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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학시간을 맞춰 춘광이는 애 데리러 갔다.
<<남철아 ,저녁엔 한국서 돌아온 고모가 널 보잔다.맛있는거도 사줄거야. >>
<<정말?그럼 아빠도 같이 갈거죠?>>
<<아니 아빤 널 데려다 주고 출근해야 해.오늘 연장작업해야 해.그러니 고모하고 즐겁게 놀고. 근데 숙제는 다 했겠지?>>
<<에이 아빠도 제가 학교서 숙제 다 한다는걸 몰라요?>>
<<녀석두 알았어.그럼 우리 고모가 기다리는 <쵸즈야>에 가자. 자 출발.>>
두부자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쵸즈야>>로 향한다.춘광이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건만 남철이는 갓 날기를 배워낸 날새마냥 신나한다.
<<쵸즈야>>에 이르자 춘광이는 대문어구서 앨 들여보낸다.그러면서 애더러 고모가 널 알아볼거니 인사도 깍듯이 잘해야 한다고 재삼 당부했다.
남철이가 들어서자 은심이는 기다렸다는듯이 마중한다.
<<너 남철이지?>>
<<네 한국서 오신 고모세요?>>
<<응 고모야 . 자 우리 남철 어디 안아볼가?>>
은심이는 남철이의 대답을 기다릴새도 없이 남철이를 품에 안는다. 얼마나 꼬옥 껴안았던지 남철이가 숨을 못 쉴 지경이였다.남철이가 은심이의 품에서 빠져나올려고 한다.그제야 은심이는 애를 놓아주었다.그녀는 애의 얼굴을 두손에 받쳐들고 뚫어지게 여겨보았다.애는 멋적어서인지 눈길을 피한다.그녀는 애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맞대고 비벼댄다.
<<고모 난 배고파요.>>
<<오 이 정신 봐 . 자 우리 남철이 오늘 뭐 먹을가?고모가 다 사줄테니 맘대로 먹어.>>
남철인 치킨 그리고 햄버거, 감자튀김에다 콜라 한컵 주문한다. 은심이도 콜라 한컵 주문하고.
음식이 상에 오르자 남철이는 볼이 미여지게 먹는다. 그러는 남철이를 은심이는 얼굴에 웃음담고 지켜보기만 한다. 컵에 담긴 콜라만 홀짝거리면서. 아니 그녀가 마시는건 콜라가 아니라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물인것이다.복상스러운 얼굴에 패인 보조개가 음식을 씹을 떄마다 폭폭 패여들어간다.은심이를 닮아서인지 남자애들치고 얼굴이 무지 흰편이다. 그래서 애가 더 깨끗하고 순수해보인다. 이런 아들애를 지척에 두고도 엄마란 부름소리 한마디 못 듣는 은심이의 가슴은 피고름이 흥건해진다.욕심같아선 <<아들아 엄마야 엄마가 왔어.>>하고 부르짖을련만. 아니 이 한마디가 목구멍까지 솟구쳐오르는걸 억지로 삼키고 하는 은심이다. 그러노라니 목안이 막 터질것만 같다.얼굴이 다 불그스럼 해진다.
<<인젠 배가 불렀어요.고모, 오늘 우리 집에 가실거죠?>>
<<음 ~ 고모는 일이 있어서 다른데 가봐야 하는데…>>
<<고모 우리집에 가자요 네? 후에 거기 가면 안돼요? 고모 어쩌다 보는데 우리집에 가서 딱 한밤만 자자요.>>
애하고 강아지는 걷어주는데 따른다 하더니 그 사이에 스스럼 없는 사이로 됐나보다.
<<고모가 일이 있어서 후에 갈게.아빠가 집에서 널 기다리겠다. 자 가자.>>
남철이는 별수가 없었던지 할수없이 은심이 손을 잡고 집에 가는 길로 향했다.오래간만에 엄마같은 녀인의 손을 잡은 남철이는 세상 다 가진 기분이다.하긴 아빠가 아무리 잘해준다 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자리가 빈 집은 그냥 허전하기만 하고 또 엄마의 체취까지 그리웠던 남철이기도 했던것이다.
