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성 전도사 배정원
'노콘노섹'은 콘돔이 없으면 섹스도 없다는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 단어를 구호처럼 외친다는 게 행복한 성(性)문화센터 배정원 대표의 설명이다. 그만큼 콘돔이 건강한 성(性)을 위한 필수품이라는 의미다.
행복한 성(性)문화센터 배정원 대표,
그는 자그마치 22년간 ‘행복한 성(性)’을 외쳐왔습니다.
드러내놓고 성(性)을 말하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스스로 ‘행복한 성(性) 전도사’라며 20년 넘게 그리 해왔습니다.
그가 살아온 삶은 이렇습니다.
(사)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홍보 및 교육팀장,
(사)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아우성 청소년 성(性)폭력상담소 상담부장,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性)문화센터 소장,
제주 건강과 성(性) 박물관 초대관장,
연세 성(性) 건강센터 소장,
대한 성(性)학회 사무총장과 부회장,
국방부 및 육군 정책자문위원,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한국 성(性)폭력 위기센터 교육분과 자문위원,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등입니다.
'행복한 성(性) 전도사', 그것이 그의 소명이라고 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이력인데,
모두 성(性)에 관련된 것입니다.
‘행복한 성(性) 전도사’,
말처럼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하게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여 눕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사실 인터뷰를 요청하기 전, 저 또한 망설였습니다.
드러내놓고 성(性)을 이야기한다는 일,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리 그가 한 일들을 살폈습니다.
그가 낸 책을 보고,
유튜브 영상을 봤습니다.
그것들을 본 후 부담이 사라졌습니다.
거기에는 의미와 명분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확신이 든 후에야 그를 만났습니다.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마음이 그를 세상으로 나서게 했다.
질의 :“성(性)에 관한 일은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연세의료원 홍보과 직원이었는데, 둘째 출산과 육아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경.단.녀>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아이 친구 엄마가 경력이 아까우니 청소년 상담 같은 것을 좀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간 게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라는 NGO입니다.
<아.우.성.>아시죠?
구성애 선생이 계시던<아름다운 우리들의 성(性)> 상담소에서 시작했습니다.”
질의 :“미리 공부했던 일입니까?”
“성(性)에 대해서도 하나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완전히 반듯하고 보수적인 엄마였을 뿐입니다.
자원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간 겁니다.
거기에서 성(性)교육, 성(性) 상담 과정을 들었는데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그 교육을 다 받은 후에 청소년 성(性) 상담에 투입됐습니다.
그때 전화로 듣는 아이들 고민 내용이 너무 쇼크였습니다.
자위, 임신, 피임, 이상성욕에 이르기까지 별별 상담을 다 접했습니다.”
당시 드러내놓고 방송에서 성(性)을 이야기한 <아.우.성.>은
신드롬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즈음 그를 만난 적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일간지 포털에 <배정원의 행복한 성(性)>이라는 타이틀로
본격적인 성인 성(性) 상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공개 성(性) 고민 게시판 <배정원의 행복한 성(性)>을 통해 상담을 해주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성(性)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질의 :“당시 <배정원의 행복한 성(性)>이 화제였지 않습니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첫 번째 공개 성(性) 고민 게시판이었습니다.
그것은 NGO에서 하던 그런 수준이 아니었죠.
오픈 첫날에 게시판 두 판 분량의 질문이 들어오더니,
오래지 않아 물밀 듯이 들어 왔습니다.
정말 아찔했죠.
왜냐면 전화 상담은 끊으면 상담이 끝나는 건데, 이건 계속 남겨지잖아요.
그때부터는 주경야독처럼 치열하게 했어요.
몸에 대해 모르는 것은 정신과, 비뇨기과 의사에게 묻고,
책들을 찾아보며 답을 했습니다.
돌아보니 그게 엄청난 공부가 된 겁니다.
매일 Q&A를 한 거잖아요.
많은 사례와 질문에 답을 하면서,
성(性)에 대한 공부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죠.
이를테면 시험공부를 6년 한 셈입니다.”
질의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들인가요?”
“성인인데도 자위 상담이 되게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자기가 자위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괜찮으냐는 질문도 있고요.
외도, 임신 상담도 많았고….
참 재미있는 게,
남자들은 자기 것이 몇 cm며 휘었는데 문제가 되냐며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여자들은 두껍다거나, 색깔이 진하며 짝짝이인데
남자친구가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물어보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여자들은 성(性)적 자기 결정권에 관해서 주장해본 바도 없고,
그렇게 배워본 적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질의 :“2001년부터<미디어칸 성(性)문화센터> 소장으로 일했던데, 이때 한 일은 무엇입니까?”
