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0월 2024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서도 "문화마을"이 있었으면...
2018년 02월 03일 21시 22분  조회:5286  추천:0  작성자: 죽림

메밀꽃 없는 봉평

 2018.02.02. 
 
 
 

평창 겨울 연가 ③

평창의 겨울은 매서웠다. 수시로 눈이 내렸고, 송곳 같은 바람이 불었다.

눈과 바람 아래 마주한 풍경은 그래서 더 깊고 섬연했다.

 

효석문화마을 산책길

효석문화마을 산책길에 마주한 그림 같은 풍경.

 

한겨울에 봉평을 찾은 기억은 없다. 생각해보면 봄에도, 여름에도 마찬가지다. 봉평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언제나 초가을. 좀 더 정확히는 매년 산허리에 피기 시작한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 될 즈음부터다. 이 숨 막힐 듯 매혹적인 문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실제 많은 여행자가 9월만 되면 봉평으로 향한다.

 

 

물레방앗간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생원이 성씨 처녀와 만난 물레방앗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정말로 평창군 봉평면 일대 관광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소설이다. “한번 가보시겠어요? 겨울철 풍광은 전혀 달라요. 인파도 적고 고즈넉하고, 뭣보다 워낙 눈이 많이 쌓이는 동네거든요.” 담당자의 말에 마음이 혹했다. 메밀꽃 대신 눈으로 뒤덮인 봉평이라니. 반쯤 배팅하는 기분으로 가파른 산길을 달렸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자 가산 이효석의 고향인 효석문화마을은 평창군 서남쪽 끄트머리에 있었다. 허생원이 드나들던 장터와 주막, 그가 성씨 처녀와 사랑을 나눈 물레방앗간 등 작품 속 주요 장소와 더불어 이효석문학관, 이효석 생가터가 자리한 봉평의 명소다.

 

“이효석문학관은 가산 선생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연대기별로 살펴볼 수 있는 장소예요. 깔끔하게 정비된 내부에 유품과 초간본, 작품이 발표된 잡지며 신문 등이 전시되어 있죠.” 이효석문학관은 일대 메밀밭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숨어 있었다. 눈이 얼어붙은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 언덕 꼭대기에 섰다. 온통 새하얀 눈밭과 얕은 지붕이 도열한 작은 마을, 바싹 메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수묵화처럼 아련하게 포개진 산등성이들. 1시간 동안 달리는 차 안에서 오만 생각을 했건만, 모든 번민이 단숨에 씻겨 내려갔다. 메밀꽃 없는 메밀밭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예상치 못한 풍광 앞에서 낯선 여행자는 할 말을 잃었다.

 

평창 재래시장

평창의 재래시장에서는 메밀부침과 메밀전병을 꼭 맛봐야 한다.

 

당일치기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평창읍이었다. 군청 가까이의 평창바위공원에 닿을 무렵, 이미 해가 반쯤 떨어지고 있었다. 점점 푸른빛을 발하는 오후 햇살 아래, 다양한 크기며 형태의 수석이 묘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원래부터 제자리였다는 듯 저마다 근엄하고 떳떳한 자태였다. “약 1만 7785제곱미터의 부지에 123개 수석이 놓인 전국 최대 규모의 바위공원이에요. 다들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인데, 가장 큰 바위의 무게가 140톤에 이르죠. 여름에는 인근의 넓은 공터를 오토캠핑장으로도 이용하고 있어요.”

 

조형물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평창읍 버스터미널 인근에 설치한 조형물.

