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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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눈
2009년 03월 04일 10시 15분  조회:1140  추천:36  작성자: 박초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유리가 옷짐을 싸들고 IMG골프장에서 한 500메터 떨어진 《홀인원가든》에 찾아가는 날이자 올들어 장사가 젤 바쁜 날이였다.
    출근 첫날은 식당일이라곤 해보지도 못한 유리한텐 정말 곤혹스러운 날이였다. 사장이고 종업원들이고 다 제할 일에 눈코뜰사이 없이 보내는지라 유리가 식당에 들어섰어도 알은체를 안했다. 남들이 팽이처럼 돌아칠 때 아무리 첫날로 것도 남의 소개로 일하러 찾아왔어도 이렇게 꿔온 보리자루처럼 서있는것이 일이 아님을 여긴 유리는 나이가 듬직한 녀인한테 눈길을 주면서 《저요, 김선생님의 소개로 여기 일하러 왔는데요. 짐부터 둬야겠네요.》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녀인은 《아, 그래요? 그럼 우선 짐부터 저기 창고에 갖다 넣으세요.》라고 한마디 하고는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을 쟁반에 담아 들고 다급히 손님방에 들어가는것이였다. 그 복잡한 가운데서도 그 녀인의 기우뚱거리는 걸음걸이가 유리의 눈에 유표하게 안겨왔다. 이상하다 싶어서 다시 한번 보니 녀인의 허리가 구부정한것이였다.(허리병이라도 있는건가?) 유리는 자기나름대로 추측하고 사장이 일맡기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유리한테 일 시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리는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절로 주방에 쑥 들어가서 그릇도 부시고 채소를 씻기도 하였다.

    오후 한시쯤 되자 손님이 뜸했다. 주방안의 일군들도 그때에야 한숨을 내쉴수가 있었다. 료리사 녀인이 《자 , 절 따라 와요.》하고는 유리를 데리고 홀로 나갔다.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뜬 상은 반찬그릇들이며 술잔이며 물수건들이 어수선히 널려있다. 주방장은 유리한테 일하는 순서와 방법을 일일이 가르쳐주었다. 주방장 보기에도 유리가 별로 일을 해본 솜씨가 아니라고 여겨선지 《천천히 배우면서 열심히 하세요.》라고 한마디 하고는 다시 주방에 들어갔다. 그러니 유리는 주방서 한두시간 《실습》하고 홀로 나온셈이다.
    10월이 되자 날씨는 제법 싸늘했다. 《홀인원가든》의 정원앞의  이름모를 나무잎도 어느덧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그중 어떤 나무 잎사귀는 계절 먼저 달려왔는지 벌써 락엽이 되여 바람에 어수선히 뒹글어 다닌다.
    《홀인원가든》에선 매달 첫째 월요일하고 둘째 월요일에 휴식한다. 래일은 마침 첫째 월요일이라 휴식하는 날이다. 시골의 가을날씨는 아침저녁으로 유달리 싸늘하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유리가 사장보고 《사장님, 저 오늘 옷 가질러 서울 가려고 하는데요. 인젠 추워서 갖고 온 옷으론 안되겠어요.》라고 하니 사장은 《저녁 9시에 가.》라고 쌀쌀맞게 대답한다.
    가을비는 지꿎게도 저녁이 되였어도 끊을줄 몰랐다. 저녁 8시까지 된장찌개 한그릇 팔지 못했다.
    사장며느리인 정미가 《유리이모, 서울 가신다면서요. 손님도 없는데 왜 지금도 안가고 있어요?》라고 올롱하니 유리를 바라보면서 묻는다.
    《9시에 가라 했어.》
    사장은 미정이를 할끔 흘겨보면서 한마디 한다.
    손님하나 없는데 밤길을 한시간이라도 먼저 보내면 죽나하고 유리는 고깝게 생각했다.
