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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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 밤의 달은 둥글다"1
2011년 02월 24일 08시 47분  조회:968  추천:15  작성자: 박초란
 1.

 

퇴근하자마자 춘광이는 부리나케 1실험소학교로 향해 종종걸음을 놓는다.하학하고 눈이 새까매서 기다릴 아들애 남철이를 생각하니 걸음보다 맘부터 학교에 달려간다.책가방을 메고 대문만 눈이 빠지게 바라볼 아들애가 눈앞에 지레 밟혀온다.

춘광이가 헐금씨금 학교대문앞에 다달으니 어느새 남철이가 <<아빠!>>하고 총알같이 튕겨나와 지아빠품에 덥썩 안긴다.

<<어이쿠 내새끼야, 오늘도 공부 잘했어?>>

<<그럼요. 제가 누군데요?>>

<<네가 누군데?>>

<<장춘광의 아들 장남철.흐흐흐…>>

<<허허허.. 그래 .장남철이지 우리 이쁜 아들이지.>>

<<아빠. 오늘도 수학 백점 맞았어요.>>

<<그래.어디보자.>>

남철이는 저만큼 튕겨올랐던 공이 땅에 떨어지듯 아빠품에서 툭하고 떨어지더니 잽싼 솜씨로 책가방서 시험지를 꺼내들어 아빠눈앞에 흔들어 보인다.

<<보세요. 제가 잘하지?>>

<<어디보자. _ 그래 우리아들이야 항상 1등이지.우리 집에서는 1등아들,학급에서도 1등학생. 자식두 귀여워서 죽겠다.

<<아빠, 오늘도 제생각 했어요?>>

<<그럼 했지.>>

<<어느만큼?>>

<<하늘만큼,땅만큼. 남철이도 아빠생각했어?>>

<< 저는요 하늘땅만큼 그리고 바다, 산만큼!히히히…>>

<<자식두 어서 집가자. 배고프겠다.>>

이렇게 부자간이 손에 손잡고 웃음주머니를 길바닥에서 헤쳐가면서 집으로 향한다.

아들 남철이를 기둥같이 여기고 키우면서 모든 잡념을 깨끗이 잊어버리고 삶에 생기를 부여하고 있는 춘광이다.남철이로 하여 삶이 구질구질해지지 않고 찌들지 않으며 자다가 깨여나도 온몸에 새힘이 솟구치는듯 발발발 끓어오른다. 그토록 좋아했던 술은 입에 대지도 않고 퇴근후 부업처럼 하던 마작놀이에서도 손떼고 아예 담을 쌓고 살아오는터다.

더우기 안해 봉자와 리혼하면서 모든 재산을 줄지언정 남철이 하나만큼은 남겨놓으라는 <<가련>> 조건을 들이대고 차지한 아들이다. 옆에서 남자의 힘으로 애키우기 쉽지않다고 지꿎게 말렸지만 그러루한 말들은 소귀에 경읽기였다.그렇게 차지한 아들이라 하지만 눈안에 넣어도 깔깔하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이니 그럴법도 하다.

춘광이가 남철이를 데리고 슈퍼에서 남철이가 좋아하는 새우깡이랑,음료랑 한꾸레미 사들고 집앞에 도착했다. 부자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집문앞에 들어서려는 때다. 연한 밤색머리에 하얀 얼굴을   녀인이 깔끔한 옷차림을 한채 이쁜 맵시를 자랑하듯 길옆에 그린듯이 서있다. 녀인의 모습이 하도나 유표해서 춘광이는 얼핏 녀인한테로 눈길을 돌렸다.

걀큼하고 납작스레 얼굴을 녀인은 과연 이쁘장했다.헌데 눈길은 어딘가 우수에 잠긴듯 하다.어찌보면 눈을 한번 깜빡하기만 해도 찰찰 고였던 눈물이 똘랑하고 떨어질상싶을 정도다.

