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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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 “계획생산”
2015년 09월 21일 15시 49분  조회:4470  추천:4  작성자: 홍천룡

어느 땐가 어느 한 문학세미나모임에서 만난 문우가 필자를 보고 명년엔 어떤 창작계획들이 있는가고 격려적인 관심을 돌렸다.

(그래, 묵은 해도 가고 새해가 밝아오고 있을 때라 새해계획도 세워두는것이 좋아! )
그날 저녁으로 담배 한갑을 태우면서 창작계획을 세워보았다.

(…단편쯤은 그래도 한달에 한편씩은 탈고해버리고…가만있자, 한편에 2만자씩 쳐도 일년 열두달이면 20만자도 넘지? 좀 과하군! 전문직업창작원도 아닌데 뭐, 밥먹고 글만 쓰겠나! 그럼 두달에 한편씩은 어떨가? 그래, 좀 여지도 둬야지. 수필도 쓰고 칼럼도 써야 하니까. 두달에 한편이면 1년에 6편, 이 6편가운데서 2편쯤은 지구급 문학상에다 견주고 한편쯤은 국가급에다 걸어봐야지. 그리고 수필도 한편쯤은 빛을 낼만한 상이라도 타고…)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나니 어딘가 좀 흥분이 되였다. 진작 일찍부터 이런 계획을 세웠더라면 얼마나 많은 작품들을 창작해냈을가? 인젠 글을 쓴다고 필을 끄적거린지도 30년이 넘는다. 30년동안 매년 이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현하였더라면 아마 발표된 작품이 언녕 내 키를 넘었을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동안 문학상도 얼마나 탔을가!…

허나, 계획을 세웠다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예창작인것 같다. 계획을 세우고 창작에 달라붙은 그 해에는 그 계획의 절반에 절반도 안되는 소설 한두편밖에 발표하지 못했고 수필과 같은 잡문도 서너편밖에 써내지 못했고 명목이 번다한 여러 가지 문학상에는 후보작으로 거론된 작품조차도 없었다.

문예창작이란 좀 특별하다면 특별한것이다. 하자고 마음만 먹어도 안되는 일이다. 원고료를 로임만큼이나 줄 때에는 문예창작에 뜻을 둔 젊은이들이 많았었다. 서넛가운데 한명쯤은 문학도라고 필을 날리며 모두들 숱한 원고를 써냈지만 발표률은 1%도 안되였다. 노력하는것만큼 수확을 얻을수 있는 작업이 아니였다.

그리고 문예창작이란 조건이 구비되였다고 다 좋은 작품을 창작해내는것도 아니였다. 지식을 갖추어야 문예창작을 할수 있다고 해서 대학문을 나왔지만 제대로 창작품을 낸 대학생들이 얼마 안되고 창작의 원천인 생활체험을 많이 겪어야 명작을 써낼수 있다고 해서 농촌에 내려가 농민질도 해보고 공장에 내려가 로동자질도 해보고 부대에 들어가 군생활도 해보고 두루두루 부동한 령역에 여러 가지 전업실무를 다 섭렵해본 사람일수록 큰 작품을 써냈다는 소릴 못들어봤다. 세계를 돌만치 다 돌아보았다는 국제적인 작가들이 세계적인 명작을 내놓았다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지만 집구석이나 시골에 붙박혀있던 토배기작가들이 세계문단을 들썽거렸다는 말은 가끔씩 들어보군 했다.

그리고 또 문예창작이란 갖춤새를 다 갖추고 준비가 잘된 상황에서만 가능한 작업만도 아니였다. 준비없는 전투는 패전하기 마련이고 준비없는 농사는 흉작을 맞아올수 밖에 없겠지만 문예창작은 좀 이와 다를 때도 있었다. 구상을 무르익히느라 오래오래 낑낑 갑짜르며 이래저래 더덕더덕 붙히고 깁고 뜨개질해서 내놓은 작품일수록 그닥잖은 작품이 될 때가 많았고 그 어떤 순간적인 시각에 불꽃처럼 반짝 튕기는 령감의 꼬리를 답싹 잡았을 때에 그것이 명작이 될 때도 있었다. 

문예창작은 또한 상을 많이 주고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명작이 나오는것도 아니다. 명작은 두부모처럼 틀에 맞춰서 내오는것도 아니고 아파트건축물처럼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해내는것도 아니였고 더구나 항목건설처럼 투자해서 효과를 보이며 나오는것도 아니였다. 얼마만큼 큰상을 주겠으니 얼마만큼 큰 영향력이 있는 명작을 써내라고 하면 써낼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있을가!  돈을 퍼붓는다고 명작이 주렁주렁 열매를 맺는것은 아닌것 같다. 어쩌면 시장경제의 자본운영법칙과 맞지 않는것이 문예창작인것만 같기도 하다.

이런 리치쯤은 누구나 다 터득하고 있다. 헌데 지금 이런 리치를 무시하고 “계획”이 아닌 “계획창작”에 의한 문예작품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 어떤 기념행사를 위해서 문학작품을 창작하거나 그 어떤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창작되는 작품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우리의 문학에도 만백성이 기념하는 력사의 빛나는 사실이 문학적인 작품으로 창작되여야 하고 전기적인 색채를 띤 민족영웅들이 문학적인 형상으로 부각되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문학창작의 주류가 되는것은 아니다. 우선 그것은 력사에 존재했던 기성사실을 기록하는 실록이 위주로 되여야 하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전제가 있다. 때문에 창작이 위주인것이 아니라 실록이 위주인데 거기에다 문학적인 수법으로 색감을 색다르게 부여할 뿐이다. 기실 기념성적인 력사와 전기적인 인물들에 대한 조명은 력사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을수 있다. 문예작품에서 생명력은 창작이다. 우리의 문예창작주류가 이러한 계획적인 기념행사와 인물전기에 매워지질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문예창작이 한층 더 높은 창공에서 나래를 펴칠수 있지 않을가!

그다음 여러 가지 류형의 프로젝트에 따르는 공모식작품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특정된 시기에 특정된 프로젝트때문에 공모활동을 벌려 작가들의 힘을 빌기도 하고 그 방면에 대한 창작을 고무격려하는것도 필요한것이고 또한 공모활동을 통해 적지 않은 우수작품들이 창작되였던것이다. 허지만 공모활동은 필경 림시대책이고 장구지책이 아니다. 때문에 모 종 “계획”적인 요구나 조건에 응해야 공모에 선정될수 있기에 이러저러한 속박을 면치 못하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이런 활동에 응하는 습괸이 생기게 되면 자연히 창작개성이 마모될수도 있다. 창작개성 역시 문예작품의 생명력인것이다.

이 밖에도 “계획”성적으로 창작이 작업화조작으로 유도되는 페단들이 적지 않다. “기인우천(杞人忧天)”이라 뭐 쓸데없는 근심이지만 우리의 창작주류가 흐려질가봐 한두마디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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