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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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돈의 풍파
2013년 12월 11일 17시 18분  조회:1986  추천:1  작성자: 리창현
봉구는 네 각을 쩍 벌리고 침대우에 누워서 천정을 초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파리똥이 다닥다닥 말라붙은 일광등도 거의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봉구의 신세를 잘 알아주기라도 한듯이 10여년의 문턱을 넘어서건만 여직 한번도 고장없이 봉구곁을 굳게 지켜주고 있었다. 봉구는 일어서더니 살랑살랑 일광등에 붙은 파리똥을 손으로 긁어보았다. 어찌나 시간이 지났는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봉구는 부억으로 내려가더니 가루비누를 들고 올라왔다. 조심스레 일광들을 뽑아낸후 열심히 걸레로 닦고 또 닦았다. 얼마후에 봉구의 노력으로 10년묵은 파리똥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눈부신 일광등이 봉구의 무릎우에 놓여졌다. 봉구는 일광등을 맞춘후 스위치를 눌렀다. 일광등이 이렇게 밝은 줄은 아마 기억이 없을것이다. 
  <<à후-> 봉구는 길게 한숨을 쉬고는 달력을 펼쳐보았다. 이제 설도 당금인데 손에 쥔돈이 없으니 걱정은 태산만 같았다. 금년에는 수전을 다 버리고 한전을 심었는데 생각과 달리 수확이 그닥 잖은데다가 채 마르지 않은 옥수수를 너무 일찍이 창고에 넣은것이 그만 곰팡이가 꼈던것이다. 온 장사군마다 도리머리질하며 싫다고 하였다. 요즘도 봉구는 장사군들이 오겠는가고 눈이 가매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도 좋구 하기에 창고의 옥수수를 좀 다듬으려고 창고문을 열었다. 지독하게 풍기는 곰팡이 냄새에 봉구는 이마살을 찌프리며 코를 싸쥐였다. 봉구는 삽을 들고 옥수수를 번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기싫던 옥수수들도 해빛을 받으니 얼마간 색갈도 고와졌다. 그리구 냄새도 어딘가 적어진듯하였다. 
  <<에이, 이제 장사군이 오기만 하면 50전이라도 팔아야 겠다. 시끄러워 못 살겠다.>> 
  봉구는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옥수수를 한바탕 시원스레 번져버렸다. 번질수록 속의 옥수수는 색갈이 말이 아니였다. 하지만 자신이 정성스레 한 농사이니 어쩔수도 없었다. 봉구는 담배쉼을 하려고 대문의 나무 아래에 걸터앉아 시원스레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마이 뽀미라. 마이 뽀미라.>>
  귀신에게 떡소리같은 소리에 봉구는 후닥닥 일어나서 소리나는 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봉구가 헐떡이며 달려가는것을 본 장사군들은 입이 함박만해서 기다렸다.
  봉구는 헐떡이며 물었다.
  <<둬챈 이진나?>>
  <<쌘 칸칸, 호우더화 60전이 게이.>>
  봉구는 어딘가 좀 키우는데가 있었지만 시치미를 떼고 무작정 실험을 해볼 예산이 였다. 기껏해봤자 장사군들이 알면 값을 좀 눅게 받으면 되는거니까.
  장사군들은 봉구네 집앞에다 차를 세워놓고 창고로 갔다. 옥수수를 만져보고 입으로 깨여물어보고 다음 냄새를 맡아 보는것이였다. 그러면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쩌거 뿌호아. 즈넝 게이니 35전 니칸 씽마?.>>
  너무도 어이없는 값이지만 봉구는 무작정 팔기는 팔아야 했다. 
  << 45전 쩐머양, 요우더화 쮸 라바.>>
  장사군 둘은 뭐라고 수군수군 거리더니 언짢은 기색으로 동의를 했다.
  봉구는 현금 450원을 받아쥐고 집으로 들어왔다. 장사군들도 어느새 저 멀리로 자리를 감추었다. 봉구는 돈을 침대우에 펴놓고 흐뭇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에 돈이 바싹 마른 봉구로서는 샘물이 아닐수없었다. 
  그러잖아도 요즘은 돈이 말라서 그렇게 마시고 싶은 맥주도 거의 감각을 잃을 정도였다. 봉구는 옷을 주어입고 상점으로 갔다.
  <<저, 맥주 3병에 명태 두마리, 그리구 오징어 한마리를 주시요, 아니 그리구 <홍탑산> 담배두 한통 주시오. >>봉구는 시원스레 돈을 넘겨주었다.
  <<허허, 봉구가 요즘 돈이 생긴 모양이네. 술사러 온지도 이젠 열흘이 넘을 텐데.>>하면서 주인은 돈을 받아쥐고 겸별기에 돈을 밀어 넣었다.
