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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리시진' 김수철전"(련재 16)
2020년 06월 18일 08시 44분  조회:3237  추천:0  작성자: 오기활
16. “당신은 길림성에서 식물표본동정의 제1인자요!”
길림농업대학 곡안근(谷安根) 교수는 나보다 1년 년상으로서 그의 일본어수준은 상당하다. 그래서 우리 둘은 일어로 마음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이다.
우리는 모두 길림성에 있는 농업대학의 교수들인지라 사업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하여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볼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밀접해졌다.
“김교수한테 부탁하시오.”
1988년 7월에 길림성정부에서는 길림성 동부식물자원보편조사활동을 벌렸는데 이 활동의 기술고문으로 나를 초빙하였다.
그 때 성정부에서는 내가 주, 현(시) 2급 농업기술간부 식물조사훈련반 강의와 야외실습 지도에 최선을 다했다고 나에게 표창장까지 주었다.
통화지구 정우현에서 소집된 길림성 동부식물자원보편조사 관련 회의 때이다. 회의장에는 정우현에서 채집한 15,000장의 식물표본들이 전시되였는데 적지 않은 표본에 식물명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전시장의 기술간부가 곡안근 교수를 찾아가 이름이 없는 식물표본을 감정해달라고 하였다. 이에 곡안근 교수가 “나는 식물생리학 전공이니 식물분류와 식물감정에 자신이 없습니다. 이 분이 전문가이니 이 분에게 부탁해보시오.”라고 나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표본감정에 나섰는데 다행히도 부탁을 받은 모든 식물표본들이 내가 능히 감정할 수 있는 것들이라 제때에 정확하게 감정한 데서 참가자들의 절찬을 받았다.
“당신은 길림성에서 식물표본동정의 제1인자요!”
1980년 3월경이다. 연변식물보호소 송동무와 나는 장춘에서 소집된 길림성식물보호회의에 참가하게 되였다. 회의내용은 길림성에서 일본산 살초제 ‘살단(杀丹)’(수전살초제)을 시용한 결과를 일본제약공장 기술담당자에게 회보하는 것이였다.
송동무는 회의 전날에 20페지(A4용지)에 달하는 중문보고서를 나에게 주면서 일본어로 번역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보고서에 있는 식물명사들이 거의다 내가 아는 것들이라 나는 그 날로 번역을 끝냈다. 회의장에서 일본기술자들이 나의 일어번역에 매우 감탄해하였다.
당시 동북사범대학에서도 일어수준이 높다는 모 교수를 청해다가 번역임무를 맡겼는데 그 교수는 한동안 번역을 하느라 애를 썼지만 끝내는 그만두었다고 한다.
회의가 끝난 후 초대파티에서 곡안근 교수가 나를 찾아와 “당신은 일어수준도 상당합니다. 당신은 길림성에서 식물표본동정의 제1인자요!”라고 하며 나를 높이 평가해주었다.
김교수의 퇴직은 농학원의 큰 손실입니다.”
내가 정년퇴직을 한 후에 장춘에서 곡교수를 만나 한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때 서로 말이 오가던 중 곡교수가 어떤 말 끝에 “연변농학원에서 김교수를 정년퇴직시켰는데 내가 볼 바엔 농학원의 큰 손실입니다.”라고 하는 것이였다.
나는 다짜고짜로 “쉿… 교수님, 큰코를 다칠 말씀을 다시는 입 밖에 내지 마십시오. 롱담이면 몰라도 진담이면 큰일 납니다.”라고 하면서 곡교수님에게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리고 계속하여“우리 연변농학원의 어떤 선생님도 이러루한 말을 했다가 뒤조사를 받았는데 결과적으로는 헛소문이라고 증실되였지만 말입니다.”라며 일부러 덧붙여 말했다.
아무튼 나에 대한 곡교수의 평가가 과분한 데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평가가 아닐가 하는 생각에서 그 후 나의 사업의 동력으로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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