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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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함
2009년 02월 27일 09시 35분  조회:1063  추천:26  작성자: 박초란
    오늘도 H시 거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바다를 이룬다. 모두들 자기 삶에 쫓기는지 제 갈 길만 재촉한다.더러는 왼쪽길로, 더러는 오른쪽길로…
    한 할머니가 인행도로 스적스적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오금이 불편한지 한쪽 다리를 살짝살짝 절는다. 할머니는 부지런히 걸음만 재촉한다.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피곤한 모습이다.
    갑자기 할머니 눈이 어둑새벽의 하늘중천에 간신히 걸려있는 별마냥 반짝한다. 가로수아래에 뭔가 네모반듯한 물건이 놓여있는것이 보였던것이다. 할머니가 찬히 여겨보니 파란 판에 빨간 장미꽃포장지로 이쁘게 포장된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함인것 같았다.
     <<이그그, 누가 이걸 떨구고 지나갔구나. 이렇게 잘 포장한걸 봐선 아마 귀중한거 같은데….떨군 사람은 얼마나 아까울가? 내가 주어서 임자 기다려볼가?>>
    <<아니, 아니야, 요즘 세월에 누가 주은것을 돌려준다고. 내가 주으면 내물건이나 다를바가 없는거지. 근데 이 안에 뭐가 들어있을가? 혹시 금반지? 아니면 손목시계? 훗훗훗… 암튼 좋은 물건이 들어있을지도 몰라.>>
    할머니가 굼뜬 오금을 꺾으면서 가로수 밑에서 주인을 기다리듯 고스란히 놓여있는 포장함을 주어들었다.
    이때다. <<스즈끼>>표 오토바이를 탄 청년이 뒤에 요염하게 차려입은 약혼녀인지 아니면 친군지 하는 녀자를 싣고 할머니옆에서 급정거를 하는것이였다. 청년은 다짜고짜로 할머니손에서 포장함을 빼앗아 쥐였다. 그리곤 뒤좌석에 앉은 녀자한테 넘겨주려고 한다. 찰나 할머니가 대노하면서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 그래 이것이 니 물건이란 말이냐?>>
    <<그럼요. 그래 할머니 물건인감? 금방 할머니가 줏지 않았어요? 제물건이란 말이예요.주은 물건을 임자한테 돌려주는것이 도리가 아닌가요?>>
    <<니 물건이란 근거가 어디 있니? 있으면 어디 대봐.>>
    <<이 로망할 할머니라구야. 내거라면 내건거지 무슨 근거구 떡대가리구 할거 있어요?>>
    <<뭐야? 안돼. 이 물건 그렇게 내줄수 없는거야. 니것이란 근거두 없이 왜 널 줘?>>
    <<이 로친이 어디서 아다모끼상하는거네. 그래 할머니꺼란 말입니까? 되지도 않을 소리 그만두고 손놓으세요.>>
    <<못놓아. 내가 주은거야. 니가 뭐래서 니거라니?>>
    할머니는 청년의 우악스런 손을 콱 밀쳤다. 아무런 방비도 준비도 없던 청년은 기우뚱하다가 바로 섰다. 하마트면 뒤로 넘어갈번하였다.
    <<이긍, 이 할머니 정말 무법천지네. 인젠 손까지 대려고 하네. 늙은이라고 봐주니 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고 살았군. 좀 나이 들었으면 헴차리세요. 주제파악도 모른 로친네라구야…>>
    <<너 뭐 어쩌구 어째? 이마에 피도 안마른 놈이 누구하고 함부로 주둥아리 놀리니?>>
    <<할머니, 그 물건이 우리거란데두 왜 그렇게 왕아다모끼상하세요? 제가 부주의로 떨구고서도 몰랐다가 집에 간다음에야 발견하고는 제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지금 이렇게 급히 오토바이 타고 온거래요.근데 할머니께서 번연히 줏었음에도 무슨 말이 그리도 많고 또 악쓰고 가지려고 해요?>>
    오토바이 뒤좌석에 앉았던 처녀가 목청을 높이며 웨치다싶이 말했다.
이에 할머니는 어리벙벙해났다.한동안 할말을 찾지못했다.
