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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형(形)과 색(色)의 교향(交響)의 조합을 실현해야...
2017년 10월 12일 23시 19분  조회:1784  추천:0  작성자: 죽림
 

유명 화가의 미술 작품들 (5) : 르노와르 Pierre A Renoir (1841~1919)

 

감각적(感覺的)인 즐거움의 경지(境地)

 

 

 

 

모델의 초상

 

르노와르는 인상파 시대에 있어서도 반드시 인상파적인 기교에만 얽매이지 않았었다. 물론 그 역시 인상파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빛의 효과에 대해서 적잖은 관심을 기울이기는 했지만, 그는 다만 빛이 쏟아지는 자연 속에서 자연만을 포착하려< 들지는 않았다. 빛이 얼마나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가, 또는 인물의 의상을 어떻게 하면 더욱 돋보이게 하는가 등을 골똘히 생각하면서, 햇볕이라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따라서 그는 인물을 테마로 할 때, 무엇보다도< 빛을 이용하여 색조를 한층 다양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점이 일반 인상파 화가와 구별되는 르노와르 예술의 특징이다. 이 작품은 인상파전 직후의 것으로, 그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 그림이다.

 

 

 

 

피아노 치는 부인

DAME AU PIANO

1875년 캔버스 유채 93X73.5Cm

시카고 미술 연구소 소장

 

 

 

 

 

라꼬 양의 초상

 

마치 사진을 보는 듯 지극히 사실적인 소녀상이다. 당시의 평론가 말마따나 [더 이상 오를래야 더 오를 데가 없을 만큼 고도의 회화 수법]을 보인 작품이다.르노와르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이 화폭 구석구석에서 번득인다. 1863년은 르노와르가 <춤추는 에스메랄다>로 살롱에 입선한 해다. 이 성공에 힘입어 초상화 주문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초기이기 때문에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성껏 그리고 꼼꼼히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으로 말미암아 르노와르는 그 성가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마치 에나멜과도 같은 염색(艶色)을 지니면서도 한편으로 전아(典雅)한 색조가 억제된 감성을 느끼게도 한다. 아카데믹한 작고의 수련을 쌓은 흔적이 엿보이는 초기작이다.

 

 

 

 

모네 부인상

 

인상파의 화우(畵友) 모네의 부인을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을 그린 것은 인상파의 제1회 전시회가 열렸던 해로서, 젊은 르노와르가 용솟음치는 희망을 품고 이 새로운 그룹에 가입하여, 그 나름의 밝고 맑은 색조를 발전시켜 나가려고 했던 시대의 회화이다. 밝고 화사한 모네 부인의 의상과 그 배경이 되고 있는 큰 의자의 꽃무늬 모양이 하나로 어울려 아름다운 색조를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이 노리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인물에 있다기보다는 이처럼 밝고 아름다운 빛깔의 휘황한 무늬를 회화적 효과로 여물게 하려는 데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부인상이라고 하기보다는 부인을 중심으로 한 호사스런 색채의 영역을 조성(造成)하는 데에 그 역점을 두고 있어 보인다.

 

 

 

 

모네의 초상

 

아르쟝뚜유에서 조그마한 뜨락이 있는 집을 전제 내어, 그림에 골몰하고 있을 무렵의 화우 끌로드 모네가 풍경화 제작에 열중하던 손을 멈추고 뭔가 깊이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모습을 그린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예술 창작에 심취된 화가의 진지한 모습을 유연한 필촉과 따뜻한 색감으로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제2회 인상파전에 출품했던 이 작품은, 모네와의 우정을 나타냄과 동시에 인상주의가 가장 순수하게 추구했던 시기의 화가의 한 기록으로서 퍽 값진 그림이다. 모네는 바로 이 그림 속의 팔레트와 붓으로 <아르쟝뚜유의 다리>등이 지방이 풍물을 즐겨 그려 그 나름의 빛과 색채의 향연을 베풀었다. 여인 초상이 대부분인 르노와르 로서는 특이한 작품이다.