남철이네 집에 가까와 올수록 은심이의 발길은 무거워난다.이제 아들애곁은 떠난다면 또 언제 만날런지. 그리고 아들애가 안보이는 세상 어찌 살아갈련지.아들애가 없는줄로 알았던 지난 세월은 그런대로 허우적거리면서 거의 잊어버리면서 살아왔지만 하나의 건강한 생명체로 살아있는 줄 알고난 지금에 와선 자신을 어느 정도 자제하고 억제할런지 묘연하기만 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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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젠 집에 왔구나.너 집에 들어가 .난 가야겠어.>>
<<고모 그러면 잠간 우리집에 들어가자 응? 딱 십분만 앉아있다가 돌아가세요.>>
애는 무작정 은심일 집에 이끈다.은심이도 실은 아들애가 사는 형편을 보고싶던차라 못 이기는체하면서 애가 이끄는대로 들어섰다.집에서 설겆이 하던 춘광이가 어정쩡해서 일어났다.애앞에서 은심이와 맞띄우니 당황하기만 했다.어망결에 춘광이는 손에 물을 묻힌채로 은심이를 애방으로 안내했다.은심이가 애방에 들어서니 침대옆은 애가 안고자서인지 좀 때가 묻어 어두워진 흰색의 곰인형이 베개옆에 보기좋게 앉혀있고 그 옆엔 외국어 학습용인지 하는 록음기가 놓여있으며 책꽃이엔 여러가지 잡지와 책들이 가득 꽂혀있었다.간소하지만 그래도 정연한 방이였다.옷걸개를 보니 애의 옷이 여러벌 걸려있었는데 다 깨끗하게 빨아둔대로이다. 정말 웬만한 녀인들 못지않게 살림 알뜰히 한 흔적이 엿보이는 집살림이다. 애 방에서 나와 주방에 곁눈질 해보니 주방도 안주인이 없다는 느낌을 줄 정도가 아니였다. 그냥 평범하고 어수룩하며 소박해보이기까지 하던 춘광이가 이 시각 하나의 아스라한 산처럼 소소리 높아보이고 커보인다.인차 갈려던 은심이는 어쩐지 인차 나가고 싶질 않아진다.
<<집이 어지러워서 …>>
<<아니 괜찮아요. >>
춘광이가 어느새 커피 한잔을 가져다 은심이 앞에 내민다. 은심이는 사양않고 받았다.
<<저 인젠 시름놓고 갈게요..그냥 시간나는대로 애 데리고 한번 놀러오시던지 하세요. 대도시에 가서 앨 안광넓히게 하는것도 좋을상 싶으니깐요.>>
<<글쎄요. 그럴 생각도 없지않았으나 출근하다보니 그럴 여유가 별로 없네요.제가 앨 데리러 간다는게 그만 늦었군요..>>
커피를 마시면서도 남철이쪽만 자주 눈길을 주는 은심이를 춘광이도 불안하게 바라본다.그런 은심이는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애들처럼 당황해서 커피잔에 눈길을 떨군다.그리곤 커피를 주-욱 들이 마신다.
<<자 그럼 .>>
은심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저쪽 방에서 책을 뒤지는것 같던 남철이가 어느새 눈치 차렸는지 쫑드르르 달려온다.그리곤 은심의 손을 잡아쥔다.
<<고모 가실려고? 여기서 한밤만 자면 안돼요?>>
애가 간절한 눈길로 은심일 쳐다본다.오래동안 녀자의 체취가 사라진 이 집에 <<고모>>라도 오니 그냥 붙잡고 싶은 모양이다.
<<고모는 가야 해. 그리고 남철인 아빠말씀 잘 듣고 공부잘해야지. 그럼 고모가 또 남철이 볼러 올거야. 알았지?>>
남철이는 새무룩하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못내 아쉬운지 쥐였던 은심이의 손을 사르르 놓는다.그러는 남철이를 다시 안아보고픈 은심이다.아니 눈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애다. 가슴에서 뭔가 욱 하고 치밀어 오른다. 은심이는 바삐바삐 신을 신고 뺑소니치듯 핸드빽을 잡아채듯 탁자에서 거머쥐곤 방을 나선다. 그리곤 뒤도 돌아보지않고 문을 나선다
.어느덧 어둠이 깃든 이 자그마한 산간도시의 하늘은 별들이 무수히 떠있다.오글오글 무슨 모임이라도 가지는듯이 여기서 새물 저기서 반짝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뽐내듯한다. 그러는 가운데서 쟁반같은 달이 두둥실 떠잇어 우주의 황제같은 존재로 보인다.
