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시설 훼손에 사람까지 공격
전국 연평균 피해액 330억원 달해
전남은 드론 띄워 멧돼지 경로 파악
경북 포획시스템 운영 등 대책 부심
지난 5일 경북 성주군 수륜면 수륜리 한 사과 농장. 산비탈을 따라 사과나무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언뜻 보기엔 이파리 한 장 피지 않은 앙상한 모습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가지 끝마다 작은 꽃눈이 솟아 있었다.
2만㎡에 걸친 농장의 나뭇가지마다 꽃눈이 피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농장주 이근득(62)씨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지난 겨울부터 인근 야산에서 붉은사슴이 떼로 몰려와 꽃눈을 뜯어먹어서다. 실제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른 키 높이보다 밑에 핀 꽃눈들은 다 뜯겨나간 상태였다.
이씨는 “밤만 되면 인근 산에 서식하는 붉은사슴들이 건너와 꽃눈을 먹어치운다. 최근 사슴 개체 수가 크게 늘어 사과 농장 3분의 1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농장엔 사슴이 남기고 간 배설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붉은사슴(Red Deer·사진)은 어깨높이 1~1.2m, 몸무게 110~160㎏에 달하는 사슴류다.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사슴(일본사슴)보다 크다. 수컷은 80~120㎝ 길이의 뿔을 갖고 있다. 최근 붉은사슴들이 수륜리 일대 사과 농장 10여 곳(총 15만㎡)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이씨는 “80~90년대 운영했던 사슴농장에서 탈출하거나 버려진 사슴들이 야생에서 번식해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급증한 야생동물들이 농민들의 안전뿐 아니라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먹이가 적은 겨울과 초봄에 특히 심하다. 야산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한 야생동물들이 농작물을 먹는 것도 모자라 농가와 도심까지 내려와 다양한 해를 끼친다. 인명까지 해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23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석정리에서는 60대 주민이 멧돼지에 물려 숨졌다. 노모(65)씨는 이날 오후 7시쯤 뒷산에 갔다가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10일에도 경기 포천시 영북면 한 야산에서 주민 A씨(69)가 멧돼지에 물려 다쳤다.
그뿐만 아니라 유기견이 야생화한 들개, 까치·까마귀 같은 조류가 농작물·전력시설·양식장 등에 해를 입히기도 한다. 경기 안산시엔 최근 갑자기 까마귀떼 3000여 마리가 출몰해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까마귀떼는 주로 이웃 지자체인 수원시에서 목격됐었다. 까마귀떼가 전깃줄에 앉아 있어 아래에 주차해 둔 차량과 인도는 새 배설물로 범벅이 됐다. 정전 사고나 질병 전파 우려도 나왔다.
야생동물이 끼치는 피해는 매년 전국적으로 300억원 수준이다. 2017년 환경부가 공개한 피해 현황에 따르면, 2011~2016년 농작물·양식장·항공기·전력시설 등에서 입은 연평균 피해액이 330억5500만원에 달했다. 동물별로는 멧돼지가 가장 많이 해를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고라니와 까치·오리·꿩 순으로 뒤를 이었다.
포획된 야생동물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멧돼지는 2011년 1만4479마리에서 매년 늘어나 2016년 한 해만 3만3317마리가 포획됐다. 고라니는 2011년 1만9379마리가 포획됐다가 2016년엔 이보다 6배가량 많은 11만3763마리가 잡혔다.
지자체도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 전국 최초로 ‘유해 야생동물 포획관리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지도 위에 실시간으로 야생동물의 포획 위치와 포획 동물명, 유해조수 포획용 총기 이동 현황 등이 표시된다. 엽사가 야생동물을 포획한 후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실행시켜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시스템으로 정보가 전송되는 방식이다.
전남도는 드론을 띄워 멧돼지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을 고민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멧돼지가 특정 지역에 언제 어느 시간대 자주 나타나는지 자료를 만들어 피해 예방을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주·무안·안산=김정석·김호·심석용 기자
전국 연평균 피해액 330억원 달해
전남은 드론 띄워 멧돼지 경로 파악
경북 포획시스템 운영 등 대책 부심
지난 5일 경북 성주시 수륜면 수륜리 한 사과 농장에서 농장주 이근득씨가 농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씨의 사과 농장은 밤마다 인근 야산에서 내려온 붉은 사슴떼가 나무에 돋아난 꽃눈을 먹어치워 피해가 막심하다. [김정석 기자]
2만㎡에 걸친 농장의 나뭇가지마다 꽃눈이 피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농장주 이근득(62)씨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지난 겨울부터 인근 야산에서 붉은사슴이 떼로 몰려와 꽃눈을 뜯어먹어서다. 실제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른 키 높이보다 밑에 핀 꽃눈들은 다 뜯겨나간 상태였다.
이씨는 “밤만 되면 인근 산에 서식하는 붉은사슴들이 건너와 꽃눈을 먹어치운다. 최근 사슴 개체 수가 크게 늘어 사과 농장 3분의 1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농장엔 사슴이 남기고 간 배설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붉은사슴. [사진 서울대공원]
급증한 야생동물들이 농민들의 안전뿐 아니라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먹이가 적은 겨울과 초봄에 특히 심하다. 야산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한 야생동물들이 농작물을 먹는 것도 모자라 농가와 도심까지 내려와 다양한 해를 끼친다. 인명까지 해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23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석정리에서는 60대 주민이 멧돼지에 물려 숨졌다. 노모(65)씨는 이날 오후 7시쯤 뒷산에 갔다가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10일에도 경기 포천시 영북면 한 야산에서 주민 A씨(69)가 멧돼지에 물려 다쳤다.
그뿐만 아니라 유기견이 야생화한 들개, 까치·까마귀 같은 조류가 농작물·전력시설·양식장 등에 해를 입히기도 한다. 경기 안산시엔 최근 갑자기 까마귀떼 3000여 마리가 출몰해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까마귀떼는 주로 이웃 지자체인 수원시에서 목격됐었다. 까마귀떼가 전깃줄에 앉아 있어 아래에 주차해 둔 차량과 인도는 새 배설물로 범벅이 됐다. 정전 사고나 질병 전파 우려도 나왔다.
사과 나무에 핀 꽃눈(左), 꽃눈을 붉은사슴이 뜯어먹은 흔적(右). [김정석 기자]
포획된 야생동물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멧돼지는 2011년 1만4479마리에서 매년 늘어나 2016년 한 해만 3만3317마리가 포획됐다. 고라니는 2011년 1만9379마리가 포획됐다가 2016년엔 이보다 6배가량 많은 11만3763마리가 잡혔다.
지자체도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 전국 최초로 ‘유해 야생동물 포획관리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지도 위에 실시간으로 야생동물의 포획 위치와 포획 동물명, 유해조수 포획용 총기 이동 현황 등이 표시된다. 엽사가 야생동물을 포획한 후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실행시켜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시스템으로 정보가 전송되는 방식이다.
전남도는 드론을 띄워 멧돼지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을 고민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멧돼지가 특정 지역에 언제 어느 시간대 자주 나타나는지 자료를 만들어 피해 예방을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주·무안·안산=김정석·김호·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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