 

 

 

 

디아느

 

르노와르의 처녀작 가운데 일품(逸品)이다. 그의 나이 스물 여섯 살 때 그린 작품으로 화가로서의 첫발을 기념하는, 이를테면 [기념비적 작품이다. 화면 중앙에 사냥의 여신(女神) 알테미스, 즉 디아느가 금방 사슴 한 마리를 활로 맞춘 다음, 바위 위에 걸터앉아 노획물을 대견스레 굽어 보고 있다. 이 여신은 별로 신(神)답지도 않게 그려져 있다. 오히려 관능적인 풍만한 젊은 여자, 즉 요녀 같은 인상마저 준다. 이처럼 여체에 충만한 양감(量感)은 선배인 쿠르베의 영향 탓이라고 보여지며, 배경의 나무나 하늘의 느낌은 코로의 자연 묘사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선배들의 모방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도 독자적인 기법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浴女와 개

 

르노와르의 그 숱한 누드 가운데에서도 가장 윤곽이 뚜렷하고 선명한 이 회화는, 고혹적인 색감을 배경 숲과의 대비에 의해 발랄하고도 풍만하며 또한 생동감이 넘치는 나부의 감각적인 표현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S. 레이멕은 이 나부의 포즈가 고대 그리이스의 비너스 조각상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고전적인 분위기를 즐기던 살롱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 이 그림을 제작한 것 같다. 대담한 필촉(筆觸)이 빚어낸 이 아름다운 여인상은 쿠르베의 대담함과 코로의 정묘(精妙)함을 버무린 듯한 느낌이다. 밝은 외광(外光)으로 노출된 나부의 요염한 살갗이 개와 대조되면서 유난히도 고혹(蠱惑)을 느끼게 한다.

 

 

 

 

 

양산을 든 리즈

 

르노와르가 스물 여섯 살 되던 해의 작품으로서, 이 해는 인상파 그룹이 모이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당시의 여느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들라크로아, 쿠르베 등의 영향을 두드러지게 느끼게 하는, 이른바 르노와르가 화가로서의 발전의 출발점을 보이는 작품이다. 호외(戶外)의 볕살 속에 인물을 세워 놓고 그리는 이와 같은 그림은 당시의 젊은 화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수법이다.
같은 해에 모네는 그의 연인(戀人) 까게유를 모델로 해서 <마당의 여인>을 그렸는데, 이에 뒤질세라 르노와르도 리즈를 샤이 안 삐엘의 여름 숲으로 데리고 나와 이 회화를 완성한 것이다.
그녀의 흰옷에 햇빛을 담뿍 싣고 있으며, 한 손에든 양산 색채가 약간 어두운 배경 위에 부조(浮彫)된 품이라든가, 모델의 자연스런 일상적인 포즈 등이 퍽 인상적이다.

 

 

 

 

부채를 든 소녀

 

예쁜 소녀를 전경(前景)으로 놓고 상반신을 그린 이 작품은 뭔가 골똘하게 생각에 잠기고 있는 듯한 귀여운 얼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유화의 윗부분은 화려한 꽃들로 가득하여 눈부시다. 르노와르는 소녀와 꽃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하나로 구도(構圖)하고 있다. 소녀나 꽃이 지니는 속성(屬性), 즉 아름답고 밝은 면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나름의 화사한 색감을 십분 강조할 수 있는 좋은 화재(畵材)가 아닐 수 없다. 딴은 이 두 소재란 르노와르를 지탱해 주는 주요한 것인데, 후기에는 이 두 주제가 제각기 독립하여 르노와르 예술로서 성숙해 갔다. 소녀와 꽃을 잇는 곳에 그려진 부채는 구도상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소녀의 둥근 얼굴과 둥근 부채가 짝지어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독서하는 아가씨

 

인상파 시대의 르노와르 작품에는 자연의 묘사보다는 인물, 특히 여인을 주제로 한 명작들이 많다. 이 그림도 그러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서 젊은 시절의 르노와르의 특질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작이다. 여느 인상파 화가들은 밝은 햇빛 속에 펼쳐진 대자연을 즐겨 테마로 삼아, 밝은 색조를 강조하면서 자연의 빛깔을 추구해 나갔는데, 그에 비해 르노와르는 주로 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빛의 효과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 그 나름의 두드러진 특징이라 하겠다. 이 그림에서도 창 밖에서 흘러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을 받아 역광(逆光) 속에서 젊은 아가씨의 즐거운 독서 삼매경의 한 순간을 잘 포착했다. 얼굴 한 면의 햇빛 반영이 밝아 싱싱한 생명감을 느끼게 한다

 

 

 

 

 

초원의 비탈길

 