    언제 내렸던가싶게 련속 나흘동안 징그러울 정도로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끊고 하늘이 말갛게 개였다. 비온뒤 가을하늘은 한결 푸르렀다. 비가 많이 내린 통에 골프 치러 자주 다니던 사람들 손바닥이 얼마나 근질거렸을가 하는 생각을 한 유리는 이런 날씨엔 골프치러 오는 사람들이 긍정코 많을거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유리는 여느때보담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서 청소를 마치고 상추까지 한바구니 가득 씻어놓았다. 한낮이 되여서야 식당에 나온 리은경사장은 무둑히 쌓인 상추바구니를 보더니 《애두, 무슨 상추를 이리도 많이 씻었니?》 하고   못마땅하다는듯 눈꼬리를 치뜨면서 묻는다.《오늘 손님이 많을거 같아서요.》 유리가  대답하자 사장은 《상추야 그때그때 씻으면 되지 뭐가 그리 걱정이 돼서. 상추를 씻어놓으면 쉽게 상한단 말이야.》 하고 언성을 높인다. 전번엔 평일인데 손님이 많이 닥쳐들어 씻은 상추가 모자라게 되자 적게 씼었다고 나무람하기에 오늘 좀 많이 씻었더니 또 너무 많이 씻었다고 탓한다. (어휴~ 참 까탈스런 녀인이야. 저 녀인의 속엔 대체 뭐가 옹크리고 앉아있을가?)  속으론 감주같은것이 부글부글 괴여올랐다. 누군가 한국에서 일하다가 스트레스 받으면 일부러 흥겨운 《강원도 아리랑》을 흥얼거리는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짚고 넘어간다 했다. 이 시각  유리야말로 그런 식으로라도 찜찜해진 기분을 풀고싶었지만 입에서 도저히 노래가 나오질 않았다. (에이, 그냥 한쪽귀로 듣고 한쪽 귀로 내보내자. 차라리 안 들은걸로 치자. 아님 뭐가 짖거니 하자.)
    과연 그날 손님이 무척이나 많았다. 먼저 온 팀이 가기전에 또 새로운 팀이 쳐들어왔는데 어느 방마다 손님들로 꽉 찼다. 어떤 손님들은 유리가 상을 거두기를 선채로 기다리기까지 하였다.《청실1호》방에 앉은 손님들은 골프에서 홀인원까지 하고  하늘에 떠오른 고무풍선마냥 기분이 둥둥 뜨는지 갖고온 양주 한병을 다 마시고서도 소주에다 맥주 그리고 사이다까지 청했다. 그러다보니 잔만 해도 물컵으로부터 양주잔, 소주잔, 맥주잔, 커피잔까지 20개나 되였다. 그 손님들이 가자 유리는 뺀 그릇들을 쟁반에 가득 담고 주방에 씽하니 날라다가 싱크대에 올려놓았다. 순간 쟁반에 담겼던 양주잔이 또르르 굴러내리더니 아차소릴 내기도 전에 《쟁그랑!》하고 땅에 떨어졌다. 이쁜 양주잔이 순식간에 두개나 박산났다. 유리는 급한김에 인차 몸을 쪼크리고 앉아 깨진 유리쪼각들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손바닥이 때끔해나더니 새빨간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애두 조심해야지, 그렇게 덤비고서야 써빙  어떻게 하니?》
    《죄송해요, 급하다니깐 일이 더 안되네요.》
    《죄송하다면 다니? 양주잔을 깼으니 배상해얄거 아니니? 하나에 천오백원이야.》
    (어휴~  서울깍쟁이라는 말이 있더니 한국은 시골아낙네마저 왜 인심이 이리도 박할가? 정말 인정이 매말라가는 나라구나.)
    유리는 가방을 둔 창고에 씽하니 달려가 새파란 만원짜리 지페 한장을 0리은경사장한테 주었다. 리은경사장은 두말없이 받아선 금고에 넣는다.
