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한 가을바람이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며 장난을 거는듯한 어느 가을날의 저녁무렵이였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아침에 나간 봉삼이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저녁준비에 분망하던 봉삼이의 마누라 영미는 시계를 바라보더니 순간 얼굴에 이름못할 노기가 무섭게 피여오르기 시작하였다.
“술독에 빠져서 아예 나오지나 말거지. 이제 들어고기만 해봐라. 오늘은 기어코 판결을 내고야 말테다.”
영미는 투덜거리며 저도 모르게 식장에서 소주병을 꺼냈다.
그리고는 말리운 미꾸라지와 고추볶음채를 들고 부뚜막에 걸터앉아서 소주 한잔을 단모금에 굽을 냈다. 아무리 봉삼이가 술을 좋아한다고 투덜거리는 미영지만 그도 봉삼이 못지않게 술에 이미 어느 정도 미련을 붙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며칠전에 엄마가 돌아가신후부터 봉삼이는 거의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없었다. 아마도 속이 상하다보니 자연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과 술로 상처진 마음을 다소 해소하려는 그런 심성인가 싶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시엄마에 대하여 늘 불만을 품어온 영미가 남편의 그런 모습을 쉽게 놓아줄 사람이 아니였다. 원래 눈에 든 가시처럼 시엄마를 대하던 미영이였으니 설음같은건 아예 없을상 싶었다.
“ 어이, 내가 돌아왔소. 술을 좀 많이 했다이. 우욱-“
봉삼이가 비칠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때까지 영미는 부뚜막에서 술을 마이고 있었는데 거의 병이 굽을 내고 있었다. 아무리 술을 취한 봉삼이라 하더라도 마누라가 부뚜막에서 술을 마이고있는 장면은 똑똑하게 눈에 안겨왔다. 원래 요즘에 기회가 없어서 걸고 들지 못하는 마누라를 많이는 피하느라 하는 신세였으나 오늘은 아마도 좀 어려울것같았다. 자신보다 마누라가 먼저 취했으니 별다른 방법도 떠오르지않았다. 그저 봉삼이는 마누라의 어떤 주정이라도 못들은척하고 넘어갈 예산이였다. 미영이는 독기어린 눈길로 봉삼이를 노려보더니 입을 풀었다.
“ 야, 이 병신같은 남편아. 내가 당신하구 사는게 정말 바보야. 나도 이젠 좀 멋지게 살아야겠다.”
봉삼이는 못들은척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저 죽은듯이 오늘밤을 지내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래서 아마도 술취한 사람이 제보다 더 취한 사람을 만나면 벙어리가 되는법인가보다. 그리고 질투심이 많은 녀자는 남자들의 눈에 든 가시라고 말하지만 봉삼이로서는 그만하면 하늘의 별을 딴 셈이였다. 어릴적에 소아마비로 알아온 봉삼이가 왼쪽다리를 약간 절기는 하지만 마음만은 무던하여 별로 영미의 속을 크게 태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질투가 가득찬 영미가 결혼 첫날부터 시엄마의 눈에 바른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 매양 영미가 어떤 기회를 붙잡고 시엄마와 아무소리나 마구 죄칠때마다 막내 시누이 홍화가 사정없이 접어들군 하였다. 영미는 시엄마에대하여 이상하리만큼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여하튼 시엄마가 하는 모든 처사에 대하여 언제 한번 말없이 숙응할때가 적었다. 큰며누리 봉화는 아무말없이 시엄마의 모든 처사에 조용히 따라주군 하였다. 그러다보니 시엄마도 각별히 큰 며느리에 대하여 관심과 사랑을 몰붓군하였다. 사랑을 받으려면 우선 타인을 사랑해야 한다는 도리쯤은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하건만 심술궂게 생긴 영미는 그렇지가 않았다. 이러다보니 자연 시집쪽에서 영미는 따돌림을 당하게 되였다.
