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머리가 완전히 벗어진 남성을 직장에서 '대머리'라고 부른 것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영국 고용심판원의 판정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영국 고용심판원은 '대머리'라는 단어 사용이 본질적으로 성(性)과 관련이 있으며 일종의 차별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24년 가까이 영국 서부 요크셔 지역의 작은 제조업체에서 일한 전기기사 토니 핀(64) 씨가 고용주 측을 부당 해고와 성희롱으로 제소한 사건에서 나왔다.
핀 씨는 공장 감독관 제이미 킹이 "뚱뚱한 대머리"라는 표현을 넣어 자신을 불렀다며 진정했다.
고용심판원은 남성이 여성보다 탈모 가능성이 크다며 누군가를 묘사할 때 '대머리'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차별의 한 형태라고 판단했다. 또 남성의 머리가 벗어진 것을 놀리는 것은 여성의 가슴 크기를 언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심판원은 "'대머리'라는 표현은 고소인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위협적이고 적대적이며, 비하하고 모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주 측 변호사는 남성과 여성 모두 탈모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대머리'라는 표현은 성적인 것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결정을 내린 심판부는 공교롭게도 탈모 증세가 있는 남성 세 명으로 구성됐다.
고용심판원은 "이들 세 명이 보여주듯 대머리는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훨씬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회사 측 주장을 일축했다.
핀 씨는 "이번 결정이 대머리라는 이유로 남성들이 언어적인 폭행과 협박을 당하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핀 씨는 부당 해고와 관련한 심판에서도 승소했다.
2019년 7월 작업 현장에서 감독관에게 '대머리'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그는 지난해 5월 해고된 후 사용자를 제소했다.
영국 고용심판원은 부당해고, 차별, 임금삭감 등 노동법령과 관련한 분쟁의 해결을 위해 설립된 정부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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