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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써클선생님께] - 산문시를 어떻게 쓸가ㅠ...
2018년 03월 19일 02시 15분  조회:4646  추천:0  작성자: 죽림
 

   1.산문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산문시(prose poetry)란 무엇인가?

 

                     -리듬을 의식하지 않는 운(韻)이 없는 줄글로 된 시형식

                     -서정시의 특징을 대부분 갖고 있는 산문 형태의 시

                     -자유시와 시적 산문과 구별 되는 차이점을 인정

                          --자유시 : 정형시의 엄격한 운율을 해체해 가는 과정에서 발전

                          --산문시 : 산문이 시에 보다 가까이 접근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남

                          --시적 산문 : 시적 특징(요소)을 부분적으로 갖고 있지만 시의 본질적 요소가 불비

 

 

         *산문시의 특징

 

 

                    -시적 산문보다 짧고 요약적이다

                    -시적 요소(은유, 상징, 이미지, 역설)를 구비한 산문 형태

                    -행 구분이 전혀 없는 점에서 자유시와 구별(행과 연이 아닌 단락에 의존)

                    -운율적 특성이 강조된 산문이나 자유로운 율격을 갖는 자유시와 구별

 

 

        *산문시의 역사적 고찰

 

 

                   -최초의 산문시 : 프랑스 시인 “베르랑”의 시집 <밤의 성 가스파르>(1842)

                   -최초의 산문시 용어 :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서 사용 됨

                   -시 장르로 인식된 시기 : 프랑스 상징주의 시대(1850년대)

                              -- 보들레르, 말라르메, 랭보, 클로렐, 투루게네프 등에 의해 활발하게 창작

 

 

       *우리의 산문시

 

 

                   -주요한의 “불놀이“이후 이상화, 한용운, 정지용, 이 상, 백 석, 오장환, 윤동주,

                    서정주, 박두진 등의 시인이 산문시를 많이 발표함

 

                  -주목되는 산문 시집들 :

                        --정진규의 <들판의 빈 집이로다>

                        --최승호의 <달맞이꽃에 대한 명상>

                        --김춘수의 <서서 잠자는 숲>

                        --이성복의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등의 시집들이 산문시 영역을 확대 시킴

 

 

  2.산문시

 

 

<예시 1>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한잔씩 ,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 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한 놈은 너고 한 놈은 나다. 접시

위에 차레로 놓이는 날개를 씹으며, 꾼 옆에는 꾼이 판 없이 떠도는 마음에 또 한잔, 젖은 담배에 몇 번이나 성냥불을 댕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포장 사이로 나간 길은 빗속에 흐늘흐늘 이리저리 풀리고, 풀린 꾼들은 빈 술병에도 얽히며 술집 밖으로 사라진다 가뭇한 연기처럼 사라져야 별 수 없이,

다만 다같이 풀리는 기쁨, 멀리 뒷산에는 문득 나무들이 손 처들고 일어서서 단풍을 털고 있다.

                                                             --감태준<흔들릴 때마다 한 잔> 전문

 

**(분석) 소외받는 자의 흔들리는 삶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면서 인간 존재의 내면 세계를 감각적으로 형상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라는 반어법과 나무를 의인화 시킨 비유법

 

 

 

<예시2>

* (1)그대가 결혼을 하면 여인은 외부로 열린 그대의 창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 그대가 그 여인에게서 아이를 얻으면 그대의 창은 하나둘 늘어난다 그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그대는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처럼 또한 그대는 아내와 아이들의 외부로 열린 창 그대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도 그대를 만나지 않을 때 그대는 벽이고 누구나 벽이 된다

                                                    -이성복 <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 18> 전문

 

*(2) 세상에는 아내가 있고 아이들이 있다 이런 세상에, 어쩌자고, 이럴 수가 세상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내가 보는 들판에는 깨알만한 작은 희 꽃들이 잠들었는지, 보채는지 널브러져 있다 그 길을 나는 보이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걷고 있다 언제는 혼자 가는 길인 줄 알았는데 깊이 묶여 떨어질 수가 없구나 이런 세상에, 어쩌자고, 세상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

                                                     -이성복<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 전문

--(분석)

(1)의 중요한 의미는 가족 관계가 구속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열린 통로이자 자유이고 빛이 된다는

점이며, 가족이 없는 상태의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벽이며 어둠이라는 것이다.

