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간도 총각들 독립군 이야기 솔솔
순국시인 윤동주(尹東柱, 1917~1945)는 동시를 많이 쓴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연희전문학교를 마치고, 일본 도오시샤(同志社)대학에 유학 중 독립운동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후쿠오카(福岡)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순국하였다. 일제는 그의 생명을 생체실험으로 빼앗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립운동 터전인 북간도 산골
총각들 모여 피운 이야기꽃엔
안중군·윤봉길 활약 곁들여져
시인 윤동주이기에 가능한 상상
윤동주의 시에는 어느 작품에나 일제에 저항하는 의식이 깔려 있다고 한다. 그의 동시 한 편을 살펴보자.
굴뚝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웨엔 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눈이 모여 앉아서
입술에 거멓게 숯을 바르고 옛이야기 한 커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 내.
‘신한국문학전집’의 ‘아동문학선집’ 어문각, 1975.
윤동주는 북간도 출신이다. 북간도는 독립운동의 터전이었다. 시의 산골짜기는 북간도의 산골짜기요, 오막살이는 북간도의 오막살이이다. 일찍 찾아온 북간도의 겨울이다. 그 산골짜기, 그 오막살이 나지막한 굴뚝에서 대낮에 연기가 솟고 있다. 시인은 생각한다, ‘몽기몽기 웬 연기가 대낮에 솟나?’ 하고.
푹푹 솟는 연기라면 점심 끼니를 짓는 연기다. 몽기몽기 솟는 연기이므로 총각애들이 감자를 굽는 연기일 것으로 시인은 짐작한다. 시인의 생각은 틀림이 없었다. 눈이 까만 총각애들이 둘러앉아서 구운 감자를 나눠 먹으면서 감자 하나에 이야기 하나씩을 곁들인다. 이야기는 옛이야기라고 시에다 밝혀두었지만 정말 옛 얘기만 했을까? 용감한 독립군 이야기도 나누었을 법하다.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에게 육혈포를 쏘는 흉내, 청산리 싸움에서 “따다다다다다….” 총소리, 윤봉길 의사가 터뜨린 폭탄 얘기를 나지막한 소리로만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시의 배경이 독립전쟁의 현장인 북간도요, 순국시인 윤동주의 시이고 보니 그러한 짐작이 가는 것이다.
윤동주 시인은 이곳 북간도 은진(恩眞)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시를 썼다. 연변에서 출간되던 어린이잡지 ‘가톨릭소년’에 발표된 윤동주의 동시 ‘오줌싸개 지도’ ‘무얼 먹고 사나’ ‘병아리’ 등은 한국아동문학의 고전이 되고 있다.
광복 이후 그의 시를 모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가 출간되었는데 30편을 엮은 시집이었지만 여기저기서 유작이 발견되어 차츰 시집 부피가 늘어나고 있다. 윤동주를 추모하는 데에는 석 달 맏이 동갑인 윤동주의 고종사촌형 송몽규(宋夢奎, 1917~1945)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송몽규는 윤동주와 동갑에, 이웃 친척에, 북간도에서 같은 초·중학교를 나오고, 연희전문을 같이 마쳤다. 윤동주와 같이 일본 유학을 가서 같은 독립운동 혐의로, 같이 2년 형을 받고, 같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같은 생체실험을 당하다가 윤동주보다 한 달 뒤인 1945년 3월에 순국한 윤동주 평생의 동지였다.
윤동주 학생과 송몽규 학생은, 북간도에서 초·중학교에 다니면서 서울에서 발행되는 어린이잡지 ‘어린이’와 ‘아이생활’을 사서 돌려 읽으며 글짓기 공부를 했다고 한다.
2010년, 윤동주의 출생지 북간도 연변에 윤동주의 동시 ‘참새’를 새긴 시비가 세워졌고, 모교인 연세대학에는 오래전에 세워진 윤동주 추모시비가 있다. 1990년 광복절에 대한민국정부에서 순국시인 윤동주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이 주어졌다. 윤동주의 시정신을 기리는 윤동주 시문학상이 시상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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