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침은 벌써 열한시를 가리킨다. 초저녁까지만 해도 재잘거리면서 함께 텔레비죤을 보던 아들애도 어느새 뿌리 썩뚝 잘린 무우처럼 나동그라져 쌕쌕 코숨을 쉬면서 잘도 잔다. 그러나 혜진인 좀처럼 잠들수가 없다. 이 채널 저 채널 리모콘으로 요리조리 돌려보았지만 하나도 재미없다.
《앙~앙~》 밖에서 고양이 울부짖음소리가 애처롭게 들려온다
《아웅~ 아웅~》 어찌보면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애기우는 소리와 너무나 닮았다. 그래서 그런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친다.
저 고양이는 왜서 저렇게 울고있을가? 사랑하는 새끼를 잃어버렸나 아니면《남편》 혹은《안해》를 잃어버렸나, 아니면 수족 같은 형제를 찾나?
깊은 밤이라서 그런지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밤의 정적을 깨뜨리면서 살갗을 허비는듯한 그리고 심장을 긁는듯한 소리로 들려온다. 혜진이는 불안에 온몸을 바르르 떤다. 쌕쌕 잠든 아들애를 보니 아들애도 애처로운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지 이마살을 잠간 찡그렸다가 다시 안온한 모습으로 잘도 잔다. 철모르는 4살짜리 아들애지만 이 시각만은 깨여났으면 하는 생각이 불쑥 갈마들었다. 혜진이는 창밖을 내다본다. 길 량켠에 있는 가로등이 조을듯이 희미하게 거리를 비춘다. 깊은 밤이라 행적이 뜨음직하다. 밤올빼미처럼 손님 찾아 거리를 여기저기 누비며 다니는 택시들만이 지칠줄 모른듯이 속도를 내여 신나게 달리고있다. 택시를 보는 순간 혜진이의 가슴은 어쩐지 석마돌로 눌러놓은듯이 답답해난다. 눈앞에는 처참한 정경이 너무나 또렷이 나타난다…
술을 거나하게 마신 남편이 비칠거리면서 거리를 걷다가 달려오는 차에 뿌리워 저만큼 나가 동그라진다. 삽시에 콩크리트바닥은 피바다로 된다. 차는 의연히 달린다. 마치도 아무 일도 없는듯이. 숱한 차들이 지나면서도 서지 않고 그냥 스쳐지나가기만 한다… 남편의 목숨이 경각을 다툰다. 숱한 피를 흘린 남편은 결국은 맥없이 눈을 스르르 감는다…
혜진이는 더는 앉아있을수가 없다. 남편신상에 무언가 상서롭지 않은 일이 일어날것만 같다. 아니 일어나고있는것만 같았다. 혜진이는 안절부절한다. 애가 깨날가봐 낮게 틀어놓은 텔레비죤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볼륨을 낮춘다. 그러다가 아예 리모콘으로 꺼버렸다. 집안이 삽시에 조용해진다. 기괴한 기운이 온 집안을 감돈다. 숨이 막힐것만 같았다. 혜진이는 아예 집안의 등불이란 등불을 다 켜놓았다. 지어 화장실의 등불까지 켜놓았다. 집안은 대낮처럼 환해진다. 그러나 맘은 의연히 불안하고 종잡을길 없다. 갑자기 애가 기지개를 켜면서 모로 돌아눕는다. 그녀는 다시 방마다 다 켜놓았던 등불을 하나하나 꺼버렸다. 그리고는 옷을 벗고 애옆에 누웠다. 하지만 눈은 말똥해지기만 한다.(내가 왜 그렇게 못된 생각부터 할가? 금성이 아빠가 어떤 사람인데 사고를 치고 다녀?) 혜진이는 잠시라도 그렇게 고약한 생각을 한 자신이 미워났다. 그녀는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눈을 슬며시 감았다
죽마고우로 자라다가 부부로 되여 별탈없이 영위해온 자신의 가정은 네다리가 반듯하고 든든한 그리고 편안한 쏘파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있던 혜진이다.
그러나 오늘은 왜서인지 그냥 불안하기만 하다. 요즘은 무슨 세월인지 애인바람이 불어가지고 좀 잘 나아간다는 사람들은 저마다 애인이 있단다. 그래서 발렌타이데이면 꽃점의 장미는 평소보담 가격이 세배나 더 높아도 무더기로 팔린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식당이고 뀀점이고 초만원이란다. 더우기 성준이처럼 잘 생기고 또 직업 좋고 사람됨됨이까지 좋은 남자를 녀자들치고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가? 어느 책에서 보았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면 다른 사람도 좋아할수 있다는것이 요즘 애정론리이다. (안돼. 이렇게 불안하게 앉아서 기다리기보담 시원히 나가보자.)