녀인은 남철이를 보는 순간 눈이 반짝하고 빛난다.방금까지 우수에 잠긴듯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생기랄가 환희랄가 아님 희망이랄가 암튼 말할수 없이 복잡한 그리고 풍만한 표정이다.

이에 무관한듯 남철이는 아빠의 손을 부여잡고 무작정 집으로 향한다.남철이의 뒤모습이 문을 떼고 들어가자 문만 싸늘하게 녀인을 향했다.녀인의 눈빛은 그냥 문을 뚫어지라고 바라본다. 어떤 기대와 초조감이 가득 실린채로.

 

2..

 

의학원 졸업하고  H시병원 약사로 분배받은 은심이는 우학급 선배인 두봉이와 두만강이 마를지언정 자기들의 사랑변치말고 장백산 폭포가 실오리만큼 될지언정 먹은 변치말자고 달밝은 밤에 깜박거리는 수많은 별들앞에서 손바닥 마주 향하고 사랑맹세를 다지였다.학창시절에 의학원 유보도에서 그들은 리상, 사업, 공부 그리고 혼인에 대해서까지 아름다운 설계도를 그려놓았었다.

은심이가 졸업하고 두봉이가 분배받은 H시병원에 오자 두봉이는 은심이와 결혼을 하였다.결혼을 젊은 부부는 금슬이 얼마나 끔찍한지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한쌍의 비둘기마냥 나란히 집문을 나섰고 집에 때도 함께 시장에 들려 장까지 오손도손 보군하였다.

아늑한 혼인생활이 밑거름으로 돼서인지 두봉이는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그는 <<을형간염의 림상치료와 연구>> 론문으로 의학계전문가들의 중시를 일으켰고 인차 지구급 병원에서 총명한 군사가 든든한 군마를 골라잡듯 두봉이를 빼갔다.그러자 본가집은 물론 친구들까지도 은심이가 남편 만났고 남편공대에 게을리지 않았기에 이제 터지게 되였다고 야단들이였다. 은심이 자신도 역시 두봉이가 자기까지 전근시키고 다시 깨알쏟아질듯한 살림할 날을 자나깨나 바라고 있었다.두봉이는 전근해가서 주말이 되기 바쁘게 집으로 달려오군하였다. 출근을 위하여 일요일 오후면 돌아가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두봉이는 쫄쫄 늘구면서 돌아가기 싫어서 죽을 지경이였다.

그러던 두봉이가 한동안 지나서 일인지 발걸음이 뜨음해지기 시작하였다.그러더니 한달에 한번씩 집에 오나마나 하였다.은심이가 언제 오나 전화하면 두봉이는 무슨 왕진이요 회진요 직일이요 하면서 집에 못돌아오는 리유를 수두룩이 밝혔다.그러면서 과실주임으로 되기위해 남들보다 백배의 노력을 하고 일도 몇배로 해야 한다는것이였다.

하긴 새로운 일터에서 자리잡고 발돋움하자면 끈질긴 노력이 수요되는터라 은심이는 그저 남편이 되기만을 학수고대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두봉이가 갑자기 집에 돌아왔다. 넉달만이였다.이미 임신 여섯달을 잡고있었던 은심이는 너무도 기쁜 김에 무거워 나기 시작한  몸을 기우뚱거리면서 직접 장에가 광어를 사다가 남편이 좋아하는 사시미를 조심스레 떠서 만들고 뼈와 대가리로 시원한 국까지 끓였다.

다른 같으면 <<우리 안해 천하 제일이야! >>하면서 볼에 키스까지 _ 소리나게 하던 두봉이였었는데 왜서인지 심드렁하다못해 기색이 어두워보이기까지 하였다.일에 너무 지쳤나보다고 여긴 은심이는 남편잔에 <<홍기하>>술을 붓어놓았다.

<<여보,오래간만에 오셨는데 한잔 하세요. 그리고 피곤을 풀고요.. >>.