인상파풍의 밝은 볕살에 넘치는 명랑한 정경을 시원스레 그린 작품이다.
작품 한가운데 한줄기 비탈길을 그려 이를 그림의 주축으로 삼고 그 좌우에 나무와 풀밭을 펼쳐놓아 녹색과 노란 빛깔이 서로 버무려지는 부드러운 색감을 곱게 쓰고 있다. 그 사이에 붉은 꽃과 빨간 우산을 점점으로 찍어 악센트를 주어 선명하고, 여유있는 색감을 갖게도 한다. 이 화폭 전체에서 풍기는 섬세하고도, 유연한 필촉은 르노와르 특유의 감각으로서 이와 똑같은 테마를 피사로나 모네도 그렸지만 이같은 유화(柔和)한 감촉은 르노와르 독자(獨自)의 것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르노와르의 풍경화 구도는 결코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레 경묘히 다룬다는 점도 특색임을 이 그림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사마리 부인의 초상

 

밀도(密度) 짙은 눈부신 핑크 빛깔을 배경으로 깔고, 마치 이 화려한 분위기 속에 흠뻑 젖어 있는 듯이 우아한 여인이 턱밑에 손을 받치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 청징(淸澄)한 눈은 지적(知的)으로 빛나고 있고, 입술과 어깨 언저리에 붉은 색조가 산점(散点)하고 있고, 한편으로 여기에 짙은 녹색의 의상이 알뜰히 대비(對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뭇 빛깔들이 마치 하나로 용해된 듯도 하면서 쾌적한 색감으로 잘 나타나 있다. 이 그림의 모델은 당시 파리에서 인기 절정에 있었던 유명한 여배우이다. 그녀는 매우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발랄하면서도 지적(知的) 매력이 넘치는 미인이었다고 한다. 이에 매혹된 르노와르는 그녀의 전신상도 그렸다.

 

 

 

 

 

첫나들이

 

이제 가까스로 어엿한 예비 숙녀가 된 한 소녀가 어머니를 따라서 극장 관객석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두리번거리고 있는 이 그림은 자유자재로운 시각으로 퍽 자연스럽다. 얼핏 즉흥적인 붓놀림으로 쉽사리 그린 것 같기도 한 이 작품은 학교를 마치고 이제 어른들의 사회 속에 뛰어드는 듯한 첫나들이를 겸한 관극(觀劇)에 나선 소녀의 이 도큐멘터리 터치는 [현대를 그려보겠다.]는 르노와르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이 아가씨를 옆으로 보고 이를 근경으로 처리했으며, 계단 아래의 객석이나 무대를 조금 엿보이게 하여 원경 처리를 함으로써 교묘한 구도를 이루고 있다.

 

 

 

 

뜨개질하는 아가씨

 

비스듬히 옆을 향한 아가씨의 초상인데, 작품의 특징은 밝은 빛을 한껏 받고 그 빛에 의해 풍윤한 색시의 밝음과 아름다움이 부각(浮刻)되도록 그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인상파 화가들은 볕살을 받은 자연의 정경을 추구하는데 힘을 기울였는데, 르노와르도 빛에 감싸인 자연을 안 그린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인물에 더 관심을 가졌고, 특히 부인의 초상화를 즐겨 그렸다. 르노와르는 인물 묘사에 있어 인상파의 특징을 살리려고 애를 썼는데, 여기서도 바깥에서 스며드는 빛의 묘사를 통해 신선하고 발랄한 젊은 여성의 분위기를 잘 부상(浮上)시켜 놓았다. 긴 머리, 볼, 어깨, 팔로 흐르는 빛과 그늘과의 대비를 통해 유화(柔和)한 촉감이 잘 드러나 있다.

 

 

 

 

이레느 깡 단베르 양의 초상

 

가슴을 조이고 있듯 긴장한 눈매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응시하고 있는 가련한 소녀상은 뭔지 모를 연민(憐憫)의 정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소녀상은 르노와르가 즐겨 다루는 소재의 하나이다. 당시 별로 많지 않았던 그의 예술의 옹근 이해자였던 은행가 루이 깡 단베르 씨의 귀여운 막내 딸이 모델이 되어 주어서 퍽 조심스레, 그리고 정성스레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놀란 토끼처럼 동그란 눈, 투명한 살결의 프로필은 유연한 붉은 자색의 머리칼에 감싸여 더욱 돋보인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의 한 가닥, 한 가닥은 르노와르 특유의 흐르는 듯한 붓놀림으로, 산만한 듯하면서 도 매끄럽게 다듬어졌다. 청결하고 감미로운 작품이다.

