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활
http://www.zoglo.net/blog/wujihuo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우리 동네 골목 풍경선
2019년 08월 18일 11시 47분  조회:4360  추천:0  작성자: 오기활
‘인생 70 고래희’ 라고 하던데 내 나이가 벌써 73살 된다.
“아이들은 날(日)이 빠르고 해(年)가 늦고 로인들은 날이 늦고 해가 빠르다”는 말과 같이 실로 감짝 사이에 한해가 지나니 말이다.
젊어서는 희망으로 살고 늙어서는 추억으로 산다더니 이 나이를 먹고 보니 지나간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어린 시절 우리 사는 동네는 층집이라곤 거의 없다. 모두가 20여평방짜리 단층집에서 살았다.
게다가 줄집이고 집 면적이나 집안의 구조도 대체상 같았다. 심지어 앞마당 구조까지 거의 비슷했다.
 

왕청현 배초구진 봉림촌에서 중학교 동창들과 함께 있는 필자 량철수(오른쪽 두번째)
 
그 때 집들은 집과 집 사이의 간벽이 얇은데다가 밀봉까지 잘되지 않아 조용할 때면 옆집의 말소리도 다 들렸다. 집집마다 부엌쪽 앞마당에 자기 집 너비 만한 자그마한 헛간이 있었다.
집과 집 사이를 막지 않고 자그마한 공간을 두고 집집이 이어졌는데 그 공간이 마당이자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이기도 했다.
줄집의 중간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자기 집으로 가려면 반드시 여러 집들의 문 앞을 지나야 했는데 집안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누가 지나가는 지를 알 정도이다.
어느 무더운 여름철이다. 중간 집에서 사는 남정이 술에 취해 앞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속옷 바람으로 구들에서 대자로 누워 낮잠을 잤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본 젊은 각시가 되려 얼굴이 뜨거워나 어쩔줄 모르는 상황이니.
10여호 가구가 좁은 공간에서 밀집거주하며 이웃사촌처럼 지내면서 큰 말썽 없이 화목하게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사회가 바로 오늘 말하는 ‘조화로운 사회’가 아닌가 싶다.
당시 쌀과 식유는 물론 석탄까지 배급(통장)제로 하다 나니 날씨가 덥기 시작하면 집집마다 석탄을 절약하느라 집에 불을 지피지 않고 밖에서 풀무로 밥을 지어 먹었다. 흙으로 만든 풀무나 나무로 만든 풀무가 집집마다 없어서는 안되는 생필품으로 되였다. 지금은 민속전시관에 가야만 그런 풀무를 볼 수 있다. 집집마다 석탄콕스도 어지간히 준비해 두지 않으면 안되였다. 한달에 한집에서 석탄을 400키로그람씩 공급해주었는데 겨울에 쓰기 위해서 여름에는 석탄을 절약해 썼다.
그 당시 매건(煤建)에서 계서(鸡西)탄, 화룡탄, 량수탄을 공급했는데 사람들은 계서탄이 비록 값은 비싸다고 하지만 화력이 세고 콕스가 많이 난다고 했다. 석탄재도 막 버리지 않고 꼭 재무지를 다시 뚜지며 작은 콕스알갱이까지 모조리 주어왔다.
밥 할 때가 되면 집집마다 앞마당에서 아낙네들이 잽싼 솜씨로 풍로(风炉)로 밥을 지었다. 그 때의 밥 짓는 정경이야말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선이라 하겠다.
연기가 사처에서 스멀스멀 피여오르고 절주 있는 풀무소리에 따라 탁탁 튀는 불꽃, 깔깔거리는 아낙네들의 웃음소리, 구수한 밥향기…
어느 하루 저녁, 네번째 집에서 사는 영봉이 엄마가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하도 이상하여 그 집에 들어가보니 석달 난 어린애가 낮부터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였는데 열이 더 오른다는 것이였다. 남편은 출장 가고 젊은 각시가 어쩔바를 몰라했다.
영봉이 엄마는 다짜고짜로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뒤늦게야 이를 알고 동네 아낙네들이 제 집 일처럼 병원으로 달려가 어린애 상황을 알아봤다.
의사에 따르면 아기가 급성 페염에 걸렸다 한다. 제때에 구급치료를 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번했다며 동네분들은 혀를 찼다.
우리 옆집에는 ‘동네아주머니’라 부르는 분이 살았는데 그 분은 우리 어머니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 분은 해주 김씨란다. 마음씨가 곱고 인품이 후한 ‘동네아주머니’는 나를 몹시 귀여워했는데 색다른 음식만 있으면 나부터 챙겨주셨다.
이웃들과 나누던 따뜻한 정, 사람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생활, 한마음 한뜻으로 동네를 살찌우던 그 시절…
오늘따라 인간미가 넘치던 그 때 그시절의 우리 동네가 생각난다. 
/ 량철수
              길림신문  2019-08-1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28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88 “실패학” 유감(有感) 2019-09-01 0 4054
287 “질문”을 통해 세계의 문이 열린다 2019-08-23 0 4370
286 우리 동네 골목 풍경선 2019-08-18 0 4360
285 트렁크 2019-08-03 0 4166
284 그녀가 여러분게 하고픈 충고 2019-08-02 0 4166
283 기자와 고추종자 2019-07-25 0 5040
282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 2019-07-01 0 4312
281 젊은 후배를 두려워 하라 2019-06-01 0 4862
280 스트레스도 때론 즐기자 2019-05-01 0 4782
279 남을 미워하면… 2019-04-12 0 4435
278 지금에 최선을 ... 2019-04-01 1 4618
277 잊혀지지 않는 까울령고개 2019-03-27 0 4317
276 비록 죽은아이의 자지를 만지는 격이라지만… 2019-03-18 1 4486
275 동년의 설날이 그립고 그립다 2019-03-06 0 4443
274 시련(試鍊)의 뜻 2019-03-01 0 4638
273 안생목표가 확실하면 2019-02-18 1 3959
272 “종이장 국장” 2019-02-01 2 3807
271 연변에서 “이웃절”을 법(조례)정명절로 정하자 2019-01-24 2 3886
270 선과 악은 어떻게 다른가? 2019-01-22 0 4203
269 정부의 “건망증”이 걱정된다 2019-01-15 3 4129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