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최고의 선물
오늘은 안해의 생일날이다. 여지껏 안해의 생일에 선물하나 못 준것이 늘 가슴 한켠이 알찌근 하였다. 하여 늦게나마 안해를 기쁘게 할 선물 하나를 사주려고 생각하였다.
나는 그 걸음으로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어떤것이 좋은지, 안해가 어떤 선물을 좋아할지 모르면서도 반지를 선물하면 좋을것 같아 귀금속을 파는 매대로 찾아갔다. 내가 이것저것 보고있는데 판매원 아가씨가 어떤분에게 줄 선물인가고 물었다. 내가 안해에게 줄 반지를 고른다고 하자 반짝이는 백금반지를 가르키며 어떤가고 묻는것이였다. 유난히 반짝이는 백금반지가 마음에들어 사기로 했다. 판매원 아가씨가 나에게 령수증을 떼주었다.
“잠깐만, 하나 더 주세요. 내걸루”
안해의 반지만 사려다가 아예 커플로 나도 하나 사고 싶었다.
“커플로 하려고 그려죠 와! 손님은 참 로맨틱한 분이세요. 안해는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판매원은 곱게 웃으며 령수증 한장을 더 떼주었다. 내 물건을 사면서도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어 아가씨는 곱게 커플반지를 포장해 주었다. 색갈과 모양이 예쁘고 값도 안성마춤하여 나는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반지를 받아들고 기뻐할 안해를 생각하면서 단김에 뛰다싶이해서 집으로왔다. 안해 앞에 다가가 그냥 헤프게 웃으며 안해의 얼굴을 쳐다보니 안해는 그런 나를 의아해하며 물었다.
“웬일이세요, 무슨 좋은일이 생겼나요?”
“좋은 일이있지. 여보, 손을 들어보오! 당신 손 한번 잡아보지.”
말을 마치고는 이혹스러워 하는 안해의 손을 다정히 잡고 반지를 끼워 주었다.
“아! 웬 반지를!…”
안해는 너무 놀랍고 기뻐서 말을 잇지못했다.
“그래! 반지요. 마음에 드오? 당신 생일이라 선물로 샀소!”
"고마워요. 오래 살다보니 이런 선물도 다 받아보네요."
안해의 말에 나는 쑥스러움을 금할수 없었다. 돌아보면 지난 40년동안 나는 남편 노릇을 제대로 한것 같지 않았다. 진정 안해의 마음을 리해하지 못했고 안해가 무었을 바라는지 모르고 되는대로 살아온 나였다. 다른것은 몰라도 안해는 자기의 생일과 결혼기념일만은 잊지 않고 남편한테서 작은 선물이나마 받고 싶었을것이다. 그런데 이 무정한 남편은 그러지 못하였다. 바보처럼 안해의 생일날도 제대로 기억못하고 지나왔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결혼기념일만은 잊지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명심하여 기억 한것이 아니라 그 날이 마침 국경절이여서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날이기 때문이였다.
어느해던가 등기표를 적을때 안해의 출생 년월일을 적는다는 것이 잘못적어 웃음거리를 빚은 일도 있었다. 이럴듯 안해의 생일날도 기억 못하고 지나온 남편이였으니 어떻게 안해를 생각하며 안해에게 선물을 줄 생각이나 하였겠는가?
40여년 부부 생활을 회고해 보니 그 동안 안해에게 고작 두번밖에 선물을 주지 못한것으로 기억된다. 60십 넘어 한번 결혼기념으로 화장품을 사준적있고 다른 한번도 결혼기념으로 꽃을 사준적이 있었다. 40년에 고작 두번밖에 선물을 못주었으니 내가 몇점짜리 남편인지 스스로 점수를 매기며 미안한 마음에 안해앞에서 머리조차 들기 쑥스러웠다.
녀자들은 사소한 일에 신경을 많이쓰며 그 사소한것으로부터 문제를 련관시켜 본다. 가정과 부부간에는 왕왕 사소한 문제들로부터 큰것으로 야기된다. 다행이 안해가 마음을 너그럽게하고 날 대하였기에 우리 가정은 큰 풍파가 없이 무사히 지나왔다. 지나오는 과정에 안해는 속으로 이 무정한 남편때문에 얼마나 섭섭해 하였을까!
때늦게나마 칠순고개를 바라보면서 인제야 철이 드는것같다.