    《거스름돈 7천원 여기 놨어. 》
    사장은 거스름돈을 카운터에 놓은채로 유리앞을 지난다. 그러는 사장이 얄밉다못해  발로 지렁이 밟듯이 콱 밟아라도 놓고싶었다. 유리는 이 바쁜 통에 여기 지나면서 거스름돈 가져다 주면 손목이 부러지나요 라고 한마디 내쏘고 싶었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겨우 삼키였다. 그러노라니 목구멍이 막 아파나기까지 했다. (그래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더라. 억울하고 화가나도 참아야지. 참는게 어른이다. 오늘은 내가 어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유리는 왜선지 절로도 웃음이 나왔다. 한편 세살먹은 코풀레기 애들의 입가에 말라붙은 이밥알을 뜯어먹고도 남을 그런 위인인 리은경사장이 오히려 불쌍하게 여겨졌다.
    리은경사장은 위가 안 좋아서 평소에 손으로 늘 위부분을 슬슬 어루만지군 한다. 뿐만아니라 쩍하면 식사를 거르고 또 이번끼를 먹으면 다음끼는 먹지도 못한다. 그러면서도 손님이 많은 날에는 여덟달 내기 애기가 딸린 며느리인 정미까지 동원해서 홀을 본다. 사장이 까탈스럽게 노는걸 봐선 아프겠으면 아프고 말겠으면 말고 하고 짚고 넘어가고 싶지만 사람사는게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리다. 남들이 자기한테 얼음산을 보내면 유리는 오히려 따뜻한 햇살이 무르녹는 봄동산을 통채로 안겨주는 그런 타입이다.
    오늘도 리은경사장은 손님방에 들어갈 돌솥의 누렁지를 긁으면서 위를 슬슬 어루만진다.
    《사장님, 위가 아프세요?》
    《응 오랜 병이야, 약먹어도 그때뿐이지 잘 낫질 않아.》
    《자, 이걸 먼저 드세요.》
    유리가 중국서 갖고간 위약 - 《위강령》네알을 사장한테 넘겨주었다.
    《이걸 먹고 죽는거 아니야?》
    《죽는거라면 전 열번도 죽었을거예요.》 그러자 리은경사장은 배시시 웃으면서 위약을 받았다.
    《이제 퇴근해서 제가 매일 발맛사지 해드릴게요. 한주일만 견지하면 뚜렷한 효과를 볼겁니다.》
    《그게 정말이야?》
    《정말이 옳고 아니고는 해보시면 알게 아닌가요?》
    저녁퇴근을 마치니 시침은 열시를 가르치고있었다. 유리는 지치고 힘든 나머지 샤워하고 그냥 잠자리에 눕고만 싶었다. 그러나 그럴수가 없었다. 사장하고 한 약속도 약속이거니와 자기가 좀만 덜 자고 베푼다면 한사람의 고통을 덜거나 없애버릴수가 있는것이다. 유리는 커피물을 끓이는 물주전자에 물을 끓여서는 가루소금 한줌 푹 쥐여놓고 골고루 저었다.
    《사장님, 이리와서 먼저 발부터 불구세요.》
    《아니, 오늘 힘들었을텐데 일찍 자지 그래.》
    《아니요. 한 40분만 하면 돼요.》
    평소에 늘 가시가 딱딱 맞혀오는듯하던 리은경사장의 말투가 퍼그나 온화해졌다.
    유리는 식지관절끝으로 위반사구 위치인 발바닥의 제1척지 관절의 뒤쪽,  제2척골체중간 앞부분을  발꿈치방향으로 경한데로부터 중하게 힘을 주어 누르면서 긁듯이 안마했다. 이렇게 두발을 골고루 안마하고나니 열한시가 되여가고있었다.
    이튿날 종래로 아침식사를 안하던 사장은 일찌감치 식당에 나와서 배고프다고 밥재촉한다. 그러는 사장을 보고 주방장인 정숙이가 의아한 눈길로 사장을 바라본다. 식사시면 하냥 제일 작은 밥공기가 사장앞에 차례진다.그러나 사장은 푹푹 뜨면 두어숟가락이 되나마나한 밥마저 남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밥이 제일 적게 담긴 공기가 사장앞에 놓였다. 근데 사장은 그 밥을 다 축내곤 반공기쯤 더 달라기까지 하였다.  
