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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종족
2017년 08월 03일 15시 41분  조회:569  추천:0  작성자: 장학규
수필
극단종족
장학규


타고난 자비심때문인지 아니면 못된 심리의 작간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가까운 문우나 선배들에게 편지 문안을 할때면 언제나 서두에 “못난 장학규가 인사 드립니다” 운운하기 좋아한다. 그만큼 자신의 형상에 스스로도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자주 느끼게 된다. 

 
삼라만상이 깊은 잠에 푹 취해버린 한밤중이면 나는 한번쯤 거울을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그때마다 나를 요 모양 요 꼴로 만들어준 엄마, 아버지가 얼마나 야속한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자신의 루추함을 시인하는것만큼 비참하고 애처로운 일이 더는 없을것이다. 모두들 “사람은 제 잘난 멋에 산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어찌보면 스스로 못났음을 승인하는데에는 일종의 용기와 도량이 요구될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 땅에서 꿋꿋이 살아갈수 있다면 그것은 그로서의 자신심과 도고함이 안받침되였기때문일것이다. 
 
나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록 보잘것 없지만 나라고 남에게 미안하지 않을 구석 하나쯤이야 없겠냐 따위로 생각을 고쳐 먹고보면 전혀 그런 구석이 없는것도 아닌상싶다. 안 그러면 진작 실망해서 비천한 이 삶을 종말지었을것이지 오늘날까지 살아서 삼촌불란지설을 까불락거릴 까닭이 없을것이다. 물론 그 구석이 어디라고 찍어 말할수도 없고 또 구태여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여하튼 동서남북을 굴러다니면서 나는 주위 사람들의 기분을 잡쳤거나 부담거리로 되여본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예쁜 녀인의 추파까지는 몰라도 적어서 방색을 당한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나에게도 인기를 끌만한 한 모퉁이가 있다는 말이 되겠다. 자아감각이 좋아도 이만저만이 아닐것이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이것이 바로 정상적인 인간의 건전한 심리가 아닐가.
 
철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이률배반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사물 내부에는 긍정과 부정의 요소가 병존하면서 끊임없는 투쟁으로 사물의 발전을 촉진한다는것이다. 
 
어폐가 돌지는 몰라도 문화도 모종 의미에서는 사물이다,. 사물인것만큼 문화의 속성도 긍정과 부정의 통일이여야 할것이다. 이 량자중 어느 한가지라도 없으면 그 문화는 곧바로 발전을 정지하고 나아가서 자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요즘 볼라니 우리의 문화에 상기한 절대적인 긍정 또는 절대적인 부정의 징조가 나타나 저으기 불안해진다. 가장 돌출하게 표현되는것은 언어의 사용에서이다. 
 
한국회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부장이란 작자가 지나가는 나에게 “애, 키 좀 보자.”고 해서 딴에는 작은 내 키를 비웃는것으로 잘못 알고 크게 흥분한적이 있었다. 후에야 그 소위 “키”라는것이 “열쇠”의 영어발음이라는것을 알고 저도 모르게 하품 같은 웃음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제길, 열쇠면 열쇠지 무슨 개나발같은 키야!)
속으로 주먹같은 욕설이 부글거렸다. 
 
그런데 2년나마 편집사업을 해보니 그보다 더 한심한 일도 있었다. 사업상 관계로 고국의 책자들과 자주 접촉하게 되였는데 남쪽은 세계화를 추진합네 하고 외래어를 잔뜩 끌어들여 사전 찾기에 볼장을 다 보겠고 북쪽은 고유어화를 제창합네 하고 함축어를 길게 늘어놓아 숨이 꺽 막힐 지경이다. 말이란것은 알아듣지 못하면 그런대로 다시 해석이나 할수 있지만 글은 한번 적어놓으면 그만이니까 결국 죽어나는것이 독자제씨들이다. 
 
“제발 불쌍한 이 창생들을 어여삐 여겨조소서”
 
손을 싹싹 비비며 기원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 문화가 수용성(자체부정)과 배타성(자체긍정)을 모두 갖고 있는것은 좋은 일이나 그것이 두개의 공동체에서 각기 극단에로 나간다는것은 우려될바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것은 모름지기 동질성을 이질화에로 끌고나가는 결과를 초래할수밖에 없을것이다. 귀족적인 로마제국이 망한것이 “제 잘난” 탓이였다면 만족의 붕괴는 “제 못난” 탓이란 점을 우리는 명기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로서 우리는 강 건너 불모듯 할수도 있을것이다. 
 
문제시되는것은 지금 우리 사회도 색다르게 돌아가는것이다. 어떤 작가량반들은 먹물 자랑을 하려는듯 알맞는 “언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문자”의 렬거에만 집념하는가 하면 두루 해외나들이나 한 분들은 서투른 ‘알파베트”치장에만 여념이 없어 애매한 편집들이 비지땀을 쏟게 한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우리 글”이라고 입가림만은 모두들 잘한다. 이처럼 닭살이 돋아나게 얼룩을 지우고 만신창을 만들어버린 언어가 구경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로서는 알바 없다. 모름지기 약소민족만이 할수 있는 넉두리 아니면 자기기만이 아닐가 하는 서글픔이 마음 한구석을 메울뿐이다. 
 
한족사람들은 종래로 자기 글자랑을 아니한다. 그만큼 네모글자인 한자는 배우기도 어렵고 쓰기도 힘들다. 한평생 배워도 못다 배울 글자가 한자이다. 이 점은 한족 모두가 승인한다. 대국인다운 풍도라 할가? 그래서 략자를 만들고 미래의 대비로 병음문자까지 창제해낸 한족이다. 꼭 영어를 써야 세계진출이 이룩되는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고유문자를 고수해야 민족보전이 이룩되는것이 아니란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하여 새로 생겨나는 단어들을(어느 나라것이든) 곧잘 한문화시키고 따라서 스스로 번체자를 간체자로 바꿀수 있는 문화적 도량을 그들은 갖추고 있다. 
 
한족과 비교해보아도 우리는 극단종족이 틀림없다는것을 승인해야 할것이다. “옳다”가 아니면 꼭 “아니다”로 해석해야 하는 직선적인 사유를 지닌것이다. 
 
이런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갑, 을 두 딱친구가 있었는데 갑의 주먹코가 을에게는 하냥 복코로 보였고 을의 껌벅눈은 매양 지혜의 섬광으로 갑에게 인정되였다. 그런데 어느날 두사람의 우정이 갑자기 깨여지자 갑의 주먹코는 을의 야유의 대상이 되였고 을의 껌벅눈은 갑의 조소의 과녁이 되여버렸다.

우리 민족의 극단적인 심리를 반추한 생동한 실례라 하겠다. 도대체 우리는 극단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모양이다. 미운 사람이라도 한번쯤 저 사람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데 또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이 사람의 말도 틀릴 때가 있군 하는 사고를 해본다면 이러루한 폐단은 적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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