(2)는 길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 길이 삶의 길이건 몽상의 길이건 그 길을 “보이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걷고“ 있었다는 인식을 들어내 보이고 있다. 시인은 혼자가 아니고 현실 속에서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아의 세계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복합적인 의미를 표현해 준다.

 

 

 <예시3>

 

*(3) 무너진 고향집 흙담 곁에 고요로 멈추어 선 우물 속을 들여다 본다. 물을 퍼올리다 두레박 줄이 끊긴 자리. 우물 둘레는 황망히 뒤엉킨 잡초로 무성하다. 그 오래 올려지고 내려지다 시신경이 눌린 곳, 깜깜한 어둠만 가득 고여 지루한 여름을 헹구어낸다. 하품이 포물선처럼 그려졌다 사라진다. 내가 서서 바라보던 맑은 거울은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몇 겹인지 모를 시간의 더께만 켜켜이 깊다.

지금처럼 태양이 불 지피는 삼복더위에 물 한 두레박의 부드러움이란, 지나간 날 육신의 목소리로

청춘의 갈증이 녹는 우물 속이라도 휘젓고 싶은 것. 거친 물결 미끈적이는 이끼의 돌벽에 머리 부딪히며 퍼올린 땅바닥의 모래알과 물이 모자란 땅울림은, 어린 시절 나를 놀라게 하고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과 물로 아프게 꼬여 간 끈, 땅 속으로 비오듯 돌아치는 투명한 숨결들 하얗게 퍼올리는 소녀, 시리도록 차가운 두레 우물은 한 여자로 파문 지는 순간부터 태양을 열정으로 씻고 마시게 된 것이었다. 밤이면 하늘의 구름 한 조각도 외면한 채 거울 속으로 흐르는 달빛, 가로 세로 금물져 가는 별똥별의 춤만 담았다. 그 속에 늘 서 있는 처녀 총각, 어느 날 조각이 난 물거울 속 목숨은 바로 그런 게 아름다움이라고 물결치며 오래 오래 바라보게 했다.

고인 물은 멈추지 않고, 시간의 때를 축적한 만큼 새까맣게 썩어갔다. 소녀가 한 여인으로 생을 도둑질당하는 동안, 우물도 부끄러운 모습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퍼올리고 내리던 수다한 꿈들이 새로운 물갈이의 충격으로 흐르다 모두 빼앗긴 젊은 날의 물빛 가슴, 습한 이끼류 뒤집어쓴 채 나를 바라본다. 쉼없이 태어나고 흘러가는 것도 아닌, 우물 속의 달빛을

깔고 앉아서.

무너진 고향집 흙담 곁에 그리움으로 멈추어 선 우물 속, 젊은 날의 얼굴을 비춰본다. 생은 시 한 줄 길어 올리기 위해 두레박 줄이 필요했던가. 인적이 끊어지고 잡초만 무성타 한들 그 아래 퍼올려지고 내려지던 환영들, 물그리메의 허사로 증발하는가. 깜깜한 우물 속 어디선가 끝없는 고행의 길로 일생을 바친 소녀의 빈 웃음들이 둥글게 받는 하늘에 기러기 한 줄 풀어 놓고 있었다.

 

그대의 우물은 아직도 갈증의 덫에 걸려 있는가?

 

                                                -최영신< 우물> 전문 (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

(분석) 문제의식을 집요하게 끌고가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시정신이 돋보이는 시. 관찰과 경험을 시적 대상에 투사시켜 삶 전체를 용해시킨 정열.