<<여보, 당신하고 말이 있소.>>

순간 은심이의 맘은 마구 엉켜진 실타래처럼 복잡해났다.하는 일이 안되나 혹은 의료사고라도 저질렀나 아니면 자신의 전근문제가 안되나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골똑 채운다.

<<무슨 일인지 말해봐요.. >>

<<당신 배속의 애를 지우오..>>

<<? 당신 것도 말이라고 해요? 당신 밖에서 일하느라 힘든거 알아요.. 그리고 저도 당신없이 혼자 애키우기가 쉽지않다는것도 알고요.. 그러나 아무리 바뻐도 애를 키울 자신이 있어요. 이전보다 자고 하면 될게 아닌가요?>>

<<그런게 아니라…>>

<<걷어치워요. 내앞에서 다신 그말 하지 말아요. 배속의 듣고 아빠 미워하면 어쩔라구요.. 임신때엔 좋은 노래만 듣고 좋은 이야기만 하라잖아요. >>

<<여보, 정말 미안하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소.. 여자하고 인젠 떨어질수 없는 사이로 되였소. 여잔 나의 그늘이 되고 닻이 되고 삿대가 되여줄수 있고 나아가서 나를 성공의 대안까지 실어다 줄수 있는 배와도 같은 존재라오. >>

<<당신뭐라구요?그게 진짜 당신입에서 나온 말이 맞아요? >>

<<그러지 말고 진정하오.정말 미안하게 되였소. 나도 어떻게 돼서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소. 허나 분명한건 여자 없인 안된다는 말이요..이제 당신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남자를 찾아가오.  애를 지우고 말이요.>>

순간 은심이는 속이 감주괘듯 부질부질 괘남을 느꼈다.술상이고 남편이고 마구 걷어차고 집어뜯으면서 광란을 일이키고 싶었다. 집채같은 분노가 파도처럼 -하고 일어난것이다.하늘땅이 맞붙은듯 샛노래진다.눈에 고였던 눈물도 왜서인지 어느새 속으로 떨어진다.사람이란 화와 분노 그리고 비애가 극도에 달하면 눈물도 말라버린다 하던데 진짜 그런가보다. 술병사리를 손에 들고 머리우까지 치켜들었던 은심이다. 두봉이는 지은죄가 있는지라 죽여줍시사하고 눈을 감고 버틴대로였다.피할 생각이 없는듯하고 반항할 심사는 더군다나 보이질 않는다. 순간 은심이는 배속의 애가 꿈틀거림을 느꼈다. 요즘따라 옆구리쪽으로 작은 발인지 손인지 하는것이 _ 나왔다가 _ 들어갔다 하면서 태아가 자주 태동하고 있었지만 오늘처럼 발로 차는듯한 격렬한 태동은 처음이였다.들었던 술병사리를 슬그머니 놓고는 두손으로 배를 끌어안고 주저앉은채로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가냘픈 어깨가 널뛰듯 세차게 오르내린다.

은심이는 입던 옷맵시대로 발에 아무렇게나 신을 신고는 차대인하강뚝으로 향했다.지난해 결혼해서 발자욱이 유보도에 두줄이 박힐 정도로 어깨나란히 하고 자주 거닐던 유보도였다. 즐겁게 조잘거리던 차대인하 강물이 가로등에 고기비늘처럼 가끔 번쩍이는데 어쩐지 창백해보이기까지 하였다. 바람결에 설레이는 갈대숲소리도 예전에는 신나게 들려왔건만 오늘은 애처로운 울음소리같이 음산하기까지 하였다.

워낙 길지않은 차대인하 량옆유보도를 두고패 걸으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은심이는 이를 옥물었다.몸과 같이 맘까지 깡그리 떠난 남편을 놔주기로 작심했던것이다. 그러고나니 어쩐지 바위돌처럼 지지누르던 무엇이 천천히 부리워지는것만 같았다.아직도 지지눌리웠던 어딘가가 그냥 아프기는 하지만.

이렇게 그들의 혼인은 일년 남짓이 지탱되다가 새발단을 가져도 못오고 도끼로 자른듯 뭉툭한 종지부를 찍었다.