은심이는 쫓기듯 문밖에 나서서 아파트 정원에 있는 라이라크 향기가 짙은 나무옆에 멈춰선다.그리곤 오열을 터치운다. 밤정적이 고요히 깃든 정원은 은심이의 흐느낌으로 가득 찬다. 오랜 세월 거치면서 회사에서 기둥으로 자란 그녀는 그 어떤 담판에서도 태연자약하면서 초인간적인 재능까지 보이면서 자신은 인젠 그 무슨 아픔이라도 감내할수 있다고 여겨왔었다.하지만 은심이는 아들애 앞에서 너무 무기력한 존재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억눌렸던 아니 이미 오래전에 던져버렸다고 여기였던 모성애가 다시 머리를 그것도 아주 강하게 쳐들리고 가슴으로부터 요동치고 있음을 직감했다.
실컷 오열을 터뜨린 그녀는 흩어러진 머리를 손다듬이질 하고는 춘광이네 집쪽에 눈길을 돌렸다. 순간 은심이는 또 한번 휘청거리였다.하마트면 쓸어질번했다.춘광이가 베란다로 자기의 모습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던것이다. 은심이는 쫓기듯 종종걸음 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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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심이는 인젠 자기 사업이 있고 자신의 아픔을 묻어준 곳으로 떠날려고 작심했다.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주고 아픔 만들어 주고 또 뜻밖의 감동을 준 엄마를 묻은 이 산간도시를 떠나는 은심의 맘은 무겁기만 하다. 자식위해 10년간 비밀을 맘속에 응어리같이 품고있으면서 자식 걱정 내내 해온 엄마를 한마디 위로의 말도 따뜻하게 해드리지 못한채 하늘나라에 보낸 것도 가슴아프지만 살점같고 생명같은 자신의 귀여운 아들애를 여기에 두고 간다는 자체가 고역이기도 하였다.그래도 별수없이 언제 다시 올지 기약이 없는 길을 떠나야만 했다.
은심이는 가기전에 장춘광이를 한번 만나야겠다는 욕심에서 전화로 처음 만났던 다방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장춘광이도 떠난다는 은심이를 한번 만나보고픈 생각이 없지 않았다. 이제 만나면 하고싶은 말 다시말하면 남철이는 자기생명의 일부분이니 제발 데려가겠다는 말은 입밖에 뻥긋하지도 말아야한다는 암시라고 하고펐다. 그래야 남철이를 자신이 두고두고 차지할것만 같은 로파심도 생겨남을 어쩔수 없는것이다.
<<솔향기>>다방이다.
은심이가 온지 이슥한듯 생수 한잔 거의 굽내고 있었다. 그녀는 춘광이를 보자 얼른 일어나 다소곳이 머리 숙이면서 <<오셨어요?>>하고 가볍게 인사한다.
맞은 켠에 자리잡은 춘광이는 은심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하였다. 속으론 그녀의 입에서 자기가 바라지 않던 말이라도 나올가봐 조마조마해하면서.
<<벌써 가실려구요?며칠 더 있다가 가시지 그래요.>>
<<아니예요. 인젠 별 볼일도 없으니 가야죠.. 가기전에 춘광씨하고 고맙다는 인사말 직접 하고퍼서 이렇게 불렀어요. 뭐라고 말씀드렸으면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너무 고마워요.세상살이가 막 고맙기까지 해요. 이 세상에 제 아들이 씩씩하게 행복하게 아빠의 사랑 독차지하면서 자라고있다는걸 생각만 해도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 모르겠어요.>>
<<뭘요. 남철이는 제 아들인걸요. 세상에 어느 아빠가 자신의 아들 이뻐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고맙게 여길 필요까지는 없다고 봐요.>>
춘광이는 일부러 <<제 아들인걸요.>>란 말에 악센트를 가했다.대방더러 불가항력적인 인상을 받으라는 뜻에서인지…
은심이는 그런 춘광이의 말에 개의치 않고 핸드빽에서 자기 명함장을 내놓았다.