 

 

 

 

해변에서

 

바닷가에서 등의자를 내놓고 앉아 있는 한 귀부인을 그린 작품이다. 이 등의자의 느낌과 배경인 바다가 별로 어울리지 않은 것 같고, 의자의 묘사도 매우 사실적이고 딱딱해 보인다. 이처럼 전경(前景)과 배경 사이에서 다소간의 괴리감(乖離感)을 안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도리어 일종의 효과가 되어 이 부인을 고전적인 분위기에 감싸이게 하고도 있다. 이는 아마도 르노와르가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받았던 고전 회화의 영향 탓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는 고전 회화가 지니는 딱딱한 형식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색종(色種)의 단순화와 형체의 정착화에도 진일보하게 된다. 부인의 눈언저리와 머리 부분의 필법에도 고전적인 필촉을 느낀다.

 

 

 

 

 

매를 가진 소녀

 

매라고 하는 야생적인 새와 귀엽고 예쁜 소녀와의 야릇한 대조의 효과를 아마도 르노와르는 이 그림에서 노린 것 같다. 이 그림의 가장 중심 대상인 소녀를 그는 매우 정치(精緻)하게 그리고 있다. 그에게는 대체로 두 가지 묘사법이 있는데, 그 하나는 이 작품에서처럼 놀랄 만큼 섬세한 붓 끝으로 우아하게 그리고 정성스레 다듬어 나가는 수법으로, 이는 어엿한 직인적(職人的)인 기법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전체를 하나의 색조 속에 융합시키는 묘사 방법인데, 이는 매우 세밀한 기법으로서, 비단 얼굴만이 아니라 옷이라든가 또는 주변 사물을 그릴 때에도 미묘한 질감을 보인다. 이 그림은 이 두 가지 묘사법을 다 사용하고 있다.

 

 

 

 

 

음악회에서

 

음악회에 출연하여 꽃다발을 받은 다음 무대 뒤 휴게실에서 잠시 쉬고 있는 장면이다. 차분히 앉아 있는 두 소녀와 꽃다발 등 매우 우아한 테마를 극히 아름다운 색조로 나타내주고 있는 이 그림은, 퍽 극명(克明)한 묘사를 하고 있어 상당히 엄격한 사실(寫實)의 화법을 보여 주고 있다. 그의 나이 서른 살에 접어들면서부터 르노와르는 친구들과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화법을 채택케 된다. 즉, 이른바 인상파 시대에 접어들게 되는데, 이 무렵에 그는 곧잘 소녀들을 모델로 해서 그림을 그리곤 했다. 특히 발랄한 젊은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여 즐겨 그림을 그린 까닭은 소녀의 아름답고 청순하며, 또한 순진 무구함에 당시 매료(魅了)되었기 때문이다.

 

 

 

 

 

페르난도의 서커스 소녀

 

밝음, 발랄함, 따뜻함 등을 사랑한 르노와르는 서민들을 보는 시각(視角)에 있어서도 로트렉이나 드가처럼 날카로움이나 풍자 같은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놀이] 속에서 삶의 충일(充溢)함을 찾고, 일상성 그 자체를 밝고 따뜻하게 묘출한다. 언제나 흥청거리는 몽마르트르에 천막을 친 서커스 단장 페르난도 발덴베르크의 두 딸을 모델로 한 이 그림에서도, 르노와르의 그런 속성을 쉽사리 감득할 수 있다. 따뜻하게 보이는 마루를 배경으로 하여 약간 시점(視点)을 높이 잡아 굽어보는 듯한 묘사를 가미하면서, 두 소녀의 앳된 모습을 세련된 색채로 돋보이게 하고 있다.

