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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 지도 방법
<맞춤법은 내버려 두십시요.>
어린이의 일기를 보실 때 맞춤법을 먼저 지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어린이 중에는 맞춤법을 많이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춤법은 글을 자주 쓰는 과정에서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리가 없고 빠릅니다. 맞춤법을 빨리 익히게 하려고 받아쓰기를 많이 시키거나 일기를 보시면서 맞춤법이 틀렸다고 야단을 치면 글쓰기는 어렵다는 생각만 굳힐 뿐 맞춤법을 익히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린이에게 일기를 쓸 때 글자를 모르겠으면 비워 놓거나 동그라미를 치고 넘어 가도록 지도하는 게 좋습니다. 일기를 다 쓰고 난 뒤 모르는 글자를 물어서 쓰게 합니다.
맞춤법은 짧은 시간에 익히기 힘드는 것이므로 일기를 쓸 때 맞춤법에 대한 부담감을 주면 일기 쓰기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특별한 일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어린이의 생활을 들여다 보면 금방 아시겠지만 날마다 특별한 일이 있기 힘듭니다. (이건 현대 사회에 사는 대중들은 다 비슷하겠지요. ^^*) 요즘의 어린이에게는 자기 스스로 결정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므로 예전에 비해 생활이 더욱 단조롭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착한 일, 잘한 일, 반성할 일 등으로 범위를 정해 주고 일기를 쓰라고 하는 것은 일기 쓰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일기 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일기 검사를 하는 것은, 표현력을 높히면서 사고력을 기르는 데에도 있지만 어린이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일기만큼 좋은 게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기 쓰기 지도의 제일 중요한 원칙이 쓰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정직하게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기를 쓸 때 무엇을 써야 할 지 몰라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쓸 게 없다고 하는 어린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글감잡기 방법에 따라 지도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걸 하기 전에 먼저 일기는 특별한 일만 쓰는 게 아니라 보통 있는 일을 쓰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기의 글감을 나누어 생각해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사람에 따라, 일에 따라(일은 한 일, 본 일, 들은 일, 생각한 일로 나누기도 하고 말하고 싶은 일, 숨기고 싶은 일로 나누기도 한다.), 느낌에 따라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에는 저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하루를 시간의 범위로 나누어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눈을 떠서 집을 나서기까지 한 일:
2. 학교 가는 길에 일어난 일:
3.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에 일어난 일:
4.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일어난 일:
5. 점심 시간에 일어난 일:
6.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일:
7. 학원에서 일어난 일:
8. 저녁 먹기 전까지 일어난 일:
9. 저녁시간에 일어난 일:
10. 잠자기 전까지 일어난 일:
이렇게 정리하려 한다면 아이는 부담스러워 하거나 귀찮게 여길 수 있으므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억지로 하기 보다는 그냥 넘어 가도록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시간을 나누고, 부모님과 대화를 통해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다 보면 앞으로 일기 내용을 잡는데에 그리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일기를 잠자기 전에 쓰라고 하지 않습니다.>
흔히들 일기는 하루를 돌이켜 보고 쓰는 것이기 때문에 잠자기 전에 쓰도록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잠자리에 들기 전의 시간은 졸음 때문에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쓰기보다는 대충 쓰기가 쉽습니다. 특히 쓰기는 어린이가 하는 일 가운데 귀찮고 힘들게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쓰고 싶은 일을 겪은 뒤에 바로 쓰는 게 가장 좋지만 일기장을 항상 준비해야 하고 찬찬히 쓸 시간의 여유가 없을 수도 있으므로 실제로 하기가 힘듭니다.
일기를 쓰려면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하므로 요즈음 어린이의 생활을 볼 때 저녁 먹기 전이 가장 좋은 시간일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쓰게 합니다>
초등학생이 하는 글쓰기 기본 형태는 말하듯이 써 나가는 것입니다. 일기글과 생활글은 일 중심으로 쓰므로 남에게 이야기 하듯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써 나가면 됩니다.
