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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벼이삭은 성숙될수록 고개를 숙인다
2006년 02월 17일 00시 00분  조회:4493  추천:53  작성자: 황유복
벼이삭은 성숙될수록 고개를 숙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그러나 수교 10년 만에 중국과 한국은 《우호협력관계》의 나라를 넘어 《동반자관계》의 나라가 되었다. 중⦁일 수교보다는 20년 늦었지만 서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상황에서 수교를 단행했기 때문에 두 나라간의 선린관계는 재빨리 발전할 수 있었다. 2001년 중국은 한국의 첫 번째 투자대상국과 두 번째 무역대상국으로 부상되었고, 한국은 중국의 세 번째 무역대상국으로 되여 두 나라 무역규모는 이미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금 중국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 가운데 한국인들이 숫자적으로 단연히 제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재중 외국인 유학생중 한국 유학생도 제1위를 점한다. 지난 한해에 중국으로 유학 온 한국 유학생은 1만 여명이나 되었는데 그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중한 두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교류는 급속히 발전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재중한국인들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그 교류의 민간사절(使節)이자 주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 장기체류자 제1위》라는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해서 모든 것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20만 재중 한국인 모두가 민간사절로서의 사명을 훌륭히 수행했을 때 동반자로서의 두 나라 교류는 계속 장족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주변에서 두 나라 교류의 발전에 역(逆)역할을 하는 한국인들을 가끔 보게 된다. 굳이 마약제조, 사기 등 의도적으로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두 나라 선린관계의 발전에 마이너스 작용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일 월드컵 때의 일이다. 6월 21일자 상해《청년보》에 《한 한국여자》가 쓴 《내가 본 중국사람》이라는 글이 발표되었다. 한국의 월드컵경기장에서 몇몇 중국인들이 한국축구팀의 선전(善戰)을 보면서 자기나라 일처럼 기뻐하며 응원하고 있었다. 글을 쓴 《한국여자》는 이해가 되지 않아 응원하는 중국인들에게 《왜 그렇게 기뻐하느냐?》고 물었다. 중국인들은 《우리는 모두 아시아인들이잖아요. 당신들이 아시아를 대표해서 이기고 있지 않습니까, 아시아의 영광인데 물론 기쁘지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여자》는 중국인들의 대답이 너무나 《황당무계하다》고 쓰고 있다. 《오늘의 국제경쟁은 국가대국가로 진행되고 있지, 주(洲)대 주(洲)의 경쟁이 아니다. 그리스인은 영국의 영광 때문에 기뻐하지 않는다.》 (이 《한국여자》는 유럽공동체도 모르는 모양이다.) 《우리의 승리는 우리 인민들의 영광이지 너희들이 거지처럼 구걸해 갈 것이 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한국여자》는 글에서 《우리 서울대학교는 과학기술면에서 너희 북경대학을 훨씬 앞질러 나갔고, 우리나라 기업(삼성, LG, 기아, 대우, 현대, JNC…등)은 폭풍마냥 너희 중국시장을 휩쓸고 있다.》 또 《유행 면에서 중국의 대부분 국토는 이미 ⟨한류⟩에 의해 완전히 소탕되고 말았다.》라는 등등 중국인들을 자극하는 오만함과 방자함을 서슴없이 표출시켰다.

우리는 어느 나라 국민이든지 《 오만한 자와 방자한 자들에게 등을 돌린》 다는 이치쯤은 알아야 한다. 월드컵 때 중국인 젊은이 층에서 일어난 반한(反韓)감정이 상기 《한 한국여자》와 같은 재중한국인들의 오만과 방자에 무관할 수 없다. 그 당시 한국 매스컴들은 한국팀의 4강 진출 과정에 일어난 일부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을 《중국인들의 대국주의의식 내지 고대의 종주국의식의 발로》라고 한 결 같이 지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러한 의식이 더 진하게 남아있는 50대 이상 연령층의 중국인들은 도리어 한국의 4강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고, 반한감정으로 흐른 사람들은 대부분 《대국주의》, 《종주국》의식이 제일 희미한 20대들이었다. 그들은 《한 한국여자》가 글에서 표현한 《<한류>에 의해 완전히 소탕된》 소위 《친한파》들이였다.

물론 반한감정의 시원은 상업주의였다.(50만원 상금이 걸린 16강, 8강, 4강 맞추기 TV퀴즈응답에, 생각 밖으로 선전한 한국 팀 때문에 16강도 맞추지 못한)그러한 화풀이 식 반한감정에 기름 친 것이 바로 일부 한국인들의 오만과 방자함이었다.
어느 나라 민족이든 간에 그 나라 그 민족이 갖고 있는 문화적 장점이 있다. 우리는 외국에 갔을 때 그 나라나 그 민족의 문화적 장점을 겸손한 자세로 발견하고 배워야 한다. 오만과 방자는 세계화시대에 있어서 국가와 민족 간의 우호교류의 금물이다.
벼이삭은 성숙될수록 고개를 숙인다.

200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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