“본격적으로 어른을 위한 성(性)교육과 성(性)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호주에 계시는 성(性) 심리학자 홍성묵 교수를 초빙하여
성(性) 치료사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본격적으로 어른을 위한 성(性)교육을 시작했죠.
그때 군인 성(性)교육도 많이 했습니다.
2003년 11월에 <대한 성(性)학회>가 창립됐어요.
당시 비버리 휘플 박사를 초대해서 세미나를 열었어요.
비버리 휘플 박사는 세계적인 여성 성(性)학자입니다.
여성 사정, G-Spot 전문가예요.
놀랍게도 그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참가했고,
그것에 관한 질문도 굉장히 많이 나왔습니다.
성(性)에 대한 관심이 이미 우리 사회에 차고 넘쳤던 거죠.”
노인 성교육 성 상담사 양성 교육 중인 배 대표, 이런 상담사 양성이 행복한 삶을 위한 긍정적인 대안이 된다.
질의 :“<연세 성(性) 건강센터> 소장으로서 하신 일은 뭡니까?”
“노인 성(性)교육을 시작했어요.
다들 너무 건강한 데 파트너가 없기도 하고,
몸이 노화하면서 달라지는 성(性) 기능, 성(性) 심리에 관한 기본 정보도 어두운 편입니다.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꼭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안 해도 되는 사람이 있어요.
그냥 안 해도 되는 사람은 문제가 아닙니다만,
해야 하는 사람을 못 하게 하는 게 문제입니다.
노인도 장애인처럼, 성(性)적 소수자라고 볼 수 있죠.
이들의 성(性)에 대한 권리는 무시되고 있어요.
학생들한테 가끔 사람들은 섹스를 몇 살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합니다.
그러면 “지푸라기들 힘만 있으면요”라고 답합니다.
또 묻습니다.
“너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하실까?”라고요.
“에이, 안 하시죠”라고 대부분 답합니다.
인식이 이러니 노인들의 성(性)이 더 어려운 겁니다.
생각해보면 노인들도 당연히 사는 동안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게다가 노인들은 죽음에 대한 원초적 불안이 있습니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됩니다.
그런데 심지어 요양원 같은 데서도 부부를 떼어놓습니다.
남자실, 여자실 이렇게 구분해놓는데 이런 것도 정말 문제 아니에요?”
그를 두고 '섹스 전도사'라 일컫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그리 불리는 게 나쁘지 않다고 했다.
질의 :“이렇게 말씀하시니 대표님을 두고 ‘섹스 전도사’라 일컫는 사람도 있던데요. 어찌 생각하십니까?”
“나쁘지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생각하는 섹스는 포르노가 아니거든요.
꼭 삽입 섹스만이 아니라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만지고, 애무하고, 키스하는 이 모든 게 다 섹스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정말 사랑하고, 너무 아끼기에 서로를 만지고,
서로 하나가 되고자 하는 소통, 이것이 섹스인 겁니다.
우리는 섹스하고 나면 그 사람하고 확 가까워진 느낌을 받거든요.
피부가 닿을수록 친밀감이 높아집니다.
악수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들의 친밀감은 다르잖아요.
그리고 우린 모르는 아무하고 섹스하지 않잖아요.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죠.
그런데 요즘 아무하고,
아무 대책 없이 하는 그런 방식은 많이 걱정됩니다.”
질의 :“요즘 사회적으로 많은 성(性)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건 뭡니까?”
“섹스가 폭력과 같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몰카 역시 성욕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몰카의 주요점이 상대가 찍는 걸 몰라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결국 상대의 주도권을 뺏는 거죠.
섹스가 친밀감이나 즐거움, 생식이 목적이 아니라
상대를 유린하고, 조롱하고, 괴롭히고,
상처받게 하는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성에 대한 이중성과 익명성이 사회적으로 많은 성(性)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
질의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는 방편이 성(性)교육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보를 알면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적어도 호감을 가진 사람들 간의 소통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안 한다는 건 우리가 점점 외로워지고, 고립되어 가는 거죠.
사실 성(性)관계를 하는 것이 사람들의 건강에 좋아요.
피돌기에도 좋을뿐더러
심리적인 자존감이 높아지고 면역력도 좋아집니다.
