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상문학상 공정성 논란 확산
최근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 작가.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윤이형(44)이 이상문학상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절필 선언’을 하면서 문학사상사의 청탁을 거부하는 동료 작가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독자들도 불매운동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황정은·권여선·장류진·천희란…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
동료 작가 지지·청탁 거부 이어져
서점·독자들은 불매운동 선언해
소설가 황정은·권여선·조해진·구병모·정세랑·백수린·장류진·최은미·천희란, 시인 오은·권창섭 등이 트위터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를 올리며 보이콧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독자들은 ‘#문학사상사_독자_보이콧’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불매운동에 나섰다.
황정은 작가(왼쪽), 장류진 작가
동참 작가들이 5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문학계의 불공정 관행을 시정하려는 작가들의 단체행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학사상사는 사태가 커지자 “이상문학상을 뜯어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 불공정성 논란, 절필과 보이콧으로
윤이형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자신의 ‘절필 선언’ 이유를 밝혔다.
트위터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해시태그를 붙이며 보이콧 운동에 동참한 작가들의 글.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동료 작가들의 지지와 함께 문학사상사 청탁 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016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소설가 황정은은 “고통을 겪고 있을 수상자들에게 연대하고 싶다. 문학사상사는 이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더는 작가들에게 떠밀지 말고 제대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2008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권여선도 “이상문학상의 기수상자로서 관행이란 말 앞에 모든 절차를 안이하게 수용한 제가 부끄럽다. 이상문학상의 기형적 운영은 문학사상사의 독단적 운영과 맞닿아 있다.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바닥부터 새롭게 바꿔나가 달라”고 밝혔다. 지난해 <일의 기쁨과 슬픔>을 펴내며 주목받은 장류진도 “문학사상사가 이상문학상을 운영하면서 수상작가들의 저작권을 갈취해온 것과 그로 인해 마땅히 격려받아야 할 작가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사과를 하기 전까지, 문학사상사로부터 모든 업무와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점과 독자들 또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독립서점 고요서사와 손목서가 등도 당분간 문학사상사에서 출판한 책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북튜버’ 김겨울 또한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문학사상사 책을 다룰 일은 없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 ‘은수(@vogonspoetry)’는 “작가가 착취당하는 구조 속에서 발표되는 작품은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 발표를 연기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학사상사는 이르면 3일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임지현 문학사상사 대표는 2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월요일(3일)이나 화요일(4일) 공식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상문학상 ‘저작권 3년 양도 조항’ 등을 뜯어고치고 사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반복된 이상문학상 불공정 논란
불공정 논란의 핵심은 이상문학상이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작품을 대상으로 ‘저작권 3년 양도’를 요구하고, 수상작을 다른 작품집 표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조항이다. 지난달 초 소설가 김금희·최은영·이기호가 ‘저작권 양도’가 부당하다며 우수상 수상을 거부해 논란이 됐고, 지난해 대상 수상작가인 윤이형이 “작품이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절필’을 선언해 사태가 확산됐다.
문학사상사는 대상 수상작에 대해 ‘저작권 양도’를 요구하는 서류가 우수상 수상작가에게 잘못 전달됐다며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수상 작품집 법정다툼 등
문학상 제도 낡은 관행 도마 위에
문단 내 갑질 해결하는 계기돼야
1999년 김승옥·박완서·이청준·조세희 등 작가들이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제작·배포를 금지하고 저작권 사용료를 내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수상 3년 이후 출판 건에 대한 저작권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학사상사 임홍빈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 제도는 문학의 위상을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훌륭한 작품이 이 책 저 책에 실려서 흔한 취급 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윤이형은 “문학사상사는 회장님 한 사람의 억압적 명령에 따라 이상문학상을 자의적으로 운영한 것,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빼앗은 것, 형식상 계약서를 보내며 거래하듯 상을 수여해 작가들에게 부당한 상황을 만든 것, 직원의 실수라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상처받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문학상 제도 낡은 관행 도마에
이상문학상 논란은 문학계의 낡은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자음과모음은 중·단편 신인문학상의 상금을 선인세로 지급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수정했다.
당초 자음과모음은 제10회 신인문학상 공모를 시작하며 상금 500만원에 대해 ‘인세가 상금을 상회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인세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이름만 ‘상금’일 뿐 사실상 선인세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018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당선자 박선우 작가가 “작가가 쓴 원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무시하는 일이며, 신인상 당선자가 해당 출판사에서 첫 책을 내야 한다는 업계의 관행을 오용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자음과모음은 “상금은 500만원이며, 단행본 출간 인세와는 무관하다. 단행본 계약은 작가와 추후 상의해 결정한다”고 정정 공지를 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춘문예 시 당선자들이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되는 <신춘문예 당선시집>에 해당 출판사에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가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작품 수록을 거부했으며, 원고료를 명시하지 않은 청탁에 대한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젊은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기존의 잘못된 관행에 윤리적으로 용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환영하고 선배 문인으로서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사상사뿐 아니라 유명 작가에게는 인세 등 혜택을 많이 주고, 신인이나 무명 작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부당한 관행이 철폐되길 바란다”며 “문단 내 성폭력, 표절 등을 포함한 부당한 ‘갑질’과 ‘권력남용’이 차제에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최근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 작가.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윤이형(44)이 이상문학상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절필 선언’을 하면서 문학사상사의 청탁을 거부하는 동료 작가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독자들도 불매운동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황정은·권여선·장류진·천희란…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
동료 작가 지지·청탁 거부 이어져
서점·독자들은 불매운동 선언해
소설가 황정은·권여선·조해진·구병모·정세랑·백수린·장류진·최은미·천희란, 시인 오은·권창섭 등이 트위터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를 올리며 보이콧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독자들은 ‘#문학사상사_독자_보이콧’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불매운동에 나섰다.
