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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다음달 독일 월드컵(2006년)에서 벌어질 놀라운 기적을 갈구하며 숨죽이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멕시코,일본,독일,아르헨티나 등 5개국의 유명 시인들이 계간 '시인세계'(발행인 김종해·여름호)에 축구를 주제로 한 시편들을 보내왔다. 세계 시인들은 '시인세계'의 청탁을 받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축구를 생활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의 녹색 그라운드에서 90분 동안 둥근 공이 그려내는 궤적과 시라는 이름으로 승화된 환희와 감격,혹은 아쉬움과 절망의 모습은 서로 닮아 있다.
"날개 없이/45분간의 비상/눈물 없이/45분간의 번민/태양이 이글거리는 시간 수평선들 휘감기고/무수한 입술의 인간 육신이 빚어낸 듯/관중석에선 고통도 낙담의 두려움도 들려오지 않는다./(중략) 공/흔적 하나 남김없다/그건 기적!."('공 이야기' 중)
프랑스 여류시인 카티 라팽은 '공 이야기'에서 서사시의 문법과 닮아있는 축구의 매력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는 함께 보내온 산문에서 "발의 투쟁인 '축구'는 영웅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종교나 정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하나의 신흥종교이자 소통의 장이자 꿈을 실현하는 무대다"고 분석한다.
"시는 구르는,잔디 위에/인생을 굴리는 게임같은 것./악운을 거스르기 위해 맹목적으로/이루어지는 약속처럼.//(중략) 시는 세 개의 기둥으로 된 활./신의 사자들이 모든/믿음을 배제한 채 오직 스타디움의 강령에 의해/합창으로 사원을 불사르는 곳."('축구하는 시' 중)
멕시코 시인 호세 루이스 킨데로 카리요는 이 시에서 "무한한 실수에 태연한 체/울타리도 없는 운동장에서/골 연습에 열중하는 아저씨 바로 당신,/아니면 아주머니 바로 당신'이라며 "시는 완곡어법없이 바로 굴러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일본 시인 혼다 히사시가 그려낸 축구의 모습은 우리의 정서를 빼닮았다. "내 내부에/진흙탕에 더러워진 손수건 같은/운동장 하나가 있다//그리고 그곳에는 공기가 빠진 축구공이 하나/방치된 채로 있다/가난했던 소년 시절/상한 과일처럼/풀밭에서 굴러온 공은/분명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었다."('로스 타임' 중)
방과 후의 운동장에서 매일 뒤엉켜 공을 차는 소년들은 지구촌의 과거이자 현재인 동시에 미래이기도 하다.
독일 시인 라인하르트 움바하는 '멍청한 긴 패스'라는 시를 통해 아무 것도 아닌 공 하나 때문에 수천명이 욕설을 퍼부어대는 상황을 유니크하게 그려낸다. "긴 패스-아마,실은 패스가 아닙니다!/될대로 되라 하고 무작정 해버린 백 패스/사고로,바람에 실려 앞으로 와버렸는데-/북극에 왔죠 아마도 냉기류//(중략) 그게 공에다 뜻하지 않은 회전을 줍니다/닭털 갓 뽑혀 바람 새듯이요."
축구 시집 '공의 업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독일 월드컵에서 라디오 해설을 맡게 될 아르헨티나 시인 월터 사아베드라는 '절대로'라는 시에서 축구에 미쳐보지 않았다면 사랑도 고통도 눈물도 오르가슴도 모를 것이라고 단언한다. "결코 클럽의 미친 서포터가 되어 보지 않았다면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결코 스위퍼에게 늑골과 비골을 강타당해보지 않았다면 고통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중략) 친구야,네가 결코,정녕,볼을 차보지 않았다면 인생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니."
앞으로 25일. 독일 월드컵에서 90분의 격렬한 전쟁이 끝날 때마다 세계인들은 초록잔디 위에 뒹구는 시를 줍게 될 것이다.
///정철훈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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