<<이제 여름방학이 되면 앨 데리고 제가 살고있는 도시에 놀러 오세요. 바다가라 볼거리가 많아요.그리고 춘광씨도 휴식삼아 오시고..거기에 오시면 모든 여건이 편리하니깐요. 그리고 여기 아리랑려행사측에 미리 연락해두었어요.그냥 려행사측에 가실 날자만 정확히 알려드리면 모든게 ok예요.>>
<<네. 좌우간 고맙습니다. 애가 방학이 되면은 생각해볼게요.>>
은심이는 은근한 눈길로 춘광이를 쓸어보다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담았다.
<<자 그럼 이만 일어날게요..부디 몸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은심이는 하야안 손을 대범하게 춘광이한테 내밀었다.그녀는 춘광이 얼굴을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뭔가 말할듯말듯하다가 결국은 그냥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짓고 말았다. 춘광이는 은심의 손을 잡았다가 인츰 놓았다.
<<그럼 잘 다녀가세요.. 그리고 남철이 걱정을랑 너무 하지 마시고요.>>
은심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께로 향했다.문을 나서기 전에 그녀는 춘광이를 다시 어루쓸어보고는 나갔다. 워낙 가냘파보이던 그녀의 뒤모습이 더더욱 쓸쓸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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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심이가 느닷없이 나타나 춘광이의 생활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가 돌아간후론 춘광이네 부자간은 예전이나 다름없이 조용하고 평범한 생활궤도에 돌아왔다. 철부지 남철이도 <<한국고모>>가 언제 오시냐 하면서 춘광이하고 물었다가 외국에 있는 사람이 언제 그리 자주 오냐는 대답에 더는 물어오지도 않았다. 아무도 모르고 잘 자라주는 애가 고맙게 생각될 때 도 있지만 어쩐지 맘 한구석은 그닥 시원치가 않았다. 잘 나가는 생모를 두고 힘겹게 살아가는 자신을 따라 부족함이 많게 살아가는 남철이가 어찌보면 가엽기도 하였다. 그래서 더더욱 애한테 정성을 쏟긴하지만 그래도 자꾸 뭔가 모자람을 느끼군 하는 춘광이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갑자기 남철이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해왔다. 담임선생님은 다급한 목소리로 남철이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엎어졌는데 코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려 지금 시 병원에 왔다는것이다. 춘광이는 전화를 받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춘광이가 병원에 도착하니 선생님은 남철이를 데리고 병원복도 긴의자에 앉아있었다. 남철이 코는 솜으로 막혀있었다. 애얼굴에 피흔적이 말라붙어있었다.선생님은 지금 막 피를 뽑아 화험실에 들여보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춘광이는 애를 끌어안고 의자에 앉았다. 가슴이 여전히 두근거린다. 그리고 그 어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감돈다.
화험결과가 나오자 춘광이는 불이나케 의사한테 가보이였다.
의사는 화험단을 여겨보더니 <<앨 당장 입원시키세요..>>라고 말하는것이였다.
<<입원이라니 혹시 큰병인가요?>>하고 당황해서 물었다.
<<화험단을 보면 혈액에 문제있습니다. 그러니 치료하는 한편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겠어요.>>
춘광이는 애를 입원켰다. 진일보로 되는 검사를 거쳐 애가 <<혈소판감소증>>이란 진단이 났다. 워낙 애라면 껌벅할 정도인 춘광이는 애가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모든 정성을 애한테 쏟아부었다. 그러나 남철이는 다른 애들이 엄마손에서 음식을 받아먹고 또 엄마하고 갖은 응석을 부리는걸 부러운 눈매로 바라보군 하였다. 그러는 남철이가 측은해나기만 하였다. 여러가지로 고민하던 끝에 춘광이는 돈지갑 깊숙이 간수해두었던 은심이 명함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남철이가 몹시 아프다고..
춘광이 전화를 받자마자 은심이는 그날 비행기로 날아왔다. 외국가 있다는 고모가 자기 볼러 왔다는 말에 남철이 얼굴은 보다 밝아졌다.