어린이들이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까닭 중에 하나가 글쓰기는 뭔가 특별한 형식과 내용을 쓴다라는 오해 때문입니다.
이러한 오해는 이전에 글쓰기를 문예 교육 쪽에 중심을 두고 괜찮은 작품 하나 만드는 데 치중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요즘도 간혹 글쓰기 공부를 한다면 작가나 시인될 거냐라고 하는 분이 계시는데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글쓰기를 문예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많이 지도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뭔가 꾸미거나 지어낸다는 뜻이 강한 "글짓기"라는 낱말보다 "글쓰기" 또는 "쓰기"라는 낱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글쓰기의 목적인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일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 있습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쓰기보다 말하기를 쉬워합니다. 말하기와 쓰기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른 점도 많이 있지만, 표현한다는 점에서 같은 점도 많습니다.
어린이들은 말하기는 젖먹이일 때부터 배워왔고, 글쓰기는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배웁니다. 당연히 말하기를 글쓰기보다 쉬워하고 잘합니다. 글쓰기를 잘하든 못하든 글감에 대해 말하기를 하고 글쓰기를 하면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더 잘합니다. 어린이들은 대부분 이야기해 주기를 좋아합니다.
어린이에게 말한대로 글을 쓰도록 합니다. 말하기 능력이 자기 학년 수준에 이른 어린이는 말한대로 꾸준하게 쓰면 글쓰기가 빨리 나아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글쓰기도 어려워 하고 말하기도 잘 안되는 어린이에게는 먼저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육하 원칙을 기준으로 하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따져 묻고 대답하기보다 스스로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긍정하는 추임새(와, 재미있었겠네. 대단한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지? 등)를 많이 말합니다. 들을 때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합시다. 이런 말들은 말하려는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대화를 안 하려고 하는 원인이 되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일기 쓰기가 제대로 안됩니다.>
실제로 많은 어린이들이 말하기를 하고 난 뒤에도 글쓰기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는 글쓰기와 말하기의 차이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말은 많이 했는데 글은 아주 간단하게 씁니다. 이는 쓰기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쓰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고 말하듯이 쓰면 된다고 하여 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 주어야 합니다.
이런 어린이일수록 맞춤법이 틀리는 경우가 많은데 맞춤법에 대한 강조를 하지 말고 틀려도 나중에 고치면 되고, 글을 많이 쓰다보면 맞춤법은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라고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럴 경우 '생각 지도 그리기'방법과 함께 하면 좋습니다.
[생각지도 만들기]
1. 연습장 한 장을 준비합니다. 아예 '생각 지도 그리기'라는 공책을 한 권 준비해도 좋습니다.
2. 종이 한 가운데에 그 날 일기의 글감을 씁니다.
3. 말하기를 하면서 있었던 일을 낱말, 또는 짧은 문장의 가지를 만들며 정리합니다.
4. 다 쓴 뒤 쓰고 싶은 순서대로 번호를 붙입니다.
5. 처음에는 지도하시는 학부모님이 쓰다가 차츰차츰 어린이 스스로 해보도록 합니다.
6. 완성한 뒤, 이를 보며 이야기를 하게 하면 말하기 능력도 향상됩니다.
아래는 생각지도 예시입니다.
<길게 쓰라고 강조하기 보다 자세하게 쓸 수 있도록 안내 합니다.>
어린이의 일기를 볼 때 글의 길이를 보고 짧게 썼으면 길게 쓰라고 많이 요구합니다. 길게 쓴다고 좋은 일기되는 건 아닙니다. 한 가지 일을 쓰더라도 자세하고 생생하게 쓴 일기가 일단 좋은 일기라 할 수 있습니다. 길게 쓰라고 하기보다 자세하게 쓰라고 가르칩니다.
일기 쓰기를 힘들어 하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자세하게 쓰기를 잘하지 못합니다. 이런 어린이들에게는 일기는 자세하게 쓰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들 소용이 없습니다.