  <<à삑-삑 삑->
  이상한 소리에 주인은 몇번이고 검증을 해보았지만 역시 같은 반응이였다.
  그제야 정신이 든 봉구는 나머지 돈을 꺼내서 넘겨주었다. 백원짜리 세장은 모두 가짜이고 나머지 한장과 50원짜리는 분명히 진짜 돈이였다. 그제야 봉구는 자신이 장사군들에게 속히운 줄을 알았다. 하지만 이젠 찾을수도 없고 하여 그냥 그대로 50원짜리돈을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씩씩거리며 봉구는 맥주 한병을 단김에 굽을 냈다. 그리고는 100원짜리 3장을 펼쳐놓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머저리라구 그저 이렇게 속히울수는 없지. 나도 꼭 써먹어야지.)
  봉구는 어떻게 하면 자기도 이 돈을 써 먹겠는가고 궁리하고 있었다. 이 궁리 저 궁리 하던 끝에 봉구는 사람이 많은 시장에 가서 설준비를 하는것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하고는 사람이 제일 많은 오전 10시좌우를 선택하였다.
  이튿날 아침 봉구는 아침을 대충 먹고는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10분을 앞두고 봉구는 시장안으로 들어갔다. 설기간이여서 시장안은 사람들로 붐비였다. 봉구는 자기가 제일 즐기는 갈비 가게로 갔다. 좋은 갈비들을 10근 정도 가려서 담게하고 돈을 넘겨주었다. 장산군은 돈을 받아 쥐더니 이리보고 저리보더니 어딘가 이상한지 옆에 앉은 남편보고 저쪽에가서 검증해보라고 하였다. 봉구는 어쩔바를 모르고 요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사군의 남편은 가려다가 사람이 너무 많으니 되돌아와서 진짜가 옳다고 하였다. 요행중에 다행이라고나 할가? 봉구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부랴부랴 도적놈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한 참을 밖에서 장사군이 뒤를 쫓아 오는가고 살피였다. 다행히도 해가 넘어가도 오는 사람은 없었다. 봉구는 시름놓고 갈비를 물에 씻어서 일부는 가마에 않히고 나머지는 랭장고에 넣었다. 
  <<뿌시둥 , 깐썬머?>>
  봉구는 화닥닥 놀라며 손에 쥐였던 갈비를 그대로 떨구고 하마트면 뒤로 넘어질번 하였다. 학교 갔던 아들놈이 돌아오며 애비하고 장난을 했던 것이다. 다른 때는 이런 장난에 놀라는 봉구가 아닌데 오늘만은 여지없이 놀란 모양이였다.
  <<이 썩어질 아새끼, 사람잽이 하겠다. >>하며 아들을 사정없이 욕하였다.
  <<아버지, 내가 잘못했습니다. 이전에는 안그랬는데 오늘은 어째서 그리 놀랍니까?>>하며 눈물이 대롱대롱 해서 쳐다보았다. 에미도 옆에 없는 아들놈이 불쌍하게 생각 되였던것이다.
  <<어, 용팔아, 아버지가 너무 했네. 미안하다. 자,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갈비를 사왔다. 어서 가방을 벗어 놓고 밥 먹을 준비를 해야지.>>
  그제야 아들놈은 가방을 벗고 밥상에 마주 앉았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갈비여서 인지 아니면 이상스레 맛이 별스러웠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던 아들이 후닥닥 일어나더니
  <<아버지, 우리 래일까지 학비를 다 바치라고 했어요?>>
  <<오, 그래 얼마인데?>>
  <<딱 100원 입니다.>>
  <<근심말라, 아버지가 래일 아침에 줄테니. 어서 자거라.>>
  봉구는 또 쓸곳이 생겨서 시름이 놓였다. 더우기 학교에서는 근본상 감별기도 없을것이고 또 애들이 돈을 바치는 곳이니 크게 의심도 없으니 마음을 놓을수가 있었다.
  이튿날 아침 봉구는 아들에게 100원짜리 가짜돈을 쥐여주며 
  <<야, 용팔아, 돈을 내고 인차 제자리로 들어가거라. 그리고 지금은 가짜 돈들이 많이 날아 다니니깐. 선생님이 누가 가짜 돈을 냈다고 말해도 절대로 승인하지말아라. 알겠니?>>라고 신신 당부 하였다.
학교에 도착하니 애들이 한창 줄을 서서 돈을 내고 있었다. 용팔이는 아버지가 하시던 부탁이 생각나서 묘한 꾀를 연구하였는데 돈에다 자기 이름을 썼던것이다. 그리고는 시뚝해서 선생님께 바쳤다. 늘 제일 맹꼴에 바치던 용팔이가 오늘 이렇게 선참에 바치니 선생님은 저으기 기뻐하는 기색이 였다.
