6993
2150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흑두루미야, 맘껏 놀아라... 2018-04-09 0 5031
2149 [동네방네] - 원숭이들아, 아서라 아서라... 2018-04-09 0 3199
214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미안해",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4-08 0 5145
2147 [그것이 알고싶다] - 거북이와 자라 차이점?... 2018-04-07 0 11794
2146 [쉼터] - 반딧불과 달빛으로 책을 읽다... 2018-04-07 0 4675
2145 그대들은 누구의 "얼굴"을 그려봤는가... 2018-04-06 0 4049
2144 [그것이 알고싶다] - 개는 "문명의 공간"속에서 산다... 2018-04-06 0 5593
2143 그대들은 함경북도 사투리 노래 "명태"를 아는가... 2018-04-06 0 3724
214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통일",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4-05 0 5943
2141 그대들은 "J에게" 장미꽃을 드렸는가... 2018-04-05 0 5253
2140 그대들은 "푸른 버드나무"를 불러봤는가... 2018-04-05 0 6164
2139 우리 너도나도 "뒤늦은 후회" 하지 맙시다... 2018-04-05 0 3927
2138 그대들은 아버지 어머니 "18번" 아시는가요... 2018-04-05 0 5168
2137 [그것이 알고싶다] - "원앙 부부금실"의 유래?... 2018-04-05 0 3739
213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멸종위기종 "천국" = 특급 보호 "천국" 2018-04-05 0 3426
2135 [별의별] - "염소 열리는 나무" = "열매 따먹는 염소" 2018-04-05 0 5671
2134 [그것이 알고싶다] - 돈벌레(그리마)를 죽이지마세ㅛ... 2018-04-01 0 6674
2133 [이런저런] - 쌍둥이 형제 같은 날 아빠 되다... 2018-04-01 0 3859
2132 [그때 그사람] - "현실과 력사를 쓰는것이 신문" 2018-04-01 0 4349
2131 [쉼터] - 잠을 자면서도 날수 있는 새가 없다?... 있다!... 2018-03-31 0 3468
2130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담배꽁초",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3-30 0 5437
2129 [쉼터] - 2000년전의 술?... 2018-03-29 0 5068
2128 [그것이 알고싶다] - 차를 알고 마시기 2018-03-29 0 3830
212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중국 "외교동물사절" = "판다" 2018-03-29 0 5114
212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백로야, 맘껏 나래펼쳐라... 2018-03-29 0 5150
2125 [고향자랑거리] - 중국V23팀 고준익 주장 샛별로 뜨다... 2018-03-29 0 3463
2124 [그것이 알고싶다] - 력사는 력사를 밝혀내는것이 력사이다... 2018-03-28 0 5893
212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사자들아, 더욱더 강해져라... 2018-03-27 0 4343
2122 [록색문학평화주의者]"서커스단동물구조",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3-27 0 3635
2121 [동네방네] - 세계에서 가장 큰 동상 = "통일의 동상" 2018-03-27 0 3578
2120 天堂之福 永遠之樂 ㅡ 안중근 유묵 2018-03-27 0 3488
2119 [문단소식] - 21살, "아동문학연구회" 일 많이 했다... 2018-03-27 0 3011
2118 [그것이 알고싶다] - 삼국지 조조 무덤?!... 2018-03-27 0 3347
‹처음  이전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