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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시란 "어린이"라고 해요...
2017년 11월 13일 23시 41분  조회:3147  추천:0  작성자: 죽림

 

동시(童詩)에서의 동심(童心)

  

 

박두순(동시인)

 

동시에서 아이 '동'자가 늘 문제가 된다. '어린이'가 들어있는 시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린이는 어린이 실체(몸)가 아니라 '동심'을 가리킨다.

 

즉, 동시는 동심이 들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시의 성격과 성패가 좌우되는 까닭에서다.


그러면 동시에서 동심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어린이의 마음,

어린이와 같은 순진한 마음'이다.

 

동시에서 말하는 동심은 후자 쪽이다.


말하자면, 때묻지 않은 순진 무구한, 욕심 없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 원초적 본성(영혼)이다.

원초적 본성은 훼손되지 않은 원석, 마음의 원형체와 같다.


그것은 깨끗하고 착한 인간의 본성이다.

인성의 바탕이 되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마음 밑바탕에 핵같은 알갱이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므로 동심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존재한다.


동시는 이런 것들을 캐내어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 원형질을 시 속에 형상화하여 담아내는 작업이 동시 쓰기다.


그런데도 동심을 단순히 '어린이 마음'으로만 이해해,

어린이 생활이나 언어행동 등을 나열해 놓고, 동시라 하는 경우를 본다.


이런 오류는 문학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특히 5월 '어린이달'이면 심하게 나타난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이 냇가에서 벌거벗고 멱감는 어린이를 방영하거나

시진 찍어 실으면서 '동심'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어린이와 관련되면 무조건 동심으로 치부한다.

이것은 '어린이 세계'일 뿐이지 동심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아동문학계에서 동심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 정의해 놓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처럼 동심이란 용어 사용의 오류가 덜하다고 한다.


일본 아동문학계가 말하는 동심은 대체로 필자가 위에서 지적한 것과 비슷하다.(그러나 일본 것을 옮긴 건 아님)
따라서 동시는 '유치함'의 '유치하지 않음'의 표현이다.

 

어린이 행동이 어른들 보기에는 유치하다. 그러나

그 행동에 담긴 마음은 때묻지 않은 것이어서 유치하지 않은 것이다.

 

동시는 어린이 세계를 그리면서 인간 본바탕 마음도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에 동시 쓰기의 어려움이 있고, 동시의 특성이 있다.


'月刊文學' 9월호에는 유감스럽게도 여기에 합당한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 매우 아쉬웠다.

 다른 지면에서 전원범 전영관 윤이현 서재환 정갑숙의 동시가 나름대로 동심의 씨를 품고 있는 작품으로 읽혔다.

    • 벌레 앞에서
      벌벌 떠는 아이
  •  
      아이 앞에서
      벌벌 떠는 아빠
  •  
      아빠 앞에서
      벌벌 떠는 벌레
              ―전원범 '벌레' 전문
               ('동심의 시' 23집)

벌레를 앞에 두고 아이와 아빠가 무서워 벌벌 떤다. 벌레도 떤다.

서로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 두려움의 고리를 매우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무슨 의도인가? 인간이나 동물에겐 원초적인 두려움(공포)의 대상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이 갖고 있는 속성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것이다.


아동시는, 단순 명쾌해야 한다는 동시의 원칙에 부합하면서도 동심의 한 단면을 잘 나타내주었다.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단순히 웃어 넘길 수 없는 시가 되었다. 이런 데서 시의 무게가 생긴다.

    • 요래도 안 펼 거야?
      봄바람이 고사리 주먹을
      간질여 주었습니다.
  •  
      요래도 안 펼 거야?
      해님도 고사리 주먹을
      따뜻하게 비췄습니다.
  •  
      주먹 꼬옥 쥐고
      언제쯤 펼까 생각하는
      고집쟁이 두 살 내 동생.
               ―전영관 '고사리' 전문
                (월간 '문학과 어린이' 7,8월호)
  •  
      우와, 하늘이
      휘파람 연습을 하나 보다.
  •  
      후욱 후후후욱
      휘이익 휘후휘익
  •  
      잘 안 되는 게지?
      나 어렸을 때처럼.
  •  
      자꾸만 불고 있는 걸 보면.
           ―윤이현 '바람 세차게 부는 날' 전문
            (월간 '문학과 어린이' 7,8월호)

어린이는 상상력이 뛰어나다.