봉구는 한창 저녁 준비에 서둘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놈의 일이 어딘가 걱정스럽기도 하였다. 이때 아들놈이 문을 떼고 들어섰다. 봉구는 인차 아들을 붙잡고 물었다.
  <<얘, 선생님이 뭐라고 안 하시던?>>
  <<말했습니다. 내가 돈을 제일 빨리 바쳤다며 칭찬을 했습니다. 히히..>>
  <<아니, 누가 가짜 돈을 바쳤다는 말은 없었니?>>
  <<아, 그거 걱정하지 말아요.. 아침에 아버지가 신신당부 하였지 않았습니까. 걱정 하지 마시오. 내돈은 절대 가짜 돈이 될수 없습니다.>>하며 시뚝해서 말했다.
  <<아니, 왜서 그렇게 자신있니?.>>
  <<하하, 내가 아버지 말을 듣고 시름이 안놓여 꾀를 썼습니다. >>
  봉구는 조급한 마음을 다잡으며 캐고 들었다.
  <<무슨 꾀를 썼니?>.
  <<아버지 근심하지 말라니깐. 내가 바친 돈에다 나는 내 이름을 원주필로 곱게 썼다니까요.>>
  봉구는 땅바닥에 벌렁 주저앉으며 너무도 억이막혀 아들놈을 쳐다보았다.
  다른것보다 봉구는 아들애가 걱정스러웠다. 일단은 발각이 되면 어떻게 하겠는지 참 기막힌 일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선생님을 속였으니 참 ……
  이튿날 아침 봉구는 학교가는 아들애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천진한 아들은 아무런 우려도 없이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즐거운 기분으로 학교로 갔다. 봉구는 온종일 안절부절 못하였다. 혹시 아들놈이 선생님께 구박이라도 받을가봐 몹시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이튿날도 학교에서는 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늘 어딘가 미안한 생각이 떠날줄을 몰랐다. 글쎄 그돈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 괜찮은데 혹시 이 마을안에서 돌면 재미가 없었던것이다. 
  봉구도 이 일을 거의 잊을 무렵이였다. 은행의 직원 두명이 용팔이를 데리고 집을 찾아왔다.
  <<아저씨, 이 돈에 문제가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당신의 아들은 참 훌륭한 아이입니다. 다행히도 돈에 자신의 이름을 썼기에 이렇게 쉽게 찾을수 있었습니다. 혹시 가짜 돈인줄 알고 보낸건 아닙니까?>>
봉구는 긴장해나는 마음을 억누르며 
  <<아니? 나두 몰랐는데. 왜서 내가 보낸 돈이 가짜란 말입니까?>>
  봉구는 시치미를 떼며 돈을 받아 보았다. 그러면서 아들놈이 그렇게 괘씸하기는 처음이였다. 여하튼 어데로 뛰려해도 뛸수없는 형편앞에서 봉구는 그 돈을 억지로 받는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호주머니에서 진짜 돈을 꺼내서 은행직원에게 넘겨 주었다. 
  <<아저씨, 그 돈도 주세요. 은행에서는 무작정 몰수해야 합니다. >>
  <<아니? 이건 내 돈인데?>>
  <<그래요, 아저씨가 그 돈을 또 어데가서 쓰면 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서로 피해를 주고 피해를 입다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을 태우겠습니까?>>
  봉구는 하는수없이 그  돈을 은행직원에게 넘겨 주었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없이 걸상에 주저앉았다. 애타게 담배만 풀풀 태웠다.
  <<아니, 아저씨에게 가짜돈이 또 있습니까? 혹시 있으면 직접 내놓으시오. 그렇지 않다간 아마 법적인 제재를 받을줄로 알고 있으세요.>> 하며 딱딱하게 말하였다.
  봉구는 없다고 딱 잡아떼고 자기 설음을 토하였다.
  <<아저씨, 래일 아침에 우리 은행으로 오세요. 그 경과도 상세하게 공안일군들하구 말하고 그리구 돈도 될수록이면 제가 노력을 해가지고 돌려드릴테니까요. 래일 아침 저희들이 은행에서 기다릴테니 잘 생각해보세요.>>
  일군들은 돌아갔다. 모든 말은 다 기억에 없었지만 돈을 될수록이면 돌려준다는 말에 봉구는 마음이 풀리기 시작하였다. 그날밤 봉구는 많고 많은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하였다.
  이튿날 아침 봉구는 일찍이 가짜돈을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은행으로 갔다. 너무 일찍하여 아직 은행은 문을 열지 않았지만 봉구의 마음은 어쩐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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