은심이와 춘광이의 지극정성에 받들려 남철이 병도 많은 호전을 가져왔다. 애가 병원에 입원한지도 여러날이 되는지라 춘광이는 혹시 병원비가 모자라지 않았냐하는 걱정에 병원입원과에 찾아가니 이미 치료비로 2만원의 예금이 들어왔다는것이다. 더 묻지 않아도 은심이가 한 일임에 뻔했다.
춘광이는 병원정원에 나섰다. 그는 스적스적 무거운 걸음으로 병원정원을 배회하였다. 한참 이렇게 배회하던 춘광이는 뭔가 결심하듯 씨엉씨엉 병실에 들어섰다. 애가 어느새 잠들고 있었다. 은심이가 애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면서 애 얼굴을 뚫어지게 내려다 본다.
<< 저 은심씨, 저 은심씨하고 할말이 있어요. 애가 병이 낫으면 은심씨가 앨 데려가세요.애는 그래도 엄마가 있어야 행복할것 같아요.>>
<<거 무슨 말씀이예요.제가 어찌 앨 데려갈수 있어요? 안 들은걸로 할거예요.. 그러니 다신 그런 말씀 하지 말아요.>>
<<아닙니다. 제가 앨 독차지 하려는 생각이 너무 틀린거 같아요.세상에서 엄마가 좋아라는 노래처럼 그래도 애들한테 지엄마가 있어야 하나 봐요.그냥 애가 행복하면 저도 행복한거죠..제가 아무리 앨 사랑한대해도 위대한 모성애를 초과할것 같질 못해요.그냥 애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요.애한텐 그래도 친엄마가 젤 좋은거죠.그리고 실은 제 조건이 애한테도 너무 좋은거 아니죠. 그러니 그리 알아주세요.>>
<<아니예요. 그럴거면 저 갈겁니다. 애 병도 인젠 낫아지고있으니 전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갈겁니다. 물론 제 아들을 차지하는것만큼 기쁜 일은 저한테 다신 더 없지만 그게 사람할짓이 아니니깐요.자 그럼 >>
은심이는 남철이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하고는 애의 얼굴을 찬히 들여다 보다가 큰 결심 하듯 병실문께로 가고있다.
<<엄마, 엄마 흑흑흑 엄마 가지마 가지마세요.금방 아빠가 말하는게 고모가 아니라 엄마라면서요. 우릴 두고 어디 가세요.우리 다 같이 살아요 네? 엄마.>>
<<나 니 엄마가 아니야 난 고모야 흑흑흑…>>
<<엄마 가지 마 가지마. 날두고 어디 간단 말인가요? 난 엄마가 좋아요. 다른 애들이 다 있는 엄마가 왜 나한테만 없어요? 엄마… 엄마 가지마. 엄마가 가면 난 또 엄마없는 애로 되는데…싫어 싫단말이야. 엄마없는 애가 되기 싫단 말이야…엉엉엉…그리고 엄마 없으면 나 더 아플것 같아요.
은심이는 그만 풀썩하고 제자리에 물러앉았다. 온몸의 힘이 다 빠지는듯 하다.
남철이가 언제 아팠냐싶게 총알같이 침대에서 뛰여내려와 은심이 옷자락 부여잡으면서 설음을 호소한다.
<<엄마 가지 마 응? 나 엄마가 있어야 해요.우리 아빠랑 엄마랑 다 같이 살아요.엄마.나 엄마 가면 죽어버릴거야. 나 엄마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아세요?나 밤마다 엄마손잡고 다니는 꿈을 얼마나 꾸었다구요.엄마 날 두고 가지마 엄마 엉엉엉…>>
<<남철아, 내새끼야 엄마야 엄마다. 어디 보자 우리 남철이 엄마가 어디 보자.>>
은심이는 두손으로 남철이의 볼을 만지면서 남철이를 바라보았다.그러나 눈물이 앞을 부옇게 가리워 남철이의 얼굴은 점점 희뿌옇게 안겨온다. 두 모자간은 끌어안고 울면서 떨어질줄 모른다.춘광이는 그들 모자한테로 다가온다..
<<엄마, 엄마 ~>>
<<남철아, 엄마 이다음 또 널 볼러 올게 응?너 그러니 아빠같이 살면서 아빠말씀 잘 들어야 해.알았지?>>
남철이는 은심의 손을 잡아 흔든다.그리면서도 춘광이의 얼굴을 쳐다본다. 마치 구원의 손길이라도 바라는듯한 눈길이다.그래도 춘광이는 못본체한다.아예 눈길을 다른데 돌린다.
