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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더 이상 젊은이 전유물 아냐 / 중·노년, 자기계발위해 지갑 열어 / 오페라 공연 찾고 해외여행 떠나 / 삼성카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 / 미용 소비 등 40∼60대 증가율 커 / 교육 업종선 되레 20대 뛰어넘어 / 경제적 기반 갖추고 자식 성장하면 / 제2의 인생 향한 열망 적극적 표출 / 100세 시대 가속화 되며 더욱 늘어
#1젊은 시절 한 시간 반 남짓 걸리는 안개 낀 통근길을 돈 한 푼 아껴 보겠다고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는 김석중(가명·65)씨. 좋지 않은 도로 사정 때문에 차 사고가 날 뻔한 적도 부지기수였다. 신혼 초기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숙직실에서 먹고 자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렇게 아이들을 아등바등 공부시켜 번듯하게 취직시키는 동안 절약하는 습관이 뼛속 깊이 스며든 그였지만 은퇴 이후에는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과 재미만을 위해 소비’한다는 60대 ‘욜로족’으로 변신했다. 서예와 살사,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 김씨는 대학원에도 등록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지금부터가 오히려 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는 진짜인생이다”며 “경쟁에 찌든 우리 딸과 아들보다 내가 사실 더 쿨하게 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 요즘 ‘입시 스트레스’로 분노와 초조함에 찌든 두 고등학생 딸들의 투정은 물론이고 승진 스트레스에 짜증과 분노를 터뜨리기 일쑤인 남편의 ‘분노 받이’로 전락했다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남화숙(54·여)씨. 남씨는 일주일에 세 번 튜튜 스커트(발레복)를 갖춰 입고, 토슈즈까지 신은 채 발레 교습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면 마음속에 고여 있던 분노까지 탈탈 털어내게 된다며 남씨는 고급 발레강좌의 모범생이 된 사연을 전했다. 수강료는 월 30만원.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 시간만큼은 일상의 자질구레한 걱정에서 해방돼 온전히 자신의 감정을 원없이 분출한다.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프로필에 장점 한 줄까지 더하는 것만 같아 뿌듯함이 크다. 매주 한 번 있는 소규모 평가회 때 받는 작은 박수갈채는 마치 여고시절 ‘학예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까지 전해줘 “힐링 그 자체”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욜로 라이프 즐기는 중·노년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인 욜로(YouOnlyLiveOnce)는 2030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카드사와 각종 유통사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오히려 중년층과 노년층이 문화·교육(자기계발)·여행·미용 등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었다. 지금의 40∼60대는 어린 시절부터 팝음악을 즐겨 들으며 각종 문화생활과 소위 말하는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해본 세대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문화자본’을 쌓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 세대가 오페라나 콘서트 공연장을 찾아다니고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8일BC카드 빅데이터센터의 분석 결과(2015년 5월~2018년 4월)에 따르면 젊은 ‘욜로족’들의 주요 소비 부문인 여행, 교육(자기계발), 미용 등에서 최근 40~60대의 증가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최근 약 3년간 교육업종에서 40대 이상의 소비증가율(64.4%)은 20대(52.5%)를 훌쩍 넘어섰다. 자녀 교육 등 돈 쓸 일이 많아지는 50대에서는 6.3%로 잠시 주춤했지만 은퇴 이후인 60대 이상에서는 교육을 통한 자기계발에 쓰는 지출액이 20.1%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년간 40대와 50대의 미용 관련 지출액도 각각 14.9%와 11.2% 증가했다. 30대(8.0%)보다 6.9%포인트나 높다. 60대 이상에서도 7.4% 이상의 지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무역회사 영업직에 근무하고 있는 서정윤(47)씨는 “꾸준히 외모를 관리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직장이 아닌 ‘나’를 위해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40대 이상 연령층, 문화 소비 지출 상승세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 분석에서도 중년, 노년층의 욜로 현상이 확인됐다. 이날 삼성카드가 발표한 2014년 대비 2017년 ‘여행 업종’ 결제금액 증가율이 그렇다. 40대가 78%로 20대(63%), 30대(69%)보다 높았다. 특히 40대 중에서도 ‘여성’의 지출액 증가율은 9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50대(59%), 60대 이상(49%)에서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여행업체인 하나투어 관계자는 “20대와 30대의 해외여행 수요는 5년 전보다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50대와 60대는 꾸준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고급 커피전문점의 경우에도 40대 이상의 지출액 상승률이 2030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0대와 30대의 커피전문점 지출액 증가율은 각각 118%와 125%로 40대(142%), 50대(141%), 60대(169%)보다 낮았다. 60대에서는 예상외로 남성(179%)이 여성(158%)보다 오히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30과 40대가 문화공연 소비지출을 줄인 것과 반대로 50대와 60대는 영화 관람과 연극, 콘서트 등 문화소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불황 여파 등으로 20대(-25%), 30대(-15%), 40대(-11%)는 평균 17% 이상 문화소비를 줄였지만 50대와 60대의 씀씀이는 오히려 커졌다. 50대, 60대의 문화소비 증가율은 3년 전보다 각각 3%씩 늘었다. 남성들의 소비증가율이 더 높았다. 같은 기간 가장 소비를 크게 늘린 집단은 60대 이상의 남성으로 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50대 남성도 같은 기간 6%의 증가율을 보였다.
올 들어 전체 관객 대비 50대 이상 영화 관람객 비율도 크게 늘었다. 영화 배급업체인CGV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전체 관람객에서 50대 이상 관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4.60%)부터 꾸준히 증가해 올 4월엔 10.81%까지 증가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부모노릇 하느라 자기 자신의 취향이나 정체성을 고민할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갖춰지고 자식까지 성장하고 나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기가 오게 되고, 그때부터 문화생활 등 욜로 소비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설 교수는 “최근 100세 시대가 가속화하는 국면에서 자신을 ‘노인’으로 생각하는 60대는 찾기 어렵다”며 “몸도 젊고 제2의 인생에 대한 욕심도 충만한 60, 70대가 욜로 소비에 적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 드러내는 이모티콘 구입도 적극적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는 ‘이모티콘’ 구입도 50대 이상 연령층이 적극적이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50대 이상의 이모티콘 구입률은 매년 12~13%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대는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이모티콘, 특정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이모티콘, 대충 그린 듯한 이모티콘, 큰 움직임이나 과격한 표현을 선호하는 반면 40대 이상은 이미 잘 알려진 이모티콘을 활용해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날로그 감성톡, 카카오프렌즈, 나애미, 오여사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40대는 물론 50, 60대 이상이 자녀들과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모티콘을 구입하는 등 유대감 소비를 늘리는 추세”라고 밝혔다.
나은영 서강대 미디어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중장년, 고령층에서 이모티콘 구입뿐만 아니라 캐릭터 상품 구입을 늘리는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며 “중장년, 고령층들은 다른 세대와의 원활한 감정교류를 위해 표정이 잘 나타나는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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