어른은 그 싱싱한 어린이의 상상력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이것도 동심의 바탕이자 특성이다.


위 두 작품은 어린이 상상력에 젖줄을 대고 있다. 두 작품의 소재가 다 자연물이다.

앞의 시는 유형물(고사리)이고, 다른 하나는 무형물(바람)이다.

이 두 자연물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의인화를 택했다.


어린이 상상의 첫 단계는 의인화이다. 사물을 의인화하기를 매우 좋아하는 까닭이다.
'고사리'는 아기
(두 살)의 '꼭 쥔 주먹'에서, '바람'은

'어릴 때의 휘파람 불기 연습'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 의인화하고 있다.


아기의 주먹이나 휘파람 불기 연습은 누구나 어린 시절에 거친 성장 과정이다.

이것은 인간 내면에 깃든 영원한 동심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두 시의 주제가 선명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 키가 조금 작은 내가
      사람 속에 묻혀 있어도
  •  
      그래도 울 엄마는
      금방 알아보신대요.
  •  
      저만치
      어스름 속에서도
      내 모습은 환하대요.
  •  
      아무리 꽉 들어찬
      시장 골목 속에서도
  •  
      거기서도 울 엄마는
      금방 알아보신대요.
  •  
      ―엄마야!
      내 목소리에
      귀가 번쩍 열린대요.
           ―서재환, '금방 알아보신대요' 전문
           ('아동문예' 9월호)

어머니는 영원한 동심의 고향이다. 어머니와 자식 사이도 영원한 동심의 고향이다.

어머니 가슴엔 자식이, 자식의 마음엔 어머니가 영원히 깃들어 있는 까닭이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자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이 시는 이런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키가 작아 사람 사이에 묻혀 있어도' 엄마는 금방 나를 알아본다.


그뿐인가. '어스름 속에서도 내 모습은 환하게' 보이고 '엄마야, 부르는 소리엔 귀가 번쩍 열린'단다.
자식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 여실하다.

 

어머니의 본능(마음)을 잘 캐내어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린이나 어른에게나 이런 동심은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다만,

소재가 진부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 어미 새가
      따뜻하게 품어 주니
      둥지 속 새 알이 문을 연다.
  •  
      '풀어줌'은
      닫힌 새 알을 여는 특수 열쇠.
  •  
      물방울이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니
      시루 속 콩이 문을 연다.
  •  
      어루만짐'은
      닫힌 콩을 여는 특수 열쇠.
              ―정갑숙, '특수 열쇠' 전문
              ('어린이 문예' 9,10월호)

우선 발상의 참신함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새가 알을 까고, 콩이 싹터 나오는 현상을, '특수 열쇠'로 연 것으로 상상한 점이 그렇다.

 

그리고 작품의 구성이나 압축, 시상 전개, 주제의 분명함, 동시의 특성인 단순 명쾌함 등이

이 시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깊은 시적 인식 또한 그 점을 한층 뒷받침한다.


이 작품의 인식의 깊이는 '따뜻하게 품어줌'과 '부드럽게 어루만져줌'에 모아져 있다.

이것은 용서와 포용을 의미한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품어주고 어루만져주면 '닫힌 문'(닫힌 마음)도 열리고,

새살(새로운 관계)이 돋는(형성된)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동시에서는 무척 다루기 힘든 인간 관계인 용서와 포용 문제를 무난히 풀어나간 점이 놀랍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 문제에 부닥치면 갈등이 일고, 풀기가 쉽지 않다.


인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 본래의 문제와 그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 것이

여느 동시와는 다른 개성적인 모습이다.

이렇게 동심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 천착하는 것이 동시의 폭을 넓히고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이번 월평은 동시쓰기에서는 기본적인,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어서 조금은 낯간지러운 면도 없지 않다.

허나 더러는 '동심'의 의미를 소홀히 하면서 작품을 쓰는 경향과

일군(一群)의 작가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동심'에 대한 개념 정립에도 일조한다는 의미에서 거론해 보았다.

 

 

(2005년 10월『월간문학』'월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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