황정은 작가(왼쪽), 장류진 작가
동참 작가들이 5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문학계의 불공정 관행을 시정하려는 작가들의 단체행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학사상사는 사태가 커지자 “이상문학상을 뜯어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 불공정성 논란, 절필과 보이콧으로
윤이형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자신의 ‘절필 선언’ 이유를 밝혔다.
트위터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해시태그를 붙이며 보이콧 운동에 동참한 작가들의 글.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동료 작가들의 지지와 함께 문학사상사 청탁 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016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소설가 황정은은 “고통을 겪고 있을 수상자들에게 연대하고 싶다. 문학사상사는 이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더는 작가들에게 떠밀지 말고 제대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2008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권여선도 “이상문학상의 기수상자로서 관행이란 말 앞에 모든 절차를 안이하게 수용한 제가 부끄럽다. 이상문학상의 기형적 운영은 문학사상사의 독단적 운영과 맞닿아 있다.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바닥부터 새롭게 바꿔나가 달라”고 밝혔다. 지난해 <일의 기쁨과 슬픔>을 펴내며 주목받은 장류진도 “문학사상사가 이상문학상을 운영하면서 수상작가들의 저작권을 갈취해온 것과 그로 인해 마땅히 격려받아야 할 작가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사과를 하기 전까지, 문학사상사로부터 모든 업무와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점과 독자들 또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독립서점 고요서사와 손목서가 등도 당분간 문학사상사에서 출판한 책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북튜버’ 김겨울 또한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문학사상사 책을 다룰 일은 없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 ‘은수(@vogonspoetry)’는 “작가가 착취당하는 구조 속에서 발표되는 작품은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 발표를 연기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학사상사는 이르면 3일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임지현 문학사상사 대표는 2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월요일(3일)이나 화요일(4일) 공식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상문학상 ‘저작권 3년 양도 조항’ 등을 뜯어고치고 사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반복된 이상문학상 불공정 논란
불공정 논란의 핵심은 이상문학상이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작품을 대상으로 ‘저작권 3년 양도’를 요구하고, 수상작을 다른 작품집 표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조항이다. 지난달 초 소설가 김금희·최은영·이기호가 ‘저작권 양도’가 부당하다며 우수상 수상을 거부해 논란이 됐고, 지난해 대상 수상작가인 윤이형이 “작품이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절필’을 선언해 사태가 확산됐다.
문학사상사는 대상 수상작에 대해 ‘저작권 양도’를 요구하는 서류가 우수상 수상작가에게 잘못 전달됐다며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수상 작품집 법정다툼 등
문학상 제도 낡은 관행 도마 위에
문단 내 갑질 해결하는 계기돼야
1999년 김승옥·박완서·이청준·조세희 등 작가들이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제작·배포를 금지하고 저작권 사용료를 내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수상 3년 이후 출판 건에 대한 저작권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학사상사 임홍빈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 제도는 문학의 위상을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훌륭한 작품이 이 책 저 책에 실려서 흔한 취급 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윤이형은 “문학사상사는 회장님 한 사람의 억압적 명령에 따라 이상문학상을 자의적으로 운영한 것,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빼앗은 것, 형식상 계약서를 보내며 거래하듯 상을 수여해 작가들에게 부당한 상황을 만든 것, 직원의 실수라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상처받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문학상 제도 낡은 관행 도마에
이상문학상 논란은 문학계의 낡은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자음과모음은 중·단편 신인문학상의 상금을 선인세로 지급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수정했다.
당초 자음과모음은 제10회 신인문학상 공모를 시작하며 상금 500만원에 대해 ‘인세가 상금을 상회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인세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이름만 ‘상금’일 뿐 사실상 선인세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018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당선자 박선우 작가가 “작가가 쓴 원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무시하는 일이며, 신인상 당선자가 해당 출판사에서 첫 책을 내야 한다는 업계의 관행을 오용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자음과모음은 “상금은 500만원이며, 단행본 출간 인세와는 무관하다. 단행본 계약은 작가와 추후 상의해 결정한다”고 정정 공지를 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춘문예 시 당선자들이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되는 <신춘문예 당선시집>에 해당 출판사에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가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작품 수록을 거부했으며, 원고료를 명시하지 않은 청탁에 대한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젊은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기존의 잘못된 관행에 윤리적으로 용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환영하고 선배 문인으로서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사상사뿐 아니라 유명 작가에게는 인세 등 혜택을 많이 주고, 신인이나 무명 작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부당한 관행이 철폐되길 바란다”며 “문단 내 성폭력, 표절 등을 포함한 부당한 ‘갑질’과 ‘권력남용’이 차제에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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