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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상심한 사람들은 국숫집에 간다 댓글:  조회:853  추천:0  2014-05-01
    혼자 먹어도 좋은 게 국수다 상심한 사람들은 국숫집에 간다 불려, 국수를 먹는다 울기를 국수처럼 운다 한 가닥 국수의 무게를 다 울어야 먹는 게 끝난다 사랑할 땐 국수가 불어터져도 상관없지만 이별할 땐 불려서 먹는다 국수 대접에 대고 제 얼굴을 보는, 조심히 들어올려진 면발처럼 어깨가 흔들린다 목이 젓가락처럼 긴 사람들, 국수를 좋아한다 국수 같은 사랑을 한다 각각인 젓가락이 국수에 돌돌 말려 하나가 되듯 양념국수를 마는 입들은 입맞춤을 닮았다 멸치국수를 먹다가 애인이 먹는 비빔국수를 매지매지 말기도 하고, 섞어서 먹는다 불거나 말거나 할 말은 사리처럼 길고 바라보는 눈길은 면발처럼 엉켜 있다 막 시작한 사랑은 방금 삶은 면과 같아서 가위를 대야 할 정도의 탄력을 갖는다 국수는 그래서 잔치국수다 (라면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사랑이 곱빼기인 사람들은 국숫집에 간다 손가락이 젓가락처럼 긴 사람들, 국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을 때서야 그 빈 그릇이 빛난다 국숫집에 가는 사람들 / 윤관영  
29    엉덩이에 대한 명상 댓글:  조회:1375  추천:0  2014-05-01
엉덩이 듬직한 짝에게, 엉덩이 조선 반만 하다고, 주워들은 걸 철없이 써먹다가 귀싸대기 얻어맞았지. 엉덩이가 얼굴보다 예민한 줄 몰랐던 거지 엉덩이 까고 팬티 갈아입는 옆집 누나를, 숨어 보다 숨 막힌 적 있지. 허연 속살이 꿈으로 와 이부자리를 지리면서, 벌거벗은 마야의 보이지 않는 엉덩이까지 눈부셔 하던 적 있지  엉덩이 좇다가 덜컥 식구 만들고, 엉덩이 붙일 데 없는 실업으로 뒷목 잡은 적 있지. 매품으로 엉덩이 떡칠하려는 흥부 마음도 슬며시 잡히는 거지 엉덩이 예쁜 세 살에게, 엉덩이 반쪽은 아빠 거라고 했다가 홰치는 소리를 들었지. 어린것도 엉덩이에 대한 자존이 있다는 거지 엉덩이 뿔날 일은 몰라도 엉덩이 금갈 일은 있다는 거, 엉덩방아 찧고 엉엉 운다면, 아직은 잡아줄 누가 있다는 거지 엉덩이에 대한 명상/이동훈    
28    천국행 티켓 댓글:  조회:858  추천:0  2014-04-30
  sex는... 에로스의 정염으로 삶을 순화하는 것 사랑의 몸부림을 처절하게 연출하는 것 모든 에너지를 마구 쏟아내는 것 갖가지 열락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 생활에 힘과 리듬과 원동력을 주는 것 기도, 명상, 산책 이상으로 심신을 단련하는 것 부와 지식과 명예보다 우위에 있는 것 최고급 예술을 창조하는 것 진화와 진보, 변혁과 혁명을 일으키는 것 춤추고 시 읊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것 과학과 예술의 창조력과 상상력을 열어주는 것 한 나라 문명을 좌우하는 것 어떤 목숨이라도 다 던질만한 것 천국행 티켓을 미리 사는 것 멋과 유희와 풍류를 제대로 맛보는 것 도덕군자의 위선에 구멍 내는 것 음란과 외설과 퇴폐의 터부를 깨는 것 삶의 비밀과 행복의 열쇠를 알려주는 것 한 시대 문화를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 원효가 득도할 때 마지막 카드로 쓴 것 프로이트 이론의 알짜를 담고 있는 것 보들레르 미학의 결정체를 추린 것 예술과 종교를 진정 서로 만나게 하는 것 /유목민  
27    자유에 미쳐 머리가 돈 놈 댓글:  조회:404  추천:0  2014-04-30
사르트르     20세기  세계적 문제아   노벨상을 거부할 정도로  엉뚱하고 배짱 두둑한 놈  자유에 미쳐 머리가 돈 놈   세계 문제를  마치 자기 문제인 양  온통 뒤집어쓰고 고민한 사나이   문학은 오직  실천을 위해서 있어야 한다는 행동파   자유가 주는 고뇌와 괴롬  온몸으로 밀어내며  프로메테우스처럼 살았던 철학가   지독하게 못나고  사팔뜨기에다 꼴사나운 안경잡이   갖은 정치 참여로  좌충우돌  시행착오가 많았던 놈   그래도  늘 최선의 선택 속에  우주를 보며  인류와 대화했던 삶의 열애자   지식인 허위 깨고  늘 약자 위한  외길 지킨 민중의 지지자   살아 있음의 기쁨  글 쓰는 일로 확인하며  자기의 반역 사상  끊임없이 떠벌린 수다쟁이  - 유목민  
26    명자꽃 댓글:  조회:809  추천:2  2014-04-30