 

 

<예시 4>

 

 

*열대여섯 살짜리 소년이 작약꽃을 한 아름 안고 자전거 뒤에 실어 끌고 이조의 낡은 먹기와집 골목길을 지내가면서 연계 같은 소리로 꽃 사라고 웨치오. 세계에서 제일 잘 물들여진 옥색의 공기 속에 그 소리의 맥이 담기오. 뒤에서 꽃을 찾는 아주머니가 백지의 창을 열고 꽃장수 꽃장수 일루와요 불러도 통 못알아듣고. 꽃사려 꽃사려 소년은 그냥 열심히 웨치고만 가오. 먹기와집들이 다 끝나는 언덕위에 올라선 작약꽃 앞자리에 넹큼 올라타서 방울을 울리며 내달아 가오.

                                                                                -- 서정주 “漢陽好日” 전문

 

 

*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갓집은

초저녁이면 안팍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북쪽 제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와골에 무리돌을 던지고 뒤울안 배나무에 째듯하니 줄등을 헤여 달고 부뚜막의 큰 솥 적은 솥을 모조리 뽑아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 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백석 “외갓집” 전문

 

 

 

 

*봄철날 한종일내 노곤하니 벌불 장난을 한 날 밤이면 으레히 싸개동당을 지나는데 잘망하니 누어 싸는 오줌이 넙적다리를 흐르는 따끈따끈한 맛 자리에 펑하니 괴이는 척척한 맛

 

첫 여름 이른 저녁을 해치우고 인간들이 모두 터앞에 나와서 물외포기에 당콩포기에 오줌을 주는 때 터앞에 발마당에 샛길에 떠도는 오줌의 매캐한 재릿한 내음새

 

긴긴 겨울밤 인간들이 모두 한잠이 들은 재밤중에 나 혼자 일어나서 머리맡 쥐발 같은 새끼 요강에 한없이 누는 잘 매럽던 오줌의 사르릉 쪼로록 하는 소리

 

그리고 또 엄매의 말엔 내가 아직 굳은 밥을 모르던 때 살갗 퍼런 막내고모가 잘도 세수를 하였다는 내 오줌빛은 이슬같이 샛말갛기도 샛맑았다는 것이다

                                                                              -- 백석 “동뇨부(童尿賦)” 전문

 

 

 

*한 십년 만에 남쪽 섬에도 눈이 내린 이튿날이다. 사방이 나를 지켜보는 듯싶은 황홀한 푼수로는 꼭 십년 전의 그때의 그지없이 설레이던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하나 엄살도 없는 지엄(至嚴)한 기운은 바다마저 잠잠히 눈부셔 오는데......

 

그렇다며, 한 십년 전의 이런 날에 흐르던 바람의 한 자락이, 또는 햇살의 묵은 것이, 또는 저 갈매기가, 이 근처 소리 없이 죽고 있다가, 눈물 글썽여 되살아나는지는 어느 누가 알 것인가.

 

만일에도 그렇다면, 우리의 어리고 풋풋한 마음도 세월따라 온전히 구김살져오는 것만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는 바람의, 또한 햇살의, 또한 갈매기의 그 중에도 어떤 것은 고스란히 십년 후에 살아남았을 것처럼, 흔히는 그 구김살져오게 마련인 마음의 외진 한 구석에 어리고 풋풋한 마음이 곁자리하여 숨었다가 기껏해야 칠십년의 그 속에서도 그야말로 이런 때는 희희낙락해지는 그것인지도 모른다.

 

                                                                               --박재삼 “무제(無題” 전문

 
 
========================덤으로 더...


산문시(散文詩)에 대하여 

임 보 




현대시를 외형률의 유무와 행의 표기 형태를 기준으로 따져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가) 운문형식이며 행 구분이 있는 시 
나) 산문형식이며 행 구분이 있는 시 
다) 운문형식이며 행 구분이 없는 시 
라) 산문형식이며 행 구분이 없는 시 

가)와 다)는 운율적인 요소 곧 율격이나 압운 같은 외형률을 지닌 시이고 나)와 라)는 그런 외형률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가)는 우리가 흔히 만나는 일반적인 자유시다. 나)는 문체로 볼 때 산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행 구분이 되어 있다. 
金洙暎의 <만용에게>라든지 徐廷柱의 후기 기행시 같은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다)는 운율을 지닌 작품이지만 산문처럼 행 구분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다. <장미4>등 朴斗鎭의 초기 작품들에서 쉽게 그 예를 찾아불 수 있다. 라)는 운율도 없으면서 행 구분도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李箱의 <紙碑> 같은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가)와 나)를 分行自由詩, 다)와 라)를 非分行自由詩라고 구분해 명명키로 한다. 산문시는 바로 이 비분행자유시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산문시는 자유시의 하위 개념이다. 