혜진이는 쌕쌕 코숨을 쉬면서 깊이 잠든 아들애를 살펴보고는 옷을 걸치고 밖에 나갔다. 혹시 동네 혹은 아는 사람들의 눈에라도 띄울가봐 혜진이는 가로등에 의해 가로수그림자가 시커멓게 진 담벽밑에 조용히 서서 길 량켠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초조한 혜진의 맘을 헤아리는지 마는지 가로수는 의연히 아무 부담없는듯 느긋하게 설레이기만 한다. 길 량켠으로 오는 택시차량들마다 다 살펴보았지만 택시들은 혜진이앞에 멈춰설줄 모른다. 혜진이는 스적스적 가로수밑에서 걸어나와 길에 나섰다. 그러나 동으로 가얄지 서로 가얄지 방향감이 서질 않았다. 큰 도시는 아니여도 국가급 개방도시로서 자그만치 25만명의 인구를 갖고있는 도시 어느 곳에 찾아가면 성준이를 만날수가 있을지 묘연하기만 했다.
갑자기 귀전에서 애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혜진이는 불에 덴겁한듯 부랴부랴 돌아져서 집으로 향했다. 집문을 떼고 들어서니 다행히도 애가 그냥 이불만 차던졌을뿐 쌔근쌔근 자고있다.
혜진이는 이렇게 속수무책인게 안타까워났다. 그래서 평소에 언니 동생하면서 지냈었고 또 남편끼리도 형님동생하던 사이였던 채연이한테 전화를 넣어보았다. 비록 전화할 시간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별나게 지내던 사이였고 또 채연이 전화는 하루 스물네시간 켜져있으니 아무때건 전화해도 된다던 채연이 말이 생각났던것이다.
뚜ㅡ뚜ㅡ 신호가 여러번 가서야 채연의 잠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채연언니, 나 혜진이예요.》
《응, 이 시간 웬 일이야?》
《언니, 나 잠도 안오고 또 걱정도 돼서 언니한테 전화한거예요.》
《무슨 일인데 이 밤중에?》
《금성이 아빠가 지금까지 오질 않고있어요.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 잘하던 사람이 오늘은 웬 일인지 전화도 없어요. 나 왜서인지 자꾸 나쁜 생각만 들어요.》
《참, 다 큰 사람이 뭐가 걱정돼? 아무 일도 없을거니 어서 자기나 해. 별일 없을거야.》 채연이의 목소리는 아까와는 달리 잠기가 싹 가셔지고 어느새 또랑또랑해졌다.
《언니,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될가?》
《그럼, 걱정말고 푹 자. 성준이 평소에도 얼마나 점잖고 또 행실이 바르니? 그러니 걱정말어.》
《네, 알았어요. 그럼 아무 걱정 안하고 저도 잘거예요. 깊은 밤중에 언닐 놀래워서 미안해요. 그럼 잘 자요.》
혜진이는 채연언니 말처럼 성준이가 아무 일도 없을거라 확신하였다. 그렇게 맘가짐 가지니 크나큰 돌무지에 눌리운듯하던 맘이 좀 들리는것 같았다. 혜진이는 옷을 벗고 애옆에 다시 누웠다. 그러나 두눈은 의연히 말똥말똥하였다. 그래서 아예 자리차고 일어나 창문밖을 내다보았다.
혜진이네 집은 4층이다보니 밖의 정경이 한눈에 확 안겨올 정도이다. 이때다. 빨간 택시차가 스르르 미끌어지듯 아빠트아래에 와 멈춰선다. 차에서 성준이가 내린다. (아이구, 인제야 오는구나) 혜진이가 속으로 이렇게 말하려던차에 안에서 누군가 뒤따라 내린다. 혜진이가 살펴보니 녀자이다. 가슴이 널뛰듯 쿵쿵거린다. 두눈에선 불길이 확확 뿜겨나온다. 찬히 여겨보니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다. 틀림없는 채연이였다. 금방까지 전화에서 걱정말라던 채연이였던것이다. 채연이는 성준이하고 뭔가 몇마디 말하는것 같더니 손바닥으로 키스를 날려보낸후 성준이를 살며시 끌어안아보고서야 차에 올라탔다. 성준이가 손을 젓자 차는 부르릉 하고 꽁무니를 내뺐다.
순간 혜진이는 그 자리에 팍 꼬꾸라졌다. 두눈에선 눈물이 좔좔 흘러내린다.
기다림의 대가가 이게였던가? 갑자기 목안이 꽉 미여오더니 뭔가 울컥 하고 쏟아나왔다. 시뻘건 피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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