    그해 봄 우리집 마당가에 핀 명자꽃은 별스럽게도 붉 었습니다  옆집에 살던 명자 누나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였습 니다  나는 누나의 아랫입술이 다른 여자애들보다 도톰한 것 을 생각하고는 혼자 뒷방 담요 위에서 명자나무 이파리 처럼 파랗게 뒤척이며  명자꽃을 생각하고 또 문득 누나에게도 낯설었을 초경 (初經)이며 누나의 속옷이 받아낸 붉디붉은 꽃잎까지 속 속들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꽃잎에 입술을 대보았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 랐습니다  내 짝사랑의 어리석은 입술이 칼날처럼 서럽고 차가운 줄을 처음 알게 된  그해는 4월도 반이나 넘긴 중순에 눈이 내렸습니다  하늘 속의 눈송이가 내려와서 혀를 날름거리며 달아나 는 일이 애당초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명자 누나의 아버지는 일찍 늙은 명자나무처럼 등짝이 어둡고 먹먹했는데 어쩌다 그 뒷모습만 봐도 벌 받을 것 같아  나는 스스로 먼저 병을 얻었습니다  나의 낙은 자리에 누워 이마로 찬 수건을 받는 일이었 습니다  어린 나를 관통해서 아프게 한 명자꽃,  그 꽃을 산당화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될 무렵  홀연 우리 옆집 명자 누나는 혼자 서울로 떠났습니다  떨어진 꽃잎이 쌓인 명자나무 밑동은 추했고, 봄은 느 긋한 봄이었기에 지루하였습니다  나는 왜 식물도감을 뒤적여야 하는가,  명자나무는 왜 다닥다닥 홍등(紅燈)을 달았다가 일없이 발등에 떨어뜨리는가, 내 불평은 꽃잎 지는 소리만큼이나 소소한 것이었지 마는  명자 누나의 소식은 첫 월급으로 자기 엄마한테 빨간 내복 한 벌 사서 보냈다는 풍문이 전부였습니다  해마다 내가 개근상을 받듯 명자꽃이 피어도 누나는 돌아오지 않았고,  내 눈에는 전에 없던 핏줄이 창궐하였습니다  명자 누나네 집의 내 키만한 창문 듬으로 붉은 울음소 리가 새어나오던 저녁이 있었습니다  그 울음 소리는 자진(自盡)할 듯 뜨겁게 쏟아지다가 잦 아들고 그러다가는 또 바람벽 치는 소리를 섞으며 밤늦 도록 이어졌습니다  그 이튿날,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고, 애비 없는 갓난애 를 업고 왔었다고 수런거리는 소리가  명자나무 가시에 뾰족하게 걸린 것을 나는 보아야 했 습니다  잎이 나기 전에 꽃몽우리를 먼저 뱉는 꽃,  그날은 눈이 퉁퉁 붓고 머리가 헝클어진 명자꽃이 그 해 첫 꽃을 피우던 날이었습니다    안도현      
25    태양은 가득히 댓글:  조회:519  추천:0  2014-04-30
24    소의 죽음 댓글:  조회:787  추천:2  2014-04-30
꼴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페로의 그림이다. 현란한 색채의 그림속에서도 소의 아픔이 느껴진다. 스페인에서는 투우로 한해에 25억 유로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천애각지에서 관객들이 투우를 보기 위해 이곳에 몰려들고 투우사의 현란한 검놀림에  광분하며 환음을 지르지만 소에게 가해지는 그 행위는 정말이지 잔혹 그 자체다. 소가 여러개의 창과 검을 등에 꽂고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야 사람들은 직성이 풀려 한다. 세계적인 작가 헤밍웨이는 ‘오후의 죽음’이라는 투우 산문집을 내기도 했고 여러 작품에서 투우를 다루어 지방의 광광을 홍보하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대량의 작품에서 투우를 극구 찬미하며 용감한 남성상의 이미지를 고수했던 그는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비겁한 행동으로 렵총 자살을 했다. 목축업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신에게 수소를 바치던 의식에서 투우가 생겨났다고 한다. 피를 바쳤던 고대 희생제는 몽매한 시절의 선택이였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엄연한 하나의 생명을 놓고 인간들이 떼로 몰려들어 창검으로 유희를 벌리는 건 야만 그 자체에 다름이 아니다 / 글:카ㅍ카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짜 피를 몸에 묻힌 채 투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참담함을 머금으며 소에 관한 시 한수 읊어 본다.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둥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는 것이다. 소/김기택  
23    홀로 등불을 상처위에 켜다 댓글:  조회:764  추천:0  2014-04-29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모두 떠나고 난 뒤면 등불마저 사위며 내 울음 대신할 것을 /윤후명  
22    불을 끄자 댓글:  조회:860  추천:0  2014-04-29