운율의 유무 등 그 내적 구조로 따져 본다면 나)가 다)보다 더 산문성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지만, 산문시를 분별하는 기준을 내적 특성으로 잡는다는 것은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산문성과 비산문성의 한계를 따지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문시는 그 외형적인 형태를 기준으로 규정하는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산문시는 분행의식이 없이 산문처럼 잇대어 쓴 자유시'라고 정의한다. 韓龍雲의 자유시들은 행이 산문처럼 길지만 산문시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왜냐하면 萬海의 시는 분행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만해의 시처럼 그렇게 행이 긴 시들을 長行詩라고 달리 부르고자 한다. 
그런데 분행의식을 기준으로 산문시를 규정해 놓고 보아도 역시 문제는 없지 않다. 라)의 산문시와 산문(짧은 길이의)을 어떻게 구분하느냐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즉 산문시와 산문의 한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것이 산문이 아닌 시로 불릴 수 있는 변별성은 무엇인가. 산문시와 산문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결국 詩와 非詩를 따지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나는 바람직한 시란 '시정신이 시적 장치를 통해 표현된 글'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러면 시정신이란 무엇이며 시적 장치는 어떤 것인가가 또한 문제로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무릇 모든 글은 작자의 소망한 바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시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시 속에 담긴 시인의 소망은 보통인의 일상적인 것과는 다르다고 본다. 훌륭한 시작품들 속에 서려 있는 시인의 소망은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격이 높은 것이다. 말하자면 승화된 소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이를 시정신이라고 부른다. 시정신은 眞, 善, 美, 廉潔, 志操를 소중히 생각하는 초연한 선비정신과 뿌리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가 되도록 표현하는 기법 곧 시적 장치 역시 단순한 것이 아니어서 이를 몇 가지로 요약해서 제시하기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굳이 지적을 해 보자면, 감춤(象徵, 寓意, 轉移, persona), 불림(誇張, 逆說, 比喩) 그리고 꾸밈(韻律, 對偶, 雅語) 등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들을 한마디로 '엄살'이라는 말로 집약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시는 시인의 승화된 소망(시정신)이 엄살스럽게 표현된 짧은 글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리라. 산문시도 그것이 바람직한 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정신이 시적 장치를 통해 표현된 글이어야만 한다. 



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솔이 베허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맹아리 소리 찌르릉 돌아옴즉도 하이 다람쥐도 좇지 않고 묏새도 

울지 않어 깊은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 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 뜻은 한밤 이골을 걸음 

이랸다? 웃절 중이 여섯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간 뒤 조찰히 

늙은 사나히의 남긴 내음새를 줏는다?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듸랸다 차고 兀然히 슬픔도 꿈 

도 없이 長壽山 속 겨울 한밤내ㅡ 
―鄭芝溶 <長壽山·1> 전문 



<長壽山·1>에 담긴 鄭芝溶의 소망은 무엇인가. 無垢寂寥한 자연 속에 들어 세속적인 시름을 씻어 버리고 청정한 마음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리라. 그러니 이 작품에 담긴 시정신은 '親自然 求平靜'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일상적인 욕망을 넘어선 승화된 정신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또한 이 작품에서의 주된 시적 장치는 대구의 조화로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맨 앞의 '∼하이'로 종결되는 두 문장이 대우의 관계에 있고, 짐승인 '다람쥐'와 새인 '묏새'의 관계가 또한 그러하며, '달'과 '중'을 서술하는 두 문장 역시 그러하다. 또한 의도적인 古語體의 구사로 우아하고 장중한 맛을 살리고 있다. 
<長壽山·1>은 일반적인 산문과는 달리 시정신과 그런 대로 시적 장치를 지닌, 詩의 자격을 갖춘 글이라고 할 만하다. 