자세하게 쓰기 지도는 앞에서 써 놓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쓰게 하는 것'과 '생각지도 그리기' 방법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 방법에 덧붙여 할 수 있는 자세하게 쓰기 지도 방법은 '번호 붙여 끼워 넣어 쓰기'가 있습니다. 이 방법은 글을 쓰고 난 뒤에 나눈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다시 읽어 보게 합니다. 빠진 내용이 있다면 빠진 부분의 앞 문장 끝에 1)번이라고 번호를 붙인 뒤에 글의 끝에 1)번이라고 쓰고 빠진 내용을 쓰는 방법입니다. 내용이 빠졌다고 지우고 다시 쓰라고 하면 아주 귀찮게 여기고 힘들어 합니다. 어디에 제출하는 작품도 아니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면 위치가 뒤바뀌어도 순서가 표시되어 있으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2학년 여자 어린이와 함께 '끼워 넣어 쓰기'방법으로 쓴 일기입니다.
-과 자-
학교에 갔다와 보니 엄마가 성당에 가고 없었다. 아빠에게 용돈을 달라고 했다. 1)3일 용돈으로 1000원을 주었다.
가게에 가서 맛있는 과자를 샀다. 초콜릿을 샀다. 껌도 들어 있었다. 맛있었다. 2)500원 이었다. 즐거운 하루였다.
("아버지께 용돈 달라고 할 때 어떻게 말했지?"
"그러니까 아버지는 뭐라고 하시던데?" "그 말을 그대로 1번 뒤에 써보자.")
1)
"아빠, 돈 좀 줘."
"뭐 할라고, 엄마가 안 주더냐?"
"응, 과자 사 묵고 싶다."
"엄마 오면 달라고 해라."
"지금 배가 과자 조, 과자 조, 하는데. 지금 주면 안 되나."
"하하항."
("과자 먹으면서 맛있다는 생각말고 다른 생각은 안 했니?")
2)
과자를 먹으니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는 초코릿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서 못 갖다 드렸다. 다음에 사면 갖다 드릴 것이다.
<자세히 쓰기, "대화글로 써 보자">
대화글 쓰기란 실제라 나누었던 말을 큰 따옴표 안에 그대로 쓰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쓰면 설명하는 문장으로 쓴 글보다 느낌이 더 생생하게 드러나고 자세한 글이 됩니다.
이 방법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자세히 쓰기의 다른 여러 가지 방법보다 훨씬 어린이들이 쉽게 익힙니다.
또 대화글을 쓸 때 한 칸 들여서 쓰고 한 번 말한 걸 쓴 뒤에는 줄을 바꾸어 쓰므로 글의 길이가 늘어납니다. 짧게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어린이에게는 자신감을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느낌을 많이 쓰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생각과 느낌을 많이 쓰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자세하게 쓰기도 잘 되지 않는 어린이에게는 무리한 요구일뿐더러 자세하게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일기는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글이므로 반드시 생각과 느낌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느낌과 생각을 많이 쓰도록 강요하면 도리어 역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래의 어린이가 쓴 글모음 책을 읽어보게 하세요.>
또래의 어린이가 쓴 글모음 책을 구입해서 수시로 읽어보게 합니다. 또래의 친구들은 어떻게 쓰는지, 어떤 생각을 썼는지 살펴보게 하면 도움이 됩니다. 끝으로 일기 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소개합니다.
- 난 그래도 놀아줄 거다. (서울글쓰기교육협의회 엮음/온누리/178쪽 1~2학년용)
-내가 처음 쓴 일기 (윤태규 엮음/보리/167쪽 1~2학년용)
-새롬이와 함께 일기 쓰기 (이새롬 글/이성인 해설/보리/219쪽 2~4학년용)
-공부 안하고 어디 가니? 1. 2 (서울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온누리/각 170쪽 3~4학년용)
-공부는 왜 해야 하노 이호철 지도/산하/185쪽 4~5학년용)
-우리 반 순덕이 (이오덕 엮음/창작과 비평사/204쪽 4~6학년용)
-내 마음 누가 알까? 서울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온누리/154쪽 5~6학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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