량주가 조용히 살면서 안해의 모습을 보려니 측은한 감이 든다. 안해를 찬찬히 훝어보니 예전에 그렇게 예뻤던 얼굴은 볼품없이 되였고 그렇게 미끈하던 몸매가 구부정 하였으며 섬섬옥수라던 손이 거친 갈구리 같이 되였다. 이렇게 변한 안해의 모습을 보면 자연히 내 가슴이 쓰려나며 자책감이 든다. 안해의 친구들은 안해를 보고 겉 늙었다 고 한다. 그 때마다 안해는 자기 몸이 망가져다고 푸념한다.
지난날 나는 안해가 일을 잘하고 큰병이 없이 지나오니 건강하다고 생각하였을뿐 안해의 건강에 대하여 별로 관심하지 않았다. 그 동안 안해와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병원에 같이 가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안해의 몸이 무쇠덩어리가 아닌이상 일에 지칠때도 있고 잔병도 있었으리만 안해는 가정을 위하여 고달품과 아픔을 꾹 참으면서 지나왔다. 하여 우리 가정에서 안해는 늘 건강의 대명사로 되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보니 사실은 안해가 내가 모르는 아픔을 얼마나 겪었는지 모른다. 나이에 비해 겉늙은 안해의 모습은 말없는 안해의 아픔을 말해주고있었다.
사랑이란 서로 신뢰하고 정을주고 받는데서 생긴다. 사소한일이라도 소홀히 대하지 않고 잘 의논하고 화협한다면 진정 사랑은 두터워질것이다. 사랑에 대한 함의는 알것 같은데 모르고 지나는것이 인생인것 같다. 지난 세월의 년륜을 더듬어 보니 나는 안해에게 준것보다 받은것이 더많은것 같다.
안해는 잔소리가 많아졌다. 결혼 초기에는 얌전하고 부드럽던 안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잔소리가 늘어났다. 듣기싫은 잔소리 그 잔소리에 내가 이 정도로 호주답고 아버지답게 되였고 가정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그 잔소리가 우리부부가 오래 살수있는 묘약인가싶다. 처음엔 그토록 지겹던 안해의 잔소리가 요즘들어서는 귀에익은 음악처럼 들려오는 리유도 그 때문인가 보다.
안해 자랑을 하는 사람은 일등 머저리라 했다. 옛적에 어떤 사람이 안해 자랑을 하고싶어 생각하던 중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남들 앞에서 어떠어떻게 처제가 잘났고 손재간이 좋고 마음씨가 곱다고 하고서는 마지막에는 제 언니보다 좀 못하다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에겐 그렇게 말을 에돌려 안해를 자랑하는 재간이 없다. 하여 안해자랑하는 사람은 일등 머저리라고 해도 난 오늘 기꺼이 일등 머저리가 되여 안해자랑을 널어놓고 싶다. 정말 안해는 백점 만점에 백점가는 내 생에 최고의 선물이 아닐수 없다.
최근 미국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연구. 조사에 의하면 성격이 같
거나 비슷한 부부는 사실상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않으며 성격이 서로다른 부부는 처음에는 함께 지내기 힘들지만 시간의 지남에 따라 서로 각자의 결점을 보충할수 있어 부부감정이 더욱 친밀할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리혼한 많은 부부들을 보면 리혼 리유가 대부분 성격이 맞지않다고 한다. 우리부부도 성격을 보면 맞지않았다. 사는 과정에 다툼도 있었다. 평소 내가 지다가도 안해의 잔소리에 짜증 날때면 나는 더 참을수 없어 "꽥"소리를 지르면 안해는 쥐 죽은듯 가만히 참고 있는다. 서로 조금 참아주니 오늘까지 가정의 평온을 유지하게 된것이라고본다.
영국의 과학자 베이콘은 "불태우기에 가장 좋은것은 늙은나무, 마시는데는 오래된술, 신뢰할수 있는것은 오랜친구, 읽는데는 오래된 저서"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부부는 인제는 잘 탈수있는 나무, 마시기좋은 술, 오래된 책으로 되고있다. 사람이 늙으면 아이로 된다는 말이 있다. 겉은 늙었지만 마음만은 새파란 나, 때론 어리석은 짓을 할때가 있다. 이럴때엔 안해의 지적과 조언을 들으며 살아가는 나, 그런 안해가 더없이 고맙다.
비록 안해의 소중함을 뒤늦께 깨닫은 나지만 지금부터 안해을 많이 아끼고 사랑해줄것이다.
"여보! 지금까지 늘 내곁에 있어줘서 고맙소! 그리고 사랑하오! 당신은 하늘이 내게준 최고의 선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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