친정부모와 형제들 그리고 친구와 동료들도 배속의 애를 지우라고 극구 권고하였다.하지만 여섯달동안 키우면서 자기배속의 애는 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총명하며 남부럽지않게 키우리라는 구상을 해온 은심이는 차마 애를 지울수 없었던것이다.아니 사이에 애와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는데그리고 태아와 인젠 너무 정이 들었었던것이다. 은심이는 죽어도 애를 없앨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럭저럭 해산예정일이 다가왔다.역시 병원서 퇴직한 엄마는 병원에 벌써부터 입원수속을 해놓고 해산동통이 시작되지않았음에도 예정일이 됐다면서 은심이를 무작정 입원시켰다.그동안 정신적 고충이 많았고 쌓인 스트레스땜에 난산일수도 있다면서 미리 입원하여 관찰해봐얀다는것이다. 은심이도 그러는 엄마가 싫지는 않았다.

엄마의 걱정대로 은심이는 난산이였다. 분만과정에서  몇번이나 까무러쳤는지도 모른다.

은심이가 눈을 뜨고 정신차렸을 벌써 병실침대에 누워있었다.엄마와 언니가 측은한 눈빛으로 은심을 맞이했다.

<<엄마, 언니. 애기는 건강하겠죠? >>

<<얘야, 굳게 먹어라.난산이라 너만 살리고 애기는 그만미안하다.>.

    <<그래 애기는 어떻게 됐단 말인가요?>>

<<태여나서 얼마 안되여 숨졌단다.안됐다만 우리도 별수가 없었단다. 굳게 먹고 인젠 몸이나 빨리 춰세워야지. >>

은심이는 다시 눈을 _ 감았다. 눈귀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목을 적시고 하얀 이불자락까지 적신다. 그녀는 흐느끼지도 않고 울음소리도 내지않고 그냥 뜨거운 눈물만 흘리군하였다. 엄마와 언니는 그러는 은심이를 말리지 않았다.

다만 무겁다못해 병실땅바닥이 꺼질듯한 침묵이 병실안을 서늘히 감돈다. 다른 침대의 환자들 가족에서 갓난 애를 둘러싸고 법썩이는 소리도 병실안의 침묵을 가셔버리지 못한다.

 

    

3

   

터라이침직유한회사에서 전공으로 일하는 춘광이는 한회사의 재봉공처녀인 봉자와 결혼했었다.

결혼한지  3년이 되여도 어쩐지 그들 사이엔 애가 생기지 않았다.집에서 장손으로 태여나서인지  부모들까지도 손주안아보기가 소원이라면서 은근슬쩍 손주비위를 내비쳤지만 따라주지 않은 현실이였다. 불임증에 좋다는 약은 쓰고 잘한다는 의사는 찾아보았지만 7년이 되도록 태기가 없자 춘광이네 부부는 병원서 검진을 받아보았다.봉자가 선청성적인 불임이라 하기에 단념을 하고말았다. 3대독자가문에서 대하나 남기지 못한다는게 안쓰러워 봉자가 좋은 여자 만나서 자손을 보며 살라고 했지만 춘광이는 인생이 어디 자식이 전부인가 하면서 천벽에 나붙군 하였다.

그러던 차에 그들은 맘의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병원의 친구한테서 리혼녀가 낳은  애라서 아무런 뒤걱정도 하지않아도 된다는 말에 그만 애를 안아왔던것이다. 애가 바로 남철이다.

  세상풍운조화는 가늠키 어렵다더니 애를 사이에 두고 의좋게 보내던 춘광이네 부부가 그만 리혼하게 되였던것이다. 사이에 봉자가 그만 생기고  돈많은 한국부장한테 반하여 (꼬시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춘광이와 갈라섰던것이다. 봉자도 사이에 정든 애를 자기가 맡겼다고 하였지만 춘광이는 모든걸 준다해도 애만은 줄수 없다고 해서 겨우 차지한터다.

