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부래산
집으로 돌아온 리항복은 호(号)를 백사(白沙)라고 하였는데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칠운도사(弻云道士) 또는 동강(东冈)이라고 불렀다.
리항복은 오래만에 한가로움을 맞자 집안에 있으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사절하고 오래동안 읽지 못했던 경전을 읽었다.그는 타고난 성품이 산수를 남달리
좋아하여 젊은 시절에 중흥동(重兴洞) 골짜기에 가서 많이 노닐었었다. 좋은 날씨를
만나면 한두 자식을 데리고 필마로 중흥동 골짜기를 찾아가서 노닐며 시를
읊조리다가 밤을 지새우고 올때가 많았다.
산영루 비 개인후에 백운봉(白云峰)*이 새로워라
도화(桃花) 뜬 맑은 물이 곬곬이 솟아난다
아희야 무릉*이 어디메오 나는 옌가 하노라.
*백운봉: 북한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무릉:도연명의 산문<<도화원기>>에 나오는 리상촌
하루는 그가 강가에 있는 루각에 올랐더니 해맑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며 비가
내렸다.시흥이 도도해진 그는 시 한수를 지어 읊었다.
강가 루각에서 비구경하다
구름사이 해살이 푸른 잡초에 떨어지니
구름밖 령주봉이 한점되여 외롭구나.
먼 봉우리에서 오는 바람소리 들리고
몽롱한 비를 몰고 평평한 늪을 지나가네.
江阁观雨
云间日脚漏靑蕪 云外灵珠一点孤
风自远峯來有响 朦朦吹雨过平湖
비 내릴때 읊노라
소나기 산을 울려 나그네 잠 깨우고
문지방 앞 병풍이 갑자기 푸르르다.
참새가 밤을 다투어 섬돌 앞에 흩어지고
거미는 벌을 잡으려고 그물을 늘이누나.
뛰어난 암시를 얻어 사물의 리치 생각하니
어리석고 약은 꾀로 기회를 저울질 말아
.
스스로 나의 생이 긴 줄로 알았으나
멎고 그치기 사람아닌데 하늘에 물을소냐.
雨中偶吟
急雨鳴山搅客眠, 槛前屛壁忽蒼然。
雀因斗粟翻阶散, 蛛为遮蜂結網悬
等把胜输推物理, 不將癡黠较机权。
年来自断吾生久, 行止非人況问天
선조왕은 리항복을 남달리 사랑하였기때문에 그가 관직을 내놓았어도 정승의 대우를 그대로 해주었다.
어느날 그는 마음속의 번뇌를 씻어버리려고 명산대천을 구경하러 서울을 떠났다.리시백과 정충신 등 무신들이 그와 동행했다. 나귀를 타고 길을 나선 그가 강원도 땅에 이르러 옛친구들을 만나보고 금강산에 올랐다.신선이 오르내린다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는 그를 가만 두지 않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헤여진 그는 소리내여 시조 한수를 읊었다.
일호주(一壶酒)로 송군봉래산(送君缝莱山)하니 봉래산이 소상영(笑相迎)이라
소상영 여군가일곡笑相迎予君歌一曲)하니 만이천봉 옥층층(玉层层)이로다
아마도 해동(海东) 풍경이 이뿐인가 하노라.
금강산을 내려와 배를 타고 소양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있는데 배에 동승했던 시골의 유생들이 낯선 백발로옹을 힐끔힐끔 돌아보더니 옆에서 손가락질 하며 무엇이라 소근거리는것이였다.
(아마 저 유생들이 낯선 사람에게 터세를 받으려고 수작하는 모양이구나.)
백사가 그들이 소근거리는 말을 대충 듣고도 모르는척 빙그레 웃으며 두 측근에게 자기의 신분을 드러내지 못하게 눈짓하였다.
이윽고 한 젊은 유생이 말을 걸어왔다.
“여보게 늙은이, 수염이 한자나 자란 늙은이가 이곳에는 무얼 하러 왔소?”
“선비님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구려.이 늙은이는 외지서 벼슬살이를 하던 사람인데 이젠 늙어서 벼슬도 싫증이 나서 팔도강산을 두루 돌아다니며 산수를 구경하다가 살기 좋은 곳을 만나면 그곳에 락향할 타산이오.”