    할머니가 아쉬운대로 물건에서 손을 놓으려는 찰나, 구레나룻이 더부룩한 장정 하나가 나타났다. 얼굴이 검붉고 키가 장대같이 큰 그 장정은 몸도 곰처럼 우둑지였다.
    <<그 물건서 다 손을 못 뗄가? 제것도 아니면서 뭐 서로 제것이라고 옥신각신이야? 그 물건임자는 이 로인도 아니고 너희들것도 아니고 바로 나야.>>
    <<아니예요. 제것이예요. 제 남자친구하고 쇼핑했는데 아까 이 가로수 밑에서 쉬다가 그만 부주의로 두고 간거예요.>>
    <<뭐? 부주의로 두고간거라구? 허허… 리유도 안될 소리를 하지마. 그래 딱 이 물건만 두고갔단 말인가? 차라리 욕심나서 가지고 싶다고나 하는게 딱인거 같은데?>>
    <<말조심하세요. 입에서 나온거라구 다 말인거 아닙니다. 그럼 이 물건이 아저씨것이라도 된다는 리유가 어디 있어요?>>
    <<뭣이? 죄꼬만 자식이… 내것이라면 내것인거야. 내가 이 물건을 두고 갔단 말이야. 그래서 나도 부랴부랴 찾아왔는데 니것이라니? 되지도 않을 소리 싹 그만두어.>>
    그 한쌍의 남녀와 장정은 서로 니 물건이니 내물건이니 하면서 한동안 옥신각신 다투었다. 할머니는 한복판에 서서 청년 남녀를 쳐다봤다 장정을 쳐다봤다 한다. 아까 잠간 반짝하던 좀은 시뿌연 눈에 초조함과 실망이 더러 실려있다. 물건 하나 놓고 임자가 두셋씩 나타나서 문제가 복잡해지니 더 삐치기도 시끄럽고 또 더 삐칠 용기도 힘도 없었던것이다.
    이때다. 열둬살 되는 단발머리 녀자애가 이들한테로 다가온다. 그 애는 사람들이 옥신각신 다투던 나머지 서로 얼굴 붉히는것을 한참 지켜보고 있었다. 나중에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거칠고 또 목소리까지 점점 높아지니 숱한 행인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의 오가는 말을 듣던 행인들은 더러는 시끄럽단듯이 자기 갈 길은 재촉하고 더러는 별 할일이 없는지 흥미있게 구경하고 있다. 마치도 재롱을 떠는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듯이…
    사람들이 모여들고 하여도 그들의 쟁론은 끝날줄 몰랐다. 서로 제물건이라고 우격을 부리는데서 누구도 지려 하지 않았다.
    이때다. 그 열둬살 되여보이는 단발머리 소녀가 챙챙한 목소리로 오돌차게 말했다.
    <<저, 다들 싸우지 마세요. 대체 누가 물건 임자인지 하는건 판단하기가 간단한겁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서로 제것이라면 어떻게 해요?>>
    <<그럼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니? 니가 말해봐.>>
    구경군들속에서 누군가 제꺽 맞장구쳤다.
    <<거야 간단하죠. 이 함안의 물건이 대체 무엇이며 색갈이며 모양새까지 정확히 맞추는 사람, 그리고 더 나아가서 물건값까지 정확하게 맞추면 임자가 아니겠어요?>>
    <<맞다. 그럼 니가 재판서고 이 분들은 자기가 잃어버린 물건이 무엇인가를 바로 대면 되는것이구나. 그럼 량쪽 분들은 서로 자기가 잃은 물건이 무엇인가를 대보시죠.>>
    두 청년 남녀는 잠간 얼굴에 망연한 기색을  띄웠다. 하지만 인차 태연자약한, 그리고 자신만만한 자세를 취하였다. 반대로 장정은 아주 느긋한 다시 말하면 별문제가 아니라는듯한 표정이다.