산문시는 운율을 거부한 시로 잘못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산문시도 율격이나 압운 등을 얼마든지 담을 수 있고, 그런 외형률이 아니더라도 내재율에 실려 표현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여타의 시적 장치들 역시 산문시 속에 어떻게 적절히 구사되느냐에 따라 그 글을 시의 반열에 올려놓기고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산문시는 외형상 산문의 형태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 결코 시에 미달한 글이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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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시 몇 편을 아래에 예시함 - 강인한. 


봉황수(鳳凰愁) / 조지훈 


벌레 먹은 두리 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風磬)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 
천(九天)에 호곡(呼哭)하리라. 


純金 / 정진규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 손님께서 다녀가셨다고 아내는 말했다 나의 금거북이와 금열쇠를 가져가느라고 온통 온 집안을 들쑤셔 놓은 채로 돌아갔다 아내는 손님이라고 했고 다녀가셨다고 말했다 놀라운 秘方이다 나도 얼른 다른 생각이 끼여들지 못하게 잘하셨다고 말했다 조금 아까웠지만 이 손재수가 더는 나를 흔들지는 못했다 이를테면 순금으로 순도 백 프로로 나의 행운을 열 수 있는 열쇠의 힘을 내가 잃었다거나, 순금으로 순도 백 프로로 내가 거북이처럼 장생할 수 있는 시간의 행운들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손님께서도 그가 훔친 건 나의 행운이 아니었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큰 죄가 되기 때문이다 언제나 상징의 무게가 늘 함께 있다 몸이 깊다 나는 그걸 이 세상에서도 더 잘 믿게 되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상징은 언제나 우리를 머뭇거리게 한다 금방 우리를 등돌리지 못하게 어깨를 잡는 손, 손의 무게를 나는 안다 지는 동백꽃잎에도 이 손의 무게가 있다 머뭇거린다 이윽고 져내릴 때는 슬픔의 무게를 제 몸에 더욱 가득 채운다 슬픔이 몸이다 그때 가라, 누가 그에게 허락하신다 어머니도 그렇게 가셨다 내게 손님이 다녀가셨다 순금으로 다녀가셨다 



램프의 시 / 강인한 


사랑하는 이여, 당신의 마음이 마른 붓끝처럼 갈라질 때, 램프에 불을 당기십시오. 그러면 오렌지 빛깔의 나직한 꽃잎들은 하염없이 유리의 밖으로 걸어나오고, 어디선가 문득 짤랑거리는 금방울 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희미한 옛 성이 흘러나오고 그 속에서 장난감 말 두 마리가 청색의 어둠을 펄럭이며 달려오는 것을 당신은 또 보실 수 있습니다. 검은 갈기를 물결치며 물결치며 달려오는 이 작은 쌍두마차의 뜻하지 않은 출현에 몇 파운드의 눈발조차 공중에 튀고 있습니다. 

램프에 불을 당기십시오. 어둠에 얼어붙었던 모든 평화의 장식물들을 그래서 훈훈히 녹여주십시오. 성에가 끼기 시작하는 유리창에는 알 수 없는 나라의 상형문자가 나타나 램프의 요정에게 말해줄 것입니다. 비단뱀이 땅속에서 꾸는 이 긴 겨울 밤의 천 가지 꿈에 대해서, 에로스가 쏘아 부친 보이지 않는 금화살의 행방에 대해서, 아아 당신 생의 의미에 대해서 말해줄 것입니다. 램프의 요정을 찾아오는 어떤 바람결에는 당신의 이름이 섞여서 나부끼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램프에 불을 당기십시오. 일에 시달려 당신의 온몸이 은박지처럼 피곤하여질 때, 뜨거운 차라도 한 잔 끓이고 있노라면 아주 먼 데서 미다스 왕의 장미꽃들이 눈 속에서 무거운 금빛을 툭툭 터는 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찻잔 속에 피보다 진한 밤의 거품이 가라앉고, 당신의 부름에 좇아 그리운 흑발의 머리칼이 떠올라선 어두운 당신의 얼굴을 포근히 감싸줄 것입니다. 찻잔 밖으로는 돛대를 높이 단 배 한 척이 눈보라 속을 홀린 듯 흘러나오고, 고운 가락의 옛 노래와 같이 어떤 두 사람의 끝없는 발자국이 먼 해안의 모래밭 속에 가만가만 감춰지고 맙니다. 