 

 

 

 

 

 

그네

 

 

공원의 그늘, 산책길에서 만난 지인(知人)들의 다소곳한 대화 장면이다. 매우 흔해 빠진 일상적인 정경이, 르노와르의 애무하는 듯한 붓의 촉감으로 말미암아, 놀라울 정도로 밝은 빛의 세계를 나타내 주고 있다. 프라고나르가 그린 <그네>처럼 그렇게 우아한 세계는 아니지만, 서민들의 충족한 생활의 숨결이 그런 대로 눈부신 광휘를 떨치면서 밝게 실현되어 있다. 나무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는 빛의 줄기가 화면의 도처에 명멸(明滅)하면서 나무 등걸과 오솔 길이 한결 아름다운 빛으로 반영되고 있고, 멈춰 서 있는 그네 역시 마치 쾌적한 리듬으로 여유롭게 움직이고 있는 듯이도 보인다. 이 그림에서도 르노와르는 자연의 묘사 못지 않게 인물의 표현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우산

 

잡답한 파리의 노상(路上)에 봄비가 갑작스레 뿌리기 시작한다. 손에든 우산을 황급히 펼 쳐든 사람들, 거리는 한결 더 붐비는 인상이다. 르노와르다운 발랄함과 서민적인 친숙함이 넘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작품치고는 뭔지 모르게 차가운, 그리고 창백한 톤을 이 그림에서 느낀다. 우산의 아치의 반복과 선 구성의 준엄함, 딱딱한 붓자국의 리듬이 이 화면에서는 느껴지는데, 이는 르노와르가 라파엘로의 예술에 끌려, 이태리의 여행에서 품페이의 벽화(壁畵)에 감복하여 전환기를 맞기 시작할 무렵의 작품이다. 즉 고전 벽화가 지니는 선려(鮮麗)한 색조의 영향을 적잖이 받아 색종(色種)이 줄어들고 있어 보인다. 종래의 그 나름의 색조의 융화를 본령으로 했던 그의 수법이 차츰 형체를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옮겨가고 있다.

 

 

 

 

춤추는 아가씨

LA DANSEUSE

1874년 캔버스 유채 142X95Cm

워싱턴 국립박물관 소장

 

 

 

 

나부

NU

1888년 캔버스 유채 56X46.3Cm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햇빛 속의 裸婦

 

비너스가 바다의 물거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면, 르노와르의 이 나부는 무성한 숲 덤불을 비집고 빛나는 햇빛 속에서 태어난 현대판 비너스라고나 할까! 거친 붓자국의 뿌우연 빛깔 속에서 풍요롭고도 요염한 여체가 어슴푸레하게 부각되었다. 제2회 인상파 전람회에서 [모델이 마치 수포창(水泡瘡)에 걸린 것 같다]는 험담을 들을 정도로, 풀빛으로 얼룩진 볕살의 효과는 대단하다. 얼굴, 어깨, 젖가슴 등 몸뚱이 전체에 눈이 부실 정도로 태양의 직사광선이 감싸고 있는 이 여체는, 마치 숲 속의 요정과도 같은 동화적 분위기마저 느낀다. 배경인 수풀도 역시 햇빛을 듬뿍 받아 하나로 버무려진 아름다운 색채의 효과를 내고 있다. 순간적인 색채의 소용돌이를 잘 감득한 작품이다.

 

 

 

 

빠리스의 심판

JUGEMENT DE PARIS

1908년 캔버스 유채 80X99.4Cm

개인 소장

 

 

 

 

屋外에 앉은 여인

 

[누드를 그릴 바에야 누구나 그 그림을 보고 그 유방이나 등을 만지고 싶도록 그려야 할 것이다.] 르노와르는 그의 만년에 이렇게 술회했다. [매만진다]는 말은 어쩌면 그의 예술적 생애의 [ 키워드 (key word)]일는지도 모른다. 이 그림은 정말이지 유방과 등을 만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고혹이 물씬 풍긴다. 이 그림은 그의 나이 마흔 셋 때의 작품이니까, 이 무렵부터 차츰 옷을 입은 부인으로부터 나부로 옮아가는 시기인데, 후반기에 들어가면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누드를 중심으로 한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화면 가득히 나부를 놓아 삼각형의 구도법을 쓴 이 그림은, 부드럽고 풍만한 육체의 질감이 잘 나타나 있다.

 

 

 

 

머리를 만지는 慾女

 

[만일 여인의 유방과 궁둥이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이는 르노와르의 유명한 말이다.
이 처럼 그는 여인의 육체에 심취(心醉)되어 그의 풍려(豊麗)한 색채 감각으로 즐겨 여체를 그렸다. 이 작품은 나부가 등을 보이고 앉아 지금 막 수욕(水浴)을 마치고 바위에 걸터앉아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장면을 그린 것인데, 유방과 궁둥이가 한결 돋보인다. 이 여인의 등과 궁둥이가 유난 스레 풍요로와 여체의 원숙한 매력을 물씬 풍겨준다. 이 양적(量的)인 육체를 짙은 녹음 앞에 놓아 자연의 청신한 빛 깔과 여인의 뜨거운 육감을 하나로 버무려서 풍윤한 색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머리 감는 浴女