    <<자 그러면 제가 잠시 재판서는걸로 하죠. 먼저 누구부터 맞춰보시겠어요? 먼저 언니네들이 맞춰봐요.>>
    녀자애는 청년남한테 우선권을 주었다. 술렁이던 구경군들도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더러는 엄숙한 분위기가 사람들 속을 묘하게 감돌기까지 하였다. 어쩌면 인민법원에서 하는 공개재판같은 느낌도 들군 하였다. 다만 판사가 없을뿐이다. 아니 그러고 보니깐 지금 이 죄꼬만 녀자애가 <<판사>>노릇하고 있는것이다.
    청년은 아무런 주저도 없이 <<내가 약혼녀한테 사준 반지가 그 안에 들어있다. 황금반진데…>>
    <<맞아. 금반지야.>>
    <<네 금반지라 했어요. 몇그람짜리세요?>>
    <<저….그람수까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않았는데 아마 6그람 좀 넘는다는것 같아.>>
    처녀가 말을 이었는데 어쩐지 대답이 시원하질 않았다.
    <<자, 그럼 이번엔 아저씨 차례예요. 어서 말씀해보세요.>>
    <<그 안의것이 목걸이란다. 백금목걸이. 내가 산건데 누구한테 례물로 드리려고 샀다가 그만 부주의로 떨구었거든. 그래서 나도 찾아온거야.>>
    <<네, 알겠어요. 그럼 풀어봐도 되겠네요. 그럼 제가 여러분들 앞에서 펼쳐볼테니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판단하자요.>>
    삽시에 구경군들이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대체 누가 그 보물함의 주인일가 하고 무척이나 궁금해났던것이다. 반대로 청년남녀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어려있었다.
    녀자애가 겉포장지를 풀기 시작하였다. 그애는 죄꼬만 손으로 조심조심 종이를 뜯어냈다. 겉포장지를 뜯어내니 안엔 또 하얀 백지로 포장되여있다. 그애는 또 침착하게 뜯어냈다. 드디여 함이 나타났다. 찬히 여겨보니 빨간 칠까지 한 꽤나 정교하게 만든 나무함이였다. 다행히도 함은 못같은것으로 단단히 박지 않았다. 녀자애는 청년 남녀와 장정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주위에 삥~ 둘려선 구경들을 휘~익 둘러 보았다. 한숨을 호~내쉰 녀자애는 드디여 큰 결심이라도 한듯이 나무함뚜껑을 열어제꼈다. 청년남녀와 장정이 먼저 머리를 내밀고 들여다보았다. 구경군들도 밀물처럼 우르르 다가왔다. 순간 <<부르릉~>>하는 오토바이 발동소리가 들리더니 청년남녀는 내꼴봐라 하고 달아나고 있었다. 여태 자신만만하고 태연자약하던 장정도 워낙 불그스럼하던 얼굴에 모닥불이라도 뒤집어 쓴듯이 지저벌개지더니 슬그머니 구경군속을 빠져 나갔다.
    <<하하하…호호호…훗훗훗…허허허…>>
    구경군들속에서 삽시에 웃음주머니가 터졌다. 이 광경을 지켜 보던 할머니가 풍덩 하고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함안엔 워낙 죽은 파랑새가 고스란히 누워있었던것이다.아마 어느 애가 기르던 새가 죽으니 너무도 맘아파 이렇게 포장하여 나무아래에 두는걸로 자신의 새에 대한 애정을 표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애구구, 보물인가 했더니 이게 뭐야? 세상에, 이렇게 멋진 함안에 이게 뭐람? 기가 막혀 쯧쯧쯧…>>
    <<참 어른들이란 너무 해요.어른들은 우리 어린이들한테 늘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오늘은 이게 뭔가요? 그래가지고 어떻게 자기 자식이랑 교육해요? 제것이 아닌 물건을 가지고서도 서로 자기거라고 싸우고 하니…참 어른들은 너무 미워요.흥!>>
    녀자애는 억울한듯 그리고 화가 난듯 얼굴까지 새빨개나면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한다. 그리곤 여러사람들 앞에 <<보물함>>을 다시 내보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보물함>>을 손에 든채로 어디론가 가버렸다. 술렁이던 사람들은 모두가 뒤통수를 하나 탕!하고 얻어맞은듯한 느낌이다.모두들 입에 자물쇠를 놓은듯이 한마디 말이 없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머리를 수그리고 깊은 사색에 잠기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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