끊을 수 없는 욕심에 사로잡혀, 사랑하는 이여, 당신의 영혼이 끓어오를 때 램프에 불을 당기십시오. 그 조용한 불길의 칼에 지나온 눈물을 더하십시오. 그러면 고요의 은빛 바다가 말없이 열리고, 빨간 루비의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은 가슴 설레며 몰려가 저마다의 정다운 꽃등을 높이 든 채 바다로 나가고……. 아 그럼 사랑하는 이여, 당신도 이 겨울이 다 가도록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나의 램프를 밝혀 들고 조용히 흔들어주시렵니까. 꺼지지 않는 루비의 램프를. 



 
 



===================산문시 례문...


 

  플러그

플러그알 2

 

 이번 여름 전주 덕진공원 연못 가서 햇살들이 해의 살들이 이른 아침, 꼭 다문 연꽃 봉오리들마다에 플러그를 꽂고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이내 어둠들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좀 지나 연못 하나 가득 등불들 흔들리고 끄집어낸 어둠의 감탕들을 실은 청소차들이 어디론가 바삐 달려갔다 뒷자리가 깨끗했다

 나도 플러그 공장을 하나 차리리라 마음먹었다 그대들의 몸에 그걸 꽂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좌르르르 빛의, 욕망의 코인들이 쏟아져나오는 슬롯머신! 햇빛기계! 플러그 공장을 독과점하리라 마음먹었다 플러그를 빼앗기고 모두 정전상태가 되어 있는 어둠들에게 나는 은빛 절정이 되리라 폭력을 쏘는 폭력! 폭력의 대부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뒷자리가 깨끗한!

 

껍질/ 정진규

 

 어머니로부터 빠듯이 세상에 밀려나온 나는 또 한번 나를 내 몸으로 세상 밖 저쪽으로 그렇게 밀어내고 싶다 그렇게 나가서 저 언덕을 아득히 걸어가는 키 큰 내 뒷모습을 보고 싶다 어머니가 그러셨듯 손 속에서 손을, 팔다리 속에서 팔다리를, 몸통 속에서 몸통을, 머리털 속에서는 머리털까지 빠뜨리지 않고 하나하나 빼곡하게 꺼내어서 그리로 보내고 싶다 온전한 껍질이고 싶다 준비 중이다 확인 중이다 나의 구멍은 어디인가 나갈 구멍을 찾고 있다 쉽지 않구나 어디인가 빠듯한 틈이여! 내 껍질이 이 다음 강원도 정선 어디쯤서 낡은 빨래로 비를 맞고 있는 것이 보인다 햇살 쨍쨍한 날 보송보송 잘 말라주기를 바란다 흔한 매미 껍질 같이는 싫다 그건 너무 낡은 슬픔이지 않느냐

 

 국수 가게/ 정진규

 

 햇볕 좋은 가을날 한 골목길에서 옛날 국수 가게를 만났다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왜 간판도 없느냐 했더니 빨래 널듯 국숫발 하얗게 널어놓은 게 그게 간판이라고 했다 백합꽃 꽃밭 같다고 했다 주인은 편하게 웃었다 꽃 피우고 있었다 꽃밭은 공짜라고 했다

 

/ 정진규

 

 나무는 무릎 관절이 없다 걸어다닐 수가 없다 다리도 아프지 않은 모양이다 몇 백년을 제자리에만 줄창 서 있다 스스로 넘어지는 나무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무릎관절이 있는 나는 말이 屈伸自在(굴신자재)이지 비키고 비켜서 여기까지 왔구나 살아남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수명도 더 짧다 제자리를 지켰다 할 수도 없다 세상을 싸다닌 나의 무릎 관절이 이제 고장이 났다 박달나무에게 나무지팡이 하나를 빌렸다 사람의 슬픔엔 고장나는 관절이 있다

 