여하튼 시엄마가 큰 며느리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따로 챙겨주며 그걸 붙잡고 꼭 보복을 만드는 영미였다. 가끔은 고의적으로 시엄마를 힘들게 만들었고 때로는 밖에나가서도 시엄마에 대한 불필요한 흉거리를 만들어 팔아먹군 하였다. 아마도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는 영미였다. 그러나 무던한 봉삼이는 이런 영미를 언제 한번 되게 굴어본적이 없었다. 그저 조용하게 지내면 최고로 생각하는 오빠를 쳐다보는 홍화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였다. 그러면서 언제가는 한번쯤 형님을 되게 혼내주려는 생각을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도 시엄마가 세상을 뜨면서 얼마 안되는 재산을 자식들에게 분배하였는데 모두가 아무런 의견이 없었건만 영미는 입에 거품을 물면서 반대하여 나섰다. 시엄마가 세상을 뜨기전에 유서에 아주 명백하게 재산을 분배하였고 그렇게 분배하는 리유까지 적었건만 심술이 많은 영미가 그걸 조용히 받아둘 사람이 아니였다. 뭐 원래부터 남편 봉삼이가 얼싸해서 업신긴다는니 아니면 저를 미워서 고의적으로 이렇게 분배를 하였다느니 하면서 부질없는 리유를 만들기에 요란스러웠다. 그런 형님을 지켜보는 홍화는 마음이 더없이 아파났다. 엄마가 생전에도 저렇게 복잡하게 놀더니 이제 돌아가신지 며칠도 안되였건만 이를 악물고 접어드는 형님을 가만두지 않으려고 작심하엿다. 이대로 가만히 놔뒀다가는 시집을 봐도 더럽게 본다는 생각이 홍화의 신경을 무섭게 건드려놓았다. 그래도 그날에는 큰 형님이 많이 참고 자신의 몫에서 좀을 떼내여 주었기에 별로 큰 일이 없이 조용히 지내기는 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홍화는 아직도 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혼자서 씩씩거렸다. 이모저모로 생각은 가져보지만 간단하면서도 되게 혼내줄수있는 그런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운 홍화는 어느덧 엄마생각에 차가운 눈물이 귀속을 채우고 있었다.
죽은듯이 자고 있는 영미네 집에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영미는 눈을 비비면서 전화를 받았다. 이름이 뜨지 않은 번호였다. 영미는 시끄럽다는듯이 전화를 거절해버리고 다시 돌아눕는데 또 전화가 울렸다.
“ 여보, 누군데. 받아보오. 혹시 장모님의 전화일지도 모르니깐…”
영미가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는데 그쪽에서는 아무말도 없었고 그저 이상한 소리가 소름을 함께 몰아왔다.
“ 와이. 와이. 누굽니까? 말하시요.”
하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고 그저 이상한 소리가 소름을 몰아왔다.
영미는 전화를 꺼버리며 투덜거렸다. 남편은 시끄럽다면서 돌아누웠다. 어딘가 좀 떠오르는데가 있어서 영미가 다시 걸려온 전화번호를 확인하려다가 그만 기절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봉삼이는 놀라서 벌떠 일어났다. 영미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남편의 곁으로 정신없이 기여가면서 전화를 가키켰다.
“아니, 누군데. 도대체 누군가 말이요?”
영미는 부들부들 떨면서 그저 전화만 가리켰다. 봉삼이가 전화를 열고 번호를 확인하려다가 그만 기겁하며 뒤로 넘어졌다.
“아니, 이게 엄마전화가 아니야. 엄마가 어떻게 전화를 한단말이야. 그날 분명이 전화를 다 태워버렸는데…”
봉삼이는 얼빠진 사람처럼 영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온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새운 영미가 아침부터 도사를 찾아가서 물어보았고 방토를 하느라고 온 오전을 바삐 돌아쳤다. 도사의 말에 의하면 생전에 로인들을 너무 노여웁히면 이렇게 찾아온다고 무섭게 말하고는 가버렸다. 그렇게 심술로 가득찼던 영미의 얼굴이 요즘은 많이 해쓱해졌다.
이제 밤이 무서운 사람으로 되여버린 영미는 낮에는 정신없이 자기만 하였다. 저녁에는 가끔 술도 한잔씩 하였다.