BAIGNEUSE SE COIFANT

1895년 캔버스 유채 92.7X74.3Cm

워싱턴 국립박물관 소장

 

 

 

 

 

浴女들

 

풍만한 세 처녀가 방금 물에서 나와 다정스레 뭔가 밀어를 나누고 있는데, 우선 이 세 욕녀가 그림의 전경(前景)을 차지하면서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삼각형 도법(도법)을 지키기 위해 기묘한 자세를 각각 취하게 한 것 같다. 이 그림은 르노와르의 추이(推移) 시대를 대표하는 최대의 걸작으로서, 이 시대의 특색을 유감없이 나타내 주고 있다.

 

 

 

 

浴女

 

잔잔하게 시냇물이 쫄쫄거리는 계곡에서 막 목욕을 끝내고 상쾌한 기분으로 바위 위에 앉아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나부 상이다.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약간 야생적인 주위 분위기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육체와는 좀 괴리감(乖離感)을 느끼게도 하며, 따라서 얼핏 어울리지 않는 듯이도 보이지만, 르노와르는 이 대조(contrast)를 역(逆)으로 이용하여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좀 거친 터치로 바위들을 그리고 있어, 어떻게 보면 심산 궁곡처럼 후진 곳에서 이 욕녀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살결이 고운 육체를 드러내고 있어, 더욱 압도되는 듯한 황홀감을 갖게도 한다. 이와 같은 나부의 기법(技法)은 고전파의 영향을 받아 명쾌한 표현으로 옮아가는 시절에 익힌 것이다.

 

 

 

 

블론드의 욕녀

 

누드를 그리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 있는 서양 회화 가운데에서, 목욕하는 여인은 그 한 분야로서 주요한 주제가 되어 왔다. 나부와 자연이 하나로 잘 융합되어 있는 그림이다. 수욕(水浴)의 습관을 르노와르는 그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목욕하고 막 나온 여인의 나른한 기분마저 잘 표현하고 있다. 르노와르가 벌거 벗은 여인을 그리는 주지(主旨)는 어디까지나 여성의 육체 표현에 있는데, 이를 살리기 위해서 자연의 청신한 푸른(녹색과 청색을 잘 조화시킨) 빛깔을 밝게, 그 배경으로 깔고 있는 것이다. 화면 전체가 색조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나부 상이다.

 

 

 

 

 

보류 풍경

 

르노와르의 풍경은 모두가 색과 색이 어울려서 서로 불타고 있는 듯한 공간을 창조 해 낸다. 그는 결코 하나하나의 풍경만을 묘사하려 들지 않는다. 숲이 있고 잔디가 있고 수풀이 있으며 또한 하늘과 구름이, 그리고 때로는 인물이 적당한 안배되어 있지만, 그는 이러한 것들을 하나하나 따로 이 설명하려 들지 않고 이를 하나로 융합하여 서로 대화하는 일체의 색감이 감돌도록 포착한다. 르노와르의 이같은 융합되는 색조의 밑바닥에는 색의 대비(對比)라고 하는 원리가 깃들여 있다. 이를테면 빨간색과 녹색의 대립에 의해서 묘한 생명감을 불러일으키며 전체가 상쾌한 조화 속에 감싸 인다. 그러한 색 모양의 미묘한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서 작가가 퍽이나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초원에서

 

이 작품도 소녀상의 연작(連作) 가운데 하나인데, 여기서는 두 소녀가 야외에서 등을 뒤로 돌리고 앉아 있는 점이 특색이다. 그러니까 이 유화는 인물화로서 이목구비나 손, 팔 등의 묘사보다는 이 두 소녀의 길게 늘어뜨린 머리채나 의상의 아름다움 같은 데에다 역점을 두고, 이를 자연과 합석시킴 으로써 이를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융화시키는 인상파 특유의 빛깔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한가운데 두 소녀가 주요 대상물이 되고, 여기에 무성한 나무들이 기둥으로 받쳐지면서 배경이 밝게 멀리 뻗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밝고 어두운 농담(濃淡)의 적절한 처리가 유연하고 자연스럽다는 점이 르노와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피아노 앞의 아가씨들

 