<<엉엉엉…엄마 아빠, 왜서 다 내가 싫어요? 아빠는 엄마한테 가라하고 엄마는 안 데려간다하고 엉엉엉… 미워 미워 둘다 미워. 나도 다 싫어.>>
남철이가 병실문을 열고 씽하니 달리기 시작한다. 마치도 굴레벗은 망아지처럼 내처 달리기만 한다. 너무나 뜻밖의 상태이다.그래도 춘광이가 날랜 달음박질로 인차 남철일 잡는다.하지만 애는 억센 춘광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버둥질이다.
<<남철아 , 엄마는 니가 싫어서가 아니야 엄만 널 사랑해 아주 많이 사랑해.>>
헐레벌떡 뒤쫓아온 은심이가 기관총 내쏘듯이 말한다.
남철이는 믿기지 않아서인지 은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그러는 남철이의 얼굴에다 은심이는 자기의 얼굴을 가져대 댄다.남철이도 은심의 얼굴에 조그마한 얼굴을 비비닥거리면서 울먹인다.
<<엄마 가지마 응? 다른 애들은 다 엄마랑 아빠랑 같이 사는데 왜 나만은 아빠하고만 살아야 해? 엄마랑 아빠랑 같이 살면 안돼? 가지말고 우리 같이 살자.>>
남철이는 아빠의 손을 잡아끌었다.순간 춘광이의 얼굴은 새빨개난다.은심이의 얼굴도 잘 익은 홍시다.
<<그래. 엄마랑 아빠랑 같이 살자. 엄마 인젠 다시 아무데도 안가고 남철이랑 같이 살거야.>>
<<애 앞에서 무슨 말씀인가요?>>
춘광이는 의아한 눈길로 은심이를 쳐다본다.
<<남철아 먼저 병실에 들어가 있어. 엄마랑 아빠랑 조용히 할말이 있거든.>>
아빠하고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던 남철이는 안 떨어지는 발걸음이지만 엄마가 시키는대로 들어간다.
<<춘광씨, 왜서 제가 싫은가요? 전 전번에 춘광씨 집에 들어서는 순간 가정의 그 어떤 포근함과 이 가정에 파묻히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어요.그리고 더 중요한건 춘광씨의 됨됨이에 감격했어요..애에 대한 사랑과 가정에 대한 책임감말이예요.>>
<<아니 전 남철이 엄마에 비하면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합니다.그냥 애만 위해서는 안되죠.가정이란게 어디 애가 전부입니까?그러니 다시 그런 되지도 않을 말씀 하지마십시오.>>
<<아니예요.. 춘광씨는 충분히 자격이 있어요..우리가 새로운 가정 만들어 가도 큰 모순은 없을거예요. 그리고 갑자기 들이닥친 사랑이라고 그 질에 대해 의심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사랑이란 어느 한순간에 들이닥치는 수가 있어요. 전 믿어요. 그리고 자신있어요. 춘광씨하고 일생을 같이 한다면 행복할것 같아요. 이래도 받아 안주실건가요? 만약 받아 안주신다면 제가 자격미달인걸로 알고있을게요.>>
<<아니 아니 절대 그런뜻은 아닙니다. 너무나 뜻밖의 일이돼서…>>
춘광이는 몸둘바를 몰라한다.그러는 춘광이의 팔에 은심이는 자신의 팔을 가져다 건다.춘광이는 더는 거절하지 않는다.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대문뒤에서 엄마 아빠의 일거일동을 살펴보던 남철이가 쫑드르르 달려나온다.
<<와 우리 엄마 아빠 멋지다. 최고야. 진짜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들 같아 흐흐흐…>>
춘광이는 남철이를 훌쩍 들어서 안고는 한바퀴 빙~ 돈다.남철이가 까르르 웃는다.은심이도 행복감에 잠기여 두 부자간을 대견스레 바라본다.
휘영청 밝은 달빛이 세사람을 부드럽게 어루 쓴다.보름달같이 환한 달이 말없이 이들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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