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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유채로 크기는 81x100cm이며,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데칼코마니(Decalcomanie)는 원래 일정한 무늬를 종이에 찍어 다른 표면에 옮겨 붙이는 장식 기법을 일컫는 용어로, 인쇄기에 넣을 수 없는 물체에 무늬를 새기거나 상표를 붙일 때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20세기 중엽에 이르러 독일 태생의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1891-1976)는 자신의 그림에 이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점차 특징적인 하나의 미술 기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데칼코마니에는 과슈(guache) 등을 종이에 바른 후에 캔버스 혹은 다른 종이에 눌렀다 떼는 방식이 사용되었는데, 그를 통해 작가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색다른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는 이성을 거부하고 무의식을 중시하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입장과 잘 부합하는 것이었다.
초현실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등장한 하나의 운동으로 문학과 미술 등의 분야에서 전개되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세계대전 이전의 합리주의가 결국 비극적인 파괴를 가지고 왔다고 여겼으며 이를 거부했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1896-1966)은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 함으로써 이 운동의 대표자로 자리잡았다. 그에 따르면 초현실주의는 의식의 영역과 무의식의 영역을 결합하려는 시도이다.
그들에게 무의식의 세계는 이성의 세계처럼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예술가들에게 수많은 상상력을 제공하는 원천이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무의식적 세계를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여러 방식을 고안했는데, 대표적으로 요철이 있는 재료 위에 종이를 놓고 연필 등으로 문질러 독특한 형태를 담아내는 프로타주(frottage)나, 마음 속의 이미지를 즉흥적으로 기록하는 자동기술법(automatism) 등이 있었다. 데칼코마니 역시 그와 같은 방법 중 하나로, 초현실주의 작가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형식의 작품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데칼코마니라는 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작품에는 중산모를 쓴 남자의 이미지가 중앙을 중심으로 대칭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데칼코마니 기법을 통해 만든 모습과는 다르게, 이 작품의 대칭적 이미지는 그 형태만 같은 뿐 서로 담고 있는 내용에는 차이를 보인다. 화폭의 오른편에 그려진 바다와 하늘의 모습은, 왼편의 남자가 자신의 몸으로 가리고 있는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그려놓은 듯 보인다. 하지만 정작 남자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보다도, 커튼 가운데 기묘하게 남아있는 바다 풍경은 더 밝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백지위임장(Le Blanc-seing)>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 역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물에 대한 개념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캔버스 속 남자와 커튼, 바다와 하늘 중 어느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며, 어떤 것이 다른 것들보다 앞에 놓여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결국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그림이 가지고 있는 ‘모사’라는 속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며, 이는 일상적인 경험에서는 얻기 힘든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낸다. 그림 속 등장하는 중산모를 쓴 남성의 이미지는 1930년대부터 꾸준히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의 작품에 등장하는 것으로, <교장(Le Maitre d’ecole)>, <사람의 아들(Le Fils de l’Homme)>, <신뢰(Good Faith)> 등에서 역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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