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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고래 연구자인 지오반니 베아르지 박사는 지난 2016년 지중해에서 줄무늬 돌고래 한 마리가 죽은 암컷 주변을 한 시간 이상 맴돌며 코로 찌르고 미는 행동을 목격했다〈사진〉. 배에 같이 타고 있던 학생들은 다들 돌고래가 동료를 잃은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과연 돌고래도 슬픔을 느낄까.
베아르지 박사는 돌고래 생물학·보존연구소의 동료들과 함께 1970년부터 2016년까지 발간된 고래 연구논문 중에 죽은 동료나 새끼 근처를 맴도는 행동을 기록한 78편을 조사했다. 국제학술지 '동물학'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래류 88종 가운데 20종이 사체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행동을 보였다. 혹등고래 한 종을 빼고는 모두 돌고래였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슬픔을 표현하는 듯한 행동은 뇌 크기, 사회 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돌고래들은 일반적으로 몸무게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중이 고래보다 크고 구조도 복잡하다. 사회 구조도 돌고래가 훨씬 발달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돌고래들이 실제로 슬픔을 느끼는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베아르지 박사는 "육상 동물은 오랫동안 관찰을 통해 실제로 슬픔을 표현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고래의 경우 단편적인 관찰에 그쳤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제인 구달 박사는 탄자니아에서 어린 침팬지가 어미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음식을 거부하다가 한 달 만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목격하기도 했다. 개코원숭이가 동료나 새끼를 잃으면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베아르지 박사는 "앞으로 고래류가 동료의 사체 주변을 맴도는 장면을 목격하면 바로 수중 청음기로 고래의 울음소리가 평소와 다른지 확인하고, 숨을 쉴 때 뿜는 물을 채집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했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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