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정태룡(58살)씨와 지체장애 2급판정을 받은 허채란(56살)부부는 목발없이는 한발작도 내디딜수 없다. 남보다 느리지만 이들 부부는 늘 멈추지않는 걸음을 옮긴다.
“우리 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무리 별볼일 없더라도 살면서 포기해야 할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숫기도 없고 입심도 없다면서 머리를 긁적이던 정태룡씨이다.
평범하기만 한 그들의 이야기가 각박하기만 한 요즘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부대끼는 이들에게 소소한 감동을 주는건 이들이 장애자임에도 불편한 현실에 당당히 도전해나섰기때문이다.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사회편견속에서 장애자로 살아간다는것은 가시밭길을 맨발로 헤쳐나가는 고통의 행군이였다고 이들 부부는 털어놓는다.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빈주먹으로 시작한 이들 부부는 37평방메터되는 코구멍만한 단칸방에서 30여년을 넘게 옷수선일을 해왔다.
몇푼 안되는 돈으로 살림살이에 보태고나면 정작 양말 한컬레 사 신을 돈도 안 남았지만 남한테 손 내밀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수 있는것에 늘 고마왔다는 이들이다.
알뜰하고 솜씨 좋은 허채란씨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수십년째 찾아오는 단골손님들도 많다. 남달리 부지런했던 이들 부부는 딸자식 대학공부 뒤바리지까지 했다.
그동안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저 찾아오는 고마운 이들과 정부보조금 혜택을 누릴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것도 아니다. 하지만 늘 욕심없이 더 힘든 이들에게 양보해왔던 이들이다.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처지라지만 우리보다 더 힘든 처지에 놓인 장애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싶었습니다. 꼭 주머니 두둑해야만 베풀수 있는게 아닙니다.”
자신과 똑같은 혹은 더 큰 아픔을 갖고있을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싶었다는 정태룡씨이다.
하지만 “딸자식 대학공부 근심걱정없이 마칠수 있게 열심히 일할겁니다”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이들 부부에게 얼마전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시련이 다가왔다.
집안의 기둥이나 다름없던 딸애가 대학졸업을 앞두고 재생장애성빈혈 판정을 받았다.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손끝이 갈라질 정도로 밤을 패가며 한푼두푼 모아 뒤바리지를 하며 대학에 보낸 딸이였다. 남들처럼 여유있게 키우지 못한것도 미안한데 병까지 얻고보니 누군가에게 시험 당하는 느낌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마냥 넋놓고있을수도 없었다. 하루하루 이를 악물고 아무리 해도 끝날것 같지 않은 막막함을 헤쳐나가는수밖에 없었다.
“내가 처한 조건과 상황을 원망하고 모든것을 그 탓으로 돌리고싶지 않았습니다.”
이들 부부는 딸애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더욱 미친듯이 일에 달라붙었단다. 그 정성이 갸륵해서인지 딸애의 병은 어느 정도 호전돼 정상적인 수치를 유지하고있다고 한다.
분명 이들이 지금 처한 조건과 상황은 최악이라지만 렬악한 환경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삶에 대한 열정은 신체적인 한계를 뛰여넘었다.
“이래 뵈여도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습니다.”
내내 일감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허채란씨가 환하게 웃으며 하는 말이다.
연변일보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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