  희고 작은 알약을 먹는다 30분 아무 일도 없다 30분 정신에 불이 켜진 듯 내면 생활이 휘황찬란해지고 신경이 끝까지 확 깬다 위트,에스프리,아이러니 ......더 있으면 더 주문해라 얼마든지 튀어나오니까! 보통 때의 내가 아니니까!   또 30분 어쩐지 좀 이상하다 또 30분 손이 무겁다 팔이, 목이, 머리가 눈이, 아, 전등이 부셔서 눈이 아프다 불을 끄자. - 전 혜 린 -    
21    술 그리고 사랑 댓글:  조회:527  추천:0  2014-04-29
  손이 설레이는건 술이요 가슴이 설레이는건 사랑이다 몸으로 마시는건 술이요 가슴으로 마시는건 사랑이다 아무에게나 줄수있는건 술이요 한사람에게만 줄수있는건 사랑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건 술이요 마음대로 안되는건 사랑이다 비울수 있는건 술이요 채울수 있는건 사랑이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건 술이요 마음을 아프게 하는건 사랑이다      
20    댓글:  조회:485  추천:0  2014-04-29
  악인의 뿔은 꺾어지고 의인의 뿔은 높이 드신다  
19    소중함에 대하여 댓글:  조회:550  추천:1  2014-04-29
소중함에 대해 소중함을 알게 될때 네 인생은 비로서 소중해 진다.  
18    人間失格 댓글:  조회:848  추천:0  2014-04-29
    영화 "인간실격"중에서  
17    矜恤의 열매 댓글:  조회:896  추천:0  2014-04-29
  씨도 없는데 싹도 없는데 어디서 생겼을까 톡, 토독 잘 익은 수과(水果) 통회(痛悔)의 거름 주고 긍휼(矜恤)의 햇살 받아 하늘로 올린 마음 투명하게 손질한 열매 내려 주실 때마다 차오르는 고요한 평화 /김지호·시인의 "눈물"중에서  
16    삶을 포옹하라.. 댓글:  조회:515  추천:2  2014-04-29
  지금 이 순간을 '꽉' 끌어안지 않는다면 어떤 삶도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15    烏瞰圖 댓글:  조회:1188  추천:0  2014-04-29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4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5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6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7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8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9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0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십삼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람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이상의 [오감도] 중에서  
14    살로메에게 바치는 시 댓글:  조회:971  추천:0  2014-04-28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나는 당신을 가슴으로 잡을 것입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나의 뇌가 심장으로 고동칠 것입니다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 때는 당신을 핏속에 실어 나르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13    4월은 잔인한달 댓글:  조회:834  추천:0  2014-04-28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T.S 엘리어트의 황무지(荒蕪地) 중     
12    敵과 武器 댓글:  조회:503  추천:0  2014-04-28
적에게 이기려면 적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를 빼앗아 자기 무기로 삼으면 된다. - 렌조 미키히코    
11    청춘 댓글:  조회:1129  추천:2  2014-04-28
  내 잔에 넘쳐 흐르던 시간은 언제나 절망과 비례했지 거짓과 쉽게 사랑에 빠지고 마음은 늘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어 이제 겨우 내 모습이 바로 보이는데 너는 웃으며 안녕이라고 말한다 가려거든 인사도 말고 가야지 잡는다고 잡힐 것도 아니면서 슬픔으로 가득찬 이름이라 해도  세월은 너를 추억하고 경배하리니 너는 또 어디로 흘러가서  누구의 눈을 멀게 할 것인가 청춘 / 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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