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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영혼의 시심으로 우리 민족은 물론 일본의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는 윤동주 시인. 그가 본격적인 시를 쓰기에 앞서 여러 편의 동시를 쓰고 발표도 했다고 한다. 윤동주 동시집 『산울림』이 출간되어 그의 동시를 반갑게 읽었다. 동시「반딧불」은 윤동주의 시「또 다른 고향」의 어투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여름날 그믐밤의 반딧불이 어둠 속을 날아다니는 풍경을 3연 10행으로 짧게 노래한 이 동시는 간단하다. 그러나 1연과 3연이 단순 반복으로 된 이 동시가 갖는 의미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두 번이나 반복된 “달 조각을 주우러/숲으로 가자”는 것이 시의 핵심적인 내용이지만, 시 창작의 시발(始發)은 “그믐밤 반딧불은/부서진 달 조각”이라고 본 2연에 있다. 사물을 새롭게 보는 데서 모든 창작의 첫 출발이 이루어진다. 한 달의 마지막 날인 그믐밤은 달이 없어 깜깜한 밤이다. 깜깜한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이니 동무들아 저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가자고 시적 화자는 노래한다. 달 없어 깜깜한 그믐밤의 이면적(裏面的) 의미는 무얼까? 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가자, 가자,”는 윤동주 시인의 외침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일제 식민지 시대 순결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그리하여 끝내 민족의 식민지 상황을 외면하지 못하여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외롭게 죽어간 윤동주의 삶과 연관지어 이 시를 자꾸 읽게 된다. 어두울수록 더욱 빛나는 밤하늘의 별처럼 식민의 시대에 순결한 삶을 지키려했던 젊은 영혼의 몸부림으로 남은 그의 시편들은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솟아난 별이다.
-이종암(시인)
///경북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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