제가 말하는 성(性) 건강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대로
육체적인, 사회적인, 심리적인, 정서적인 성(性)적 건강함을 말합니다.
인간은 성(性)적인 존재예요.
섹스를 포르노처럼 생각하니 말 꺼내기도 부끄러워하는 겁니다.
학부모 성(性)교육 가면,
질문에 “쑥스럽다, 민망하다, 부끄럽다”며 답을 꺼립니다.
그러면 또 한 번 제가 묻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데 민망하고 쑥스러워요?”
학부모들은 당황하죠.
이때 그들이 생각했던 성(性)은 포르노거든요.
그러니까 민망하고 쑥스러워서 말할 수 없었던 거죠.”
질의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고백건대 저 또한 쑥스럽고 부끄러워서 입에 담기 어려웠습니다.”
“내 파트너와 하는 것이 그게 정말 건강하지 않은 행위입니까?
그건 건강하고 즐거운 행위잖아요.
그걸 자꾸 나쁘다고 얘기를 하니 금기시되는 겁니다.
금기시하니 강박감이 되고,
나아가 죄의식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되면서 성(性)은 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죠.”
최근 학부모를 위한 성교육이 부쩍 늘었다. 학교에서 제대로 성교육을 하지않으니 요청이 많아졌다는 게 배 대표의 설명이다.
질의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대표님을 인터뷰하려면 자연스레 성(性)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담스러워 십여일 이상 망설였습니다.”
“음, 아이들 자위를 걱정하는 엄마들이 꽤 있습니다.
사실 유아들은 음란한 마음이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만지다 보니까 느낌이 좋아서 하는 거예요.
두세 살 애들은 답답한 기저귀를 차고 있다가 풀어주니 얼마나 시원하겠어요.
엄마가 씻어줄 때나,
자기가 만지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은 걸 느끼죠.
그리고 애가 심심하면 자기 몸 탐색을 해요.
그러다가 자기 성기를 만지는 거죠.
느낌이 좋으니 자꾸 만지게 됩니다.
그것을 본 엄마가 그냥 무심히 넘기면서
“손 깨끗이 닦고 만져라, 그리고 거기는 피부가 약해서 자꾸 만지면 상처 날 수 있어, 그러면 아야해.”
이런 정도로 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놀란 목소리로
“너 거기를 왜 만져, 어머 얘 좀 봐 변태니?”라고 하니
얘는 엄마가 싫어한다는 걸 아는 거죠.
그러면 엄마 몰래 하게 되죠. 기분은 좋으니까.
엄마가 못하게 하니 잘 때 몰래 이불 속에서 하기도 하고,
엄마가 안 보는 데서 하기도 하고,
강박이 되어 가는 거죠.
그래서 제가 엄마들한테 그래요.
‘엄마들의 강박감이 더 문제다.
자위행위 때문에 애가 잘못되지 않는다.
자위행위에서 걱정할 거는 더러운 손으로 하거나,
남들 보는 데서 하는 것밖에 없다.
만약 자위행위 때문에 키가 안 자라고,
자위행위를 해서 다크서클이 생기고,
자위행위 해서 정액이 고갈되고,
뼈가 삭는다면 당신 남편들은 다 병자여야 된다.
그런데 당신 남편들은 다 건강하지 않냐.
애들은 더 재미있는 게 생기면 금세 잊어버리기도 하고,
커가며 스스로 욕구 통제를 배우게 되면 더 좋고!’
그래서 성은 금기로 가르치면 안 돼요.
그래야 ‘숨겨야 하고, 말도 하기 어려운’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 별전(경제적 기능이 없는 다른 용도의 엽전 )인 춘화전이다 . 양반가 자녀의 성교육용, 혹은 부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성을 그렇게 쉬쉬했던 조선 시대에도 성교육의 필요성을 알았던 것이라고 배 대표가 설명했다.
질의 :“성교육 얼마나 많이 하셨나요?”
“일 년에 대략 1만 ~1만5000명에게 강연합니다.
군인 성(性)교육 할 때는 더 많았겠죠.
어림잡아도 지금까지 20만명은 족히 넘겠네요.
요즘 젊은이들 인터넷으로 어려서부터 성을 알게 되잖아요.
주변에는 온통 감각적이고, 흥미 위주의 건전하지 않은 정보가 더 많으니….
그래서인지 그릇된 성 관념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큽니다.
성(性)은 섹스가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성(性)안에는 정말 많은 게 들어있어요.