“그럼 우리 춘천에 와서 사시구려.이곳은 옥토가 많고 또 경치좋고 물이 맑기로 소문났는데 그보다도 외방사람이 여기에 이사오면 단박 부자가 된다오.”
“세상에 그런 곳도 있소? 대체 그건 무슨 까닭이오?”
백사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연유를 묻자 유생들은 늙은이가 저희들의 꼬임수에 걸려드는줄 알고 히물히물 웃으며 딴전을 부렸다.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나 루설하면 안되는데…”
“비밀은 무슨 말라 비틀어진 비밀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 두시오.”
백사가 짐짓 앵돌아진듯 정색을 하자 한 유생이 입을 열었다.
“이 고장에 한가지 전설이 있다네.저기 저 앞이 예전에는 평지였는데 하루밤사이에 산이 강으로 떠내려와서 저렇게 자리를 잡았기에 부래산(浮来山)이라 부른다네. 뜰 부(.浮)자는 부유할 부(富)자와 동음이라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타관사람들이 토배기들보다 훨씬 잘산다는 말이 있다네.”
“그것 참 락향할만한 좋은 고장이구려.이르는 곳마다 먼지투성이고 똥오줌내가 코를 찌르는 서울에 비하면 여기가 그야말로 선경이구려.”
백사가 맞장구를 쳐주자 유생은 신이나서 다시 말했다.
“이곳이 천하에 제일 살기좋은 고장이라 이 고장으로 락향하고싶어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지만 우리의 허락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네. 손님이 진정 이곳에 와서 살 생각이 있다면 술 한상 톡톡이 내야 하네.”
“술을 한상 내라구? 허허, 내손에는 그런데 쓸 돈이 없는데…”
“뭐라구?이 두상이 우리를 가지고 놀려고 하나? 어디 두고보자.”
유생들이 막 늙은이의 말고삐를 잡고 늘어지려 하는데 뒤에서 배 한척이 나는듯이 쫓아오고있었다.
배안에는 귀인 량반 하나에 수종 몇십명이 타고있었다.배전에서 공작꼬리를 늘인 벙거지에 자지빛 천틱을 입은 무예청 두명이 눈을 부릅뜨고
“어느 잡인들이 배우에서 소란을 부리느냐? 부마대감의 행차를 못봤느냐?”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뒤따르던 배가 앞의 배를 거의 따라잡았을 때 귀인은 앞의 배우에 탄 늙은이를 알아보고 흠칫 놀라 말하였다.
“조용들하게. 저 배에 오성대감께서 승선하셨구나.무슨 일로 여길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어서 가서 문안을 드려야겠다.”
두 배가 맞대이자 무예청이 일어나서
“오성대감께 문안드리옵니다.어서 하선하십시오. 동양위께서 근친하러 가시다가 대감행차를 알아보고 문안드리려 하옵나이다.” 라고 말하면서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저 늙은이가 온 나라 백성들이 우러르는 리항복대감이란 말인가? 우리가 하마트면 큰 경을 칠뻔 했구나!”
뜻밖의 광경을 접한 시골유생들은 금세 얼굴이 백지장같이 창백해지고 온 몸에 소름이 일어 부들부들 떨었다.
배가 강변에 닫자 무예청이 호령했다.
“잡인들은 당장 배에서 내려 물러나거라!”
시골 유생들이 걸음아 날살려라 하고 꼬리빳빳 달아나자 배에서 내린 그들은 강변에 돛자리를 깔아놓고 백사 리항복을 좌상에 모신 뒤 동양위가 꿇어앉아 큰절을 올렸다.
주안상이 차려지자 리항복은 동양위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흥이 도도해진 백사가 시종을 불러 분부했다.
“여봐라,지묵을 갖추어라.내가 아까 배우에서 시 한수를 얻었는데 읊을테니 종이에 받아쓰거라.”
“예이.”
수종들이 지묵을 가져와서 대기하자 리항복은 일어나서 소리높이 시를 읊었다.
부래산
늙으막에 생계찾아 소양강에 왔더니
이 고장 유생들과 한배를 타게 됐네.
외방사람 이곳 오면 살아가기 좋다누나
저기 부래산이 재부를 싣고 온다더라.
“참으로 절묘한 시입니다.대감께선 어떻게 이런 묘한 시를 구상하셨습니까?”
동양위의 물음에 리항복이 이 시를 얻게 된 경과를 죽 이야기하자 동양위와 좌석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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