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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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2006년 02월 15일 00시 00분  조회:4640  추천:54  작성자: 황유복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사랑은 동사》라는 담론은 참으로 멋이 있어 좋다. 우선 우리가 마음속의 사랑을 사전적 해석처럼 명사, 그것도 추상명사로 간주하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중에서 구경 몇 사람이 그 사랑을 읽을수 있고 느낄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의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행동으로 옮길 때 사랑은 다이아몬드와 같이 빛을 발할수 있을것이다.

지난 3월 초, 룡정에 있는 최려나의 집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나 어머니가 숨지고 12살의 려나는 전신화상을 입어 위독한 사태에 처하게 되였다고 한다. 그 소식이 조선족 젊은이들이 꾸리고 있는 모이자 사이트에 뜨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지금 내가 봉직하고 있는 중앙민족대학 조선족 학생들이 려나의 치료비용에 보탬하기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평소에 아껴 쓰고 아껴 먹으면서 모아온 용돈을 생면부지의 려나를 위해 재거나 주저함 없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이라는 꽃쌈지에 담아 헌납하고 있다.

나의 제자들 가운데 학문의 길을 버리고 돈벌이에 나선 사람도 적지 않다. 간혹 그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끝에 《저도 돈을 많이 벌면 민족문화발전을 위해 기부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듯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물론 그 말이 빈말로 그치는것이 아니라 다음날 실천으로 옮겨질 때 역시 훌륭한 일이 될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 구성원 가운데는《돈을 많이 번》사람보다는 자기앞에 놓인 삶이 힘들고 고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자신의 삶이 넉넉치 않으면서도 삶의 벼랑끝에 몰린 사람들의 불행과 힘겨운 사정을 리해해주고 또한 그 처지에 서서 볼수 있는, 사랑을 실천에 옮기는 삶은 그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모두가 풍요로워 질수 있다는것을 우리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에서 발견할수 있다. 려나의 불행과 힘겨운 사정을 헤아려주려는 대학생들의 쌈지돈 모금이 바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평범한 일상일것이다.

만약 우리가 《민족대개조론》과 같은 거대담론에만 집착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겠다는것과 별다름 없다.

우리는 주변에서 불행이나 아픔을 느끼는 우리 민족 구성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하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잃어버린 불행한 사람, 려나와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를 당하거나 불치병에 걸려 절망에 빠진 사람,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날려버리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우는 사람 그 사람들의 불행과 아픔을 사랑으로 껴안지 못했을 때, 우리는 세상을 향한 거대담론보다는 우선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메말라졌는가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개혁개방을 맞이하며 우리는 《돈을 많이 벌어야 된다》는 시대적 의식흐름에 편승한 나머지 너무나 숨차게 달려왔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가 왔지 않나 싶다. 우리 민족의 발전이란 것은 우리 민족 구성원들이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든가, 국가의 령도층에 많이 진출했다든가, 유명인사들이 많이 생겼다는것과는 동의어가 될수 없다. 우리 민족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수 있을 때 우리는 민족의 발전을 운운할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행복의 키워드가 돈이나 권력, 명예 같은것일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돈, 권력, 명예 같은것으로 쉽게 행복해질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점과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아무리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자기보다 힘없고 고단한 사람을 위하여 사랑을 베풀수 있을 때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수 있을것이다.
《베풀며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부자가 될수 있다》라는 말은 성 테레사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사실 항상 베풀며 살아가는 삶보다 더 풍요로운 삶은 있을수 없다.

이제 4월에 들어서면서 봄은 바야흐로 무르익어가고 있다. 목련꽃이 지게 되면 아카시아꽃이 만발하게 될것이다. 이 화창한 봄날에 우리 대학생들의 자그마한 사랑의 마음들이 봄꽃 같은 아름다움으로 나를 행복해지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200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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