섹스는 그냥 성(性)의 n분의 1이에요.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어떻게 좋은 사람으로 살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성(性)교육의 핵심입니다.
성(性)이라는 건 결국 사람이 사는 얘기거든요.
그 안에 데이트, 이성 교제, 그냥 보통 친구,
혹은 부부의 만남, 건강 문제, 피임, 임신 등의 일들이 있죠.
사실 이것은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떻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기 때문에,
좀 더 건강한 대안들을 제시하려는 겁니다.”
질의 :“유튜브를 시작하셨던데….”
“예전보다 성(性)에 대한 얘기가 방송에서 거의 안 나옵니다.
예전엔 <아침마당>,<여유만만>.<황금알> 같은 데서 부부의 성(性) 이야기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럴 때도 보수적이고 겁을 내서 ‘섹스’라는 말 절대 안 되고,
‘부부관계’로 말해 달라고 합니다.
부부관계와 성(性)관계는 다르잖아요?
그래도 한때는 ‘성(性)관계’를 얘기했는데,
요즘은 그런 기회조차도 없어요.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한 겁니다.
유튜브에 범람하는 자극적이고,
엉터리 같은 성(性) 프로그램들 때문에도
전문가로서 정확하고 건강한 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들고요.”
“제가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어떤 것은 350만명 이상이 봤던데요.”
“참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섹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인생에서 섹스가 중요하냐는 물음에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답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섹스 리스를 조사해보면 일본과 꼴찌를 다투죠.
그러니까 성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기도 하고,
성에 대해 모르니 재미없고,
남들이 하는 건 궁금하고….”
질의 :“그렇다면 섹스리스가 많은 이유는 뭡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일단은 부부가 익숙해지면 잘 안 하게 될 수 있어요.
자극이 늘 비슷하면 자극이 안 되니까요.
그거는 다른 나라도 비슷해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더 심한 게 야근도 많고, 남자도 여자도 너무 바쁜 거죠.
회식도 여전히 많고, 둘이 조용히 마주할 시간이 없죠.
게다가 섹스보다 더 재밌는 것들이 많아졌어요.
예능 프로그램이 밤늦게까지 있고,
포르노나 인터넷 이런 것들이 너무 많으니
굳이 직접 섹스를 하는 것보다는 보고 그냥 즐기는 게 많아진 거죠.”
질의 :“그래서 앞으로 로봇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칼럼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까?”
“네. 그럴 거예요.
인공지능이 탑재된 섹스 로봇은 진짜 우리나라에 나오기만 하면 이슈가 될 겁니다.
장애인, 노인이나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에겐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 되면,
일반인도 사람을 만나 애쓰고 소통할 필요도 없어질 겁니다.
결국 사람 간의 소통은 다 끊어지고 기계와의 소통만 있겠죠.
앞으로 인간다움이나, 로봇 관련 성(性) 이슈가 쏟아져 나올 겁니다.
이미 영국엔 로봇 학회가 있고,
나아가 섹스 로봇 학회도 있어요.
거기에서는 로봇의 권리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로봇을 때려도 되나,
로봇을 24시간 완전가동해도 되나,
또 로봇을 성(性)매매로 이용해도 되나,
뭐 이런 것에 관해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들의 사랑과 건강한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면 할수록 더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게 배 대표의 철학이다.
질의 :“ 이래서 더 성(性)교육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지금껏 배 대표가 강연, 저술, 방송은 물론이고,
유튜브까지 하면서 성(性)교육하는 게 사명감 같은 겁니까?”
“처음엔 아니었습니다. 제 일이니까 열심히 하는 거였죠.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이게 내 소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이것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리창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범죄율이 높은 뉴욕 우범지대에 깨진 유리창을 전부 다 바꾸고 밝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나와서 산책하고, 운동하고, 생활하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양화가 악화를 구축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성(性)에 대한 건강한 이야기들,
긍정적인 대안들을 자꾸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람들의 사랑과 건강한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면 할수록
사람들도 그렇게 살지 않을까요?
특히 청소년들 교육할 때,
너무 많이 알려주면 부추긴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사실 부추기는 게 아니라,
알면 알수록 더 행복하게 할 수 있고,
건강하게 할 수 있고,
더 안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이나 노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性)에 대해서 제대로 알면 우리가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죠.
20년 전과 똑같은 이야기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지금도 하는 것이 때로 힘이 빠지지만….
그래도 나의 길을 갈 겁니다.
'행복한 성(性) 전도사', 그것이 제 소명입니다.”
글·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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