 

4

 

<<아빠, 빨리! 학교늦겠어요 . >>

남남이는 옷을 입는 아빠를 재촉한다.

<<됐다 됐어.>>

춘광이는 남남의 손을 잡고 쫒기듯 집문을 나섰다.

    << 저하고 말씀 나눌까요?>>

춘광이가 여자의 말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제 길에서 만났던 눈에 우수에 잠긴듯한 미모의 녀성이였다.

<< 애를 학교에 데려가야 하거든요.. 후에 보면 될가요?>>

미모의 녀성은 달리던 택시를 손저어 불러 세웠다.그리고는 택시문을 열어서 춘광이네 부자더러 앉으라고는 자기자신이 먼저 조수석에 타는것이였다.

<<애가 어느학교로 가는지요? >>

<< 제일실험소학교에요.>>

녀성은 운전기사더러 제일실험소학교에 가란다.

택시가 학교에 도착하자 녀성은 춘광이를 실은대로 곧추 시내로 안내하였다.차가 선곳은 시내안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영업하는 <<솔향기>> 다방이였다.

녀성은 묻지도 않고 커피 두잔을 시켰다.

커피가 상에 오르자 향긋한 커피향이 두사람 사이에 미묘하게 감돌고 있었다.

 

<<_ 누구신지 모르겠는데요. >>

<< 그럴거예요.>>

<< 아세요?>>

<< 까놓고 말할게요.. 선생네 애의 엄마예요.>>

<<, 그럴리가요? 근데 어떻게 아시고 오셨어요?>>

<<실은 저도 애가 죽은줄로만 알았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였어요. >>

그녀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창밖을 한창 응시하더니 춘광이 얼굴을 주시해보면서 이야기주머니를 풀기 시작하였다.

 

애를 낳다가 죽었다는 소리에 실성하고 맘의 상처만 가득 남긴 H시를 떠나고만 싶은 은심이였다.그래서 병원일을 사직하고 그는 남방의 어느 대도시의 외자기업에 가서 통역을 맡았었다. 일로 몸을 혹사하고 몸을 혹사하는걸로 모든 아픔을 잃어버리려고 작심한 은심이는 통역일 외에도 문서작성하기, 해관일 처리하기 할수 있는 일은 죄다 찾아 하였다. 그러는 가운데서 실적을 쌓은 은심이는 사장조리까지 진급하게 되였다. 그리고 나중엔 중국측 총대리로 되기까지 하였다. 아픔만 가득 낳은 고향엔 동안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일한것만큼 보상이 따르는 회사의 총대리로 일하면서 은심이는 인젠 품위 있고 경제력도 어지간히 갖췄는지라 십년만에 고향행차를 그것도 엄마가 병이 위급하다는 전보문에 무작정 고향행 비행기를 탔던것이다.은심이가 엄마가 입원한 그리고 자신의 아픔이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는 H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피골이 상접한 모양으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는듯하였다.십년이나 못본 딸의 모습을 기어이 기다리고야 말겠다는 의념에서 생명의 막바지에서 모지람 쓰는지도 모르지만.

은심이가 병실에 들어서자 맥없이 감고 있기만 하던 엄마가 <<엄마 제가 왔어요. 어서 뜨세요. >>하는 은심이의 애원에 가까운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은심이를 향한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린다. 은심이가 엄마의 손을 잡아주었다.가슴이 미여지는듯하기만 하다.자신의 아픔을 감내하기 너무 힘들어 도망치듯 간후로 엄마한테 전화도 자주 못했었고 생일이거나 설명절이면 소비돈을 푼푼히 보내는것으로 딸의 의무를 간신히 감당했다고 생각했던 은심이였던것이다. 그런데 스러져가는 초불마냥 가물가물거리는 엄마의 연약한 생명을 마주하노라니 그게가 아님을 실감한 은심이다. 마당에 와서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모를 은심이다.