    실은 유리는 전업성적인 안마사가 아니다. 아픈데가 너무 많아서 《약석안마방》에 가서 꼬박 한달동안 발맛사지를 받았더니 신기하게도 여러가지 병이 가셔진듯이 나아졌다. 그뒤로부터 유리는 정기적으로 안마받으러 다니면서 안마사들한테서 혈위하고 반사구 찾기와 안마지법까지 배웠다. 또 《족부반사구안마》란 책을 사다가 탐독하면서 집에서 자기의 발로 부지런히 연습하였던것이다.
    리은경사장은 이튿날부터 절로 물을 끓이고 유리가 하던대로 소금 한줌을 푹 넣고는 발을 불구었다. 안마를 한주동안 하니 리은경사장은 하루세끼 꼭꼭 밥을 챙겨먹었다. 병색이 띄여서 검푸르던 얼굴색이 차츰차츰 새뽀야지더니 제법 홍조까지 어렸다. 옛날부터 한동네에서 언니동생하면서 살았다는 주방장인 정숙이가 《언닌 요즘 련애라도 하는거 아니야? 얼굴색이 이뻐지네. 》하고 롱조로 말하자 《응, 요즘엔 애인 하나 생겼는데 너무 잘해줘서 오만가지 병이 떨어지고 미용까지 된단다.》하고 사장은 맞장구친다.
    리은경사장은 오랜 허리디스크때문에 천안시내에 있는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무더기로 가져다 먹어도 별 차도가 없다. 허리를 구부정하고 걷는 리은경사장의 뒤모습을 보면 갓 50대에 진입한 녀자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것이다. 그녀가 걷는 뒤모습은 마치도 70대로인을 방불케 한다.아니 요즘은 70대들도 백두산 미인송처럼 꿋꿋한 로인들이 너무나 많다.
    위병이 나아지자 유리는 허리디스크로 고통을 받고있는 리은경사장의 허리부위도 안마해주었다. 한 열흘 하니 사장은 허리를 쭈욱 펴고다니기 시작하였다. 기분이 좋아선지 아니면 자신한테 정성을 몰부은 유리가 감사해선지 고기집을 경영하면서도 종업원들한테 삼겹살 한번 먹이지 않았다는 리은경사장은 요즘은 가끔 함경도 맛이 다분한 《아바이순대》를 사온다, 함흥냉면을 사온다 탕수육을 사온다 하면서 부지런히 맛있은 음식을 사들였다. 그덕에 종업원들은 요즘 창자에 곱이 들어앉을 지경이다. 한번은 일인분에 2만5천원씩 하는 소고기등심까지 구워먹으라 내놓았고 또 평소에 감히 엄두도 못낸다는 전복생회에다 전복죽까지 쑤어서는 종업원들한테 큰 사발에다 푹푹 떠주기까지 하였다.
    세월이 쏜살같으다더니 인젠 유리가 여기 온지도 석달로 접어든다. 초겨울에 접어들면서부터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지면서 한국은 첫눈이 많이 내렸다. 그래서 텔레비에서고 신문에서고 많이 내린 첫눈이 톱뉴스거리다. 유리도 인젠 한국에서의 생활체험을 할대로 다 한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겪을거 겪어봤던것이다. 애초에 일 시작하면서 가졌던 적어도 한번쯤은 한국에 있는 우리 동포녀성들의 삶을 직접 몸으로 부닥쳐보려는 목적에 충분히 도달했던것이다. 뿐만아니라 용돈도 꽤나 벌수있어서 심신이 고달팠지만 기분은 나쁘질 않았다. 마침 졸라라는 젊은 몽고녀자가 홀써빙으로 들어왔기에 유리가 오늘 당장 떠난다해도 식당영업엔 별 지장이 있는것 같질 않았다.