오늘도 영미는 저녁에 남편과 함께 소주 두잔을 하였다. 술의 기운으로 잠을 청하려는 마음은 가히 리해가 되였다.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는데 또 전화소리가 울렸다. 영미는 눈을 뜨지 않은채 전화를 받았다. 역시 지난번과 꼭 같았다. 말은 없고 그저 어데서 이상한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영미는 미친듯이 일어나더니 남편을 불렀다. 남편이 전화를 들어보니 아닌게 아니라 저쪽에서 이상하게 들려오는 그런 소리일뿐이였다. 봉삼이도 넋을 잃은듯이 침대의 모퉁이에 몸을 쭈그린채 약간 떨고 있었다.
“이것봐라, 엄마의 생전에 그렇게 못살게 굴더니 당신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모양이네. 이제 이걸 어쩌면…”
영미의 얼굴에도 후회의 파문이 일고 있었다. 둘은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영미는 온밤을 뜬눈으로 새운 모양이였다. 요즘 영미는 제정신이 아닌듯싶었다. 말을 해도 가끔은 헛소리가 튀여나오군하였다. 분명히 그날에 엄마의 핸드폰을 물건과 함께 태워버렸는데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였다. 엄마가 어떻게 그쪽에서 전화를 걸어올수 있었을가? 생각할수록 머리속은 벌통을 뒤집은듯 요란스러웠다.
이렇게 련 며칠 밤중이면 전화가 걸려왔다. 영미는 이미 병원에 입원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날로 야위여가는 안해의 얼굴을 지켜보는 봉삼이의 속은 언녕 재가 되여버렸다. 이 소문이 온마을에 퍼졌을뿐만 아니라 현성에까지 퍼졌다. 소문은 이렇게 퍼져나갔다. 평소에 시엄마를 그렇게 학대하더니 시엄마가 저쪽에서 밤중이면 전화를 걸어온다는것이였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 호기심이 잔뜩 부풀었다. 그리고 젊은 며느리들이 시엄마에 대하여 태도를 바꿔가면서 잘모시는 모습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봉삼이는 이대로 나가면 마누라가 얼마 못살고 돌아갈것만 같았다. 고민끝에 봉삼이는 경찰에 이일을 신고하였다. 경찰서에서도 난생 처음 받아보는 안건이다보니 모두가 어찌할바를 몰랐다. 화장할때에 분명히 엄마의 핸드폰을 태워버렸다는 말앞에서 경찰들은 실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경찰서 로대장이 우선 먼저 그 전화번호를 확인해보자는 건의를 내놓았다. 전화를 걸어보니 그냥 핸드폰이 꺼진 상태였다. 그래서 저녁때를 기다렸다가 그 전화가 걸려올 때 알아보면 인차 알수 있다는것이였다.
경찰과 친척들이 모두 말없이 전화가 울리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이처럼 지루하게 느껴짐을 처음으로 감수하는 순간이였다.
거의 열두시가 될 무렵 전화기가 울렸다. 경찰들도 놀라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 역시 아무 말없이 이상한 바람소리와 어떤 신음소리가 들리였다. 로대장이 인차 부하들더러 핸드폰이 걸려온 지점을 찾아내도록 하였는데 분명 전화는 저쪽에서 걸려온것이 아니라 인간세상에서 걸려온것임을 확인할수 있었다. 경찰들과 친척들이 전화가 걸려온 지점을 향해 차를 타고 갔다. 모두가 두려움에 실리다보니 어느새 전화가 걸려온 지점인 “수상가원아빠드단지 12동 5단원 401호”실이였다. 봉삼이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말은 못하고 그저 손가락으로 시늉만하였다. 그바람에 제일 앞에서 걷던 경찰이 놀라서 하마트면 층계에서 뒹굴번하였다.
지점을 확인한후 경찰이 조용히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면서 홍화가 잠옷을 입은채로 손에는 그처럼 눈에 익은 전화를 들고 있었다..
그 전화는 지금 한창 통화중이였다….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