<<얘야, 너한테 지은거 있다.인젠 너한테 털어놓고 용서받고 가고프구나.>>

<<엄마 무슨 말씀 그렇게 하세요? 딸이 불효인거죠. >>

<<얘야 내가 간후엔 주소대로 찾아가보아라. 아들애가 거기 있을거다.너한테 이것만은 털어놓구야 시름놓고 갈것 같구나. 내가 조작해서 애를 남한테 빼돌린거야.혼자서 애비 없는 키우는 볼수 있을것 같질 않아서 죽었다 했단다. 인젠 내가 시름놓고 갈수 있을것 같다. >>

엄마는 은심의 손에 샣노랗게 색바래지고 땀에 절은 쪽지 같은것을 건네주었다.은심이가 펼쳐보니 집주소같은거였다.그리곤 눈을 스르르 감는 엄마였다. 원이랄가 한이랄가 엄마의 식어가는 손을 부여잡고 은심이는 얼마나 슬프게 슬프게 울었는지 모른다.

 

5

 

춘광이는 은심이의 옛말같은 이야기 듣고 맘이 산란해남을 어쩔수가 없었다. 이제와서 친엄마란 녀인이 나타나서 어쩌겠단 말인가? 그래 애라도 도로 찾아가겠단 말인가?그럴수는 없는 일이다.아무리 친엄마라 해도 애는 줄수없는 터다. 실타래처럼 복잡해진 맘을 가까스로 억누르면서 광춘이는 애써 말소릴 차분히 하고 입을 열었다.

<<우리 부자는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두 친아버지로 알고있고요. 그러니…>>

<<아니 저도 애가 살아있다는것만 해도 너무 감사한 일로 생각해요. 언녕 죽은줄로 알았던 애가 세상에 살고 아빠의 사랑 듬뿍 받으면서 공부도 잘한다니. 그리고 밝은 모습으로 씩씩하게 살고있는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겟어요. 단지 애가 보고프고 춘광씨한테 고맙단 인사 전하고싶었어요. 앞으로도 애는 영원히 춘광씨의 애이죠.. >>

그러는 은심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나온다.그녀의 어깨가 잔잔한 파도처럼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녀는 가방을 펼치더니 뭔가 꺼내든다. 봉투다.그리곤 춘광이의 앞에 밀어놓는다.

<<혼자서 키운다는거 알아요.. 남자의 힘으로 키우기 쉽진 않아요. 키우는데 보태주세요.. 그냥 엄마의 맘이라고 생각하시고. 물론 엄마의 자격도 행사못한 엄마지만…>>

<<아닙니다. 우린 유족하진 못하지만 그래두 모자라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그러니 도루 넣어주십시오 그리고 성의만은 고맙고요. >>

춘광이는 봉투를 은심이의 앞에 밀어놓는다.그러자 은심이는 어깨를 세차게 떤다.눈물도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터진 보뚝이다.

<< 오늘 실례많았어요. 이만 일어날게요. >>

은심이는 도망치듯 다방문을 나선다.휘청거리는 그녀가 당장 일이라도 칠것같다. 춘광이가 뒤쫓듯 달려나가니 은심이가 맥없이 그리고 정처없이 어디론가 걷고있었다. 모든걸 포기하고 모든걸 잃어버린 사람과도 같은 아니 모든게 끝장 상황에 부닥친 모습이랄가?

<<여보세요. 기다려 주세요. >>

은심이가 제자리에 멈춰섰다. 휘청거리던 모습이 당장 쓸어질것만 같다.

<< 저녁에 데리고 식사라도 하시죠? >>

춘광이도 왜서 이런 준비도 없는 했는지 모른다. 하고보니 인차 후회가 갈마든다.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정말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은심이는 선자리에서 구십도 경레를 한다.한번도 아니고 두번 세번.

<<그냥 애앞에서 자연스럽게 대해주세요.격동도 하지 마시고. 제가 외국서 돌아온 친척 고모로 알려줄테니깐요.>>

<< 걱정마세요.제가 잘알아서 처리할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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