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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기인 정치가 리항복41) 복이 많은 정승
2015년 12월 25일 12시 58분  조회:1289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41.복이 많은 정승
어느 날 리항복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다.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있는 령의정대감의 행차인지라 앞서가는 하인들의 웨침 또한 기세가 당당했다.
“오성대감 행차하신다. 썩 물러나거라!”
하늘에 사무칠듯한 호통소리가 울리면 백성들은 저마다 다투어 길을 비켜주기 마련이였다.
그런데 이날은 운수가 좀 사무라웠던지 자그마한 사고가 일어났다.얼굴에 주름살이 잡히고 허리가 꼬부장한 녀인이 광주리를 이고 길을 가다가 대감행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성미가 불같은 하인들이 이것을 보고 가만이 있을리가 없었다. 한 하인이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머리에 인 광주리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자 팔다 남은 참외 몇개가 길우에 우르르 나딩굴었다. 그러자 화가 치민 하인이 다시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런 무엄한 계집년, 어서 썩 물러나지 못할가?”
리항복은 하인들이 게세를 부리는 꼴을 보기가 너무 민망하여 먼 하늘만 바라보다가 하인들을 보고 그자리를 피해 어서 가자고 조용히 지시했다. 집에 돌아온 리항복은 하인들을 불러모아 눈물이 쏟아지도록 훈계를 했다.
   “너희들이 한가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잘못은 고스란히 내게로 돌아온다. 내가 이 나라의 정승이니 백성 누구라도 억울함을 당하면 그 원망이 누구에게 돌아오겠느냐? 너희들이 아니고 바로 내가 아니냐?”
리항복이 하인들에게 일장 훈시를 하고있는데 어디선가 녀인의 앙칼진 목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이마빼기가 하얀놈아.”
리항복이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담너머에서 그 녀인이 악을 쓰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
“나의 말을 똑똑이 들어라.”
리항복은 서둘러 하인들을 해산시켰다. 담구석에 들어박혀 꼼짝하지 말라는 분부도 함께 하였다.
녀인의 악담은 계속되였다.
“종놈들을 시켜서 녀인네 머리에 인 광주리를 내려치는 법이 어디 있다더냐? 어찌 힘없는 백성들의 참외쪽을 마구 깨뜨리느냐?네가 그러고도 이 나라의 정승이란 말이냐? 백성들 살릴 궁리는 조금도 하지 않고 백성들을 마구 깔아뭉개고 위세를 땅땅 부리는자가 그래 정승이란 말이냐?”
하인들은 담구석에 꼼짝 말고 들여박혀 있으라는 대감의 명은 받았으나 악담을 듣고 더는 참을수가 없어서 조용히 항의를 했다.
“ 대감님, 어찌 저런 계집년을 그냥 내버려둡니까?”
“내가 잘못을 저질러서 이렇게 되였는데 어찌 내가 나서서 욕을 하지 말라고 권할수 있겠느냐?”
녀인의 악다구니는 지칠줄 모르게 이어져서 이젠 그만 그치나 하면 또 다시 새 악담이 쏟아졌다.
“아직도 분이 안풀린 모양이구나.”
녀인의 악다구니가 끝도 없이 이어지자 리항복은 더 듣기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내가 역시 복 하나는 타고난 모양이지. 아직까지 욕 한가지 얻어먹을 복은 남아있으니까.하하하."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리항복의 바다같이 넓는 도량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참으로 도량이 바다같은 재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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