    《저 사장님, 사정이 있어서 인젠 집에 가야겠어요. 자 이건 저의 명함장이예요. 이제 중국에 오시면 제가 중국 10대골과명의가운데에 든 의사를 소개해드릴게요. 그 의사한테서 치료하면 허리디스크는 인차 나아질거예요.》
    《어머 , 유리야, 넌 원래 작가였구나. 근데 왜 일찍 말하지 않았어?》
    《제가 연변에서 작가일뿐이잖아요. 저 랠 모레 떠나갈게요. 그동안 일 잘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사고도 잘 치고요.》
《알았어, 랠 내가 월급 다 계산해줄게. 그리고 랠은 오전까지만 일하고 오후엔 떠날 준비나 잘해.》
    유리가 갖고 온 옷짐들을 그대로 가지고 막 식당출입문을 나서고 있을 때였다. 새까만 호화형《에쿠스》표 승용차가 유리앞에 와서 치익! 하고 멈춰섰다.
    《자 올라타, 내가 서울까지 태워다 줄게.》
    《혹시 서울에 볼일이라도 있는거예요?》
    《딱 볼일이 있어야 서울 가나? 유리도 데려다 줄겸 오래동안 못해본 서울구경도 할겸 가는거지.  자, 어서 타.》
    《전 뻐스타고 천안역까지 가서 렬차 갈아타면 되는데요. 저때문에 굳이 갈 필요는 없어요.그 먼거리를.》
    《자 올라타, 너답지 않게 무슨 말 그리도 많어.》
    리은경사장은 유리의 팔을 마구 잡아 끌었다. 정말 모를 사람이 봤으면 랍치라도 당하는줄 알겠다고 생각한 유리는 싱거울 정도로 혼자서 피씩 웃곤 순순히 차에 올라탔다.
    《자 받어, 내가 주는 선물이야.》
    《어머 사장님 , 선물은 무슨.》
    《한국에선 선물을 준 사람앞에서 펼쳐보는거야.》
    《그래요? 암튼 고마워요. 근데 뭔데 꽤 묵직하네요.》
    《펼쳐보면 알거 아니야? 얼른 펼쳐봐.》
    유리가 꽃천으로 이쁘게 싼 장방형 모양의 박스를 풀어보니 새까만 새노트북이였다.
    《어머 사장님, 이건 너무 귀중한건데요.》
    《니가 작가니 아무래도 이게 필요할거 같아서 생각다못해 걸로 선물했어. 이다음엔 작품을 써선 나한테 먼저 보여줘. 내가 유리의 첫 독자로 될거야. 그 노트북 싸구려가 아니야. 거기 영수증까지 있는데 170만원짜리야. 그 정도면 한국에서도 알아봐주고 있거든.》
    《아니예요. 이렇게 무거운 선물 전 못받아요. 그리고 일한 대가는 한푼도 차나지 않게 다 계산받았기에 안 이러셔도 돼요. 암튼 성의만은 고맙게 받을게요. 》
    유리가 노트북을 막 밀어놓자 리은경사장은《애두, 뭔 고집이 그렇게 세니? 내가 중국가면 니가 가이드 안해주겠니? 그리고 명의도 소개 해준다면서. 내가 가이드비하고 의사소개비를 먼저 주는셈치면 안되니?》하고 동그란 눈을 곱게 흘긴다.
   유리의 가슴은 어느덧 훈훈해난다.
    창밖 고속도로 량켠에 쌓인 겨울눈이 해볕에 새물거린다.
    (겨울눈이 아무리 차디차다 해도 이제 봄이면 따스한 해볕에 다 녹아내릴테지!)
    《유리야, 너 요까짓거 있을거면 왜 왔니? 바람결처럼 왔다가 정만 두고 가니 내가슴 아퍼 죽겠다야.》
    리은경사장의 눈엔 어느덧 보석같은 이슬이 맺힌다. 유리의 가슴속에서도 푸르디 푸른 두만강이 떵떵 얼어붙었다가 봄철을 맞아 강심에서 얼키설키 흐르는 눈석임물마냥 뜨거운 그 무엇이 타래치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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