 / 정진규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 자루로 너를 파고자 했다 내 무덤 하나 짓고자 했다 했으나 왜 아직도 여기인가 삽, 젖은 먼지 내 나는 내 곳간, 구석에 기대 서 있는 작달막한 삽 한 자루, 닦기는 내가 늘 빛나게 닦아서 녹슬지 않았다 오달지게 한번

써볼 작정이다 삽, 오늘도 나를 염殮하며 마른 볏짚으로 한나절 너를 문질렀다

 

 

모과 썩다 / 정진규

 

 올해는 모과가 빨리 썩었다 채 한 달도 못갔다 가장 모과다운 걸, 가장 못생긴 걸 고르고 골라 올해도 제기 접시에 올렸는데 천신하였는데 그 꼴이 되었다 확인한 바로는 농약을 하나도 뿌리지 않는 모과였기 때문이라는 판명이 났다 썩는 것이 저리 즐거울까 모과는 신이 나 있는 눈치였다 속도가 빨랐다 나도 그렇게 판명될 수 있을까 그런 속도를 낼 수 있을가 글렀다 일생一生 내가 먹은 약만해도 세 가마니는 될 것이다 순순한 것이라야 빨리 썩는다 나는 아예 글렀다 다만 너와 나의 사랑이 그토록 일찍 끝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였을까 첫 사랑은 늘 깨어지게 되어 있다 그런 연고다 순수한 것은 향기롭게 빨리 썩는다 절정에서는 금방인 저 쪽이 화안하다 비알 내리막은 속도가 빠르다 너와의 사랑이 한창이었던 그때 늘 네게서는 온몸으로 삭힌 술내가 났다 싱싱한 저승내가 났다 저승내는 시고 달다 그런 연고다

 

연애시절

 

늘 예감에 시달렸지 또다시 한철이었네 한 철 가고 있네 마침내 오고 말았네 햇빛 먼저 닿았던

동쪽부터, 웃자랐던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부터 풀잎들 시들기 시작하데 속도가 빠르데 서쪽에

이르러선 잠시 이별을 달래데 노을 붉데 서쪽 바다,제 몸이 무거워 그만 수평선 아래로 한참을

걸려 무겁게 몸 누이는 해, 그를 만난 적도 있네 그렇게 가버린 많은 한철들 하얗게 서리 내린

김제 만경 비인 들판 새벽길로 다시 한철 가고 있네 슬픔 깊으니 나 오래 머물 수 있겠네 한 겨

울 깊게 머물 수 있겠네 욱신거릴 수 있겠네 철 나겠네 움 하나 짓겠네

 

이 가을 환벽당 간다

 

군등내가 난다고 하시겠지만 추억에 대하여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추억의 실물은 대체로 배반자이지만 추억은 그런 적 없다 사람인 실물은 늘 떠났고 추억은 다시 찾아와 이렇게 눈물겨웁게 하니까 슬프다 추억에 관한 한 나는 실물보다 관념을 더 믿게 되었다 추억은 관념이니까 떠나간 실물들아 떠나간 너희들 때문에 눈물겨운 거니 늘 다시 찾아와 주는 추억 때문에 눈물겨운 거니 그 정답은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이 가을에 추억을 들추게 된 나를, 비켜가지 못하는 나를 누가 눈물 글썽이며 한참 바라보고 있다 이 가을 한 벌 내 낡은 입성이여 춥다 그래도 그때 그곳이 조금은 따뜻하다 터진 자리를 꿰매는 손길이 있다 아니 갈 수 없다 이 가을 담양 환벽당 간다 뒷마당 꽃무릇들 뜨거운 몸짓 한창이었었다 그때

 

 

"집을 비우며"

 