 

해가 완전히 진 뒤 바위공원을 벗어나 평창에서의 마지막 산책을 즐겼다. 세찬 바람을 뚫고 강변을 따라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길, 방금 설치를 마친 듯 미끈한 올림픽 기념 조형물들도 만났다. 검푸른 하늘과 새까만 능선을 배경으로 막 스키점프대를 벗어나는 선수의 조각. 그 맹렬한 비상이 마치 평창의 오랜 염원처럼 느껴졌다. 평창의 차갑고도 뜨거운 겨울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2018년 2월호>

 

/에디터 류현경

///포토그래퍼 전재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17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 저서전 불티나다... 2016-10-19 0 4817
516 우리도 작문학(作文學) 문제로 고심할 때이다... 2016-10-19 0 4575
515 [쉼터] - 세상에 없는 세가지??? 2016-10-19 0 4468
514 [쉼터] - 같은 문학상을 두번 받고 권총으로 자살하다... 2016-10-19 0 5602
513 [쉼터] - 문학상 받고 13년간이나 전전긍긍 살다... 2016-10-19 0 5497
512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 안에 가두지 않은 사르트르 2016-10-19 0 5833
511 [쉼터] - 115년만에 "노벨문학상" 큰 사고를 치다... 2016-10-19 0 5945
510 [쉼터] - "노벨상"때문에 남들이 더 입방아 찧어대다... 2016-10-19 0 5000
509 혹시나에서 역시나로의 "노벨상"은 초인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2016-10-19 0 5878
508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 거장기록 14 2016-10-17 0 4307
507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 노벨문학상 받기까지... 2016-10-17 0 6356
506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가사가 과학자들의 론문에 쓰이다... 2016-10-17 0 4859
505 아이들 가슴에 천만년의 보배로 가득 찰 때까지... 2016-10-17 0 4596
504 [쉼터] - 재밌는 "악마의 수자" 2016-10-16 1 5023
503 [쉼터] - 재미있는 자연속의 피보나치 수렬 2016-10-16 0 14977
502 [알아두기] - 음유시인(吟遊詩人)이란? 2016-10-16 0 4779
501 [쉼터] - 철학자들 모습 엿보다... 2016-10-16 0 4092
500 [쉼터] - 조선왕조 실록 알아보기 2016-10-16 0 4453
499 가장 읽기 어려운 문학작품 20 2016-10-16 0 4652
498 20세기를 기록한 명저서 100 2016-10-16 0 3998
497 립체파 화가 ㅡ 파블로 피카소 2016-10-16 0 4487
496 세계인의 헛소리, 빗나간 예측들 모음 2016-10-16 0 5333
495 가장 영향력 있는 현존 령적지도자 100 2016-10-16 0 5660
494 100원짜리 동전보다 좀 큰 남생이 새 가족 늘다... 2016-10-16 0 4332
493 고향문화소식 ㅡ "미니영화" 눈을 뜨다... 2016-10-14 0 6024
492 [록색문학평화주의자]= 明太여 돌아오라... 2016-10-12 0 4450
491 우리 말을 풍성하게 하는 생선 = 明太 2016-10-12 0 5008
490 명천군 명(明)자와 물고기 잡아온 어부의 성 태(太)자를 따서 명명=명태 2016-10-12 0 4534
489 [록색문학평화주의자]= 시가 되고 노래가 된 "명태" 2016-10-12 0 4935
488 [록색문학평화주의자]= 세계 최초 명태 완전양식 해빛보다... 2016-10-12 0 4206
487 [록색문학평화주의자]= 명태가 금(金)태가 되기까지... 2016-10-12 0 4168
486 [록색평화문학주의자]="국민생선"- 명태를 "현상 수배범"으로 만든 인간 2016-10-12 0 4831
485 [취미려행]= 중국 5A급 려행지 모음 2016-10-10 0 4765
484 노벨문학상 거부한 작가도 없다?... 있다!... 2016-10-10 0 4233
483 대표도서로 보는 세계의 문학상 2016-10-10 0 6320
482 력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국가별 및 수상작품 2016-10-07 0 7901
481 고향문단소식 두토리 2016-09-30 0 4268
480 베이징문단소식 한토리 2016-09-30 0 4916
479 섣부른 시지기 다시 한번 섣부르게 하면서... 2016-09-29 0 6049
478 제20회 연변 정지용문학상 밝혀지다... 2016-08-24 0 7232
‹처음  이전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