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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리
2022년 04월 25일 08시 36분  조회:358  추천:1  작성자: 회령
          잡문
                                                  발바리
                                                                                                               회령
 
내가 귀여워하는 며늘애기와 또 더욱 귀여워하는 손녀딸애가 발바리를 한마리 키웠으면 해서 말을 꺼냈다가 나의 호듼 훈계를 받고 다시는 짹소리가 없다.

옛날 시골에서 살때 우리집에서는 멍멍이와 고양이를 키웠는데, 그것들은 공밥을 먹으면서 놀기만 한것이 아니라 주인에게 도움이 컸다.

멍멍이는 엄동설한에도 밖에서 살면서 주인집을 충성스레 지켜주었고 고양이는 찌꺼기를 한술 얻어먹으면서도 공로가 컸다. 진짜 괘씸하기 그지없는 쥐새끼들이 우리집 근처에서는 얼씬도 못했다. 쥐가 들썽거리는 곁집들에서 우리고양이를 며칠씩 “초빙”해 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멍멍이는 고와했지만 고양이는 싫어했다. 시도 때도없이 흙발로 집안팍을 들락거리고 이불속에 기여들때면 영 질색이였다. 특히 쥐를 물고 집에 들어오면 아주 구역질이 나고 기절할 지경이였다.

그런데, 발바리는 뭐냐? 하는일은 개뿔도 없고 갖잖은것이 먹기는 상감마마 수라상이라고 한다. 하긴, 발바리가 먹자고 한건 아니고 주인이 자원해서 대접한거긴 하지만서두. 그뿐인가, 샤와하고 옷해입고 건강검진하고 삐초하고 투시하고 화험하고 예방주사 놓고 짝 맺기 선 보이고 철따라 신발 사 신기고 똥오줌건사를 하고… 메스겁고 수고하고 돈도 약차하게 든다고 한다. 병치료와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어느신문에서 말한적이 있긴하지만 나는 그따위소리는 우습게 안다.

우리 이곳 시가지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발바리를 키우기 시작한것이 아마 10년은 넘는것 같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발바리가 아이들과 함께 침실을 쓰는데 자식머리수보다 발바리마리수가 더 많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선진문명” 수준이 못되며 그런 사치한 취미생활을 할 형편이 못된다. 발바리를 키울돈이 있으면 수천만 불우인간을 먼저 돕는것이 사람의 도리일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야할 우리에게 언제 발바리를 돌보며 놀아줄 시간이 있겟는가… 그뿐이 아니다. 발바리가 아무리 령물이라고 해도 필경은 짐승이다. 사람과 한방을 쓰고 산다는건 좋은일이 아닌것 같다.

언니 꿋모닝! 오빠 굿모닝! 이모 꿋모닝!... 해라 하며 발바리를 안고 다니며 입 맞추고 키우는 사람들은 거개가 부자들인데 그들의 심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사람들에게는 “나 이렇게 잘살며 고상한 취미생활을 한다. 나 잘났지? 부럽지?...” 이런 우월감, 자긍심, 허영심… 같은것이 있는것 같다.

일전에 가도판사처 쑹서기가 나에게 이런말을 하였다.

재해지구를 지원하기위하여 모금(물건도 됨.)을 했는데, 까다롭고 군소리가 많은 사람들인즉 거개가 잘사는 사람들이더라는 것이였다. 특히 고양이거나 발바리를 키우는 집들이 더욱 깎쟁이더라고 했다. 어느날, 대부자인 류씨네 집으로 모금을 갔는데 부부가 서로 앞다투어 말하기를 “요즘 쓰쑈제(발바리이름. 넷째아가씨.)가 똥물을 싸서 병원다니지, 닭곰 먹여야지… 돈이 없다.”고 하면서 문을 닫으려 하기에 “발바리를 키울돈은 있고 재해구 사람들을 좀 방조할 돈은 없단말인가?! 사람이 어쩜 이럴수 있는가…”하고 퉁을 주니 “내돈 내가 쓰는데 무슨걱정인가! 누가 그들더러 재해를 맞으라고 했는가. 그래, 인권자유를 간섭할텐가! 꾼!(썩 꺼져!)”하며 문을 쾅! 닫더라는 것이였다. 쑹서기는 새삼스레 격분하며 신문에 낼 일이라고 하였다.

듣고보니 아닌게 아니라 괘씸하였다. 지금 확실히 인정이 야박하고 애심이 결핍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사는 인간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강자는 약자를 보호하며 있는자는 없는자를 부조하며… 사랑하며 화목하게 사는것이 진정한 인간세상이고 건전한 사회생활이다. 관건은 사랑이다. 사랑이란 일방적이 아니다. 가는떡이 있으면 오는떡이 있고 주는정이 있으면 오는정이 있다. 사람은 모두 아름답고 평화롭고 풍요롭고 화목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우리의 이런 바람은 오직 서로의 사랑에서만이 이루어 진다…

“물질문명”건설과 “정신문명”건설을 한시도 등한시 할수없음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2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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