두 아가씨가 한 멜로디를 익히려고 열심히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융합되어 있음을 보여 주려고, 르노와 르는 부드러운 색조의 하모니를 꾀하고 있다. 여유 만만한 곡선의 굽이침이 화면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는데, 르노와르는 이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간을 몹시 좋아했다. 주제는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속한 장면이긴 하지만, 이러한 일상성 속의 유연함을 그는 다양한 색조로 포착한 것이다. 빨강, 노랑, 파랑, 녹색 등 원색을 기조(基調)로 하여 이에 대비된 버무려진 색감으로 인물을 감싸고 있다. 그는 대상물 하나하나를 선명한 빛깔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엄격한 양식]을 거침으로써만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형(形)과 색(色)의 교향(交響)이다.

 

 

 

 

기타를 치는 여인

 

1890년경에 이르면 르노와르의 부인상은 한껏 무르익어 간다. 모델도 점점 더 풍만한 여인이 많아지며, 그런 포동포동한 육체 속에 감각적인 표현이 더욱 여물어 간다. 이 그림에서는 그런 풍만한 여인을 벗기지 않은 채 화려하고 우아한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한다. 이러한 여인의 속성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앉은 의자도 이에 대응하여 화려하고 밝게 칠했다. 그 위에 이 그림의 악센트를 넣기 위해 여인으로 하여금 기타를 연주하는 포즈를 취하게 했다. 감각의 풍족함과 양적(量的)인 충실함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이러한 경향은 이 그림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르노와르의 부인상의 연작(連作)으로 특유의 예술성을 구축하게 된다.

 

 

 

 

생선 광우리를 든 여인과 과일 광우리를 든 여인

1889년 캔버스 유채 130.2X40.6Cm

워싱턴 국립박물관 소장

 

 

 

 

 

뜨개질하는 아가씨

 

편물에 열중하고 있는 젊은 여인을 사생풍(寫生風)으로 가볍게 그린 작품이다. 물론 이 그림은 초상화가 아니라 일종의 스냅으로서 편물하는 동작의 한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동작 자체에 이 그림의 실제 모티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오히려 윗도리(아마도 스웨터인 듯)의 무늬가 모양이라든가 색 배합의 감촉이 르노와르의 눈에 띄게 되어, 이를 선명하게 묘사해 낸 것이리라. 즉 인물의 표현임에는 틀림없으나,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처럼 짠 직물의 아라베스크에 그는 더욱 흥미를 느낀 것 같다. 이러한 색감과 무늬가 여자다운 우아한 얼굴이나 머리 따올림, 그리고 배경에 감싸여 하나의 조화 있는 색채의 세계를 창출하고 있다.

 

 

 

 

국화 병

BOUQUET DE CHRYSANTTHEMES

1890-1900 캔버스 유채 81X65Cm

르노와르 미술관 소장

 

 

 

 

 

블론드의 浴女

 

르노와르의 나부상은 후기에 접어들수록 그 육체의 질감 표현에 있어 풍만함을 보여 준다. 이 원숙한 욕녀상을 르노와르 예술의 진수(眞髓)를 보여 주고 있다. 젊고 건강해 보이는 나부의 자연스러운 포즈가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되어 빨강, 노랑, 녹색 등의 생생하고 순박한 색감을 미묘하게 살리고 있다. 부드러운 필촉이 신선한 색조로 다스려져서, 보드랍고 탄력 있는 여체를 회화적으로 완성시켜, 순수한 감각의 희열을 맛보게 한다. 대비(對比)되는 빛깔의 효과에 의해서 육체의 그 어떤 부분도 싱싱하고 발랄하고 탐스러운 풍윤한 감촉을 지니게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결코 저속한 관능 같은 것을 느끼게 하지 않는, 프랑스적인 감각성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시슬리 부부

 

르노와르의 다정한 벗이었던 화가 시슬리가 결혼한 무렵에 그린 초상화인데, 이 그름은 이른바 초상화의 포즈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자유스러운 모습을 잽싸게 포착하여 다정한 부부상을 부각시켜 놓았다. 이 무렵의 엄격한 사실(寫實) 기법 탓으로 부인의 스커트가 지나치리만큼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어 인물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남편과 아내를 화면 가득히 채우면서 삼각형 도법(圖法)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있다. 특히 르노와르는 두 인물의 얼굴의 볼륨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초기의 사실적인 수법이 잘 드러나 있는 이 그림은 화려한 색조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잘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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