..문은 늘 열어두기로 했으니 외출에서 돌아오시듯 그렇게 하시게 邑內에 혼사가 있네 군불은 때야 할 터 마른 삭정이들은 헛간 가득 쌓아두었네 차도 끓여 드시고(커피는 바닥이 났네) 음악도 들으시게 심심하면 뜨락 마른 꽃대들 사이 느리게 느리게 건느고 있는 겨울 햇살들의 여린 발목이라도 따라가 보시게나 늘 발이 시리다는 핑계로 다 가지 못한 길들을 우리는 너무 오래 던져두지 않았었나 그래도 무료해지시거들랑 어젯밤, 이슥토록 내린 뒤뜰의 눈을 쓸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었으니 거기 발자국 낙관이라도 찍어 보시게 새 한 마리 내려와 갸웃거릴 것이네 그간 내가 아껴놓은 그것을 이미 그도 알고 있었기에 범접을 못하다가 그대 낙관 곁에 이때다 싶어 맨발을 재재바르게 내려 놓을 것이네 이내 가지에 올라 갸웃거릴 것이네 이제 그만 우리들의 방황을 접을 때라고 말하고 싶네 떠날려면 자네도 몇 자 적으시게 해 질 무렵 산길을 지우며 올라오는 나를 창밖으로 내려다볼 수 있다면 더욱 고맙겠고

..(- 生家에 머물며)

 

마른 들깻단

 

 다 털고 난 마른 들깻단이 왜 이리 좋으냐 슬프게 좋

으냐 눈물 나게 좋으냐 참깻단보다 한참 더 좋다 들깻

단이여, 쭉정이답구나 늦가을답구나 늦은 아버지답구

나 빈 밭에 가볍게 누운 그에게서도 새벽 기침 소리가

들린다 서리 맞아 반짝거리는 들깻단, 슬픔도 저러히

반짝거릴 때가 있다 그런 등성이가 있다 쭉정이가 쭉정

이다워지는 순간이다 반짝이는 들깻단, 잘 늙은 사람내

그게 반가워 내 늙음이 한꺼번에 그 등성이로 달려가는

게 보인다 늦가을 앞산 단풍은 무너지도록 밝지만 너무

두껍다 자꾸 미끄럽다

 

 

 

 

 

 

 

 

 

 

포도를 먹는 아이

 - 알 4/ 정진규

 

 목욕을 시켰는지 목에 뽀얗게 분을 바른 아이가 하나, 사람의

알인 아이가 하나 해질 무렵 골목길 문간에 나않아 터질 듯한

포도알들을 한 알씩 입에 따 넣고 있었다 한 알씩 포도라는 이

름이 그의 입 안에서 맛있게 지워져가고 있었다 이름이 지워져

간다는 것이 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나는 때묻은 중량

천언덕에서 비에 젖으며 안간힘으로 버티고 섰는, 추하게 지워

져가고 있는 망초꽃이라는 이름 하나를 본 적이 있다) 아이는

마지막 한 알까지 다 먹었다 포도라는 이름이 완전히 지워졌다

아이가 말랑말랑하게 웃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자라 있었다 이

름이 뭐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이제 자러 갈 시간이었다

 

 

 

솟대 / 정진규

 

 긴 장대 위에 나무새들을 깎아 앉혔다 강릉 진또배기

굿판 가서 보았던 솟대 하나를 나도 이 몸 속에 심었다

어느 날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긴 장대 하나만 허공에 흔

들렸다 그 비인 자리에 네가 날아와 앉았다 어느 날은

너마저 어디로 날아갔는지 날로 수척해지는 기인 장대

하나만 허공에 흔들렸다

 

 

 

삽/정진규 

 

 

 

 

 

 

 

 

 

 

 

되새떼들의 하늘 정진규

 

 

 오늘 석양 무렵 그곳으로 떼지어 나르는 되새떼들의 하늘을 햇살 남은 쪽으로 몇 장 모사해 두었네 밑그림으로 남기어 두었네 그걸로 무사히 당도할 것 같네 이승과 저승을 드나드는 날개붓이여, 새들의 운필이여 붓 한 자루 겨우 얻었네 秘標 하날 얻어 두었네 한 하늘에 대한 여러 개의 질문과 응답을 몸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지덕지할 일인가 오늘 서쪽 하늘에 되새떼들이 긋고 간 飛白이여, 되새떼들의 書體여, 자유의 격식이여 몇 장 밑그림으로 모사해 두었네 가슴팍에 바짝 당겨 넣은 새들의 발톱이 하늘 찢지 않으려고, 흠내지 않으려고 제 가슴 찢고 가는 그게 飛白이라네 하얀 피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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