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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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
2022년 07월 24일 11시 11분  조회:564  추천:0  작성자: 박문희

 

겨울바람

 

번개 싹틔워 잎 뽑아내는 사이

세상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어둠에 짓눌린 구름 성화에

땅 위 여름풀들 숨 죽이지만

눈보라 앙칼진 노래 부르며 달려올 때

대지는 환희로 전율한다.

 

천년 고목 틈바구니에 숨어 버린

시동계획 가물가물한 꼬리

태초에 멈춰 버린 행진의 그림자와

시위 떠난 화살의 망설임

그리고 들불에 얼어 버린

꿈의 귀와 가람의 코는

임해설원 가슴 위를 달리는

뭇새들 환영(幻影) 뒤에 숨어

바야흐로 허공에서 너울너울

춤추고 있다.

 

이제 거친 광야 짓밟으며 달려온

겨울바람은 칼벼랑에 혼신 기대인

나무뿌리가 되어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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